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의 집
장정일
어떤 노여움
얼마만한 분노가
덮친 것일까
강타한 것일까
혹은 주먹을 내민 것일까.
어두운 도시에 벌을 선
대개의 공중전화 박스는
박살이 나 있거나
미세한 금이 가 있다.
요즘 말은 왜 폭력적인가?
요즘 말은 왜 호전적인가?
사람들은 대화를 하면서
가죽장갑 낀 주먹이나 구둣발로
유리의 집을 쿵쿵 차거나
때려 부순다.
―장정일 詩選 『지하인간』(미래사, 1991) 중에서
* 장정일
1962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대구 상서중학교를 졸업하였다. 1984년 『언어의 세계』에 「강정 간다」 등을 발표하고 등단했으며 19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실내극」이 당선되기도 하였다. 첫 시집 『햄버거에 관한 명상』(1987) 이후 『서울에서 보낸 3주일』(1988) 『길안에서의 택시잡기』(1988) 『통일주의』(1989) 등의 시집과 소설집 『아담이 눈뜰 때』(1990) 등을 간행했으며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첫댓글 "요즘 말은 왜 폭력적인가?" 점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