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치야마 – 와타 - 탄바 - 난탄 - 카메오카 - 교토(京都) / 92Km
어제 무리를 했던 탓인지
늦잠을 잡니다.
눈을 떠보니 벌써 일곱시 가까이 되어갑니다.
몸이 어딘가 찌뿌둥합니다.
피로회복이 늦나?
생각하다가....
아니지 피로해소가 맞지..!
피로한 상태로 다시 돌아가는 회복을 해서야 안되지,
오늘도 부지런히 패달을 돌려야 하는 자전거 여행인데...
세상 모르고 잠까지 실컷 자놓고는.. 피로회복이라니-!!
아침부터 말을 가지고 놉니다.
이런 언어유희에서 깨알 같이 작은 즐거움으로 활력을 얻기도 합니다.
자전거 여행이 패달을 돌려 순전히 스스로의 근육 힘만으로 이동하듯,
스스로 내부에서 생기를 찾아야 하는 자전거 여행자의 유희입니다.
창밖은 먹장구름이 가득합니다.
산중의 날씨는 참 가늠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오늘도 비가 오려나...
염려스런 마음이 됩니다.
엊저녁 밤늦게 사다놓은 컵라면에 물을 붇고,
냉장고에서 샌드위치를 꺼내 아침 식사를 합니다.
어젯밤 잠들기 전에 살펴본 지도를 다시 봅니다.
초반인 오전내내 산길을 가지만, 갈만해보입니다.
거리는 지도상 70Km정도...
자전거로 여행하다보면 지도상 거리에서 20%가량
더 가게되곤 하니 대략 멀게 잡아도 90킬로미터.
오늘도 간단치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도,
거리는 제법 되지만, 코스는 가볼만한 약한 내리막입니다.
그저 설렁설렁 가면 되는 코스라 안심입니다.
컵라면을 먹었더니 입안이 텁텁해
여행 떠나오며 가져온 커피믹스를 타서 마십니다.
흠.. 달달함이 참 좋다-!
역시 이 촌스러운 입맛에는 1회용커피입니다.
이나영양, 고마우이...
아니지, 그녀야 광고만 할뿐이니, 차라리 등에 싣고 온
자전거에게 고마워해야하나?
여덟시 갓넘어 출발합니다.
가는 비가 내려
패니어에 레인커버를 씌우고,
우비를 입고 출발합니다.
이 더위에 비닐 우비까지..
초반부터 땀범벅이 됩니다.
후쿠치야마 시가지를 벗어나기도 전에 비가 그칩니다.
비가 멈춰줘 다행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 조금 오려고 아침부터
레인커버에 우비에 그렇게 부산떨게 하셨남... ?
지나가는 소나기였던 모양입니다.
우비를 벗고나니 시원하기 그지없습니다.
아니? 왼쪽은 우주선인데...
저게 달나라까지 갔던 추진체란 말인데...
오른쪽은..?
규모가 작아서 가다 떨어지려나?
볼링 핀도 달나라 까지 가려나..?
후쿠치야마는 일본 육상자위대 주둔지여서인지
어딘가 군대 막사 분위기가 나는 부도심을 지납니다.
헬기가 가끔씩 지나가기도 하고...
그들은 군대가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명백히 군인인 장병들을 태운 트럭들이 지나가기도 합니다.
어디서 약을 파시나?
한마디 해주고싶어도 그걸 들어줄 군인이 있을리 없으니
속으로 그저 궁시렁궁시렁 거리며 부대 앞을 지나갑니다.
치안 유지를 위한 경찰은 분명 아니고,
민간인은 더더욱 아니고...
총과 대포, 탱크 등 기타 중화력으로 무장한 그대들은 그럼 뭐지?
혹시...? 안드로메다에서 온 외계인?
'눈 가리고 아옹'이 아니라
'눈 가리고 자위대-!' 라고 바꿔야 하나...?
무덥습니다.
아침에 잠깐 지나간 소나기의 습기 때문인지
한증막에 든 기분이 들만큼 땀이 솟는 무더위와 싸움이라도 하는 기분이 듭니다.
멀리 묘코산이 보이기는 하지만,
해발 565미터짜리 산이니 어제 지나온 산들에 비하면 껌입니다.
어제의 3분의 1밖에 안되는 높이일뿐이라고 까짓거... 비웃어주지만,
현실은 고개를 만나 땀이 줄줄 흐르는 길을 가다 멈추길 몇번입니다.
벌써 아침에 출발하며 샀던 포카리 스웨트인지, 뻑가리 쉐타인지...
이온 음료인지, 삼냉 음료인지도 두개 다 떨어져버리고...
후나이의 쿄탄바에 이르러, 길가 편의점
세븐 일레븐에 들어갑니다.
아침 샌드위치가 부실했던지 벌써 배가 고픕니다.
이제 아침 열시 갓지났을 뿐인데....
쥬스로 목을 축이고, 빵으로 간식을 먹다보니
또 타이어가... 사보타지 합니다.
지금까지 앞 타이어는 한번도 말썽이 없는데
뒷타이어만 계속 말썽입니다.
뒷타이어를 너무 혹사하는 것일까싶기도 합니다.
편의점 직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뒷마당에서 타이어 오물쪼물 만지작 만지작
'비교적 평탄'할뿐이지 언덕이 역시 많습니다.
좌우로 우뚝우뚝 솟은 산들의 형세가 완만하기는 하지만,
역시 산은 산입니다.
언덕을 오르다가
또 쉽니다.
여행 초반에는 쉬지않고 오르려 기를 쓰고 올라가
정상에 올라 뿌듯함으로 가슴을 채우기도 했지만...
여행을 계속하면서는 하루의 에너지를 그렇게 낭비해서
오후에는 지친다는 것을 알고나서부터
힘들면 그 자리에서 자전거를 멈추고 내려버립니다.
언덕에게 시비 걸 일도 아니고,
더우기 길과 싸워서 이길 자신도 없고...
앞으로 여행을 하며 몇천 킬로미터를 더 가야할지 모르는데
즉각 내려서 길에게 '졌다, 졌어... 그대가 이겼다'고 아부를 합니다.
아무렴,
자연은 타협의 상대가 아니라
적응의 대상인데...
멀리 917m나 되는 험준한 죠로가타케 산이 보이는
수원(水原)을 지나갑니다.
수원? 그럼 이제 서울까지는 금방이네...?
미즈하라(水原)의 농촌 풍경이 참 평화롭기도 합니다.
올라온 만큼 내려가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듯이
잔잔한 내리막입니다.
이제부터는 정도의 차이만 있지
평야지대 같은 약한 내리막을 가는 길입니다.
기어비를 앞 2단에 뒤 8단을 놓아도 패달링이 별로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오늘 내내 이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깁니다.
열한시가 넘어 난탄에 접어듭니다.
예상보다 빨리 도착합니다.
아무래도 미미하지만 내리막 덕을 보는 것 같습니다.
슬슬 배가 신호를 보냅니다.
자전거 여행은 배가 고프면 이미 늦다는데... 핑계를 대며
식신 모드로, 배가 고파오기 전에 점심 먹을 장소를 찾습니다.
역시 간편하고 시간도 별로 걸리지않는 도시락을 선택합니다.
지겹도록 먹는 벤또지만, 참 잘도 먹습니다.
어쩐 일인지 오늘 하루는 할인행사라면서 100엔을 깎아줍니다.
아싸- 횡재다!
두개 먹어버릴까?
별 미련한 생각을 다 합니다.
편의점 건물 옆에 보자기를 깔고,
아예 푹 주저앉아 안방처럼 편하게 다리뻗습니다.
느긋하게 쉬고, 느긋하게 밥먹고
느긋하게 왔는데도 카메오카에 도착하니
아직도 한시도 안된 12시 반경입니다.
오늘은 진행속도 제법 빠릅니다.
교토는 분지라 사방이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들어가려고해도 가파른 산을 넘어야하고
나오면서도 또한 급한 깔끄막을 넘어가야 하는 도시입니다.
카메오카에서 시작되는 산...
아라시야마가 점점 다가옵니다.
카메오카와 교토의 경계를 이루는 오에야마 고개를 예비하기라도 하는양,
제법 가파른 길이 나타납니다.
미리 준비운동을 시키는 고개 같습니다.
좋아, 헛둘헛둘
소리내서 박자 맞춰가며 올라갑니다.
왼편으로는 아타고산이 924m의 위용을 자랑하고,
오른편으로는 이름도 웃긴 주방세제 산..?
679m의 퐁퐁산이 버티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난 고개를 넘어야 교토입니다.
에잇, 에일리언 같은 아짐씨 같으니라구....!
카메오카 외곽을 지나는데
갑자기 자전거 앞으로 자그마한 경차가 급하게 후진해옵니다.
놀라서 소리를 지릅니다.
'머셔, 머셔-!!??'
운전하던 아주머니가 더 놀랐는지...
핸들에 머리를 대고 잠깐 가만히 있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내빼버립니다.
잉?
일본판 김여사인가...?
하마터면 큰일날뻔 했습니다.
저 아주머니도, 나도...!
몸이 풀렸는지...
잘도 달립니다.
근거없이 넉넉해 보이는,
이유없이 평화로워 보이는 시골길을 달리는 기분에
내리 밟습니다.
아직도 내리막이 끝나지않았는지... 잘도 나갑니다.
어느 순간,
속도가 줄기 시작하더니 끝없는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국도 9호선이 주는 마지막 산고개 입니다.
자, 오늘의 마지막 관문인 카메오카 고개로구나...
교토에 들어가려면, 허벅지 터지게 올라야된다는
교토입성 신고식을 하는 고개, 오에야마 고갯길을
기어오르듯이 천천히 올라갑니다.
어느새 기어는 앞 1단에 뒤는 2단,
천천히 천천히 쓰러지지않을만한 속도만 납니다.
교토 입성을 저지하려는지 오에야마 산이
까탈스럽습니다.
경사도는 급하고
헤어핀으로 굽어지는 도로 또한 구불구불합니다.
한바퀴 돌면 끝일까...
또 이어지고, 이번만 돌면 끝일까...
또 나타나는 헤어핀 고개
우이쒸!
패달링을 멈추고 쉽니다.
고갯길에 지어진 주택의 대지마저도
도로 경사도를 감안해 돋워서 기초를 했는지
경사져 있습니다.
하이구... 다올라왔다!
엇?
터널이네...?!
어라?
차도가 아니라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어?
안내간판을 따라 왼쪽으로 가봅니다.
터널이 자기복제라도 한것 같이
나란히 하나 더 있습니다.
225m짜리 자전거 전용터널이 감동을 줍니다.
오른편은 차량전용,
왼편은 자전거와 보행자 전용 터널....!
자전거 전용 터널답게 깔끔합니다.
포장 또한 매끈합니다.
조명도 밝아서 바닥의 모래까지도 다 보입니다.
교토의 관리들 이쁘기도 하지...
어찌 이리 어여쁘게 잘도 만들어놓았디야...?!
3시,
드디어 교토에 입성합니다.
오에야마 터널을 넘어 구불구불한 헤어핀 몇개를
신나게 돌아내려오는 내리막길을 쏘아내려갑니다.
거의 내려왔다 싶을 즈음 대도시 특유의 풍경들이 나타나고
대도시 분위기가 납니다.
높다랗게 고가도로들이 지나고
인도에도 사람들도 걸어다니고(?)
무엇보다도 매캐한 매연냄새...!
지금까지 깊은 산중과 바닷가를 통과해서인지
매연 냄새가 제법 독하게 코를 자극합니다.
아직도 교토 시내까지는 한참을 가야합니다.
멀리 넘어온 산들이 첩첩 누워있고,
아라시야마의 봉우리가 우뚝 서있는 위로
구름들은 참 한가롭기도 합니다.
흠... 저 산을 넘어왔단 말이지?
새삼 저 넘어의 산들, 그 넘어넘어의 바닷가...
지나온 국도 9호선의 길들과 경치들이 생각나는 풍경입니다.
얼핏 지나치는 간판이 눈에 익숙합니다.
해운정?
해운대의 해운을 따다 지은 간판으로 보입니다.
한국음식의 식자재도 팔고,
식당도 겸하는 상점으로 보입니다.
교토에서 보는 한글에 반갑습니다.
호리카와 고죠 사거리에서 건널목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길을 가던 두 신사가 영어로 말을 걸어옵니다.
느닷없이... 캔유스피크잉글리시? 하더니...
다소 이상한...,
미안한 말씀이지만,
영어를 꽤 고생시키는 발음으로 말을 걸어옵니다.
한꺼번에 많은 말을 합니다.
한국에서 왔느냐, 자전거로 왔느냐, 왜 이런 여행을 하느냐
힘들지는 않느냐, 일본은 이제 오토바이여행 시대다 자전거여행 시대는 갔다...둥둥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일어로 하라고했더니
머쓱해 하다 기오츠게떼.. 하고는 휘적휘적 가버립니다.
'쏘리~, 젠토루만-!' 그대들의 발음대로 해드리리다.
대도시에 도착해서 벌써 뭔가 도시적 차가움에 전염됐나...?
우쭐해서 영어 꽤나 한다고 뻐기고싶었던 모양인데 그냥 받아줄걸...
미안한 마음이 스칩니다.
드디어 미션 완료-!
미션 완료 기념으로 셀카를 찍습니다.
여행 중간, 시모노세키에 묵었을때,
국도 9호선의 시발점인 시모노세키역에서 출발하면서
종착점인 교토 카라스마 고죠까지 9호선을 완주하겠다 마음 먹고,
그 끝에 도달해서 다소 뻘쭘하게 기념 촬영을 합니다.
일본 국도중 가장 긴 것은 국도 4호선, 두번째가 이 9호선이라는데
처음부터 의도한 바도 아니고, 이번 여행중 거치게 되는 주요도로였지만,
여하튼 나름 의미를 부여해봅니다.
길을 달리는 자전거 여행의 또다른 한가지 재미이기도 합니다.
'국도 9호선씨, 지난 일주일간 즐거웠구먼..!
고마워...!!'
시간도 이르게 도착했겠다,
교토는 대도시에, 특급 관광도시이니 숙소 걱정도 없겠다,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시내를 가로질러 교토역으로 갑니다.
카라스마 고죠에서 우회전하여 히가시혼간지 앞을 지나갑니다.
언제봐도 웅장한 대문 건물입니다.
본전은 공사중이라 흡사 돔야구장 같이 덮어씌워놓았습니다.
대도시답게 길이 제법 막히고,
사람들에 막혀 달리다 서다를 반복합니다.
역시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기에는 시골이 좋습니다.
한적한 시마네의 바닷가, 돗토리와 효고의 깊은 산중이 벌써 그리워집니다.
교토역에 도착합니다.
예전의 소박한 역이 아니라,
첨단 건축방식으로 지어진 최첨단 역사입니다.
우선 2층의 관광안내소를 찾아갑니다.
교토인근의 지도를 얻고, 숙소를 문의합니다.
전통도시 교토에 왔으니
일본의 전통적인 료칸을 부탁합니다.
친절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한국어가 너무 유창해서 여기가 일본인지 한국인지
잠시 잊습니다.
교토타워,
교토역 바로 앞에 있는 교토의 랜드마크,
흡사 촛대에 꽂힌 촛불같이 생긴 묘한 건조물입니다.
4년전 처음 해외라이딩에 나섰을 때
후쿠오카에서 교토까지 달려와 감격스러워서
저 교토타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교토타워도 사람도... 옷만 다릅니다.
아, 구름은 아니군요.
사진을 보니 당시에도 꽤나 얼굴이 그을렸습니다.
오후 햇살을 고스란히 받으며 서있는 아담한 료칸
쿄라쿠로 스며들듯 들어갑니다.
교토역에서 10분여 거리에 있고,
히가시혼간지 정문 앞 골목 한켠에 있는 작은 료칸입니다.
객실도 몇개 없어
마치 외가에라도 들른 듯이 사근사근 맞이해줍니다.
채 2미터도 안되는 프론트 데스크도 깔끔합니다.
3층짜리 구식 건물에 엘리베이터까지...
소프트웨어는 전통인데, 하드웨어는 현대식입니다.
고희는 넘겼음직한 할머니께서
2층에 있는 방, 국화실을 내줍니다.
두툼한 돋보기를 코에 걸치고 미소지으면서
몽당 연필과 숙박부를 들고 '귀한 성함을 여기에...'라고
내미는 모습이 참 귀여우신 할머니이십니다.
흠..
이 다다미냄새...!
어린시절을 시골에서 자라서인지 볏짚냄새가 아련하게 다가옵니다.
간단하게 씻고
교토역 주변 산책을 나섭니다.
목적 없이, 특별히 관광할 대상도 없이
그저 교토역 주변을 어슬렁 거리러 나갑니다.
우선 교토역으로 갑니다.
그저 천천히 걷고, 여기저기 해찰하면서
다소 지쳐있는 심신을 휴식할 요량입니다.
교토역에 비친 교토타워...
유리 건물에 비친 교토타워가 마치 캔바스 위에 그려진
그림 같습니다.
교토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교토역 옥상으로 가보려
교토역으로 갑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까지 올라갑니다.
역사 안에는 역시 도시의 분주함과 자잘한 소음들이 가득합니다.
거의 3주간 시골로 시골로만 다녀서인지
카페에 앉아 담소하는 사람들도 구경거리가 됩니다.
촌사람 서울구경 온 격입니다.
두리번두리번 거리는 것이 딱 그 모양새입니다.
매번, 이 계단 앞에 설 때마다
'천국의 계단'이라는 단어가 생각납니다.
드라마와는 아무 상관도, 내용 또한 상기할만한 개연성도 없는데...
교토역사 중간에 있으면서, 양쪽으로 백화점을 거느리고
통로 역할을 하는...
하늘을 향해 뻥 뚫린 이 계단을 오르면
무언가 있을 것 같고,
원하는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착각이
이 계단을 하나하나 밟고 오르게 하곤 합니다.
한쪽 옆의 1층에서 십몇층까지 지붕도 없이 이어지는
끝없이 길기도 한 에스컬레이터도 구경거리가 됩니다.
도시냄새 물씬 풍깁니다.
유리와 철골로 지어진 초현대식 건축입니다.
21세기들어 건축 소재의 트렌드가 유리, 그리고 철골의 노출이라더니
전통의 도시, 천년 넘게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에
그것도 교토의 얼굴인 교토역이 완전 초현대식으로 탈바꿈 했습니다.
하늘로 오르는 계단을 올라가다 반쯤 올라온 8층에서 뒤돌아보며
그런 교토의 새 얼굴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교토역 옥상
시민에게 개방된 스카이 가든, 하늘정원에 올라
유리벽 너머로 교토시내를 조망합니다.
토지.
교토를 소개하는 팜플렛마다 표지나 앞페이지에 있곤 했던
동사(東寺)의 5중탑...
처음 자전거로 일본을 달리던 4년전,
후쿠오카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출발해선, 마지막 목적지였던 교토에 와서
저 토지의 5층짜리 탑을 보고 얼마나 감격했었던지...
추억이 되살아옵니다.
그 이후로 저 5중탑만 보면 설레곤 합니다.
그 이후로 저 5층짜리 탑은 제게 설레임의 한 아이콘이 되곤 합니다.
교토역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배가 고파와
저녁을 먹습니다. 교토역 지하 아케이드를 왔다갔다하면서
손님이 바글바글 많은 집을 찾아들어갑니다.
오므라이스와 새우튀김을 주문합니다.
실패-!
맛이 이상합니다. 짜고 니글니글하고... 기타 등등
그래도 남김없이 먹습니다.
자전거 여행은 위장과 입맛을 마비시키는
탁월한 마취 기능을 합니다.
뭐든 먹을 것이 앞에 주어지면 다 먹어버립니다.
몽땅 다....
포크와 나이프, 숫가락
심지어 접시를 남긴 것은 에티켓...?
춤판이 벌어졌습니다.
물의 춤판...!
교토역 바로 앞에 장엄한 음악이 흐릅니다.
음악에 맞춰 분수대의 물들이 용솟음치기도 하고,
가라앉아 흐느적이며 돌아가다가 다시 솟아오르기도 합니다.
서서 음악과 함께 분수 쇼를 감상합니다.
친절하게도 음악에 대한 짤막한 설명이 나옵니다.
베를린 필이 연주하는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입니다.
그 경쾌함에 가슴을 내주고 한참을 서서 듣습니다.
교토 한복판에서 듣는 천년의 왈츠 맛이라니-!!
아- 좋다...!
베를린 필?
세계 3대 필이 우리나라에도 있지 참...!!
첫째가 빈 필, 두번째가 베를린 필, 세번째가 우리나라의
조용 필...!
역시 여행은, 그중 자전거여행은
즐거움과 경쾌함을 주는 좋은 힐링 방법입니다.
이런 다소 가벼운 마음이 좋아 자꾸 떠나는 모양입니다.
교토타워의 야경은 언제봐도 예쁩니다.
교토에 온 기념으로 저 타워 꼭대기에 올라가 저녁이라도 할까...?
언젠가 저 위에서 식사를 하며 교토를 바라보던 기억,..
오늘은 가난한 여행자로 온 날이니 참습니다.
해가 있는 낮에는 거의 모든 시간을 자전거만 타서인지
걷기가 어색합니다.
불과 한두시간 걸었을뿐인데 다리가 뻐근합니다.
교토타워를 카메라에 담고 숙소로 돌아갑니다.
자전거를 타고 나올걸...
몇날며칠을 자전거만 타고도
그깟 한두시간 걸었다고 또 자전거가 타고싶어지다니...
젊던 어느 날,
그 때의 꿈과 열정이 조금은 남아 있는 공간,
교토의 골목을 돌아 밤늦게 숙소로 돌아갑니다.
심장을 한 여인에게 주는 것은 사랑이고,
하는 일에 박동하는 심장을 바치는 것이 열정인데...
그 심장이 지치고, 지친 심장을 학대하지 않으려 잠시 쉬어갔던 도시
교토, 교토...
그 교토의 밤골목이 오늘따라
각별히 참 정겹습니다.
히가시혼간지 앞의 로손에서
내일 아침으로 먹을 샌드위치와 쥬스,
그리고 아사히를 한 캔 사들고 쿄라쿠로 돌아옵니다.
전구의 빛이 따스하게도 느껴집니다.
가지런한 슬리퍼... 아니지,
일본 표준어로 쓰레빠가 프론트의 인사보다 먼저 반깁니다.
세탁기가 복도에 설치되어 있어 9시 이후에는
세탁하지 말라던 말이 생각나 후다닥- 빨래부터 세탁기에 넣습니다.
오른쪽 연두색 목욕탕은 남자, 왼쪽 연주황색은 여자 욕탕입니다.
어제의 피곤이 아직 덜 가셨는지 피로감이 쏟아집니다.
욕탕안에 들어갔다간 욕탕에서 졸것 같아 간단히 샤워만 합니다.
오늘은 92Km... 어제에 비하면 과히 길지 않은 거리인데
피곤하기는 어제보다 더 합니다.
밤에 여기저기 걸어서 돌아다닌 때문일까...
다다미 냄새를 맡으며
잠을 청합니다.
첫댓글 정말 대단하십니다.
종일 비맞고 달려도 감기 조차 안 드시나 보네요!
역시 건강엔 자전거가 최고인가 봅니다!!
자전거 터널이 따로있다니~~~ 부랍다, 부럽다 하니까 정말 얘들이~~~ ㅋㅋㅋ
저체온증이 오려는 기색이 있으면 바로 바람막이도 입고, 뜨거운 음료를 마시기도 하고..
나름 방법을 찾아 체온을 유지하곤 합니다. 여행중 감기 등 아프면 여행이 불가능해서요.
일본의 자전거 인프라는 독일과 더불어 세계적이라는 평이니.. 대단하지요? 부럽습니다.
혹시 다음 계획엔 동행인 안 필요하세요? ㅋㅋ
여건이 맞는 분 몇이 함께하면 좋을 것 같은데~
리드하시는 분이 힘들시겠죠?
단체 여행은 동반, 같이 여행을 즐기는 것이니 리드하는 역할이야 따로 없을테니
단체여행 또한 즐거우리라 생각합니다. 늘 떠날 준비 하다가 어느 날 휙- 떠나는
그런 여행... 그러다보니 동반을 찾기가 쉽지않은 경우들이 있기도 하더군요...
교토,
지난 여름 잠깐 들렀었지요.
과거와 현재가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도시라는 느낌..
교토만 돌아보려해도 1주일 이상 걸리겠다는 생각을 했었지요.
돌정원이라는 료안지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넓은 대청마루에 앉아 침묵의 돌정원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앉아 있었던....
아름다운 고장이지요.. 교토. 세키테이가 있는 료안지는 달빛이 있는 늦은 밤이면 산책하러
다니곤 하던 곳이었습니다. 관리인과 친해져서 앞의 정원뿐 아니라, 한밤중 그 넓은 마루를
독차지하고 달빛을 반사해내는 자갈들을 바라보던 그 시간들과 순간은 일생의 추억입니다.
언제고 시간내셔서 작년 다녀오셨던 코스들을 자전거로 한번 돌아보시지요.
ㅎㅎ
희망사항......
Someday~~~!
Dream comes true!
전혀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교토는 갈 때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무사히 미션완료하셨군요. 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이번엔 총 몇킬로를 달리신건가요?/ 가마쿠라도 그렇고 쿄토도 그렇고 신구의 조화란 관점에서 보면 일본인들의 심미안과 센스는 참 배울만합니다. 광화문 광장을 둘러싼 별 의미없는 수로와 넓은 광장에 우뚝서 있는 뜬금없는 거대한 세종대왕 동상, 새로운 시청건물과 구시청건물의 부조화, 삭막한 회색빛의 시멘트 공구리 청계수로... 이런걸 보면 서울의 전통을 잘 살리면서도 주변과 조화를 이루며 아름답고 멋지게 만들 수도 있을텐데 저렇게 밖에 못하나하면서 참 안타까운 마음이듭니다.
판단을 유보하고 가치 중립적으로 보자면, 과거와의 단절로 단락되어지는 현재에 방점을 두는 발전지상과 전통을 계승하여 확대하는 통합적 확장에 의미를 부여하는 현실인식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되어지는 지점입니다. 자그마한 예로 어느날 살아오며 애용하던 우체통들이 거의 사라져버리는 것과 100년 이상된 우체통들이 100년전 그 자리에 그대로 존치되는 것의 차이쯤이 아닐까 합니다.
이후로도 여행은 계속되는데.. 교토까지는 이천여킬로미터에 육박하지않나 싶습니다. 이 무더운 여름 잘 계시지?
완주 축하드립니다. 자전거 처음 입문시절에 아름다운자전거 수야정에 뵙고 한참 못 뵜는데~^^ 근 20여년전 무작정 배타고 후쿠오카서 됴쿄 다시 시모노세키 내려오는 배낭여행을 했던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몇몆곳은 피아노님 글과 사진을 보면서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벳부에서 아소산까지 도보 및 히치하이킹으로 올라가 웃통벗고 식스팩 자랑하면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나네요. 피아노님! 존경스럽고 아자에서도 자주 뵈었으면 합니다.
반갑습니다. 오래간만이지요? 그 선한 인상과 옅은 미소로 이야기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소를 도보로 올라가시다니... 대단합니다. 언젠가 아소 백패커스 베이스에 숙박했을 때 많은 등산가들이
나카다케를 오르기 위해 준비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었던 적이 있는데.. 거길 오르셧다는 말씀? 대단합니다.
드디어 교토에 입성하셨네요.. 대단한 열정입니다. 이제는 여행을 즐기시는 달인의 모습입니다..지난해 주마간산으로 본 교토가 생각나는 군요... 자전거로 보면, 더 천천히 더 자세히 느낄 수 있겠지요..
무작정 달리지만 않는 자전거 여행이라면 여행이 좀 더 즐거워지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느끼는 여행이라면 자전거 여행이 탁월한 선택 같습니다. / 익숙한 도시인
교토에 들어가면서도 두근거리는 느낌이었습니다.여행중 익숙한 도시를 만나는 것도 좋았습니다.
날이 다시 더워집니다. 낭만님, 이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고, 즐거운 여름 나시길 빕니다.
오전내도록 장문의 라뒹일기 읽고 있습니다..부럽고 샘나고 잼나고 `ㅎㅎㅎ
덕분에 일본에 대한 생각이 많이 변했습니다.........항상 넉넉하고 자유로운 영혼에 박수를 보냅니다 굿이야~
격려 말씀 감사합니다. 일정기간 외국으로 자전거여행을 가면 절로 경계가 없어지는 자유로움이
무엇보다도 신나고, 그것을 즐기게 되더군요. 삶 자체를 그런 분방함 속에서 이어가고 싶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