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벤치마크 분석 : 성공의 규칙을 찾아라!
한국에서 보기 드물게 크리에이터(쇼러너 Show-Runner)로서 발굴을 재능과 역량을 발휘해 왔던 한 연출감독은 새로운 작품을 시작할 때 두 가지를 꼭 지킨다고 한다. 하나는, ‘내가 생각한 스토리 아이템이 기존에 어떤 작품을 통해서 어떻게 다루어졌는지?’를 검토(벤치마크)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로버트 맥기의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원제: STORY)>를 읽으며 초심을 다지는 일이다.
그 감독의 성품도 존경할 만 하지만, 내가 그 감독을 존경하는 핵심적인 이유이다. 그의 고백을 듣고 내가 물어 보았다. “그러면, 만약 내가 생각한 스토리 아이템를 유사하게 다룬 작품이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 그의 답변이 이랬다. “그러면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몰라도, 기존에 유사 작품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내가 최초로 찾아낸 것이라기보다, 오히려 많은 선배 창작자들이 스토리로 다룰만한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판정했다는 뜻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endif]-->나는 이 연출감독만큼 좌뇌적 창작방법을 통해 우뇌적 창작역량을 성장시킨 창작자를 본 적이 없다. 작은 TV드라마에서 큰 TV드라마로, 한걸음 더 나아가 영화에 이르기까지 입지전적으로 성장을 거듭해 나가고 있다. 그의 겸손함과 성실함이 존경스럽고, 그의 혁혁한 성공이 다른 어떤 것보다 빛나 보이는 이유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로맨스(로맨틱 코미디) 장르 스토리의 규칙을 외우고 있을 정도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악연으로 만난 남녀>가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서로를 이해하며 정들어 가다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랑하지만> <치명적인 삼각관계나 시련에 봉착해 이별의 위기를 겪다가> <결국 다시 만나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는 스토리이다. 너무나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점점 갈수록 로맨스 장르 스토리를 메인 플롯(장르)으로 다루는 스토리가 줄어들거나 힘을 잃어간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면 어떨까?
<귀여운 여인(Pretty Woman), 1990>을 분석해 보았다.
이 영화 스토리의 분석을 예로 들면, 서로의 신분 또는 능력, 직업 또는 가치관의 차이가 선명하고 상반될수록 스토리의 극성과 기대감은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신분과 능력이 높은 사람(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스토리에서는 남자)이 신분과 능력이 낮은 사람(여자)의 환경으로 먼저 내려와 서로 엮이게 된다. 그러나 여자(신분과 능력이 낮은 사람)의 가치관을 통해 남자(신분과 능력이 높은 사람)가 안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면서 남자의 변화가 먼저 시작된다. 짧게 언급했지만, 좀 더 깊이있는 분석을 통해서 좀 더 깊은 교훈을 얻을 수 있고, 나아가 새로운 스토리 아이템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얻게 된다.
- 식인괴수나 재난, 살인마에 맞서서 생존을 위해 또는 체포나 복수를 위해 싸우는 스릴러 장르의 스토리에서는 식인괴수나 재난, 살인마가 1막의 <도입 이벤트>에서 등장한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그것이 스릴러 장르를 보고 읽고 듣는 소비자의 흥미와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벗어나서 새로운 스토리구조를 짜려고 해서는 성공적인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없다. 불가능에 가까운 무모한 도전을 하려고 애쓰기보다, 장르의 규칙에 충실하면서 어떻게 새로움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게 올바른 도전이다.
- 벤치마크는 이런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단지 벤치마크 할 작품의 스토리를 들여다보고 정리하는 일만으로는 벤치마크라고 할 수 없다. 벤치마크 작업을 통해 특정한 장르나 주제를 어떻게 끌고 나가야 하는지, 어떤 정서와 규칙을 따라가야 소비자의 공감과 호응을 얻을 수 있는지 깊은 교훈을 얻고 나아가 새로운 스토리 아이템을 건져 올리는 단계로까지 올라서야 한다.
③ 결핍과 욕망의 상관구조(인과관계) : 우리 시대의 공감할 수 있는 결핍과 욕망을 정의하라!
<!--[endif]-->좀 더 많은 소비자의 마음과 발길을 끌어 들이고 담아내도록 <후크(Hook)>하는 스토리는 어떤 스토리인가?
모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세기의 사건도 중요하고, 재미난 이벤트로 가득 채우는 아이디어와 노력도 필요하고, 매력적인 주인공으로 하여금 함께 여정을 동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후크>는 우리 시대의 공감할 수 있는 결핍과 욕망을 담아내는 일이다. 그것은 주인공의 캐릭터와 상황을 셋팅하는 일임과 동시에, 스토리의 메인 사건에 대한 올바른 관점 또는 접근방법을 요구하는 일이기도 하다.
덧붙여 여기에는 새로움을 필요로 한다. 그 새로움이란, 우리 삶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새로운 관점과 접근방법을 제시하는 일이다. 그리고 유머는 스토리에 대한 일종의 메이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멋진 화장을 하고 성형을 해도 원판 불변의 법칙은 지켜진다>는 농담 같은 진담처럼, 가장 중요한 <원판>은 새로운 가치와 관점으로 우리 시대의 공감할 수 있는 결핍과 욕망을 정의하고, 그 상관구조(인과관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무엇이 우리 시대의 공감할 수 있는 결핍과 욕망인가? 그런 스토리 아이템은 어떤 것인가? 를 여기에서 제시하거나 설명할 수 없다. 다만, 창작자가 정의한 결핍과 욕망이 타당하고 적절한가? 그리고 새롭고 흥미로운가? 를 검토하고 판단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할 수 있을 뿐이다. 앞에서도 계속 강조한 바 있지만, 스토리구조(플롯)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일은 스토리 기획창작의 처음이자 끝이라 할 만큼 중요하고 또 중요하다.
나는 앞에서 <결핍과 욕망의 상관구조(인과관계)>를 <7번방의 선물, 2012>의 사례 등을 통해 예시(설명)를 한 바 있는데, 거기에서 <결핍과 욕망의 상관구조(인과관계)>를 정리하는 양식을 아래와 같이 제시해 주었다. 이 양식을 가지고 활용하면 되지만, 중요한 것은 주인공의 즉자적 결핍이 2막의 스토리를 구성하고, 즉자적 결핍의 근본 원인 또는 가장 근본적인 결핍, 즉 대자적 결핍이 3막 이후의 스토리를 구성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작성 형식만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endif]-->참고로 이 작업은 창작자 스스로 선명해지고 만족스럽게 느낄 때까지 몇 차례 반복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 정리된 양식으로 모니터링 등 제3자의 검토를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OK 사인을 받는다면, 앞으로 큰 틀에서 스토리가 이리저리 수정 변경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④ 캐릭터 셋팅과 스토리 맵핑 : 10개의 캐릭터를 셋업하라!!!
- 앞에서 <스토리 프로필>과 <마인드 맵> 그리고 <벤치마크> 작업을 하나의 묶음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스토리 아이템의 검토와 결정에 이르는 과정을 설명한 바 있는데, <캐릭터 셋업>과 <스토리 맵>의 관계도 그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묶음으로 생각해도 된다. 왜냐하면, 10개의 캐릭터를 셋팅하는 작업이 그저 인물에 이름과 직업을 붙이는 수준의 작업이 아니고, 전체 스토리의 흐름에서 어떻게 역할하고 작용할 것인지를 구축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캐릭터 셋업>과 <스토리 맵>은 동전의 양면처럼 움직여 나가야 할 작업들이다.
- <캐릭터 셋업>과 관련해서는 앞서서 설명했듯이 적어도 메인 캐릭터의 경우에는 <에니어그램(Ennergram)>을 통해 캐릭터들의 아이덴터티를 일관성있게 구축하는 작업을 우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보통 창작자가 주인공을 포함해서 특정한 역할을 하는 인물들을 처음 떠올릴 때에는 대부분 단편적이고 인상적인 모습과 행동을 생각한다. 그렇게 계속 단편적이고 인상적인 모습만을 생각할 수는 없다. 스토리 속의 인물은 창작자에 의해서 태어난 자식과 같은 존재이지만, 부모의 품에서 떠난 자식이 늘 그러하듯이 그 스스로의 삶을 살아야 하는 존재이다. 부모가 자식의 어떤 모습과 행동을 보며 ‘어! 재가 언제 저렇게 컸지?’ 놀라듯이, 창작자가 만든 인물은 그 자신의 고유한 캐릭터를 갖추어야 한다.
- <에니어그램>을 전문적으로 다루려면 사실 많은 공부와 경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창작자가 에니어그램 전문가가 되려는 목적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기존에 정리되어 있는 에니어그램의 유형별 성격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인물들의 고유하면서도 일관성 있는 행동을 유지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내가 만든 인물의 캐릭터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거나 풍성하게 채우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에니어그램>의 유형별 성격에 관해서는 인터넷에 워낙 많이 게시되어 있으니까, 그것을 찾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자료가 될 것이다.
- <스토리 맵> 작업은 캐릭터, 현실적으로 스토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전체 스토리의 각 단계에서 어떤 행동(역할)을 하는지 설계하는 작업이다. 정리의 양식은 아래와 같다.
스토리구조(플롯)의 정의를 가로축에 두고, 세로축에 스토리 속 등장인물들을 적어둔다. 스토리의 전개과정에서 각 등장인물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키워드 형식으로 정리해간다. 마치 퍼즐게임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창작자들간에 공동으로 기획창작작업이 이루어질 때, 이 <스토리 맵>은 매우 유요한 소통과 공감의 도구가 될 것이다. 관념적이거나 개념적인 정의로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의 행동과 역할을 중심으로 실제적인 작업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주인공(프로타고니스트)과 적대자(안타고니스트)를 중심으로 먼저 스토리 맵을 채워놓은 후에, 기타 메인 인물 또는 조력자그룹에 있는 인물들의 스토리 맵을 채워놓는 순서를 지켜서 진행하면 된다.
⑤ 스토리 디자인 : 스토리 기획창작 작업의 마지막 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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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축은 <욕망의 레시피>에서 제시하는 스토리구조(플롯)의 시퀀스 정의를 기준으로 블록을 배치해 놓았다. <오프닝/프롤로그>에서부터 <전환점>까지의 전반부에 11개 블록, 그리고 3막과 4막에 11개 블록.. 총 22개 블록으로 구성해 놓았다. 필요에 따라 줄일 수도 있고 늘릴 수도 있는데, 20~24개 범위 밖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또한 각 블록별로 기(起)-승(承)-전(轉)-결(結)의 단락 구성을 해 놓았는데, 결국 22개 블록 X 기승전결의 4개 단락 = 88개 단락(씬)으로 만들어진다. 참고로 일반적인 상업영화의 씬은 88개 씬 내외로 구성된다.
- 구체적으로 4막 구조를 시퀀스 정의로 세분화한 20~24개의 블록과 각 블록별 기(起)-승(承)-전(轉)-결(結)의 단락을 채우는 작업이다. <스토리 디자인>을 소설적인 형태로 옮겨놓은 것이 <원천스토리>에 다름 아니다. <스토리 디자인>은 지금까지 진행해 온 기획창작 작업의 종점이자, 시장에 내놓을 상품으로서의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다. <스토리 디자인> 이후에 작업하게 될 <원천스토리>부터는 영화나 TV드라마이든 소설이나 웹툰, 공연 콘텐츠이든 특정한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작업이다. 우리가 자동차를 몰아 여행을 떠난다고 가정하면, 이제 여행 동선과 상세한 관람계획을 확정했다는 뜻이다.
- <스토리 디자인> 양식의 구성 단락의 수(88개 단락=씬)가 상업영화의 씬 수와 비슷하다는 점 때문에, 이 양식이 영화 스토리에 최적화된 양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 의도로 만든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틀린 것도 아니기 때문에 오해라고 할 수 없다. 다만, 영화 스토리에 국한하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양식이다. 예를 들어 웬만한 소설이나 TV드라마의 스토리도 이 <스토리 디자인> 양식에 맞춰 분석이 가능하고, 기획창작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여기에서 각 블록별 <기(起)-승(承)-전(轉)-결(結)>의 단락에 관한 설명이 등장한다. 영화나 소설 스토리에서도 가급적 이에 맞춰서 기획창작이 이루어지기를 바라지만, 사실상 TV드라마의 스토리에 매우 유용한 지침으로 활용될 수 있다. 2막과 3막을 1개의 블록씩 추가하면 총 24개의 블록이 형성되는데, 24부작 TV드라마의 형식을 기준으로 매 회 메인 플롯의 구성은 <기(起)-승(承)-전(轉)-결(結)>의 단락에 맞춰 설계되도록 짜면 된다.
앞에서 제시한 <스토리 디자인> 양식의 출발점이자 기준은 4막 구조의 구성인데, 아래의 개념을 늘 상기하자.
⑥ <원천 스토리>와 콘텐츠 제작 <!--[endif]-->
이상 설명한 스토리 기획창작의 일차적인 종점은 <원천 스토리 (Original Story)>이다. <원천 스토리>는 영화로도 TV드라마로도 소설이나 웹툰, 연극 등 공연 콘텐츠로도 뻗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스토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세 가지라고 할 수 있는데, (1)주인공(프로타고니스트)을 비롯한 캐릭터의 매력과 (2)스토리구조(플롯) 거기에 덧붙여 (3)메인 사건이다.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저작권의 침해 문제가 제기될 때,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어떤 창작자라도 멍청하게 (3)메인 사건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3)메인 사건은 스토리의 소재와 관련되는 내용이고, 극성이 강한 사건이라면 보통 사회적 이슈가 되거나 역사적 사건인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에, (3)메인 사건 그 자체로는 현실적으로 저작권 침해의 요소가 크지 못할 것이다.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우선적으로 (2)스토리구조(플롯)이고 그 다음으로 (1)주인공을 비롯한 캐릭터의 매력 및 캐릭터 셋업이다. 의외로 (2)스토리구조(플롯)가 저작권 시비를 따지는데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3)메인 사건을 어떤 관점과 주제 또는 컨셉트로 접근하고 스토리로 다루는 것이 가장 매력도를 키울 수 있는지를 결정짓는 요소가 바로 (2)스토리구조(플롯)이기 때문이다. 또한 (2)스토리구조(플롯), 즉 <결핍과 욕망의 상관구조(인과관계)>는 주인공의 캐릭터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가장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결정 요소가 되는 것이다.
물론 <원천 스토리>가 특정한 콘텐츠 제작을 목적으로 기획창작될 경우가 적지 않다. <원천 스토리>는 몇 가지 형식으로 작성되는데, (1)5~10쪽으로 작성되는 시놉시스 (2)30~50쪽으로 작성되는 영화나 공연(연극/뮤지컬) 등의 트리트먼트 또는 TV드라마의 회별 시놉시스 등이다. 아예 소설 콘텐츠를 목적으로 바로 소설의 형태로 작성될 경우도 있다. 특정한 콘텐츠를 제작할 때에는 <원천 스토리>를 극본(스크립트 Script)의 형태로 발전시키게 된다. 영어에서도 TV드라마의 스크립트를 텔레플레이(Teleplay)라고 하고, 영화의 스크립트를 시나리오(Scenario) 또는 스크린플레이(Screenplay)라고 하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TV드라마의 대본과 영화의 시나리오, 연극 또는 뮤지컬의 극본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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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은 창작을 도와주는 도구일 뿐
나는 <욕망의 레시피>에 기초한 여러 가지 창작지원도구(양식)를 마련해서 공유하고 있다. 두 가지 원칙을 가지고 만들었는데, 가능한 사용하기 편하게 만드는 것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나는 한 눈에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처음 스토리 아이디어를 아무리 길어도 3쪽을 넘지 않게 정리하라고 충고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창작자가 자신이 창작한 스토리 속에 들어가 있으면, 그 고유한 매력과 차별성, 반대로 약점과 단점을 보기가 쉽지 않다. 한 눈에 보는 것은, 자신의 스토리를 스스로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중요하다.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지만, 이 이상의 최선을 찾기가 어려웠다.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향후 스토리 기획창작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도 있다는 염두 때문에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프로그램이기는 하지만, 그 어떤 문서작성 프로그램도 엑셀 프로그램 이상으로 문서작성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기가 어렵다. 엑셀 프로그램을 사용할 일이 없었던 창작자들 입장에서는 사용하기 불편한 프로그램인 것은 분명하다. 여러 차례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파워포인트로 한두 개 양식을 옮겨놓기는 했지만, 이 또한 사용해본 경험이 없는 창작자들에게는 여전히 사용하기 불편한 프로그램인 것은 분명하다. 잠깐 생각해보면, 많은 신인창작자들이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TV드라마 기획안이나 영화 트리트먼트 양식을 요청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 양식 또한 단지 일반적인 아래한글 프로그램으로 작성되어 있다는 점 외에는 쉽고 편하게 작성할 수 있는 형식은 아니다. 어떤 형식과 양식이든지 익숙해지는 데에는 그에 상응한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팁을 준다면, 내가 엑셀 프로그램이나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으로 작성하도록 만든 양식들은 스토리 기획창작을 위한 지원 도구일 뿐, 도구 자체가 원칙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왜 이런 양식을 만들었을까? 만든 동기와 의도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특정한 양식을 만든 동기와 의도를 이해한다면, 그 자체만으로 스토리 기획창작의 방법을 체득하게 되고, 창작자 자신이 조금이라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문서작성 프로그램으로 (비록 한계가 있더라도) 변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창작자는 엑셀 문서파일로 제공한 양식을 자신이 평상시 애용하는 아래한글 문서에서 제목항목들을 옮겨 깔끔하게 작성한 것을 경탄스럽게 본 경험이 있다. 비록 한 눈에 볼 수 있는 형식은 아니었지만, 내가 설명하고 제공한 양식의 취지와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기에 무척이나 흥미롭게 보았다. 창작자의 창의력은 스토리 기획창작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이 창작자의 창의력에 내가 자극받아 파워포인트 문서로 <결핍과 욕망의 상관구조(인과관계)>를 만들 수 있었다.
이처럼 형식은 내용(창의력)을 위해 도와주는 도구일 뿐, 창의력을 구속하거나 억압해서는 안 된다. 내가 제공하는 양식에 익숙해지면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점은 확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양식이 창의력을 구속하거나 억압하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니, 양식에 너무 구애받지 말고 왜 이런 양식을 만들었는지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 스토리 기획창작 실전가이드|작성자 욕망의 레시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