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청원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1차 기행을 다녀오다~~

[캔디여왕]

 2018년 청주청원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1차- ‘고궁에서 삶을 철학하다’ 기행

                                 ◆ 일시 : 2018. 6. 26(화)

      ◆ 장소 : 창경궁, 의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지난 6월 청주청원도서관에서는 인문학 향연이 펼쳐졌다.

‘<몸과 인생> 몸! 제대로 보고, 제대로 쓰기’라는 큰 주제로 12일과 19일에 고미숙, 오창희 선생님의 강의가 있었다. 그리고 26일에는 김해숙 선생님과 함께 ‘고궁에서 삶을 철학하다’ 기행이 있었다.

기행 당일 장맛비가 내려서 살짝 걱정했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아침 8시 40분 대형버스를 타고 창경궁으로 출발했다. 물과 약간의 간식, 고궁의 주인이었던 왕들의 이야기까지 선물로 받았다.

창경궁의 처음 이름은 수강궁이었다. 세종대왕이 아버지 태종(이방원)을 편안히 모시기 위해 지은 것이다. 하지만 성종 때부터는 궁궐의 안주인들이 거처하게 되면서 부족한 전각들을 짓고 명칭도 창경궁으로 바꾸었다.

                                     

11시 30분쯤 창경궁에 도착했다. 비는 여전히 내렸다. 창경궁 해설사 선생님과 함께 궁궐 이곳저곳을 거닐며 이곳에서 있었던 역사이야기를 들었다.

문정전 처마 밑에서 굵어진 빗줄기를 피해 잠시 쉬었다. 그 옛날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어갔던 곳이 이곳 문정전 앞마당이었단다. 파란만장한 역사의 현장에 서 있자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들을 죽게 하는 아비의 심정, 살려 달라 애원하는 사도세자의 울부짐, 그걸 보고도 어떻게 할 수 없어 숨죽여 울고만 있었을 혜경궁 홍씨와 어린 정조. 지금 내리는 비는 이들의 슬픔을 말해주는 듯하다. 어디 그뿐인가. 창경궁의 슬픈 이야기는 인현왕후와 장희빈도 있고 무엇보다 창경원으로 된 이야기가 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은 궁궐에 있는 전각을 부숴버리고 동물원과 식물원, 연못를 만들었다. 연못에 배를 띄우고 사람들이 호랑이, 코끼리 같은 동물들을 보러 오게끔 했다. 더 이상 왕실의 위엄은 찾을 수 없고 유원지가 되어버린 창경궁. 이름도 창경원으로 바뀌었다. 1984년 창경궁이라는 이름을 다시 되찾았다. 하지만 50대인 내게는 아직도 ‘창경원’이라는 이름이 더 기억에 남아있다.

집복헌은 사도세자와 그의 손자인 순조가 태어난 곳이다. 영춘헌은 사도세자, 정조, 순조의 생활공간이었다. 특히 영조는 이 집복헌과 영춘헌을 좋아했다고 한다. 아버지인 사도세자와 함께 책을 읽고 생활했던 추억이 있는 장소라서 그렇단다. 영춘헌은 정조가 승하한 장소이기도 하다. 해설을 듣기 전에는 한 나라의 임금이 이렇게 협소한 곳에서 살았나 싶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정을 그리워하며 살았을 정조를 생각하니 또 한 번 가슴이 먹먹해졌다.

<집복헌>

영춘헌과 집복헌 뒤로 울창한 나무들이 이었다. 조금 걷다보니 커다란 연못이 나왔다. 춘당지이다. 원래 춘당지는 작은 연못이 하나 있고 그 나머지 땅에서 임금님이 직접 소를 몰고 농사를 지었던 곳이다. 그런데 일본인들이 이곳에 연못을 크게 파고 보트를 띄워 유원지로 사용했다고 한다. 임금님은 매일 책만 읽고 있을 것 같은데 이렇게 직접 농사를 지었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백성들의 노고를 느껴보려는 임금님의 마음이 느껴져 괜히 내 마음이 뿌듯해졌다.^^

이것으로 오전 일정을 마쳤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근처에 있는 서울대학교병원의 의학박물관을 견학했다.

의학박물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병원 건물인 대한의원 2층에 자리하고 있다. 고종황제의 명으로 설립된 근대식 국립병원이라고 한다. 여기서 잠깐 퀴즈!!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국립병원은 무엇일까요?

제중원~~

빨간 벽돌과 시계탑, 서양 건물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근대식 건물이었다.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경복궁 안에 있는 국립고궁박물관이었다. 이곳에서 태조와 철종의 초상화, 왕실 의복, 순종황제의 어차 등을 보았다. 오전부터 빗길을 걸어서인지 다리가 아팠다. 그래서 고궁박물관에서는 창피함도 잊고 철퍼덕 바닥에 앉아 해설을 들었다.

                                      

기행을 마무리하며 김해숙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이 세상이 태평성대 할 때는 소통 될 때이다”

임금과 중전이 통(通)해야 자식을 낳을 수 있고, 임금과 백성이 통해야 나라가 태평하고, 나의 몸과 정신이 통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또 우리의 일과 사건, 감정도 시작, 펼침, 마무리라는 순환이 있을 때 소통된다고 할 수 있다.

순환하지 못하고 어느 한 지점에 머물러 있게 된다면 그 끝이 어떨지... 오늘 보고 들은 역사의 현장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어떤 삶을 살까? 어떻게 죽을까?를 생각한다면 지금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체크해 보아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