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기 9차 숩작품 종합(4월 23일 용)

한국수필문학관 아카데미 8기-9차(2018년 4월 23일 용)수강생 습작품 1. 고3이 영의정 벼슬이라 할지라도 /변미순 대가족인 우리 집에서 고3이 수학능력시험 입시장 갈 때 응원은 조금 특별하다. 첫째가 처음으로 수능 치러 가는 날이었다. 고3이 출발하려 2층에서 내려오니 한 장 한 장 밟고 가라며 이모부가 붓으로 “최선을 다했으니 걱정 마” 적어놓았다. 그 아이는 답으로 “감동이고 고맙습니다. 하바뫼(우리 대가족명칭)짱”이라고 화이트보드에 적고 시험장으로 갔다. 넷째 시험날에는 “산에는 산삼이 있고, 바다에는 해삼이 있고 집에는 고삼이 있다. 그러나 우리 집에는 없다. 당차고 밝고 힘차며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꼭지만 있다. 파이팅!” 이라고 크게 적어 두었다. 다섯째 시험날에는 언니 4명이 함께 시험장에 데려다 주며 안고, 등을 쓰다듬고, 헹가래를 멋지게 해 주었단다. 아파트 아래층에 고3이 있다면 윗 층은 절간처럼 조용해야 한다. 집에 고3이 있으면 텔레비전은 켤 수 없고 설거지도 세탁기도 아이가 등교했을 때 한단다. 고3이 있으면 부모도 같이 고3이 되어 외부 활동은 거의 하지 않는단다. 아이의 동선에 차량지원, 영양공급에 매진, 아이의 집중을 위해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도록 부모형제는 자중 또 자중한단다. 딸이 고3이라 아비가 동창회에 못나온다고 연락이 오기도 했다. 영화 보는 것을 좋아했다. 아이들이랑 같이 영화를 보려 고3이 야간 자습하는 학교 앞에 가서 조퇴하기를 종용하여 같이 영화 보러 다녔다. 어느 해는 연구 사업 때문에 일본 북해도 갈 일이 생겼는데 아이들과 같이 가고 싶었다. 사비를 털어 가자 하고보니 고2, 고3이었다. 부모동행 학습 관련 서류를 만들어 내니 고3이 꼭 가야하느냐고 선생님이 말리셨단다. 고3이 도대체 무슨 큰 벼슬인가, 아니면 무슨 큰 불치병이라도 되는지 알 수 없다. 엄마랑 함께 여행도 가주고, 영화도 보고, 서로 읽은 책을 추천해주는 사이였다. 난 두 딸과 지내는 다정한 모습을 개인 카페에 올려 놓곤 하였다. 그러면 쌍둥이 딸을 가진 한 선배는 학교일정에 파묻혀 사는 아이에게 권해보지도 못했다며 나의 용기를 칭찬하시었다. 이게 용기인가? 그러고 보니 그 선배님의 두 따님은 아주 공부를 잘하는 군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그러고 보니 딱히 우수한 성적군은 아니었네. 하지만 대학생활 중에는 모두 우수 장학생으로 졸업한 군이고, 하고픈 일과 연계된 곳에서는 약진하며 지낸다. 진학, 취업, 직장이라는 전쟁 속에서도 순탄하고, 그 만족도는 모두가 높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행복은 내 가슴 속에서 찾아내면 누구나에게 있는 것이다. 행복하려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어릴 때부터 다림질을 잘하는 딸아이에게 세탁소가 천직일지도 모른다고 했었다. 가정에서 쓰는 플라스틱 작은 절구에 마늘 빻기를 좋아하던 꼬마 딸아이의 꿈은 요리사이기도 하였다. 무조건 공부를 잘 하라고 해 본적이 없었다. 아이들은 엄마가 공부하라는 소리를 안 해서 1등은 못해봤다고 하였다. 그러나 무엇을 하면 기분이 좋은지 찾아보라고 했고, 그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하라고 했을 뿐이다. 딸아이는 중학교 다닐 때 친구들에게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은지, 장래 꿈이 무엇인지 물었는데 아무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며 묻는 딸아이는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 받았단다. 부모가 되어서 왜 스스로 생각하고, 찾아보고, 그 중에서 선택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가 묻고 싶다. 지난 해 늦봄, 우리는 고3인 장손을 데리고 가족 전체가 제주도 3박 4일 여행을 다녀왔고, 2층 계단의 한쪽 벽면을 인화한 사진들로 도배를 하였다. 그곳은 계단 갤러리라고 부르는 곳이다. 집에 손님이 방문하면 그곳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는 명소가 되기도 한다. 어쩜 이렇게 모두가 파안대소하듯 밝을 수 있는지 우리는 여행을 하고서야 알았다. 대가족의 위대한 사랑은 함께라서 행복하고 함께라서 더 성장한다는 것을 알았다. 어느 해 어버이날 새벽, 이른 출근을 하는 막내 남동생이 “누나, 히야 빨리 나와 봐라~” 고함을 질렀다. 주택 옥상에 큰 현수막이 걸렸다. “어버이 은혜 감사드립니다. 부모님 매일 아끼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영이 올림이라고 적혀있었다. 보는 어른들은 감동되어 울먹였고, 지금도 그 이야기 하면 눈시울이 젖는다. 우리집 고3은 이런 사랑스런 아이다. 겁이 많은 아이가 한밤에 옥상에 올라가서 현수막 줄 고정하느라 혼 줄이 났다며 아무도 모르게 이벤트 한 아이는 그 해의 멋진 공주였다. 고3을 왕처럼 모시는 것은 성적이 인생의 목표, 달성점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부모들의 잘못된 육아와 교육관이다. 고3은 인생살이 중 한해일 뿐이고, 그 해의 충실함뿐만 아니라 매 순간 성실하고 진실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한다. 고3에 대한 유난스러움과 야단스러움보다 아이의 인생 통째 바른 가족애가 자리 잡아 가고, 사랑 가득한 성장이 더 소중함을 아이도 그 부모도 알았으면 좋겠다.     2. 문자소통 / 서인수 수화로 말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청(聽) 인과 어떻게 의사소통할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농(聾)인은 농(聾) 문화에대한 차이점이 많음을 인식하고 수화를 기초부터 배워보았습니다. 수화는 말소리를 잘 알아들어도 발음을 제대로 못하는 언어장애인도 있었습니다. 발음 제대로 못하는 부분을 수화로 표시하는 것입니다. 수화를 못하는농(聾)인은 청(聽)인들이 웃으면서 말소리 하는 내용을 한마디라도 들어보려고 입놀림을 뚫어져라 주시해봅니다. 말하는 내용이 토막 나니 이해하는 것은 1%도 되지 않습니다. 후천적 중증 청각장애인은 농(聾)인이므로 귀머거리임을감안하고 문자로 타이핑을 해줘야 청강할 수 있어 의사소통하는 보람을 느낍니다. 이제는 수화가 많이 보급되었지만 자유롭게 표현하고 대화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농아(聾啞) 인과 대화하려면 수화는 반드시 배워야 의사소통을 할 수가 있습니다. 수화로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후천적 귀머거리는 강연회나 좌담회 내용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니 바보처럼 가만히 앉아 있는 경우가 태반이라 피해도 발생됩니다.귀머거리는 말소리 알아 듣지 못하니 노트북으로 문자통역해야 의사소통을 합니다. 의사소통은 대인관계에 큰 비중을 차지함으로 재미가 있으면 하하하 웃게됩니다. 시선 집중해 들어오는 정보가 뇌리에 자극받으면 교감신경에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강의들을 수 있으면 날마다 행복한 하루가 시작되어 얼굴 표정이 활짝 펴집니다.내 몸체에 신경세포는 천군만마처럼 들어 있음을 명심하고 하는 일이 재미있게 되도록 신명 나게 만들어 가면 심신건강도 덩달아 재미있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심신건강을 항상 행복한 마음으로 즐겁게 만들어 가면 스트레스를 뽑아내게 되고, 건강하게 심성을 가꾸어갈 수 있어 수화보다 재미있는 문자로 전달하게 됩니다. 수화 못하는 중증 청각장애로 불편한 경우가 많아도 예술 혼을 배워가니 타인을 도와줄 수도 있어 희희낙락하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종사하는 일에 행사, 행동이 서툴러도 맡은 일은 책임을 지고 완수해가니 디지털 시대에 동행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문명은 양자역학과 양극 전자가 근간이 되었기 때문에 발전하고 있습니다. 농(聾)인은 기본적으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와도 함께 웃지도 못하니 재미가 없어 말하는 솜씨 닦기 위해서 문장 구절을 읽어보고 수시로 3분 스피치 훈련을 합니다. 농(聾)인은 눈치가 빨라서 시각이 민감하여 취미생활로 극치를 자각하고 있습니다.(극치는 더 이상 형태로 쪼갤 수 없는 음(-)/양(+)의 energy만 남는 것을 말한다.)농(聾)인이 말소리와 수화를 공부하고 훈련하면 민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필자가 어떻게 어느 시기에 말을 잘하게 되었을까 인터넷덕분에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수화를 중급까지 배워보니 지화(指話)와 병용하면서 사용해야 내용을 알아듣게 됩니다. 내용을 모르면 필기로 통역해야 소통하는 입장이라 중간지대에 있습니다. 수화는 농아인의 전용 언어이지만 농(聾)인에게도 대화하는데 필요한 수단이라서 사용해 보는 것인데 초급부터 고급반까지 배워야 의미를 제대로 전달받게 됩니다.이것이 곧바로 의식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차례 집약된 정보를 토대로 결합시키고 유추하면서 여과 처리된 뒤에야 비로소 인식해가기 때문이라 봅니다.1989년도에 하와이를 관광하니 엄지와 새끼손가락으로 손 흔들어‘알로하’ 하면서 인사를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수화가 왠지 반가웠습니다. 그해 말경에 눈이 오는 대관령을 산행한 후 국내에서 무의식적으로 엄지, 검지, 새끼손가락으로 인사하는 습관이 들었습니다. 친구와 사진도 찍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내가 하는 의미를 자세히 알아보니 "I LOVE YOU“ 미국식 수화로 표출되고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필자도 일정기간 수화를 배웠으나 재미있게 대화할 할 수 없어 문자통역이 훨씬 좋았습니다. 수화로강의를 듣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젊은이에게 타이핑을 받으니 훨씬 이해하기가 좋았습니다. 와이파이 설치된 지역은 스마트 폰 글상자에 문자가 자유롭게 소통되니 새로운 친구도 사귈 수도 있어 외로움에 벗어났습니다. 수화를 못하여도 스마트 폰에 문자와 영상이 뜨니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화합을 도모할 수 있어 종사하는 일에 재미가 붙어 왕따도 벗어났습니다. 하나로 화합이되어 가족 구성원으로 함께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내용은 반드시 이메일이나 문자로 전달해야 의사소통하는데 차질이 없게 됩니다.일상생활에 생각하고 느낀 것을 문자로 표현하고 기술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구분, 구별해가니 사물 바라볼 때 들어오는 느낌이 바로 전달되어 신명이났던 것입니다. 신명 나게 생활하니 울적하던 마음도 심성을 명랑하게 조절, 조정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농아인협회와 속기사협회에 타이핑 도움이를 지원받아 행복하게 공부합니다. 건축 경기가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전공한 건축설계 업무를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어려울 때 수시로 도와주는청(聽)인 후배들이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소규모 건축이라도 컴퓨터로 설계하며문자로 감리 일을 추진하니 이해하는 손님이 생겼습니다. 인터넷시대를 만난 덕분에 스마트 폰으로 답변되니 천만다행입니다. 필자는 건축사라는 특수한 자격시험에 귀머거리로는 최초로 합격했습니다. 스마트 폰으로 영업한 덕분에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건축사 협회에서 산행도 하니 인생을 함께 즐기면서 행복한 삶으로 살고 있습니다. 보청기 사용해도 대화가 잘 되지 않으면 스마트 폰글상자에 문자로 타이핑해 소통합니다.       3. 대구 필살기 /임성희   30대가 끝나갈 무렵  아이들과 함께 서울에서 대구로 이사를 했다.1980년 남편이 대구로 직장을 먼저 옮기면서 나는 일 년 동안 서울을 떠나지 않았다. 당시 서울을 제외한 모든곳은 시골이라고 생각이 들던 때라 아이들 교육도 그렇고  낯선 곳이라 더욱 망서려 졌다. 그런데  주위사람들이 더 부추켰다.  대구라는 곳이  제일 덥고 보수 성향에  지방색이 강해서 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커가는 아이들에게 남편의 빈자리가 너무도 커보였다.  결국 가족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나는 주저없이 대구로 향했다. 그렇게 처음 도착한 대구는 봄인듯 여름인 듯한 계절이었다.서구 평리동에 자리한 5층 건물에는 10가구가 살고 있었다. 맨 위층이 우리가 사는 집이었다. 위에서 바라다 본 주위는 황량하고 쓸쓸했다. 여기 저기 빈 공터에는 새로 지은 작은 한옥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위층이라서 사람을 볼 수도 만날 수도 없는 하루하루가 지루하고 답답했다. 저녁이면 골목마다 일을 끝내고 가는 사람들이 취객으로 돌변해서 격한 소리로 동네가 시끌 버끌했다. '여기는 싸우는 사람들이 왜 이리 많지?' 하면서도 사람소리가 그다지 싫지 않았다. 찬걸이도  사고 사람들도 볼겸 동네시장을  나갔다. 생선값을 물어 보고는 신선도가 의심이 나서 그냥 나왔더니 “사지도 않을 거며 와 물어보노” 싸우듯 소리지르는 사투리에 돌아서든 나는  너무 놀라워 경끼가 날 정도였다. 그 날 이후 울름증으로 바깥출입은 거의 않했다. 어쩌다가 시장에 나가면 내가 살 물건도 값을 묻기가 두려워 옆에 사는 사람이 돈을 내면 따라서 냈다.  어느 날 남편에게  다시 서울로  가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남편은 “생각해 보자”는 말로 여운을 남겼다.집 안에 음악소리 라도 듣기위해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피아노도 들여놓았다. 적응하기 위한 힘든 시간속에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나면서 광주학생사건으로 나라가 혼란스럽기도 했으며 미국이 사람을 달에 착륙시켰다는 세계적인 뉴스도 함께하며  1년이란 시간이 흘러갔다. 1982년 9월 새로 지은 광명아파트에 입주하게 되었다. 5층에서 너무 외로워 외로워 못살겠던 경험으로 1층을 분양 받았다. 아이들이 하루 종일 들락거리니 아 얘 문을 열어놓고 살았다. 위층사람들이 들여다보기도 하고 쉬었다 가기도 했다. 또래 엄마들의 수다방이 되고 잡담방이 되었다. 때론 하루 생활의 계획이 무너질때도 많았지만 사람을 사귀는 일이 나에겐 더 중요했다. 항상 걱정해 주던 올케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으니 옷가게를 내보지 않겠냐고 했다. 그 방면에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지에서 셀러리맨의 고충을 알아주는 올케가 고마워서 쾌히 승락했다. 장소는 아줌마들이 모이는 우리 집 문간방으로 정했다. 부담 없는 자리로 자연스럽게 옷을 걸어놓고 팔기 시작했다. 서울은 유행이 시작되는 곳이다. 당시에는 서울유행을 대구사람들은 즉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이 입어서 좋다고 생각되어야 하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시간도 걸렸다. 주 고객은 예술분야를 전공하는 선생님들이었다. 어떤 옷 이든 소화해 내고 빠른 반응이 좋아서 손해를 보고도 팔았다. 돈을 버는 일보다 사람만나는 일이 좋고 얘기가 재미있어 즐거웠다. 그러나 일 년 뒤 장사는 빚만지고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옷 종류가 많은 백화점이 가깝게 있다는 것과  또한 서울을 자주 왕래해야 하는 불편함으로 힘들고 지치기도 했었다. “조신하게 살림만을 하라”며 일체의 경제권을 남편이 뺏어갔다. 한 번의 실수가 평생을 좌우할 줄 이야. 지금껏 경제권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그 때는 사람을 얻은 것으로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여유의 시간이 생기자 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동네에서 테니스 라켓을 매고 가는 남편 친구의 부인이 너무도 멋있어 보였다. 다음날로 당장 운동장을 찾아가 레슨을 신청했다. 아이들을 유치원과 학교에 보내곤 매일 운동장으로 뛰어갔다. 건전한 운동에 건강한 사람들과의 하루는 삶의 활력소였다.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고 베푸는 일이  재미와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나는 테니스의 매력에 푹 빠져서  20년을 즐겼다. 부부가 오랫 동안 함께 하기위해서는 주고받는 연습이 필요하다. 공을 잘 치는 사람이 못 치는 사람에게 맞추어 쳐 준다면 렐리는 오랫동안 계속된다. 결혼생활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요즈음 우리 테니스 선수 '정현'의 모습이 바로 그 주고 받고를 오랫동안 했기 때문에 실력으로 모습으로 당당함을 보여준 것이다. 필살기의 2차도 멋진 사람들을 사귀는데 성공적이었다. 사람이 재산이 되었다. 내 주위에 아는 사람이 많은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80년대 차가 그리 많지 않은 때다. 어느 날 거리에서 아름다운 광경을 보았다. 옆 차선에 차가 한 대도 없는데 한 차선에만 차의 행렬이 끝이 없었다. 좌회전 신호를 받기위해 기다리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눈에 비춰졌다. 교통법규를 지키는 모습은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운전하는 사람들까지 교양과 인격을 갖춘 사람들로 생각이 들면서 바로 다음날 운전학원에 등록을 했다. 학원에서 필기시험과 실기는 늘 꼴찌였다. 옆집아줌마가 “필기시험에 떨어지면 요강물에 머리를 박으라”는 말을 듣고는 눈이 떠있는 순간은 필기공부에 낮과 밤이 없었다. 시험을 보는 날 남편은 하루에 3가지 모두 합격하면 빨간 티코를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불합격 될 것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날 열 명 가운데 2명만이 통과의 빵빠레를 울렸다. 그 중 한명이 나였다. 늦게 까지 합격강의를 듣고 남편에게 합격의 영광을 알리기 위해 전화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는데 한 아줌마가 아이를 업고 울상을 하며 전화박스에서 나오고 있었다. 이유를 물었다. “남편에게, 또 떨어 졌어요.” 하니까 우리 아저씨가 “나가서 뒈지라고(죽으라고) 하네요.” 그러고 보니 신청서 용지가 모두 수입인지로 덮여 있었다. “아줌마 1종은 어려워요. 나는 2종이라 쉬웠어요. 경험이 많아서 다음에 합격하면 도로연수를 안 해도 되겠네요. " 아줌마의 겸연쩍은 표정, 죄스러워 하는 마음, 뒤에서 웃는 아가의 모습이 왜 그리도 예쁘고 사랑스럽던지 순수함의 극치였다. 그때까지 보아온 대구 아줌마였다. '다르다'는 것은  매력이다. 매력에 빠지다 보니 어느 듯  내 인생 반 년이 구름처럼 흘러갔다.  이제 대구는 제2의 고향이다.  우직하면서  사려 깊고  정이란 무엇인가를 알게 해 준 사람들, 빠르지도 급하지 않으며 서두르지 않아서 더 좋다. 나이라는 이름의 여자라서. 거리에 벚꽃이 사랑스럽다. 대구에 첫발을 들였을 때도 이 맘때 쯤이었던 것 같다.  계절이 가기 전 눈꽃 날리는 거리를 거닐어 보련다. 35년 전 그날을 추억하면서.     4. 자전 /이춘실   출생내가 태어난 곳은  평북 신의주다. 주소는 모르겠지만 집 주위에 넓은 밭이 있었다는 기억이 난다. 네 번째로 태어난 나는 막내가 누리는 기쁨이 7 년만에 날아갔다. 진짜 막내 남동생이 태어난 것이다. 식구들의 관심은 동생에게로 쏠려 나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명절이면 언니와 난 색동 저고리를 입었던 기억도 있다. 유년  5ㅡ10세 무렵어느날 아버지는 가족을 모아 놓고  평양으로 가게 되었다고 하셨다. 경영하시던 철공소는  큰오빠에게 맡기고 5 남매중 어린 나와 동생을 데리고 평양 산정현 교회에 부임하셨다.  채 2년이 되기 전에 6,25 사변이 터졌다. 우리 가족도 피난길에 올랐다. 몇일을 힘들게 걸었을때 기적이 일어났다. 신의주에 있어야 할 작은오빠를 만나게 된 것이었다. 큰오빠는 잡혀갔고 날마다 작은 오빠를 괴롭히는 인민군 손에서 빼내기위해 할머니는 인민군 손에 죽는 것보다 아버지 어머니를 찾아가는 것이 더 났다 하시며, 사나 죽으나 주님의 뜻에 달려있다고 오빠를 재촉하셨단다.피난가는 기차 지붕위에 우리 디섯 식구는 끈으로 서로를 묶었다. 드디어 부산 시립병원 근처 피난민 수용소에 짐을 풀었다. 더 생생한 기억은 피난민들 속에서 교우들을 만나 텐트를 치고 예배드리던 기억이다.      20살 무렵그 때의 일들은 더 이상 알고 싶지도 기억하고 싶지도 않았다. 세월이 흘러 9,28 수복이 되어 서울로 오게 되었다. 어느 교회 사택으로 제대로 된 방에 들게 되었다. 미리 약조 되었던 것 같았다. 오빠는 주간에는 공장에 다니면서 야간 성동 고등학교를 다녔다. 어렵게  공부한 오빠가 서울대학 정치학과에 입학한 날 아버지는 덩실덩실 춤까지 추셨다.호사다마라고, 아버지는 많은 기쁨들을 남겨두고 식구들, 교우들과 하직하셨다. 오랫동안 병을 치료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서른 무렵교회보다는 세속에 물들어 살던 나는 어머니 마음에 늘 걱정거리었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 한국인이 아닌 것에 몹시 괴로워 하셨다. 어머니는 여기저기 선 자리를 만들었다.예쁘지 못한 나를 복스럽다는 그를 아주 좋아했지만, 그래도 한번은 괞찮아 보이는 상대인 것같아 선 자리에 나가기로 했다는 나를 그는 만나기로 한 다방문 앞까지 바래다주며 "미쓰리 꼭 좋은사람 만나길 바란다며 등을 밀어 주었다. 먼저 와 있던 상대는 내가 주눅들만큼 멋있어 보였다. 엉겹결에 꼬고 앉았던 다리도 내리고 얌전하게 자세를 바로 했다. 커피가 놓여지자 상대는 티스픈으로 커파를 젓고나서 톡톡 털더니 그 작은 티스픈을 입으로 쪽 삘았다. 순간 너무 꼴불견이어서 냉큼 일어섰다.그 길로 나는 그에게로 달려갔다." 나 아무데도 못갈 것 같아요"  하고 속삭였다. 그는 매우 기뻐했다. 나는 스물일곱에 서른두살된 그와 결혼했다. 기쁜 기억은, 교회 목사님도 교수님도 못해 주겠다는 주례를 그때 가장 유명한 나운영 자곡가께서 해주셨고 유명한 메조쏘프라노 유경손 선생님께서 축가를 불러주신 것이다.  마흔 무렵무역회사 간부였던 남편은 공장없이 천을 수출하는 오파상을 차려 시패했다. 지금과는 달리 그때는 한국 국적이 아닌 그는 취직이 쉽지 않았다. 목마른놈이 샘 판다고 나는 정말 목 말랐다. 다행스럽게도 처음으로 손을 댄 식당업이 잘 되었다. 남편은 경제 전공이라 금전 관리를 잘 했다. 우리는 봉덕동에 2층 양옥을 샀다. 병약한 둘째도 점점 회복되어 가고 있는 것도 큰 기쁨이었다. 쉰 무렵일에 바빠 잘 챙겨 주지도 못했는데 큰 아들은 경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그후의 과정도 제대로 밟아 제 갈 길을 잘 가고 있음에 고맙기 그지없다. 이쁜 며느리와 함께 두 손자도 늠늠하게 잘 커가고 있음도 감사하다. 날이 갈수록 더 깊고 넓게 가족을 위하는 남편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5.  찾았다 / 김치주   서른한 살 구월이었다. 살고 있던 집을 팔았다. 작은아이를 업고 부동산 중개업소에 몇 군데 다녔다. 한 필지 끊어 둔 것이 없고 큰 덩어리가 많았다. 가진 돈에 맞추어 땅을 사는 것이 쉽지 않았다. 어쩔 수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였다. 뒷집 아주머니를 만났다. “땅 사러 다닙니까?” 하며 잘 알고 있는 지인이 땅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팔 땅이 있는지 물어보고 오겠다며 황급히 뛰어가더니 땅주인이라며 함께 나왔다. 땅을 보여 주겠다 하여 뒤따라갔더니 시장으로 지나는 길에 파를 많이 심어둔 땅이었다. 평소에 오가며 좋은 땅이라 생각했다. 그분이 계약만하면 곧바로 분할 측량해서 한 필지를 팔겠다하여 ‘금상첨아를’ 얻은 것 같아 땅주인 집으로 따라 들어갔다. 계약금을 주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10일후 중도금을 가지고 갔다. “아직 분할측량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신청을 했으니 곧 나올 것이니 걱정하지마세요” 라고 했다. 그럼 중도금은 측량한 후에 건너겠다고 했더니 편할 대로하라는 것이다. 매일 측량을 하기를 기다려도 하지 않아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땅 지적등본을 떼어서 등기소 에 가서 열람을 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 명의로 되어있었다. 그 사람 집으로 찾아갔다. 열람한 것을 보여주었다. “친구의 땅이지만 팔아줄려고 했지만 팔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거짓말하는 사람한테 어떤 말도하기도싫고 사람을 믿었던 내가 잘못 했다는 생각이 들어 계약금을 내어 줄것을 요구했다. 황당하기도 의자를 붙여서 준다며 몇개월만 쓰자고 했다. 춥기 전에 아이들과 들어가야 된다고 했다. 아침마다 계약금을 받겠다고 찾아갔다. 사정사정하며 두 달 만에 받아 내었다.다음날 잘 알고 있는 부동산 사무실로 찾아갔다. 집을 팔았다며 돈에 맞추어 땅을 찾아달라고 했다.한 필지가 있다고 해서 땅을 둘러보았더니 위치와 가진 돈과 적절한 땅이었다. 우선 지주이름과 지번을 적어서 열람을 했다. 등기 되어있는 사람과 일치했다. 땅주인 김씨와 계약서를 쓰고 건축을 하루빨리 착공해야 된다며 중대금과 잔대금을 함께 드릴 터이니 이전등기도 동시에 넘겨 줄 것을 부탁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건축 자재상에 둘러보았다. 먼저 구입하기 어려운 자재부터선수금을 주고 계약을 했다. 10여일이 지났다. 중도금을 가지고 부동산 사무실에 들어갔다. 박씨 혼자 앉아있었다. 땅주인 김씨가 없었다. 우선 중도금을 받고 영수증을써줄 것을 부탁했지만 박 씨는 모른다고 했다. 어쩔 수없이 집으로 돌아 왔다. 다음날에도 중도금을 다시 가져갔더니 김씨는 없었다. 박 씨는 자기가 할 수 없다며 말을 되풀이했다. 집으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보 니 아마도 사단이 난 것 같았다. 옛말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걱정이 되었다. 친구를 불렀다. 작은아이를 업고 손에는 녹음기를 들고 친구와 함께 부동산 사무실로 들어갔다. 앉아있는 박씨 앞에 “오늘은 장금 치러야 할 날입니다." 라고하며 중도금 장금까지 돈을 모두 책상 앞에 놓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명학하게 했으니 김씨가 돌아오거든 연락을 해주세요." 하며 녹음기에 담아 친구와 돌아왔다. 며칠 후 연락을 받고 부동산 사무실로 갔다. 김씨가 이제 와서 자기 땅이 아니라고 한다. 너무 놀라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건축 자재 값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어 선수금을 주고 등기만 넘어오면 착공을 한다고 기다렸는데 자기 땅을 벌써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고 한다. 소유권 등기는 넘기지 않고 팔아 달라는 부탁을 받고 계약서를 썼다는 것이다. “계약서를 섰으면,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명심 하셔야지요" 옥신각신 하는 중 박씨가 어디인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잠시 후 남자 세 사람이 들어왔다. 김씨가 그 사람들 에게 이제 당신들이 해결하라고 했다. 그 중 한사람이 “등기 넘겨드리세요!”라고 했다. “못 넘겨준다.” 자기네들 끼리 난리가 아니었다. 김 씨가 세 사람들께 당신들은 탈세를 해서 이 덕을 챙겼으니 그간 땅값이 많이 올랐으니 값을 배상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하면 등기를 넘겨주겠다고 했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나 역시 당신네들 네 사람 때문에 공사는 이렇게 늦어지고 있는데 사과 한마디 없이 싸우기만 하네요!"“김씨 당신은 땅을 팔았는데 땅주인 대행하여 계약서를 썼으니 계약 위반입니다. 세 사람 당신들은 세금 법 위반입니다. 나에게는 자재값 선수금 배상과 여러 날 늦어졌으니 손해배상 해주 세요!" 라고 했다. 그런데 김씨와 세 사람이 못해준다며 마음대로 하라는 말을 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여자라고 무시하느냐고 자재 값 선수금 영수증과 여태까지 녹음한 것을 틀어주었다.네 사람이 동시에 자재는 집 짓게 되면 사용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그 말에 언제까지 기다려야하느냐고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20일만 있으면 집도 비워야한다고 했다.집을 지어 완공 할 때 까지 월 셋방이라도 얻어 가야할 형편이라고 했다.생각 같으면 자재 값 월 셋방 까지 얻어달라고 하고 싶지만 서로가 인연이아니라 자재 값만 보상받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많은 일들을 감례 했을까?    6. 자전 연보 쓰기 /최경희- 그때,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출생나는 60년대 초 경남 울주군의 100호쯤 되는 꽤 큰 전형적인 농촌마을에서 태어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거기서 태어났다고 한다. 위로 22살 터울의 큰 오빠와 20살 터울 언니, 오빠2, 오빠3, 오빠4와의 가족 구성원(6남매)을 이루게 되었다. 한 마디로 나의 유년은 외로움을 키우는 시기였다. 결혼, 직장, 군대, 학업 등의 제각각 짐들을 둘러메고 언니, 오빠들은 집을 떠나고 없었다.선한 얼굴 가득히 세월의 주름살을 녹차 밭 인양 일궈놓은 엄마 아부지는 재 너머 사래긴 밭에다 호적을 아예 옮겨 가셨고, 5세~10대를 온통 외로움으로 빚은 나의 눈사람들이 진시황의 병정들보다 많을 즈음으로 나의 유년을 기억한다. 20살 무렵허리 21인치얼굴 깨끗한 처제, 피부 유리알 같은 처제불면 날아갈까~ 쥐면 거품처럼 꺼질까~   이 표현은 사촌 형부들(작은집에 6공주)이 당시 나에게 붙여준 별칭이다. 내가 25살이 되면 중매하겠다고 6형부들이 각자 그렇게 생각했는데 웬걸!! 느닷없이 뜬금없이 예고도 없이 갑자기 결혼을 하더란다. 나의 20대 초반은 ‘세상이 모두 나를 위해 존재 하는구나~ ’하는 출처 없는 자신감에 잠시 살았던 때이기도 하다. 지금도 오빠 넷의 친구들과 6형부는 세월흐름의 실감을 나를 잣대로 삼고 있다. 그런 관계로 나는 나의 삶을 좀 더 의미 있게 살아야하는 작지만 귀여운 책임감으로 살고 있다.  서른 무렵 어릴 적 꿈을 이룬 시기라고 감히 정의 한다~ ㅎㅎ. 그 꿈이란 것이, 이를테면 초등학교 당시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 늘 그렇듯이 혼자 덩그마니 외로움의 눈사람을 굴리던 때였다.“나는 빨리 시집가서 예쁜 아이 두 명을 낳아서 같이 놀 것이다‘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봄날 우물가(나중에 이 우물에 빠져 생사를 오간적도 있는)에 노랗게 핀 작은 꽃그늘에서 꽃 따며 놀다가 장닭에게 쪼여 도망쳐 들어간 정지(부엌)에서 외로움과 무서움에 떨면서 다짐했던 그 꿈을~~ 나의 서른은 두 아이와 함께 얼마나 행복했는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시쳇말로 입이 귀에 걸려있음을 느낀다. 매주 토요일이면 아이들과 소풍을 갔고, 돌아오는 길은 예쁜 추억으로 늘 풍요로웠다. 그러다 아파트 앞에 다다르면 ‘현관문을 열면 나와 또 같은 모습을 한 사람이 자기가 엄마라고 하면 나는 어떻게 나를 입증하지???? 무슨 수로, 내가 나라는 걸 누가 믿어줄까?’ 이런 희한한 걱정을 수시로 하며 살던 때이다.  마흔 무렵동네 새마을 부녀회 등등에서 10년 째 봉사활동을 하면서 마음도 육체도 고단한 이웃들을 보며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가~ ’를 가슴 한 귀퉁이에 죄책감처럼 가지고 살던 때이다.무뚝뚝하고 일만 하시던 아버지에게서 살가운 정을 느껴보지 못하고 자란 내게 <지아비 부, 아비 부> 2개의 부정을 댓가 없이 준 남편, 그런 남편의 무릎은 언제나 내 전용 방석이었다. 그 당시 무릎에 앉아서 혀 짧은 소리로 ‘당신 옆에 요렇게 이뿌게하고 오래 오래 있을게~~~’를 밥 먹듯 하던 우리 부부에게 셋째가 등장했다. 그야말로 깜놀이었다. 이어 우리를 찾아 와준 아이에게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맞이했다. 나의 마흔의 시계바늘은 늦둥이 셋째에게로만 맞춰져 있었다.  쉰 무렵 예상치 못한 경제적 고비가 우리 가족을 찾아왔다. 이 달갑지 않은 손님을 어떻게 대우해야할지 학습한 적도 없고 대처 요령도 없는 무방비 상태로 맞이 한 손님. 남편 무릎위에 앉아 이쁜 모습으로 살겠다던 내가 원하지 않았던 세상의 문을 열게 되었다. 유일한 친구는 까만 선글라스, 까만색 선글라스 뒤에 숨어서 울고 또 울었다. 그러나 숨은 보물찾기라도 하는 듯 그 곳에도 웃음이 살고 있었고, 희망이라는 두 글자도 숨어 있었고, 또 다른 사랑의 몸짓도, 진정한 인간냄새도 향유할 수 있었다. 나는 그것을 찾으려 노력했고, 또 노력한다.       7. 유자차 한 잔의행복 / 문영옥   무엇을 쓸어가려는지 겨울바람이 기세등등하게 휘몰아 불 때면, 유자차 한 잔이 우리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사르르 녹여준다.  그래서 추운 겨울이면 따뜻한 유자차 한잔이 생각난다.  유자차를 입속으로 조심스레 땡기면 혀끝의 촉각을 통해 입안가득 상큼함에 기분까지 향긋해진다. 건강에도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유자는 장보고란 상인에 의해서 우리나라에 전해지게 되었다. 장보고가 당나라에 갔을때 어떤 상인에게 유자를 선물로 받았다고 한다.  가지고 오던중 배가 풍랑을 만나 도포자락 속에 넣어온 유자가 으스러 졌다고 한다. 배는 지금의 남해지역에 당도했고 그때 으께어진 유자의 씨앗이 땅에 뿌려지면서 유자가 퍼졌다고 한다. 육지에는 소 한마리가 자식들의 대학 등록금을 해결해 주었다면,남해에는 유자 한 그루가 대학 등록금을 댈수있을 만큼 수익을 올린다고해서 "대학나무"로 불려질 정도였다고 한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우리나라에 전해져서 건강과 생활에 도움이되듯이,나에게도 유자차 한잔의 행복을 느끼게 해준 일이 있었다,  오랜 감기로 나의 심신은 나약해졌다, 마트에서 계산하는 일을 하고 있었기때문에,말을 많이 해야한다. 그래서 목 관리 만큼은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  하지만 아픔은 내가 맞이하고 싶지않아도,몸속을 비집고 들어와 한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바깥 세상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병원 저병원 을 다녀도 몸은 나아지질 않았다.  아무리 약을 먹어도 내 몸속에 한자리를 차지한 그는 요지 부동 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의지마져 꺾어려 들었다. 그에게 모든걸 내어주지 않으려고 발버둥 첬지만 자신도 모르게 나의 심신은 조금씩 꺾여가고 있었다. 아프면서도 일을하는 모습을 안타까워 하시면서 손님은 가방속을 찾기 시작했다.  약을 꺼내서 내가 먹어보니 잘낫더라고,이약먹고 빨리 나으라고 말을 하면서 주었다. 따뜻한 쌍화탕,생강차,유자차를 사주시는 분도 있었다.  집에서 생강을 저며서 꿀에 재어놓은것도 가져다 주었다.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손님들이  고맙고 감사했다 .할머니 한분은 신문지로 싸서 슬거머니 마무말 하지말라는 무언의 표정을지으면서 건네주시길래 펼쳐보니 화장품이었다. 선물로 받은건데 가지고 오셨다고 했다. 세살,네살짜리 남매를 키우는 애기엄마는 멸치와 풋고추 다진것을 볶아서 가지고와서 주는 것이었다. 아이 키우는 일도 힘들텐데 참으로 고마운 일이었다. 할아버지 한분은 늘 오시는 손님 이었다. 가죽 장갑을 가지고와서 맞는지 한번 껴보라고 하시길래 껴보니 딱 맞았다.  맞다고했더니 할아버지는 하라고 하고는 마트를 나가셨다. 내가 부담 스러울까봐 포장지를 떼고 주고 가셨던 것이다.  마트에 처음 일하러 왔을때 손님들은 관용이란 없었다. 조금만 실수를하거나 계산이 늦어져도,혹은 찾고있는 물건을 빨리 찾아주지 않아도,마트가 떠나갈 정도로 소리를 지르면서 당혹하게 했던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한번씩 그런일이 있으면 혼은 잠깐씩 가출을 하곤한다.  어떤 손님은  계산을 다하고 봉지에 한가득 담고 돈까지 받았는데 계산이 잘못된거 같다고해서 다시 부어서 계산을 했다. 다시부어서 하니까 돈 받얐다는 것을 깜박 잊고 다시 돈을 달라고 했더니 욕을 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항상 웃으면서 똑 같은 마음으로 손님들을 맞이했다. 까탈스러운 손님에게는 더 친절하게 대했다. 내마음이 전해져서인지, 마트가 떠나갈 정도로 소리를 지르던 손님들도 조용해졌으며, 아픈 나에게도 진심으로 걱정을 해주고 있는것이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진심으로 손님을 대했던 내 마음이 시간이 걸렸을뿐이지 전달이 되었던것 같았다.  걱정해주는 손님들의 마음도 모르고,내 몸 속의 한자리를 차지한 그는 떠날줄 몰랐다. 더 크게 자리를 잡으면서 기침만 나는것이아니라 머리까지 푹푹 쑤시면서 아프니까 정말 고통스러웠다. 약을 먹으면 좀 덜하다 약기운이 떨어지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밀려와 힘들게 했다. 종합병원가서 검사를 했지만 이상은 없었다.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 했지만 그럴수가 없었다.빠듯하게 짜여져 일을 하는데 한 사람이 빠지면 있는 사람이 힘들다는걸 알기때문이다. 그래서 마음데로 쉴수도 없었다. 통증이란 친구는 참 재주가 좋았다. 평온하던 내 얼굴마져 자기가 하고싶은데로 밀가루 반죽을 주무르듯 하고 있었던 것이다. 퇴근해서 너무 아프니까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막내딸 방에가서 이블 뒤집어 쓰고 뭐가 그리도 서러운지 벼갯잇이 다젖도록 울고 또 울었다. 모든걸 놓아버리고 싶었다. 아픈 고통도 쉼없이 달리기만 하는 내 삶도 평온 해지리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잘근잘근 헤짚고 다녔다. 힘들다고 고통 스럽다고 죽는다면 이 세상을 누가 살아가겠는가. 손님들이 걱정해준 덕분인지몸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몸이 좀 나아갈 무렵 아침 출근길 버스안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되었다. 내가 힘들때 손님들이 진심으로 걱걱정하고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었는데, 난 무엇을 해드릴까 생각하게 되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머리속에 흘러온 그 무엇이 있었다 .날씨도 추우니까 유자청을 사놓고 바쁘지 않을 때 한잔씩 타드리면서 내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흘러 들어왔다. 출근해서 유자청 큰 병 한병을 샀다. 마트에 오시는 손님들을 유자차 한 잔씩 타드리니 얼굴에 행복의 꽃이 피었다. 손님들의 웃는 얼굴에 행복함이 묻어 있어서 내마음은 배로 행복했다. 베푸는 마음이야말로 세상의 가장 으뜸인 행복한 마음이 아닐까. 행복은 거창하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생각만 바꾸면 얼마든지 행복할 수가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가졌다면 과연 행복할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지금 가지고 있는것에 감사할줄 모르면 행복하지가 않다.현제 가지고 았는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내 자신이 건강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하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건강이 그만큼 허락을 하기 때문이다.  하루하루를 충만하게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갈 것이다. 한겨울의 한파에도 유자차 한잔이 내 마음을 이렇게 행복하게 해주지 않았는가. 유자차 한 잔을 전하다보니 추운 겨울의 날씨에도 내마음은 따뜻함과 행복감으로 가득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