효 인성 지도자 역량교육 강의 수기
충청창의인성교육원 전임교수 김 인 희
계절이 깊어가는 숲은 오색의 빛깔로 채색되고 있었다. 태양의 인도를 따라 치장하면서 도열하는 나무들 사이로 운전하여 달리는 길은 필설로 형언할 수 없이 심오했다.
보령시 충청창의인성교육원 분원에서 있는 효 인성 지도자 역량교육에 강사로 초빙되었다. 유대인의 하브루타 교육에 대한 주제로 3시간 강의를 하기로 했다.
오후 1시 30분에 시작된 1차시 강의는 주제를 하브루타 교육으로 정하고 소주제를 유대인의 특별한 교육이라고 소개하면서 한 발 쉽게 접근시켰다. 점심 식사를 막 마친 시간에 강의가 시작되고 오전에도 강의가 있었다고 한 것을 듣고 휴식 같은 시간을 선물하고 강의를 시작했다.
깊어가는 가을은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계절에 어울리는 詩를 한 편 낭송하는 것으로 긴장을 풀어주고 편안하게 강의로 인도하고 싶었다. 보령 분원장님 혜선 스님께도 좋은 선물이 되기를 바라면서 한용운 님의 詩 <님의 침묵>을 배경음악과 함께 낭송했다. 물론 강사는 무대에서 출연료를 받는 시낭송가라는 것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강사를 과시하기보다 수강생들에게 좋은 것을 경험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보람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눈을 지그시 감고 詩낭송에 빠져드는 중년의 청춘들, 동영상을 촬영하는 열성 수강생들을 보면서 혼신을 다해 강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덕향문학 편집국장으로서 한 때 문학을 사랑하고 문학의 늪에 발을 담가보지 않은 사람 있었는가. 그때를 떠올리게 하고 한 편의 詩와 사랑에 빠져도 좋은 계절이 아닌가. 역설하면서 덕향문학 책을 선물로 나눠주었다.
문학에 관심이 있거나 詩人으로 등단하고 싶은 수강생은 등단으로 인도할 수 있다고 달콤하게 유혹했다. 한 수강생이 뚜벅뚜벅 강사 앞으로 걸어오더니 책에 서명을 해달라고 해서 찰나 당황했었다. 강사는 멋있는 싸인을 연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본 강의에 들어가면서 ‘말과 글은 그 사람의 품격(品格)이다!’라는 제목을 칼럼을 썼던 이력과 그 문장이 강사의 좌우명이라고 소개했다.
강사는 짧은 문장 속에 자신의 전부를 쏟아부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하는 말 한마디, 글쟁이로서 쓰는 한 줄의 문장, 그리고 휴대전화로 문자를 전송하면서 살얼음판을 걷듯 살피고 바르르 떠는 이유가 그 문장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원장 스님과 수강생 전원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강사는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전개했다. 가정에서 효가 사라지고 학교에서 인성교육의 부재가 부른 참사를 예로 들었다. 강사가 칼럼으로 썼던 ‘옥상에 걸려있는 교복’, ‘쓰레기통과 쓰레기봉투는 요람이 아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제목과 사건의 사진을 PPT로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들의 다음 세대들의 참혹한 사건을 소개했다. 수강생들 사이에서 한 숨이 새어 나오고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강사는 그 아이들이 우리들의 자녀들이고 우리들의 손자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국가? 대통령? 지자체장? 학교 교장?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강사의 절규에 머리가 하얀 수강생들이 동조했다.
우리의 기울어진 교육 현실과 국가교육 백년대계(敎育百年大計)를 위하여 유대인의 특별한 교육에 대해서 제안하겠다고 하면서 하브루타 강의를 리드했다.
하브루타 (Chavruta , חַבְרוּתָא)란?
서로 짝을 지어 대화하고 토론하는 학습 방식이다. 유대인의 전통적인 학습 방법으로 유명하다. 두 사람이 대화와 질문을 통해 상대방과 토론하고 논쟁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짝을 이루는 상대방은 자신과 학습 수준이 비슷하거나 약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브루타(Chavruta)는 아람어로 ‘우정’이나 ‘동반자 관계’를 뜻한다. ‘친구, 동반자’를 뜻하는 ‘하버(Chaver)’에서 유래했다.
전통적으로 하브루타는 유대인 율법인 토라(Torah)를 함께 공부하는 사람이나 학습법을 뜻했다. 세 명 이상이 그룹을 이룰 때는 ‘하브라(Chavurah)’라고 한다. 같은 생각을 하는 유대인들이 모여 안식일과 휴일, 기도, 학습과 같은 경험을 함께 진행하며 공유하는 모임을 뜻하는 말이다. 현대에는 하브루타라 하면 ‘학습 파트너(Study Partner)’라는 의미로도 사용한다.
하브루타 (Chavruta)의 유래는?
하브루타는 유대인 전통 교육기관인 예시바(Yeshiva)의 대표적인 학습 방법이다. 현대에도 예시바에서는 학생들이 《탈무드》 등을 혼자 공부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 수업 역시 주제를 정해 토론식으로 진행하는데 이를 ‘시우림(Shiurim)’이라 한다. 토론식 학습법에 대한 생각은 《탈무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탈무드》에 등장하는 랍비 요세 벤 하니나(Jose b. Hanina)는 “토라를 공부하기 위해 혼자 앉아 있는 학자들은 어리석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화와 토론을 통한 하브루타 학습법은 전통적으로 《탈무드》 연구에 적합하다고 여겨졌다. 《탈무드》는 구전으로 전해지던 율법을 모은 《미쉬나》와 랍비들이 오랜 기간 이를 토론하고 해석해 만든 《게마라》를 모은 책이다. 6세기 초 바빌로니아에서 나온 《탈무드》만 해도 63권의 방대한 분량이다. 예부터 유대인들은 전통적으로 《탈무드》 원전의 많은 양과 다양한 해석을 깊게 공부하기 위해서는 하브루타 학습법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하브루타 (Chavruta)의 특징은?
두 사람이 질문과 대화를 통해 토론하는 것이 하브루타의 핵심이다. 여럿이 진행하는 토론과 달리 두 사람이 진행하므로 소외된 사람이 생기지 않는다. 학생은 먼저 특정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야 하며 서로 질문과 대화, 토론, 논쟁을 통해 생각을 발전시킨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으며 때로는 완전히 다른 방향의 통찰력을 얻기도 한다. 또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분석해 응답하는 행동을 통해 타인에 대한 존중을 배울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하브루타는 좁게는 학생 간 대화를 통한 학습법이지만, 넓게는 교사와 학생, 혹은 가정에서도 진행될 수 있다. 교사와 학생 간에도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지 않고, 동등한 위치에서 상대방의 의견을 물어보면서 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질문을 통해 스스로 논리를 세우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자녀와 대화할 수 있다.
하브루타는 강의식 교육보다 효율적인 학습법으로 알려졌다. 강의식 교육은 교사가 수업을 통해 학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전문가에 의해 정리된 내용을 학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학생이 수동적인 태도를 가지기 쉽다는 한계도 있다. 이와 달리 하브루타는 학생 스스로 대화와 질문을 통해 학습 주제에 깊이 참여하게 된다.
하브루타 (Chavruta)의 선택은?
하브루타는 개인 관심사와 성격, 학습 수준 등을 고려해 선택한다. 친한 친구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하브루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하브루타는 때때로 학습 파트너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우정으로 발전하며, 인간적으로 긴밀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한편, 학습 수준과 경험에 따라서는 자신보다 뛰어나거나, 동등하거나, 적은 세 가지 유형의 하브루타를 선택하게 되는데 각각 장단점이 있다.
자신보다 학습 능력이 뛰어난 하브루타를 만나면 많은 양의 정보를 얻고 생각을 정리하는데 유리할 수 있다. 반대로 자신보다 학습량과 경험이 부족한 하브루타를 선택할 경우, 상대방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학습 능력과 경험이 비슷한 하브루타를 만나면 동등한 위치에서 논리적인 사고과 의견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한편, 비판을 받아들이는 능력도 발전시킬 수 있다.
강사는 유대인의 하브루타 교육과 우리나라 학생들의 교육을 대조하면서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교육하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민족이 누구인가? 바로 유대인이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유명인사들만 보아도 아인슈타인, 에디슨, 프로이드, 우디앨런, 워렌 버핏, 마크 주커버그 등등 수두룩하다. 유대인은 세계 인구 0.2%에 속하는 것에 불구하지만 역대 노벨상 수상자는 22%, 아이비리그 중 23%, 미국 억만장자 40%를 차지하는 민족이다.
우리의 공부는 한 마디로 ‘듣고 외우고 시험 보고 잊어버리고’의 끊임없는 반복이다. 우리에게 공부는 외우는 것이고, 책상에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것이고, 혼자 책과 씨름하는 것이다. 인내하는 것이고 견디는 것이며 엉덩이 싸움이다. 우리 교육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생각하기를 가장 싫어하는 아이들로 만든다는 점이다. 교과서에 있는 정답을 외워 정답을 찾는 시험만 계속 보다보니 외우는 것을 할 줄 알아도 생각은 하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 어떤 미래가 있겠는가?
2차시 강의는 유대인의 역사를 깊이 있게 다루고자 준비했다. 유대인의 하브루타 교육의 중점인 토라와 탈무드에 대해서 세세하게 소개하고자 했다. 그러나 오전과 오후 내내 하브루타 교육을 받느라 지친 수강생들을 표정을 보고 강사는 <사비성의 역사 스토리>로 흥미진진한 수업을 다루기로 했다.
유대인의 하브루타 교육이 민족의 역사를 가르치는 것으로 시작된다는 것을 볼 때 우리도 우리나라의 역사를 통해 온고지신(溫故知新)하는 마음이 곧 하브루타의 연장선이 아니겠는가. 강사는 자신만만하게 백제시대의 도읍지였던 사비성(부여군)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역설했다.
국립부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 중 백제시대를 대표할 만한 국보를 중점으로 강의했다. 백제금동대향로에 담은 백제의 이상과 종교와 문화와 철을 다루는 백제인의 빼어난 기술에 굵은 밑줄을 그었다.
성왕께서 웅진에서 사비로 도읍을 천도하게 된 배경은 왕권을 강화하고 백제의 중흥을 꾀하기 위해 국호를 남부여라고 칭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한성 위례성에서 웅진성으로 임기응변식으로 도읍을 옮긴 것과 다르게 사비성으로 천도할 때는 철저하게 계획하고 위풍당당한 행렬로 천도했을 것이라고 상상하도록 유도했다.
계백장군이 이끄는 오천 결사대와 황산벌에서 맞선 신라군은 오만 병사였다는 것을 말하고 10대 1이라는 싸움은 수적으로 확률적으로 명백하게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고 큰소리로 말했다. 결코 페어플레이(fair play)가 아니었다고 외쳤다. 수강생들 사이에서 탄성이 들렸다.
낙화암에 대해 소개할 때는 성군 행동증자(海東曾子) 의자왕에 덧칠한 승자의 왜곡된 역사 기록에 대해 침을 튀기면서 역설했다. 낙화암은 사치와 향락에 빠진 의자왕의 기록이 아니라 백제(百濟)를 끌어안고 백제의 여인으로 남고자 했던 일편단심(一片丹心) 백제 여인의 정절을 찬양해야 하지 않겠냐고 호소했다.
2차시 강의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했다. 강의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면서 한 수강생이 “어머나, 스승님 하고 함께 하면 안 되는데... 스승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요.”라고 말해서 모두 까르르 웃었다.
강의를 마치고 보령에서 부여로 돌아오는 길은 벅찬 감격으로 주체할 수 없었다.
강의 전에 떨리는 마음으로 ‘주님, 수강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강의 하게 하소서. 당황하거나 실수하지 않고 강의 내용을 침착하게 잘 전달하게 하소서. 의연하게 하소서.’하고 수없이 되뇌면서 기도했다.
자동차를 운전하여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면서 자동차 안의 음악을 껐다. 그 순간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주님께 감사 기도를 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었다. 청록색 나뭇잎에 오색 물감이 스며드는 소리를 가슴으로 들을 수 있었다.
강의시간 나의 말과 행동을 곱씹으면서 반성한다. 늘 허점투성이다. 그러나 허물을 교훈 삼아 더 겸손하게 낮아지고 떨리는 마음으로 강단에 오르던 처음 순간을 잊지 않을 것이다.
나의 말과 나의 글과 나의 행동은 나의 품격이다! 그것이 나의 가장 큰 콘텐츠라는 것을 기억하리라. 그리고 꿈을 꾸게 하고 꿈을 이루게 한 거룩한 가르침에 감읍한다. -끝-
효 인성 지도자 역량 교육 강의실
덕향문학지에 서명을 해달라는 귀여운 수강생!
유대인의 특별한 교육 하브루타 강의
충청창의인성교육원 보령 분원장 혜선 스님
강의 후 단체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