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지 않는 꽃 제 55회 / 이헌 조미경
긴 비행으로 피로가 누적이 되었는지 출국심사대에 서있으니 다리가 아프다.
장거리 비행을 위해서는 가장 편안한 옷과 신발을 신어 육체의
피로를 줄이는 것이 관건인데, 해숙은 가장 화려한 날 평생에 단 한번 하루를 위해
지상에서 가장 화려한 차림을 하고 싶었다.
순백의 드레스를 벗고 신행 예복을 입은 해숙의 모습은 어느 영화 속 여배우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반짝이가 화려하게 수놓은 성장에 머리에는 망사를 얹은 모자를 쓰고 비행기 트랩을 밟았다.
해숙의 모습을 본 외국인 승무원들들도 모두 아름답다를 연발하는데 얼른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해숙의 입에서는 오로지 땡큐 이 한마디만 반복이 되었다.
여자들의 평생의 로망 아름답다는 찬사만큼 기분 좋은 것이 또 있을까...
키가 커 보이는 아찔한 킬 힐을 신은 해숙은 많은 신부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마음껏 드러 내었다.
김포 국제공항에서도 단연 해숙의 외모가 다른 여행객들에게 좋은 구경거리를 선사했다.
"어머 축하드려요."
"오늘 결혼하셨나 봐요."
"신랑님과 신부님 아주 천생연분 같아요."
연택은 자신과 해숙을 칭찬하는 말에 답례 인사를 하느라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오늘 결혼했습니다."
사람들은 해숙과 연택에게 결혼 축하 인사를 건넸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일 누군가의 칭찬을 받는 일은 항상 설렘이 있다.
해숙은 결혼식을 하고 공항으로 달려와 출국 심사를 하고 다시 비행기에 오르는 등 모든 게
긴장의 연속이었다. 연택이 비행기 안에서 영화 채널을 보도록 배려를 했지만 해숙은 피곤해서 담요를 덮고 잠을 청했다.
얼마쯤 잤을까, 이번에는 연택이 해숙을 깨운다. 기내식이 나오는데 밥을 먹을 것인지 아니면 빵을 먹을 것인지 물어온다.
해숙은 입안이 바짝 타는 것 같아 음료를 주문을 했다.
배는 고팠지만 식욕이 없다.
결혼식 내내 긴장을 해서 피로연에서도 음식을 전혀 입에 대지도 못한 해숙이었다.
평생 단 한번 하는 결혼식,
남들도 팽팽한 긴장감으로 혹여 실수를 할까 봐 우왕 청심환을 먹고 결혼식장에 선다는 날이다.
해숙이 잠을 자는 시간에도 비행기는 수천 미터 상공을 날으며 해숙이 꿈꾸던 곳을 향하여 밤새 비행을 했다.
연택은 무엇이 그리 신이 나는지 피곤한 기색도 없이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택과 해숙의 신혼여행지인 하와이 공항에 도착했다는 한국어가 들리자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해숙은 비행기 트랩에서 내리며 한국에서와 달리 공기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을 따라 걸으며 비로소 실감이 났다.
짐을 찾고 나서야 긴 여행의 피로감이 몰려오는 연택은 하품을 하기 시작한다.
해숙도 계속해서 하품이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우리 이제 어디로 가야 돼요?"
해숙은 연택에게 애교 섞인 말을 건넸다.
연택은 아무 걱정 말라는 듯이 앞장서서 이국의 공항을 걷는다.
두 사람은 현지 가이드를 따라 4박 5일간 묵을 호텔에 가는 버스를 탔다.
해숙의 눈에 비친 그곳은 마치 꿈을 꾸는 듯 모든 게 신 신기하게만 보였다.
사람들의 경쾌한 모습에서 삶의 여유가 보이고, 그들의 몸짓에서는 사랑만이 꽃이 필 것 같은 아름다운 향기가 피어났다.
호텔에 여장을 푼 해숙과 연택은 뜨거운 욕조에 몸을 담그며 여독을 풀었다.
해숙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연택이 와인과 치즈와 쿠기가 놓인 테이블로 안내를 한다.
해숙은 값비싼 와인과 치즈를 보며 눈이 휘둥그레진다.
"언제 룸서비스를 시킨 거야?"
"자기가 샤워하러 들어갔을 때 시켰지."
"어때 나 잘했지."
해숙은 연택의 세심한 배려에 또 한 번 감동을 했다.
"해숙 나와 결혼해 주어서 고마워, 앞으로 평생을 당신만을 사랑하며 살 거야."
맹세해 연택은 해숙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맹세를 했다.
그리고 어디서 구했는지 연택의 손에는 빨간 장미가 들려 있었다.
해숙은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려 하는 것을 겨우 참았다.
이렇게 자신을 사랑해 주는 남자에게 자신의 과거를 솔직하게 고백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연택의 마음을 알지만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는 끝까지 비밀을 안고 가고 싶은 해숙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애타는 가슴 하나 달랠 수 있다면 /
에밀리 디킨즈
애타는 가슴 하나 달랠 수 있다면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
한 생명의 아픔 덜어줄 수 있거나,
괴로움 하나 달래 줄 수 있다면,
헐떡이는 작은 새 한 마리 도와
둥지에 다시 넣어줄 수 있다면,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
연택은 에밀리 디킨즈의 시를 읊으며 사랑 고백을 했다.
연택이 와인을 따르자 방안 조명에 투명한 와인잔은 붉게 물들고, 두 사람이 서로를 응시하며
은은한 불빛이 일렁이며 동시에 해숙의 얼굴도 붉게 상기된다.
열린 커튼 사이로 바다에서 부는 미풍이 바다를 싣고 들어와 두 사람의 등을 비추는데,
해숙과 연택은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며 사랑에 엉켜서, 다른 세계에는 관심이 없다.
다음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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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고맙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