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중이 된 위소보 "아닙니다... 때릴 필요가 없습니다. 소인은 모조리... 기억해 냈습니 다." 군사가 종이와 붓을 가지고 왔다. 원의방은 즉시 명단을 쓰기 시작했 다. 위소보는 그가 한참이나 써도 다 쓰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귀찮은 생 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장강년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구술한 것을 사야(師爺)로 하여금 받아쓰도록 하시오." 그리고 원의방에게 호통을 내질렀다. "너는 사야에게 이야기하도록 해라. 한마디라도 거짓이 있다면 너의 목 을 자르겠다. 데려가거라." 두 명의 군관이 그를 끌고 나갔다. 위소보는 히죽히죽 웃으며 입을 열었다. "세 분 노형, 우리들은 이번에 운수대통하게 되었소. 이같이 커다란 반 역 사건을 적발하게 되었으니 우리 네 사람은 반드시 크게 벼슬이 오르 게 될 것이오." 장강년 등 세 사람은 놀람과 기쁨에 얽혔다. 조제현은 말했다. "이것은 모두 도통대인께서 명철하신 혜안과 영단을 내린 탓이지 속하 들이야 무슨 공로가 있겠습니까?" 위소보는 말했다. "목격한 사람에겐 모두 한몫씩 돌아가는 법이 아니겠소. 모든 사람에게 공로가 있기 마련이지요." 장강년은 말했다. "평서왕이 반란을 일으켰다고 말하는데 증거가 부족하지 않겠습니까?" "이 한떼의 왕옥산의 반적들이 반란을 일으키려고 하는 것은 결코 거짓 이 아니지. 그들이 북경에 가서 오삼계의 아들을 만나보고 다른 무슨 좋은 일을 해낼 수 있겠소?" "그 원가는 그들이 평서왕의 왕세자를 인질로 사로잡아서 평서왕이 반 란을 일으키도록 강요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평서왕은 아마도 사 전에 어떤 연락을 받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요?" "장형은 평서왕의 사람들과 빈번한 내왕을 갖고 있으니 그 안의 사정을 많이 알 것이 아니겠소? 만약 그들이 반란에 성공하게 되고 평서왕이 황제가 된다면...... 허허허!" 장강년은 그의 어조가 곱지 못한 것을 알고 깜짝 놀라 재빨리 말했다. "평서왕부의 사람들 가운데 저는 한 사람도 모릅니다. 도통대인 의...... 말씀이 옳습니다. 오삼계 그 녀석이...... 역모를 꾸몄으니 우리들은 즉시...... 즉시 황상에게 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세 분은 가셔서 사야와 상의를 하시오. 그리고 상소문은 어떻게 써야 할 것인지 의논을 하도록 하시오." 장강년 등 세 사람은 군중에서 서류를 담당하고 있는 사야로 하여금 상 소문을 쓰도록 하고 위소보에게 들려 주었다. 내용은 원의방이 말한 그 대로였다. 그리고 왕옥산 속에 있는 옛날 오삼계의 부하들의 명단도 그 뒤에 첨부해 놓고 있었다. 상소문에는 있는 말 없는 말을 보태서, 위소보가 낮에 반적을 발견하고 밤중에 군영 안에서 방비하지 않은 척 가장하여 그들이 습격을 해오도 록 유인을 해놓고 있었는데 반적들이 흉악하기 이를 데 없어서 위소보 는 무리를 이끌고 애써 싸웠을 뿐 아니라 군사들이 앞장을 서서 먼저 적의 괴수인 원의방을 사로잡아 역모를 적발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 고 어전시위 갈통 등 세 사람은 직무를 수행하다가 죽음을 당했으니 황 상께서는 은혜를 베푸시어 세 사람의 가족을 돌봐 주시라는 내용도 들 어 있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부참령과 장, 조 두 분의 시위께서 세운 공로도 몇 마디 적도록 하시 오." 부춘 등 세 사람은 크게 기뻐서 희색이 만면했다. 위소보는 다시 말했다. "다시 몇 마디 덧붙이도록 하시오. 우리가 14명이나 되는 반적을 모조 리 잡았으나 반적들은 그 누구도 실토하려고 하지 않았기에 내가 황상 께서 먼저 전수해 주신 책략에 의거하여, 일부러 18명의 반적을 석방한 이후에야 모든 역모를 분명히 알아냈다고 말씀드리도록 하시오." 세 사람은 일제히 말했다. "18명의 반적을 놔 준 것은 원래 황상께서 내리신 방책이십니까?" "그거야 물론이오. 이 어린 나이에 내가 어찌 그토록 총명하겠소? 만약 황상께서 선견지명을 지니고 계시지 않았다면 이 대역모를 어찌 알아낼 수 있었겠소?" 위소보가 말한 것은 얼마 전 강희가 그에게 오립신과 오표, 유일주 세 사람을 내보냄으로써 자객이 궁안으로 들어와 역적질을 하려했던 진상 을 밝히려는 사실을 두고 한 말이었다. 그런데 장강년 등은 왕옥파에서 공격해 올 일을 이미 황상께서 알고 계 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오삼계를 모함하는 것도 역시 황상께 서 먼저 그 뜻을 비춘 것이 틀림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대 부귀 공명이 자기들 머리 위에 떨어지게 되었는지라 모두 다 크게 기뻐했고 위소보에게 몇 번이나 그 은혜에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청나라 규칙에 의하면 장군이 출정함에 있어 만약 황제의 부르심을 받 지 않을 때는 함부로 되돌아 갈 수가 없었다. 위소보는 북경에서 불과 20리도 되지 않는 곳에 있었지만 그 스스로 궁으로 되돌아가 황제에게 친히 상주할 수 없었다. 즉시 두 명의 좌령과 열 명의 어전시위들에게 3백 명의 팔기병을 이끌고 상주케 했다. (이번에야말로 오삼계는 비참하게 되겠지? 목왕부는 우리 천지회와 겨 루자고 했다. 누가 먼저 오삼계를 쓰러뜨리는지 두고 보자고 했다. 내 가 오늘 두 분 사부에게 모두 큰공을 세우게 되었으니 천지회의 진사부 도 즐거워하시고 황제 사부 역시 기뻐하실거야.) 이튿날 위소보는 군사를 이끌고 천천히 남쪽으로 내려갔다. 정오 무렵, 두 명의 어전시위가 북경에서 쾌마로 쫓아와서 말했다. "황상께서 밀지를 내리셨습니다." 위소보는 크게 기뻐했다. 즉시 뭇시위들을 불렀다. 뭇시위들과 효기영 의 군관들을 불러 중군장에서 밀지를 받도록 했다. 그 밀지를 읽는 시위는 한중간에 서서 낭랑히 말했다. "효기영, 정황기 부도통 겸 어전시위 부총관 위소보는 들으시오. 짐은 그대가 소림사에 가서 일을 처리하라고 했지 중도에서 쓸데없는 일을 하라고 하지는 않았다. 소인의 터무니없는 말을 듣고 공신을 모함하다 니, 이같이 멋대로 일을 처리하니 어찌 한심하다고 하지 않을 수 있는 가? 그같이 터무니없이 떠드는 말들은 다시는 들먹이지 말라. 만약 한 마디 말이라도 누설한다면 모두 머리통을 들고 북경으로 돌아와 짐을 만나도록 하라." 위소보는 그 소리를 듣자 그만 등줄기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릴 지경이 었다. 그저 큰절을 하고 황상의 은혜에 감사한다는 말을 했다. 중군장 안의 모든 사람들은 얼굴이 창백하게 되었고 여간 부끄러워하지 않았 다. 춘부와 장강년 등은 달리 더 무슨 말을 하지 못했다. 속으로 어린 애가 터무니없는 짓을 한 것에 대해 황상께서 죄를 내리지 않는 것만 해도 잘 대해 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위소보의 기분이 매우 언 짢은 이때 옆에 있다간 핀잔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각기 인사 를 하고 나가버렸다. 그 밀지를 가지고 왔던 시위는 위소보의 곁으로 다가오더니 나직이 말 했다. "황상께서는 그대에게 모든 일을 조심하도록 분부하셨소이다." "네, 황상의 은전에 소신 위소보는 매우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그는 4백 냥의 은자를 꺼내 두 명의 시위에게 나누어 주었다. 시위 두 사람이 떠나간 후 그는 매우 답답했다. (설마 황상께서는 내가 오삼계를 모함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말인 가? 아니면 원의방 그 녀석이 북경에 들어가게 된 이후 다시 실토했던 바를 뒤집어엎고 내가 때려서 그런 말을 했다고 한 것일까? 아무래도 황제는 오삼계에게 너무 잘 대해 주는 것 같다. 오삼계를 쓰러뜨린다는 것은 쉬운 노릇이 아니로구나.) 해질 무렵이 되어 원의방을 압송해 갔던 시위와 효기영의 관병들이 달 려왔다. 이미 모두들 도박을 하는 것에 흥미를 잃게 되었다. 그리하여 길을 가는 동안 별로 할 일이 없었다. 며칠이 되지 않아 숭산 소림사에 이르게 되었다. 주지는 성지가 도달했다는 보고를 받고 뭇승려들을 데리고 산아래까지 내려와 위소보 일행을 접대하여 절 안으로 모셨다. 위소보는 성지를 꺼냈다. 그리고 장강년으로 하여금 읽게 했다. 그는 장황하게 많은 글을 읽게 했다. 좋은 일을 많이 해서 황실을 보좌한다 느니 숭악(嵩嶽)아래의 소실봉에 있는 풀잎마다 선로(仙露)가 맺혀 있 고 숲 위에는 부처님의 해가 떠오르며 뭇승려들을 밝혀 주신 대로 명철 한 승려가 나오더라는 말들이었다. 그런가 하면 소림사의 주지 회총(晦 聰)을 호국우성선사(護國佑聖禪師)에 임명하며 모든 오대산에서 공을 세운 승려들에게는 상을 내린다는 대목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 은 다음과 같았다. "이에 효기영, 정황기 부도통 겸 어전시위 부총관이자 짐이 내린 황마 괘를 입은 위소보를 발령하니 도첩(度牒) 법기(法器)를 하사하는 바이 니, 즉시 삭발시켜 드리시오." 앞의 점잖은 말들은 네 글자나 모아 한 구절로 만들고 있어 위소보는 들어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뒤의 한마디 말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는 얼굴빛이 크게 변하고 말았다. 황제가 그에 게 오대산으로 가서 화상이 되라고 한 것은 그가 응낙한 바 있었다. 그 러나 그는 소림사에서 삭발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이 성지는 그가 몸에 지니고 있었던 것이었지만 목적지에 이르기 전에 는 읽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닌가? 더군다나 본다 해도 그 가운데 무엇 이 씌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회총선사는 뭇승려들을 이끌고 황은에 보답하려고 했다. 뭇군관들은 포 상할 물건들을 나누어 주었다. 회총선사는 입을 열었다. "위대인이 황상을 대신해 출가를 하시니 이는 본사의 영광입니다." 그는 체도(剃刀)를 꺼내며 입을 열었다. "위대인께서는 황상 대신이니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 아니할수 없소. 설 사 노납이라 하더라도 감히 그대의 사부가 될 수 없소. 노납은 선사를 대신해 그대를 제자로 거두어들이겠소. 그대는 노납의 사제이며 법명은 회명(晦明)이오. 소림사의 승려들 중 회 자 항렬에 드는 사람은 그대와 노납 두 사람밖에 없소이다." 위소보는 일이 이렇게 되자 눈에 눈물을 머금고 꿇어앉아 삭발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회총선사는 먼저 체도를 가지고 그의 머리 위를 세 번 밀어 머리카락을 깍아 내렸다. 그러자 삭발을 해주는 승려가 나서더니 위소보의 머리카락, 그렇지 않아도 타서 듬성듬성해진 머리카락을 싹싹 밀어 대머리가 되도록 만들었다. 회총선사는 말했다. "속세의 영화는 옛날의 어두움이니 오늘에서 밝음을 찾으셨소이다." 그러더니 황제께서 하사하신 도첩을 꺼내 회명이란 두 글자를 그 도첩 안에 적어 넣었다. 그리고 위소보에게 꿇어앉아 여래에게 절을 하도록 했다. 뭇승려들은 일제히 불호를 외쳤다. 위소보는 속으로 여간 화가 나지 않아 욕을 퍼부었다. (이 늙은 중대가리! 18대 조상까지도 덕을 쌓지 못하고서 나의 머리카 락을 삭발하는구나! 당신이 한 번 아미타불이라고 말한다면 나는 속으 로 빌어먹어라 하고 욕지거리를 하겠다.) 그는 갑자기 설음이 복받쳐 올라 소리내어 통곡했다. 대전에 가득 서 있던 군관들은 모두 놀라 어리둥절해졌다. 뭇승려들은 불호를 외우며 그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위소보는 한참 울고나서야 눈물을 거두었다. "사제, 불사의 승려들은 지금 대각관회(大覺觀晦) 징정화엄(澄淨華嚴) 8자로 항렬을 삼고 있네. 본사의 관칭선사는 이미 28년전에 원적을 했 네. 절에 있는 징 자 항렬의 뭇승려들은 모두 그대의 사질이 되는 것이 라네." 그 즉시 뭇 승려들은 차례로 나가 인사를 했다. 그 가운데 징심, 징광, 징통 등은 모두 그와 상당한 교분이 있는 사이였다. 위소보는 백발이 은빛으로 물들어 있는 징 자 항렬의 노화상들이 모두 들 자기를 사숙으로 부르고 정 자 항렬 역시 적지 않은 화상들도 나이 가 무척 늙었는데도 놀랍게도 그 자신을 사숙조라 부르는 것을 보고 오 히려 재미있어 했다. 그런데 화 자 항렬의 뭇승려들도 3,40세는 되었 다. 그런데 그들은 인사를 할 때 놀랍게도 태사숙조(太師叔祖)라고 부 르지 않는가? 그만 참을 수 없어 그는 껄걸 소리내 웃었다. 뭇사람들은 아직 그의 얼굴에 눈물이 마르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소리내 웃는 것을 보고 웃음을 금치못했다. 강희가 어전시위와 효기영의 친병들을 소림사로 보낸 것은 원래 위소보 를 호송해서 삭발하여 출가시키는 데 그 뜻이 있었다. 그러나 황제 대 신이 어찌 흔히 있는 일이겠는가? 만약 이같이 크게 일을 벌이지 않는 다면 어찌 뭇승려들의 마음속에 이 일이 그토록 융성하고 중대는 일로 새겨지겠는가 말이다. 효기영의 참령인 춘부와 어전시위 조제현 그리고 장강년 등은 위소보에 게 작별을 고했다. 위소보는 3백 냥의 은자를 꺼내 장강년으로 하여금 산 아래서 민가를 빌어 쌍아가 거주하도록 했다. 소림사는 언제나 여시주를 안으로 들여놓지 않았기 때문에 쌍아가 남장 을 했다고는 하지만 달마원 십팔나한은 모두 쌍아가 위소보의 하녀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녀로 하여금 산 아래에서 기다리도록 한 것이 다. 위소보는 성지만 전하고 상으로 내린 물건들만 전해 주면 즉시 서 울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그가 소림사에서 출가하리라고 그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위소보는 황제의 대신이고 또한 회 자 항렬의 고승이니 절에서의 신분 은 존귀하기 이를 데 없었다. 방장은 한 채의 커다란 선방을 그에게 내 주었다. "사제께선 절안에서 자유롭게 행동하시오. 아침 저녁의 공부도 편리한 대로 하시오. 살생과 절도, 음란, 거짓말, 음주의 다섯 큰 계율 외의 나머지 작은 계율들은 지켜도 좋고 지키지 않아도 좋소이다." 이어서 그는 오계(五戒)라는 것이 무슨 뜻인가 설명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오계 가운데 거짓말이라는 일계는 나로서는 도저히 지킬 수가 없겠는 걸?) 그리하여 물었다. "노름은 끊지 않아도 됩니까?" 회총방장은 되물었다. "무슨 노름이오?" "돈을 걸고 따먹는 노름이외다." 회총은 빙그레 웃었다. "오대 계율 가운데는 노름을 금지하는 계율은 없소이다. 다른 사람은 지켜야 하겠지만 사제는 편리한 대로 하십시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제기랄! 나 혼자 지키지 않는다고 무슨 소용이 있담! 설마 하니 내가 나를 상대로 해서 도박을 한단 말인가?) 절에서 며칠을 지나게 되었는데 여간 무료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속 으로 생각했다. (소현자가 나에게 노황야를 시중들라고 해놓고서 이 소림사에서 출가토 록 할 줄 몰랐다. 그런데 언제쯤 오대산으로 가게 해줄까?) 이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는 발길 떨어지는 대로 나한당 밖으로 갔다. 이때 징통이 6명의 제자를 데리고 무술을 연마하고 있었다. 뭇승려들은 그가 다가가자 일제히 허리를 굽히고 절을 했다. 위소보는 손을 내저었다. "예를 차릴 것 없네. 그대들은 계속 무술을 연마하도록 하게." 그러나 징 자 항렬의 6명이 전개하는 권각법은 매우 정묘하고 은밀했 다. 손 씀씀이가 매서우면서도 민첩했다. 그리고는 대련을 하게 될 때 는 변화도 대단했다. 사숙조라는 자신과 견주어 볼 때 훨씬 고명한 편 이었다. 이는 징통이 지도를 하고 있었다. 이 한 대의 주먹은 강맹하기 는 하나 끈질긴 힘이 부족하다느니 또는 이 발길의 부위가 어느 정도 기울어졌으며 너무 높이 찼다느니 하는 말들이었는데 위소보는 전혀 알 아들을 수 없었다. 그는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자 몸을 돌려 그 자리 를 떠나려 했다.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종종 들은 것인데 소림사의 무공은 천하제일이라고 했다. 내가 절에 와서 화상이 된 지금 무공을 익히지 않는다면 얼마나 애석한 일인가?) 별안간 확연히 깨달은 바가 있었다. (아이쿠! 그렇구나. 해대부 늙은 폐병쟁이가 나에게 가르쳐 준 무공은 모두 가짜다. 아무 쓸모가 없다. 소현자가 나로 하여금 소림사에 출가 토록 한 것은 소림파의 진짜 실력을 익혀서 노황야를 제대로 보호하자 는데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나의 사부님은 벌써 28년 전에 돌아가 셨으니 누가 나에게 무공을 가르친다?) 그는 잠시 생각해 보고 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주지 노화상이 나에게 그의 사제가 되라고 한 것은 본래 나에게 사부 가 없도록 한 조처였다. 그러고보니 이 늙은 땡초는 정말 교활하기 이 를 데 없구나. 음, 그렇다. 그는 내가 황제의 심복이고 만주의 커다란 벼슬아치라는 것을 알고 상승의 무공을 이 나이어린 오랑캐에게 전수해 주지 않겠다는 것이겠지. 흥! 그대가 나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해서 내 가 보아서 배우지 못할 줄 알고?) 무림에서는 무공을 연마할 때 다른 사람이 옆에서 구경하는 것을 크게 꺼리고 있었다. 그러나 회명선사로 말하면 소림사의 선배 고승이다. 본 파의 제자나 자손들이 무공을 전수하고 익히는 것을 그가 옆에서 보는 것에 대해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그는 절안의 각 전을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녔다. 어떤 사람이 무공을 익히고 있으면 그 자리 에 서서 한참 동안 구경하곤 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위소보라는 고승 은 기초가 너무 형편없었다. 그날 해대부가 그에게 가르쳐 준 무공은 진짜 실력이라 할 수 없었고 진근남이 전수한 그 내공도 그는 며칠 연 마하지 못한 상태였다. 소림파의 무공은 박대(博大)하면서도 정심했다. 이같이 아무렇게나 본다고 해서 무슨 깨우침이 있겠는가? 더군다나 그 는 오랫 동안 지켜 볼 참을성도 없었다. 소림사에서 한달 남짓 돌아다니며 놀았으나 무공은 조금도 배울수 없었 다. 그의 성질은 '아무려면 어때'하는 편이었고 또 친구를 사귀기를 좋 아했다. 그리하여 절안의 위치와 배분이 방장 다음 가는 선배가, 항렬 이 낮은 사람을 사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것을 보고 모든 승려들은 그에게 다정하게 대해 주었다. 이 날은 봄바람이 부드럽게 불어 오고 날씨도 화창했ㄷ. 위소보는 온몸 이 나른했다. 절 안에 남아서 화상들과 짝이 되다니 실로 재미없는 노 릇이었다. 그는 사문을 나서 걸음내키는 대로 산을 내려갔다. 속으로 오랫 동안 쌍아를 못 만났으니 조그만 계집애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 해서 그녀를 찾아 볼 생각이었다. 더군다나 절안에서 매일같이 푸른 채 소와 두부만 먹는데 신물이날 지경이었다. 그는 쌍아에게 닭이나 오리 그리고 물고기들을 사와서 배불리 먹어야겠다고 작정했다. 그런데 그가 소림사 밖 영객정(迎客亭)에 이르게 되었을 때 갑자기 다 투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속으로 기뻤다. (잘됐다! 잘됐어! 그 누가 싸우고 있군!) 그는 재빨리 다가갔다. 그러고 보니 몇 사람의 남자들 목소리 가운데 여자의 맑은 음성이 들려 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정자 안에서 젊은 여자가 소림사의 네 명 승려와 한참 언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네 승려는 위소보를 보자 일제히 말했다. "사숙조께서 오셨으니 이번 일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해봅시다." 그들은 정자에서 물러나와 합장하고 허리를 구부리며 그를 맞이했다. 이 네 명의 승려는 모두 '정'자 항렬이었다. 위소보는 그들의 직책이 손님을 접대하는 일이니만큼 평소에 말도 잘하고 또 태도마저 부드러운 편인데 어인 일로 두 젊은 여자와 언쟁을 벌이고 있는지 궁금하게 여겼 다. 그런데 두 여인을 보니 한 명은 20세 전후로 몸에 남삼을 걸치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나이는 좀적어 불과 16,7세로 보였는데 몸에 담 록색 의상을 걸치고 있었다. 위소보는 그 담록색 의상을 입은 소녀를 보게 되자 가슴이 쿵 하고 뛰 었다. 가슴팍은 마치 망치에 심하게 한 대 얻어맞은 듯 했다. 그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입을 딱 벌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죽었군! 나는 죽었구나! 어디서 이처럼 아름다운 미녀가 왔다는 말이냐? 이 미녀가 만약 나에게 시집을 와서 마누라가 되어 준다면 소 황제가 나와 자리를 바꾸자고 해도 나는 바꾸지 않겠다. 위소보는 체면 을 따지지 않는 망나니가 아닌가? 위로 하늘을 오르고 아래로는 땅으로 기어들어갈 뿐 아니라, 숲처럼 창이 나열된 곳은 물론이고, 화살이 빗 발처럼 쏟아지는 곳이나 화산이나 기름가마에 뛰어드는 한이 있어도 저 소저를 내 마누라로 삼아야겠다.) 두 소녀는 네 명의 승려가 나이 어린 중에게 사숙조라 부르고 또 매우 깍듯이 예를 차리는 것을 보자 매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삽시 간에 그의 두 눈이 멍청해져 못박힌 듯 녹의소녀를 쳐다보는 것을 알아 차릴 수 있었다. 보통 남자라고 해도 그 같은 행동은 매우 무례한 행동 이었다. 더군다나 그는 출가한 승려가 아닌가? 녹의소녀는 얼굴을 붉히 며 고개를 돌렸다. 그 남삼의 소녀는 얼굴 가득히 노기를 띠고 있었다. 그런데도 위소보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녀는 어째서 고개를 돌리는 것일까? 그녀의 얼굴이 그렇게 미미하게 붉어지니 여춘원의 백 명이나 되는 낭자들을 함께 세운다 해도 그녀의 눈썹 하나 만큼도 예쁠 것 같지 않구나! 그녀가 한 번 웃을 적마다 난 그녀에게 만 냥의 은자를 준다 해도 손해볼 것 같지 않구나.) 그는 다시 생각했다. (방소저, 소군주, 홍부인, 건녕공주, 쌍아, 그리고 그 주사위를 던졌던 정소저 등 이 많은 사람들을 함께 보탠다 해도 눈앞의 이 선녀와 같은 소녀의 아름다움에는 견줄 바가 못되는구나. 이 위소보는 황제는 싫고 신룡교 교주가 되는것도 싫으며 천지회의 총타주가 되는 것도 싫다. 그 리고 무슨 황마괘니 삼안화령(三眼花翎)에 일품이고 이품이라는 대관도 더욱더 마음에 두지 않는다. 나는...... 나는 반드시 이 소저의 지아비 가 되어야겠다.) 삽시간의 그의 마음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오락가락했다. 설사 끓는 물속이 아니라 불길속에 들어가게 되고 만번 죽는 한이 있더라도 불사 하겠다는 결심을 내리게 됐고 그 얼굴의 표정이 이상야릇하게 변했다. 네 승려와 두 소녀는 그가 갑자기 벙긋 하니 웃음을 띄웠다가 갑자기 이를 가는 등 마치 실성한 듯한 태도를 보이자 눈살을 찌푸렸다. 정제 (淨濟)와 정청(淨淸)은 몇 번이나 위소보를 불렀다. "사숙조, 사숙조!" 그러나 위소보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한참 후에야 그는 꿈속에서 깨어 난 듯 길게 숨을 내쉬었다. 남의소녀는 처음에는 그가 호색하고 경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데 그의 안색으로 볼 때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따라서 ㅂ기에는 소화 상이 십중팔구 백치일 거라고 생각했다. 속으로 우스꽝스러워 물었다. "이 소화상이 그대들의 사숙조란 말인가요?" 정제는 재빨리 말했다. "소저는 하시는 말씀에 예의를 차리도록 하시오. 이 고승의 법명으로 말하면 회명으로서 본사 두분 회자 항렬의 고승 가운데 한 분이시며 바 로 주지 방장의 사제이외다." 두 명의 여인은 약간 놀랐다. 곧 우스꽝스럽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믿 으려 하지 않았다. 녹의소녀는 웃으며 말했다. "사저, 그는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우리는 그 속임수에 넘어갈 수 없 죠. 이 나이어린...... 나이어린 법사가 어찌해서 고승이 된단 말이에 요?" 이 몇 마디의 말은 매우 카랑카랑하면서도 간드러졌고 나직하면서도 부 드러워 사람을 녹일 것 같았다. 위소보는 혼이 반쯤 달아남을 느끼고 참지 못하고 그 말을 흉내냈다. "이 나이어린...... 나이어린 법사가 어찌해서 고승이 된단 말이에요?" 그 한 마디 말을 흉내내게 되자 천박하고 망나니다운 태도가 여지 없이 드러나게 되었다. 두 소녀는 즉시 얼굴을 굳혔고 네 명의 정자 항렬의 승려들도 이 소사 숙조가 너무 실례했다고 느끼며 무척 부끄럽게 여겼다. 그 남의소녀는 살며시 코웃음을 치더니 물었다. "그대가 소림사의 고승인가요?" 위소보는 말했다. "승려는 승려이나 고승은 아니오. 그대들이 보기에도 나의 키는 작지 않소? 그러니 왜승(矮僧)에 불과하오." 남의소녀는 두 눈썹을 꿈틀하더니 말했다. "소문에 듣기에는 소림사가 천하무림의 총집산지라고 하며 72종류의 절 예는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고 하더군요. 우리 자매 두 사람은 마음속 으로 흠모한 나머지 특별히 달려와 우러러보고자 한 것인데 뜻밖에도 무공이 보잘 것 없을 뿐 아니라 절안의 화상은 더욱더 규칙을 지키지 않고 번지르르하게 아무 말이나 내뱉으니 시정잡배와 다를 바가 없어 요. 실로 실망했어요. 사매, 우리가자." 그녀는 몸을 돌리더니 정자에서 나섰다. 정청은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여시주는 소림사에 와서 흉악하게 사람을 때리고 그냥 떠나겠다는 것 이오? 설사 가더라도 존사의 명호를 남겨 놓고 가시오." 위소보는 흉악하게 사람을 때렸다는 말을 듣자 속으로 생각했다. (원래 그녀들은 사람을 때렸구나. 그러니 정청 그들이 언쟁을 벌인 것 도 무리는 아니었구나.) 이때 정청과 정제 두 사람의 왼쪽 뺨에는 붉은 손자국이 나 있었다. 따 귀를 맞은 것 같았다. 위소보는 일찍이 지객승이 무공이 절에서는 가장 밑바닥에서 맴돈다는 말을 들어 왔다. 방장은 그들의 언변이 좋고 무공 이 낮기 때문에 그들로 하여금 절에 와서 불공을 드리는 시주를 접대하 도록 파견하였다. 소림사는 무림에서 커다란 명성을 떨친 지 천여 년이 지났다. 매달 절로 찾아와서 무공을 가르침 받겠다는 무인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지객승의 무공이 얕아야만 남과 손을 쓰지 않 을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을 때 소림사는 싸움을 벌이는 장소가 되고 말 형편이었다. 그러면 자연 수양을 방해하게 될 것이고 또 부처 님의 남과 다투지 말라는 뜻을 크게 어기는 결과가 될 뿐 아니라 체통 도 서지 않는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그 남의소녀는 이러한 이치를 알턱이 없었다. 대뜸 손을 써서 두 명의 승려를 때리고 몹시 의기양양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대들의 이까짓 무공으로 이 소저의 사부님의 명호를 알려고 하는가 요? 흥! 그대들에게도 자격이 있나요?" 정제는 조금 전 그녀에게 쓴 맛을 본 경험이 있었다. 자기들 다섯 사람 으로는 그녀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두 소녀가 산을 내려가게 되고 두 소림사의 승려에게 손찌검을 한 사실을 널리 퍼 뜨린다면 자기는 말할 것도 없고 소림사의 명성은 어떻게 될 것인가 생 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네 승려는 시주들을 접대하는 것이 일이라 무공이 약하기 이를 데 없소. 출가인은 화를 내지 않는 것을 근본으로 삼고 있는 데 어찌 남과 함부로 손을 쓴다는 것이오? 두 분이 폐사의 무공을 가르침 받겠 다면 잠시 더 기다려 주시오. 빈승이 달려가 몇 분의 사백과 사숙들을 모시고 와서 두 분께 구경을 시켜 드리겠소이다." 그리고나서 그는 절안을 향해 달려들어가려고 했다. 별안간 남색 그림자가 번쩍였다. 정제는 노해 부르짖었다. "그대는......" 그러나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곤두박칠쳤다. 남의소녀가 달려들어 발로 그의 다리를 걸었던 것이다. 정제는 몸을 벌떡 일으키며 노해 부르짖었다. "여시주, 그대는 어째서......" 그 남의소녀는 깔깔 웃으며 오른 주먹을 뻗었다. 정제는 재빨리 오른팔 을 뻗쳐 막으려고 했다. 남의소녀는 왼손을 한 번 낚아 채더니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오른팔 관절을 뽑아놓는 것이 아닌가? 곧이어 우지끈, 억 하는 소리가 잇달아 울려퍼졌다. 그 소녀는 순식간에 나머 지 세 명 승려의 손목뼈를 탈골시켜 놓았다. 네 승려는 한쪽으로 물러 서게 되었고 이제는 더욱 방어할 기력도 없게 되었다. 정제는 이때 여 전히 단념할 수 없다는 듯 안으로 달려들어갔다. 절안으로 들어가 전갈 을 하려는 것이었다. 위소보는 놀라 손과 발을 어떻게 놀려야 할지 모르게 되었다. 별안간 뒷덜미가 바싹 조여들었다. 어느새 상대방에게 잡혀 들려졌다. 그런데 그렇게 들어올리는 순간 그의 뒷목에 있는 요혈까지 한꺼번에 잡아올리 는 바람에 그의 온 몸뚱이는 맥이 빠져 기운을 쓸래야 쓸 수가 없었다. 그러고보니 남의 소녀는 바로 자기 앞에 서 있었다. 그렇다면 자기의 뒷덜미를 잡아올린 것은 물론 녹의소녀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는 속으 로 미친 듯 좋아서 크게 부르짖었다. "이것 참 절묘하군! 절묘해!" 그녀에게 이같이 움켜잡힌 것이 이 세상에 난생 처음 보람이 있는 일처 럼 느껴졌다. 더군다나 그녀가 자기의 몸에다 몇 번 발길질을 하고 머 리 위에 몇 대의 주먹이라도 내질렀으면 더욱 좋을 것 같았고, 즉시 얻 어맞아 죽는다 해도 그 맛이 무궁무진하며 염복이 넝쿨 채 굴러들어 올 것 같았다. 이때 한가닥의 담담하고 그윽한 향기가 풍겨 왔다. 그는 크게 부르짖었다. "어, 향기롭군! 향기로워!" 남의 소녀는 노해 부르짖었다. "이 나이 어린 땡초는 매우 고약하군! 누이, 그의 코를 잘라내도록 해 요." 위소보는 이때 등뒤에서 간드러진 음성이 들려오는 것을 느낄수 있었 다. 위소보는 부르짖었다. "그대는 천천히 뽑으시오. 너무 빨리 뽑지 마시오." 그 소녀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건 무엇 때문이죠?"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가 이처럼 나를 잡고 한평생 놓지 않고 영원토록 붙잡고 있는 것 이 가장 좋을 것 같소." 그 소녀는 노해 부르짖었다. "소화상,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도 나에게 횡설수설하기에요?" 위소보는 갑자기 자기의 오른쪽 눈에 격렬한 아픔이 전해옴을 느꼈다. 그 소녀는 정말 그의 눈알을 뽑으려고 드는 것이 아닌가? 그는 깜짝 놀 라 허리를 구부리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가슴 가득히 끓어올랐던 설 레이는 감정마저도 모조리 떨쳐 버렸다. 그리고 두 손을 뒤로하여 허겁 지겁 낚아채려 들었다. 그저 자기의 뒷덜미를 잡은 그 손을 잡으려고 했다. 이때 그 소녀는 한주먹으로 그의 등을 내리쳤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위소보는 크게 부르짖었다. "아이쿠! 어머니!" 그는 두 손을 뒤로 돌려서 마구잡이로 허우적거리며 휘둘러 댔다. 그 바람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 홍교주가 전수해 준 반초의 적정항룡이라는 수법을 펼쳤다. 순식간에 부드럽고 매끄러운 것이 손에 와닿았다. 놀랍 게도 그녀의 가슴팍을 움켜잡은 것이다. 이 일식은 본래 등뒤의 적으로 하여금 몸을 움츠리도록 한 후 훌쩍 재 주를 넘어서 적의 목에 올라타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여인은 대적 경 험이 없어 위소보가 그녀의 가슴팍을 잡게 되리라는 데 대해 전혀 경계 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 초식을 펼친 결과는 크게 달라졌다. 그 적정항룡의 나머지 반초 역시 펼칠 수 없었다. 그 소녀는 놀람과 수치심이 얽혀 두 손을 바깥 쪽으로부터 안 쪽으로 휘둘렀다. 그리고 위소보의 두 팔을 잡고 비틀더니 우지끈뚝 하는 소리 와 함께 그의 양팔 관절을 뽑아 놓고 말했다. 이 일초는 유연귀소(乳燕 歸巢)였다. 이름은 매우 부드럽고 우아했으나 분근착골수 중의 악랄한 살수였다. 곧이어 그녀는 발로 위소보를 걷어차 일장 밖으로 나가 떨어 지게 했다. 그래도 그 소녀는 치미는 울화를 참지 못하고 허리에 차고 있던 유엽도(柳葉刀)를 뽑아 맹렬히 위소보의 등을 내려찍으려고 했다. 위소보는 재빨리 몸을 뒹굴어서 정자 한복판에 있는 돌로 만들어진 탁 자 아래로 기어들어갔다. 그러자 그 칼은 땅바닥을 치게 되었고 불똥이 사방으로 튀었다. 곧이어 그녀는 왼발을 뻗쳐 위소보를 탁아 안에서 나 오도록 걷어찼다. 남의소녀는 부르짖었다. "사매, 사람을 죽여선 안돼!" 녹의소녀는 전혀 못 들은 듯 다시 한칼에 힘을 주어 위소보의 등뒤를 내리쳤다. 위소보는 다시 부르짖었다. "아이쿠! 어머니!" 녹의소녀는 다시 두 번 칼질을 했다. 그렇게 칼부림을 당하게 되자 위 소보는 뼈가 에이는 듯한 고통을 느껴야 했다. 다행히 보의가 있어 몸 을 지켜 주었기에 상처는 입지 않았다. 녹의소녀는 다시 칼질을 하려고 했다. 남의소녀가 칼을 뽑아들더니 창 하고 그녀의 강철칼을 막고 부르짖었다. "이 소화상은 살 수 없게 되었어! 우리 빨리 가자!" 그녀는 소림사에서 절안의 승려를 죽였으니 화를 크게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했다. 녹의소녀는 아주 커다란 모욕을 받았고 자기 자신이 이미 소화상을 죽 였다고 생각했다. 놀람과 수치에 얽혀 갑자기 눈물을 두뺨에 주르륵 흘 리더니 팔굽을 구부려서 휘두르던 칼을 자기의 목으로 가져가 내리치려 고 했다. 남의소녀는 깜짝 놀라 급히 팔을 뻗쳐 막았다. 급히 손을 써 서 막는 바람에 그녀의 칼날을 약간 밀어낼 수는 있었으나 칼의 끝은 어느덧 그녀의 목에 상처를 내게 되었고 녹의소녀의 목에서는 피가 흘 러나왔다. 남의소녀는 놀라 부르짖었다. "사매......그대......그대는......그대는 이게 무슨 짓이지?" 녹의소녀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고 그만 기절하여 쓰러지고 말 았다. 남의소녀는 칼을 버리고 그녀를 얼싸안으며 놀라 부르짖었다. "사매, 그대는......그대는 죽을 수 없어." 홀연 등 뒤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아미타불, 빨리빨리 치료를 하자." 남의소녀는 울부짖었다. "구......구하기엔 이미 늦고 말았어요!" 그러자 한 손이 등 뒤에서 뻗쳐왔다. 손가락을 연신 움직이더니 녹의소 녀의 상처입은 주위 혈도를 집고 입을 열었다. "사람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니 소저는 너무 탓하지 마시오." 그리고 찍찍 하는 소리가 났다. 그 사람은 옷자락을 찢더니 녹의소녀의 목을 감았다. 그리고 몸을 구부리고 그녀를 안아 들었다. 남의소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 사람을 따라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은 흰수염이 가슴까지 내려온 노승이었다. 노승은 녹의소녀를 안더 니 재빨리 산위로 달려갔다. 그녀는 당황한김에 그 노승의 뒤를 따랐 다. 그 노승은 그녀의 사매를 안고 소림사의 산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 녀는 다시 노승의 뒤를 따라들어갔다. 위소보는 석탁 아래서 기어나왔다. 두 팔이 이미 자기의 것이 아닌 것 처럼 맥없이 몸 옆에 드리워져 있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이 소저는 매우 악랄하군. 그런데 왜 스스로 자결하려고 했을 까? 만약 그녀가 정말 죽었다면 어떻게 하지? 나는 역시 뺑소니를 쳐야 겠구나!) 그러나 그 소녀의 절세적인 용모를 생각하니 가슴이 후끈 달아 올랐다. (도망칠래야 칠 수가 없다. 반드시 그녀에게 가봐야지.) 그는 두 팔이 격렬하게 아파오는 것을 참아 내며 이마로부터 식은땀을 뚝뚝 흘리면서 억지로 산 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10여 걸음 옮기게 되었을 때 절 안에서 이미 10여 명의 승려들 이 달려나와 그와 정 자 항렬의 세 승려를 부축해서 대전안으로 데려갔 다. 그와 네 승려는 모두 관절이 탈골되었다. 삐고 탈골이 된 뼈를 고치는 것은 원래 소림파의 무공에 있어 장점이라 할 수 있었다. 즉시 승려가 그들의 뼈를 맞추어 주었다. 위소보는 급히 그 소녀를 보고 싶어 두 여 시주가 있는 곳을 물어보고 곧장 동원선방(東院禪房)으로 다가갔다. 막 회랑을 지나게 되었을 때 8명의 승려가 손에 계도를 들고 맞은편에서 다가왔다. 8명의 승려는 모두 계율원에서 일을 보고 있는 집사승(執事僧)이었다. 앞장을 선 한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입을 열었다. "사숙조, 방장대사께서 부르십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래? 나는 먼저 그 소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가봐야겠네." 그 승려는 말했다. "방장대사께선 계율원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사숙조께선 즉시 가보시 기 바랍니다." "제기랄! 나는 그 미모의 소녀를 보러 가겠다고 했다. 너는 못들었느 냐?" 그는 평소 성질이 무척 좋은 편이었지만 마음이 다급해지자 그만 절인 것도 불구하고 상소리를 해댔다. 8명의 승려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감히 막지를 못했다. 그 즉시 네 승려는 위소보의 뒤를 따르게 되었고 나머지 네 승려는 정제등 네 명의 지객승을 부르러 갔다. 위소보는 동원선방에 이르러 물어 보았다. "소저는 죽지 않겠는가?" 한 명의 노승이 대답했다. "사숙, 상처는 심하지 않은 편입니다." 위소보는 즉시 마음을 놓았다. 그 남의소녀는 바로 옆에 서 있었는데 위소보를 손가락질 하며 욕을 했 다. "모두 이 소화상이 나빴기 때문이에요!" 위소보는 그녀에게 혀를 쑥 내밀어 보였다. 그리고 망설였으나 끝내 방 안으로 들어가 살펴보지 못하고 몸을 돌려 계율원 쪽으로 걸어갔다. 그 런데 계율원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수십 명의 승려들이 몸에 가사를 걸치고 양쪽으로 늘어서 있었는데 표정이 매우 엄숙했다. 그를 압송해 온 칼을 든 네 명의 승려가 일제히 말했다. "방장 스님께 알립니다. 회명 스님을 데려왔습니다." 위소보는 이 같은 그들의 행동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제기랄! 큰 나리께서 심문이라도 한단 말인가? 빌어먹을! 무슨 큰일이 라고 이 지랄들이지?) 그는 커다란 법당 안으로 들어갔다. 불상 앞에는 수십 대의 촛불이 켜 져 있었다. 그리고 방장 회총선사는 왼쪽 모서리에 서 있었고 오른쪽 모서리에는 한 분의 노승이 서 있었는데 체구가 우람하여 노기를 띠고 있지 않았는데도 절로 위엄이 우러나는 사람이었다. 바로 계율원의 수 좌 징식선사(澄識禪師)였다. 정제, 정청등 네 승려는 아래쪽에 서 있었 다. 회총선사는 입을 열었다. "사제 여래보살게 예를 올리게." 위소보는 무릎을 꿇고 예불을 올렸다. 회총은 그가 몸을 일으키기를 기 다려서 입을 열었다. "산 아래의 정자 안에서 일어났던 일을 사제가 계율원 수좌(首座)에게 말씀드리게." |
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