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부터 내리던 비가 촉촉히 대지를 적셔 주어 한껏 가을의 운치를 더해 주고 있는 듯한 화요일 아침을 맞이하였다.
눈을 뜨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카페에 들어 와 보니, 신부님의 한 줄 메모가 눈의 확 띄었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즉, 아프리카에 다녀 온 마지아가 다리 골절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 가료중이라지 않는가 말이다.
하여,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마지아에게 걱정어린 문자메시지를 발신하였던 것인데, 지금까지 답신이 없어 그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가 없어 일면 궁금한 측면도 없지 않다는 것일 게다.
하여튼, 중상이 어니고, 시간이 경과하면 낫는 그런 정도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고, 하루 속히 완치되어 정상적인 일상을 맞이하기를 빌어 마지 않는다는 게다.
요즘에는 이상하리만치 집안에 환자의 숫자가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인데, 절절한 마음으로 좋으신 우리들의 주님께 온 가족들이 영육간 건강하게 잘 살아 가도록 해 주십사 기도를 바쳐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일고 있는 것이다.
사무실에서는 금주 금요일이 이 달의 실적 마감날이라며, 나와 같은 보험설계사들에게 많은 계약 건수를 가져 오기 바란다는 당부말씀이 이어졌던 것이다.
오전에 방송대 모 학과 총동문회장을 역임했던 S 군(1956년생)이 내게, 10월 19일(토)에 실시-입후보자 등록 마감일 : 9월 30일(월) 18시-되는 제23대 전국 총동문회장에 출마할 의향이 계시느냐, 안 계시느냐, 라며 다짜고짝 의중을 타진하는 전화를 걸어 왔길래, 잠시 통화를 하였었는데, 그의 태도가 종전과 확연히 달라 보여 저윽이 당혹스럽기 조차 하였던 듯 하다.
공탁금 3천만원이 없기도 하고, 설령 돈의 여유가 있다 손치더라도 이제는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출마하기가 곤란하지 않겠는가, 라고 순진(?)하게 답변을 해 주었더니, 그 자신이 스스로 회장이 되고 싶어 함을 노골적으로 내게 표출시키고 있지 아니한가 말이다.
그가 즐겨 내게 하는 말로는 나와 같은 사람이 회장을 맡아 어렵고 중차대한 이 시기에 총동문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 라고 하면서도, 내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라고 말하니, 얼씨구나, 좋다, 하는 식으로 소위 "깜"도 되지 않는 친구들이 우후죽순 일어 나고 있는 듯한 형국을 보여 주어 기가 막히기도 하고, 가소롭기도 하고 그랬던 것이다.
청춘을 불살랐고, 공무원으로서의 출세도 거의 포기(?)한 채 오로지 방송대 일에만 매달려 정년퇴직에 이르고 난 지금, 내가 방송대에 조금씩, 조금씩 멀어져 가고 있음을 비로소 처연히 느끼게 된다는 것일 테다.
소위 말하는 경제적인 어려움이라는 것 때문에...................................................평생을 희생하며 꿈 꿔 왔던 전국 총동문회장의 직책 조차도 포기하려 하면서 말이다.
젊은 날에 꿈 꿔 왔던, 내 인생 노후 설계를 확 바꿔 놓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가 않았던 것이다,.
점심 시간에 압구정동의 어느 대형 고깃집에서 개최되는 모 시민단체의 운영위원회에 참석하였다,
10월중 많은 행사 스케쥴을 발표하면서, 바짝 정신 차려 임해야 한다는 것이 P 사무총장의 언급이었던 것이다.
한편, P 사무총장은 아무 것도 없던 상태에서 조직을 잘도 만들고 꾸려 가는 것 같아, 예의 주시하고 있는데, 꾀 쓸만한 재목 임을 감지케 된다는 것이다.
회의 후 푸짐한 갈비탕으로 식사를 하고, 빗길에 압구정역까지 우산을 받쳐 들고 M 모 시민단체 회장과 같이 걸어 가서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충무로역에서 4호선으로 갈아 타고 수유역행을 하였던 것이다.
또 다른 회장 직책을 맡고 있던 그것 마저 내려 놓기 위해 전임 J 회장을 만나러 갔던 것이다.
도저히 회장 직책을 더 이상 수행해 나아 갈 수가 없다는 것이 나의 사퇴의 변이었던 것인데, 여기서도 "경제적인 어려움" 을 호소(?)하고 있었으니, 기가 찰 일이 아니던가 말이다.
그러나, 이 곳의 회장 자리 역시 내가 안 하더라도 할 사람이 많은 모양.
금방 해결책, 대안이 나오고 있었던 것이란 게다.
당분간 홀로 서기가 가능하고, 돈에 그리 부담을 느끼지 않을 만큼 집안을 추스려 놓을 때 까지, 이제는 모든 회장의 직책을 내려 놓겠다는 것이 현재의 나의 보관이라는 것이다.
이름하여,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濟家治國平天下)라고 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나와 절친한 J 모 구청 전 국장은 지난 번에도 언급하였듯이, 동갑내기 "여행쟁이" P 전 국장과 같이 모레(27일,금) 크로아티아로 날아 가 자기네들이 짠 여행 스케쥴에 따라 유럽 일부를 돌아 보는 등, 22일간의 여정에 돌입한다고 하여, 부러 창동에서 만나 고별(?) 당구 게임을치며 회포를 풀었던 것이다.
훌쩍 일상에서 벗어 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해 보이는...................................... 저들의 삶이 정녕 좋고, 부럽기만 해 보인다는 것일 게다.
나도 어디, 먼 데 여행이라도 다녀 오고 싶다.
아내는 내일 오전 11시에, J 모 한방병원에 예약이 되어 있다 라고 하여, 규화가 또 수고를 할 계획.
마침 규화의 영화 스케쥴이 없기도 하고, 효심이 지극하여 그저 갸륵하다 할 것이리라.
몹씨 피로하다.
이제 잠을 청하자 싶다.
천주님께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