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여행정보

[민주야 사랑해]

정선에 가면 산이 있다.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많다. 국토의 3분의 2이상이 산이라는 한국, 그것도 강원도에서 산이야 어딘들 많지 않겠냐만, 관광지로 개발된 다른 곳들의 산이 ‘배경’으로 존재하는 반면 정선에서는 바로 산이 중심이고 대세이다. 오르지 않았는데도 산 위에 있고, 들어서지 않았는데도 산에 갇혀있으며,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산의 굴곡을 타고 있는 경험은 정선 외의 곳에서는 흔치 않은 것이다.

정선에 가면 물도 많다. 많을 뿐만 아니라 맑기도 하다. 산 높고 골 깊은 곳에 물 맑지 않은 곳이 어디 있겠냐만, 가는 데마다 굽이치는 물줄기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동행할 수 있는 곳이 정선땅 말고 또 어디있겠는가 싶다. 사방에서 흘러 온 그 물줄기들이 모이고 모여 정선을 가로지르는 조양강이 되고, 이 조양강이 영월로 흘러가면 곳곳에 비경을 간직한 동강이 된다.

그러면 정선은 산 좋고 물 좋은 곳인가? 그렇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다. 잘 알려진대로 정선에는 사북, 고한, 회동리 등 예전의 탄광지역이 곳곳에 있다. 요즘 이곳을 지날 때 느끼는 심란함은 과거 광부들의 고단하고 위태로운 삶에서 비롯한 감정과는 조금 다르다. 지금 폐광지역의 문제는 실업과 공동화(空洞化)이다. 이 문제의 해결이 <정선카지노>가 아닌 것만은 확실하지만, 어떠한 다른 대안이 있어야 하는지도 말하기 조심스럽다. 다만 외지인의 자의적인 잣대로 이곳을 규정하고 외지의 어디처럼 되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산비탈에 배추를 심고 막장에서 탄가루를 뒤집어 쓰며 일했던 이곳 사람들의 삶의 추이에서 그 답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1. 정선 개관

정선군은 강원도 남부에 자리하고 있으며 평창, 영월, 태백 등과 인접하고 있다. 영서지방에 속하나 영동고속도로와도 꽤 떨어져 있어 서울에서 가자면 자동차로 4시간은 족히 걸린다. 골골이 깊어 숨은 비경이 많겠지만 그런 곳까지 언급할 능력은 안되고 비교적 찾는 발길이 쉬운 곳을 중심으로 다루어 보겠다.

우선 정선읍에서 북동쪽에는 아우라지(여량)가 있으며, 북서쪽에는 남한에서 높이와 크기로 손꼽히는 가리왕산이 자리하고 있다. 아우라지에서 시작한 조양강은 정선읍과 가리왕산 아래를 차례로 지나 남서쪽으로 흘러 영월로 들어간다. 정선읍의 남동쪽에는 화암8경이 있으며 더 내려가면 사북 및 고한읍이 나오고 그곳에 정암사가 있다.

정선읍을 중심으로해서 이곳들을 차례로 다니는 것이 무난한 방법이겠지만, 북쪽의 아우라지와 가리왕산은 평창군 여행길에 같이할 수도 있고, 고한의 정암사는 오히려 태백시와 함께 여행하는 것이 더 편리할 수도 있다.

2. 가볼 곳

* 옥산장 여관과 아우라지

 뜬금없게도 정선 여행이야기는 한 여관으로부터 시작해야겠다. 약간 과장을 섞는다면 옥산장여관에 묵는 것만으로도 정선까지 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홍준 현 문화재청장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때문에 유명해진 곳 중에는 문화유적 뿐만 아니라 음식점이나 숙박업소들도 많이 있는데, 이 옥산장 여관도 그 중 한 곳이다. 그렇게 유명해진 곳 중에는 이후 차라리 소개되지 않은 편이 나았을것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변한 곳도 있지만, 내가 찾은 옥산장 여관은 『나의문화…』에서 다루어진 1쪽 남짓 분량의 내용보다 더 아름다운 향기를 담고 있었다.

 옥산장 여관은 아우라지가 있는 여량리에 위치하고 있다. 주인아주머니는 『나의문화…』에서 소개된 전옥매여사이시고 자녀분들이 일을 돕고 있다. 먼저 이곳이 ‘좋은 숙소’라는 점을 말해둘 필요가 있다. 여관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도시의 음습한 분위기의 여관들과는 달리 넓은 마당과 정감있는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도시의 여관에선 취사를 할 수 없지만 여기서는 취사도구만 가져간다면 마당에서 마음놓고 취사를 하고 마당 한복판에 있는 정자나 들마루에서 식사를 하면 된다. 반면 객실은 현대식이어서 깨끗한 욕실과 냉장고 TV등이 비치되어 있고 안팎이 늘 청결하다. 좋은 시설도 시설이지만 이 곳이 좋은 숙소라는 점은 무엇보다 손님을 맞는 태도에 있다. ‘장모님의 사랑’이라는 표현으로 옥산장의 손님맞이를 소개하는 곳이 많은데, 솔직히 장모님을 두지 않은 입장에서 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고, 적어도 얄팍한 상술이나 가식적인 친절이 아니라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것처럼 반갑고 다감하게 방문객을 맞이한다는 것은 확실히 느낄 수가 있었다. 이분들이 진심으로 손님을 대한다는 것은 여기서 식사를 해봐도 알 수 있는데 5천원짜리 백반에 딸려 나오는 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가득하다.

 옥산장 여관이 좋은 숙소 이상이라는 것은 우선 마당 곳곳에 있는 야생화들이 증명한다. 마당을 빙 둘러서 제법 많은 종류와 수의 꽃들이 심어져 있는데 인위적 느낌이 없고 시골집 뜰에 핀 들꽃처럼 자연스러운 배치를 갖고 있어 아름답고도 정겹다. 야생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정원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꽤 오랜시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옥산장의 야생화들

 『나의문화…』에 주인아주머니의 ‘입담’과 함께 소개된 것은 이분께서 수십년간 아우라지강가에서 모은 수석들이다. 수석들은 여관 본채 뒤에 있는 ‘돌과 이야기’라는 찻집 건물에 전시되어 있다. 보통 수석이라하면 전체 모양이 어떤 형상과 닮은 돌을 생각하기 쉬운데 아주머니께서 모으신 수석은 대부분 돌 표면에 어떤 무늬가 나타나 있는 것들이다. 수석수집가들은 이런 것들을 ‘문양석’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물론 속상한 일이 있을 때마다 강가에나가 하나 둘 모아온 아주머니의 돌모으기가, 정형화된 취미로서의 수석수집과는 다른 차원에 있음은 이곳에 온 사람이면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1부터 10까지의 숫자 모양 수석

또 ‘돌과 이야기’ 건물 옆에는 예쁘게 생긴 굴피집이 있다. 굴피집이란 나무껍질로 지붕을 얹은 전통가옥으로, 나무껍질이지만 수명이 꽤 길어 ‘기와만년 굴피천년’이라는 말도 있다고 한다. 옥산장여관의 굴피집 안에 들어가면 여러가지 전통 가재도구들을 구경할 수 있다.                                                                               굴피집

 단체여행객이라면 이곳 옥산장에서 ‘정선아리랑’을 들어볼 수 있다. 한동안 정선아리랑 기능보유자인 김남기씨를 모셔와서 아리랑 공연을 했었는데 여러모로 부담되는 일이라 전옥매 아주머니께서 직접 정선아리랑을 배우셨고 이제는 본인이 정선아리랑을 들려주신다. 그 솜씨 또한 수준급이라 정선에 와서 듣고 또 함께 부르는 정선아리랑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개별여행객이라도 주말엔 단체객들이 많이 찾으므로 운이 조금만 좋으면 아리랑공연을 함께 할 수 있다. 좀더 치밀하게 준비한다면 미리 공연이 있을 때를 알아보고 그에 맞춰 옥산장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옥산장여관 연락처 033-562-0739, 옥산장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옥산장 여관홈페이지 http://www.oksanjang.pe.kr/ 참고)

수석을 설명하시는 전옥매 주인 아주머님(동행인의 디카로 촬영)

정선아리랑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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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산장에서 철길을 건너 5분만 걸으면 아우라지이다. 아우라지라는 이름은 잘 알려졌다시피 두 개의 물줄기, 즉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 하나의 강으로 아우러진다라는 데에서 유래했다. 개인적으로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수하는 곳인 ‘두물머리’보다 한 수 위의 작명센스라고 생각한다. 구절리에서 내려오는 송천을 양수라고 하고 임계에서 내려오는 골지천을 음수라고 하는데, 딱 보기에도 양수는 ‘양~’하게 생겼고 음수는 ‘음~’하게 생겼다.

합수되는 지점에는 아우라지처녀상과 정자각이 있다. 수십년전 혼례식장으로 향하던 배가 뒤집어지는 바람에 가마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었던 처녀의 혼을 달래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유홍준씨는 브론즈로된 서양 고전주의 양식의 이 처녀상이 뽕짝가요를 이태리가곡 창법으로 부르는 격이라고 유감을 표했지만, 막상 가서 봤을 때 나에겐 그리 어색하거나 부자연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마 어린시절 초등학교 교정에 있었던 유관순, 세종대왕의 브론즈상을 연상시키며 뭔가 아련한 추억과 연계되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을까하고 생각해 본다.

아우라지강은 어떻게 보면 별다를게 없는 그냥 평범한 강이다. 하지만 적어도 도시인들에겐 그 별다를 것이 없는 강을 마주하기가 쉬운 일인가? 그래서 강가에 내려서면 평범한 강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놀이를 할 수 있다. 빽빽하게 쌓여있는 강돌들을 밟으며 뒤뚱뒤뚱 강가를 산책하다 지루해지면 물수제비 띄우기를 해 보자. 물수제비에 적당한 납작한 돌도 무한 공급된다. 아니면 옥산장 아주머니처럼 이 돌 저 돌 들춰보며 탐석을 해 볼 수도 있다. 물론 특별한 무늬가 있는 돌을 찾기란 쉽지 않다. 또 여름철엔 물속으로 뛰어들어 물놀이를 즐길 수도 있고 강변에서 낚시를 할 수도 있다. 좀더 익사이팅한 것을 욕망한다면 이곳에서 줄배를 타보는 것도 좋다. 강 양쪽 기슭을 줄로 연결하고 배 위에서 줄을 당겨 배를 움직인다. 줄배 이용료는 천원이다.

* 가리왕산

 정선군과 평창군을 경계짓는 곳에는 가리왕산이 자리하고 있다. 1561m의 높은 산이지만 산행시작점의 해발 역시 높으므로 5-6시간 정도면 산정상까지 다녀올 수 있다. 막상 가보면 높이보다는 그 품의 크기에 압도되는데 웅장한 산세에 울창한 원시림이 들어서 있어 그야말로 산중산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한때 산림청에서는 가리왕산 일부에 수십km의 철조망을 두르고 그 안에 호랑이 등 야생동물을 방사하겠다는 말도 안되는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이후 환경단체의 반발 등으로 계획이 취소되었지만, 설치된 철조망은 아직도 그대로 있어 가리왕산에 자생하고 있는 야생동물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가리왕산 등산은 북쪽의 숙암리와 남쪽의 회동리를 들머리로 하는 코스가 대표적인데, 등산을 주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편의시설이 운집해 있는 회동리쪽으로 발길을 잡는 것이 좋다. 회동리에는 레포츠업체들이 자리하고 있어 이곳을 통해 조양강-동강 래프팅을 시작할 수 있고 가리왕산 임도에서 MTB 등을 즐길 수 있다. 또 자전거임대소도 있어 자전거로 가볍게 주변을 돌아다녀 볼 수도 있다. 회동리의 번화한 곳에서 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가리왕산 휴양림이 회동계곡을 끼고 자리해 있다. 휴양림 내의 계곡이 훌륭하고 취사장,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여름에 계곡 피서를 즐기기 좋다.

좀더 한적한 곳을 원하면 휴양림에서 어은동계곡 표지판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어은동계곡을 따라 난 등산로로 계속 오르면 가리왕산 정상까지 갈 수 있다. 다만 휴양림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데도 어은동이나 가리왕산에 오르려면 휴양림 입장료 1000원을 내야한다는 점은 불만스럽다. 어은동계곡은 폭이 넓은 편은 아니지만 가리왕산의 심산유곡에서 흘러나온 차고 맑은 물이 한여름에도 더위를 잊게 만든다. 漁隱, 즉 물고기를 잡으며 은둔한다는 이름처럼 여름 성수기에도 찾는 사람이 별로 없는 조용한 곳이다.

      어은동계곡

휴양림에서 어은동계곡을 따라 2시간 정도 오르면 임도를 만나게 된다. 임도로 들어서지 않고 횡단하여 계속 산길로 오르면 산 정상이다. 이 임도는 산중턱을 굽이굽이 돌아 회동리로 내려가게 되어있는데 MTB나 산악오토바이를 즐기는 코스이기도 하다. 임도를 따라가면 여러가지 산초들과 쭉쭉뻗은 울창한 나무들, 그리고 작은 동물과도 만나는 경험을 할 수 있지만 가급적 도보 산행 중엔 임도로 들어서지 않는 것이 좋다. 길이가 무려 40㎞가 넘고 중간에 탈출로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혹 편하게 하산할 수 있을까해서 오후녁에 임도로 들어섰다가는 밤새도록 늑대와 춤을 추게 될 수도 있다. 

가리왕산 임도

* 화암8경

언제 누가 지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동대천을 따라 화암리에서 몰운리에 있는 8개의 명소(화암약수, 거북바위, 용마소, 화암동굴, 화표주, 몰운대, 소금강, 광대곡)를 화암8경이라 한다.

정선읍에서 가자면 화암동굴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된다. 화암동굴은 일제시대 금광이었던 이곳에서 금을 채광하던 도중 발견이 되었다. 지금은 약 1.8㎞의 금광갱도와 2.8㎞의 천연동굴을 연계하여 관람하게 되어 있다. 금광갱도에서는 실제 금광맥과 채광작업의 흔적을 볼 수 있으며, 천연동굴에서는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종유석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화암동굴에서 조금 더 가면 우측으로 화암약수 진입로가 나온다. 화암약수까지 가는 도중 거북바위, 용마소를 만날 수 있다. 약수로 이름난 곳 중 약수 주위가 유난히 시뻘건 곳들이 더러 있는데 철분이 많이 함유된 약수일수록 그러하다. 화암약수도 그런 곳 중 한 곳이다. 철분 뿐만 아니라 그외 몸에 좋은 성분이 많이 들어있어, 모든 약수가 그렇듯 피부병, 위장병, 눈병 등 각종 질병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즉 ‘만병통치약’이다.

화암동굴과 화암약수는 주차비 외에 입장료가 각각 4000원, 1500원으로 다른 지방의 동굴이나 약수보다 비싼 점이 흠이다.

한국땅에 소금강이라는 이름 붙은 곳은 한두군데가 아니다. 소금강(小金剛),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곳들에 짝퉁 금강산이란 뜻의 이름이 붙어 있으니, 금강산의 경치를 최고로 치는 것은 전국적으로 합의된 사항이었나보다. 아무튼 수많은 소금강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오대산 소금강이고, 그 다음으로 잘 알려진 데가 이곳 정선 소금강이다. 화암약수 입구에서 조금 더 가면 삼거리가 나오고 여기에 돌기둥 모양의 바위인 화표주가 있다. 화표주를 시작으로 동대천을 따라 몰운대까지 약 4㎞에 걸쳐 정선 소금강이 펼쳐져 있다. 동대천의 물을 아래로 하고 깍아지르는 듯한 절벽이 장관을 이룬다. 다만 자동차도로가 인접하고 있어서 별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은 갖지 못하는 점이 아쉽긴 하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더할나위 없이 멋진 드라이브 코스’일 수도 있겠다.

정선소금강

정선 소금강의 끝은 몰운대, 황동규시인이 노래한 <몰운대행>의 그곳이다. 고갯길을 거의 다 올라가면 우측에 간이 주차장이 있고 이곳부터 몇 분 정도만 숲길을 걸어 들어가면 된다. 몰운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그렇게 빼어난 것은 아니다. 다만 소나무아래 반상처럼 놓여진 너럭바위 위에서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자면 세상시름 다 잊혀진다. 이곳엔 몇 백년 된 노송이 있어 몰운대의 상징이었는데 이제는 고사목이 되어 하얀 목피에 주름살만 가득하다.

몰운대에서 내려다 본 풍경

몰운대 소나무와 바위

* 정암사

정선의 남동쪽 끝 고한읍에서 얼마 떨어지 않은 곳에 정암사가 자리잡고 있다. 한국에는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5대적멸보궁이 있는데, 양산 통도사, 오대산 상원사, 설악산 봉정암(鳳頂庵), 사자산 법흥사 그리고 이곳 정선 정암사의 적멸보궁이다.

정암사는 도로 변에 접하고 있지만 워낙 외진 곳이라 주변에 다른 건물 하나 보이지 않고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일주문을 들어서서 왼쪽으로 오르면 육화정사, 요사채, 관음전 등이 있는데 건물들이 제법 큰 편이다. 옆에는 조그만 개울이 하나 흐르고 있는데 1급수에서만 산다는 천연기념물 열목어 서식처이다. 열목어를 구경하려고 한참을 들여다 보았으나 아무래도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것 같았다.

정암사 적멸보궁

개울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적멸보궁과 수마노탑으로 향할 수 있다. 적멸보궁 주위는 단정하게 조경을 해놓았지만 건물 자체는 소박하고 옛스런 분위기를 띠고 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있는 수마노탑에 가는 길은 가파른 오르막 계단길이다. 여름에 가게 되면 땀깨나 흘리게 되는데, 수마노탑을 향하는 길이라는 생각에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고행으로 여겨봄직하다. 수마노탑은 마노석을 벽돌처럼 깍아서 세운 모전석탑인데다가 비교적 최근에 해체복원되었기 때문에 번듯번듯하게 보인다. 보이는 것은 산 뿐이고, 들리는 것은 바람소리 뿐인 산 중턱. 으슥한 느낌이 들 것 같으면 장대한 수마노탑은 보디가드가 되고, 외로운 생각이 들 것 같으면 탑에 매달린 풍경이 흔들리며 말을 건네준다.

정암사 수마노탑

3. 가는 길

서울 등지에서 승용차로 여량이나 정선읍으로 간다면 영동고속도로 진부IC에서 나와 59번 국도를 타고 정선방면을 향한다. 59번 국도를 타고 가는 길은 오대천을 끼고 있어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정선군에 들어서면 길 옆에 있는 백석폭포도 눈요기감을 제공한다. 백석폭포는 물길을 돌려 만든 인공폭포이지만 120m가 넘는 길이의 장관을 연출하고 있으므로 잠시 차에서 내려 구경할만한 가치가 있다(주차장 있음). 백석폭포를 조금 지나면 나전 삼거리가 나오는데 좌측길을 택하면 아우라지(여량)으로 향하고 우측길로 가면 정선읍이다. 여량까지 와서 여량대교를 건너면 여량역이 있고 역 부근에 옥산장여관이 있다. 간판이 높이 있어서 찾기 쉽다. 나전 삼거리에서 정선읍으로 향하다 보면 반점치라는 고개가 있는데 고개 정상부근에서 내려다본 전망이『나의문화유산답사기』 2권 표지 그림이다.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라는 이 책의 부제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으면 차에서 내려 조망해 보는 것도 좋다.

백석폭포

여량이나 정선읍을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기차나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서울에서 기차를 이용한다면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중앙-태백선을 타고 증산역에서 내린다음 정선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증산가는 기차는 하루 8회 있지만 증산에서 정선까지는 운행하는 기차는 하루 두 번 밖에 없으므로, 청량리에서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출발하는 기차 중 하나를 타는 것이 좋다. 증산역에서 내려 10-20분 정도 대기하고 정선으로 향하는 기차로 갈아타면, 정선역을 거쳐 아우라지역까지 갈 수 있다. 청량리에서 정선까지는 4시간 40분, 아우라지까지는 5시간 정도 소요된다. 기차요금은 평일 12,600원. 버스는 동서울에서 정선까지 오전 7시10분부터 오후 6시55분까지 약 1시간 간격으로 하루 11회 운행하며, 강릉, 원주, 춘천에서도 정선까지 오는 버스가 있다. 정선에서 하루 10회정도 운행하는 시내버스로 여량까지 갈 수 있다.

서울에서 가리왕산 회동리까지 승용차로 갈 경우 평창쪽에서 42번 국도를 통해 비행기재터널을 통과해 방법이 있다. 비행기재 터널을 나와 10분 정도 더 간후 424번 지방도로로 좌회전해서 올라가면 용탄, 회동리, 가리왕산 휴양림이 차례로 나온다. 이것은 정선읍을 거치지 않고 가는 방법이고, 정선쪽에서 가려면 반대로 정선읍에서 42번국도를 타고 평창방면으로 향한다. 정선읍에서 조금 가다보면 솔치고개를 넘게 되는데 솔치고개는 처녀귀신 상습출몰지역이므로 야간 통행에 주의해야 한다. 고개를 넘으면 우측으로 424번 지방도로가 나온다. 정선에서 회동리까지 버스가 하루 8회 운행되고 20분 정도 소요된다.

화암8경은 정선읍에서 사북방면으로 59번 국도를 타고 가다 석공예단지 삼거리에서 좌회전해서 424번 지방도를 타고 가면 화암동굴, 화암약수, 소금강, 몰운대 등을 차례로 거치게 된다. 대중교통 이용은 정선읍에서 하루 1회 운행하는 동면 방면 버스를 타고 각각의 장소에서 내리면 된다. 버스 요금은 2000원 미만이고 정선읍에서 화암동굴까지 소요시간은 30분정도이다.

정암사는 화암8경을 거쳐 계속 가면 사북 고한읍에 올 수 있다. 화암8경을 들르지 않을 경우에는 정선읍에서 59번→38번 국도를 이용하면 더 빠르지만 그래도 1시간이상 걸리는 먼 거리이다. 고한읍에서 갈래초등학교 부근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414번 지방도를 타고 조금만 가면 정암사이다. 대중교통은 정선에서 고한까지 버스가 하루 7회 운행된다. 정선의 다른 곳과 함께 여행할 일정이 아니라면 정암사는 정선읍을 거쳐갈 필요가 없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고한까지 1시간 30분 간격으로 버스가 운행되고 청량리에서 고한까지 기차도 하루 6회 운행된다. 고한에서 정암사까지는 하루 7회 운행되는 시내버스를 이용하거나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1시간 30분 정도 걸어서 갈 수도 있다.

4. 먹을 곳

 옥산장 여관에서는 음식도 사먹을 수 있다. 된장찌개백반 5천원, 감자옹심이 5천원, 황기백숙3만원, 감자전 3천원.

또 화암 약수 부근의 <고향식당>은 곤드레밥으로 유명하고 정선읍내의 <동트는 농가>는 각종 콩요리로 유명한 곳이라 한다.

5. 잠잘 곳

 옥산장 여관은 평일 2인실 2만5천원, 4인실 3만원이고 주말과 여름 성수기에는 5천원이 추가된다. 여량에는 옥산장여관 외에도 여관이나 민박이 몇 군데 더 있다. 가리왕산 회동리에는 우선 가리왕산 휴양림을 이용할 수 있다. 숙박료는 산림청 휴양림 이용료에 준한다. 5인실 4만4천원, 7인실 5만5천원, 10인실 8만원. 가리왕산 휴양림외에도 회동리에는 갈왕산장 등 숙박할 곳이 꽤 된다. 화암동굴 주변에 여관이나 민박 등 숙박업소가 몇 군데 있고, 소금강을 따라 민박집이 더러 있으나 비수기 때도 숙박을 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정암사 주위엔 숙박할 곳이 없으므로 고한읍내에서 숙박을 해결해야 한다.

6. 예상경비

교통수단과 인원, 식사방법 등에 따라 변수가 많다. 우선 1인이 대중교통으로 위에서 소개한 곳을 2박3일일정으로 모두 여행할 경우를 기준으로 삼아 대략 산출해 보면, 

교통비 : 왕복기차요금 25200 + 정선 시내버스요금 20000 = 약 45000원

식비 : 5000원씩 7식 = 약 35000원

숙박비 : 2박 = 약 60000원

입장료 : 가리왕산, 자전거, 아우라지 줄배, 화암약수, 화암동굴 등 = 약 10000원

기타잡비 : 약 30000원

합계 : 약 180,000원

여기서 2인이상이 동행할 경우 숙박료는 나누기 인원수 + 인원추가요금이 되겠다. 밥을 해먹을 경우 그만큼 식비 부담은 줄어들 것이다. 승용차를 이용한다면 교통비 대신 기름값과 통행료를 계산해야 한다. 두 명 정도의 인원이 절약하면서 여행한다면 1인부담 10만원 이내도 가능할 것이다.

[유토피아]

풍부한 정선의 자료들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