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바람과 물과 태양. 4대 기운을 증인으로 계약의 증거를 제시하며, 나 오늘날 그대의 존재를 이 땅에 소환하고자 하오니 그 이름은 모든 물의 근원이자 지배자, 정령왕 엘퀴네스여. 나의 부름에 응답하소서."
주문을 마친 나는 천천히 손을 내밀어 맑은 시냇물에 담갔다. 그러자 잔잔히 흐르던 물결에 커다란 파동이 일어나더니, 폭발이라도 일어나듯 물줄기가 거친 파도처럼 들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촤아악! 철썩!
마치 분수처럼 하늘 높게 뻗어 올라가던 물줄기는 사방으로 물안개를 퍼뜨리며 그 안에서 점점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짧게 중얼거렸다.
"소환... 성공인가."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내던 물줄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그곳에는 맑은 물빛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사람이 서있었다. 나는 물었다.
"당신이 바로 물의 정령왕 엘퀴네스입니까?"
그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맞아!! 나랑 계약할래??"
"네."
그는 두 손가락을 내 이마에 갖다대었다. 이마속으로 맑고 시원한 기운이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좋아!! 계약 성공!! 근데 너는 무슨 종족이야?? 인간은 날 소환하지 못해. 그리고 넌 인간이라기엔 너무나도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 드래곤이라기엔 약하고... 뭐야? 헤츨링이야?"
"아닙니다. 저는 클로네입니다."
내가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그는 잠시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클로네? 혹시 그 인간형태의 식물?"
"예."
그는 두 손을 맞대며 황홀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오오오!! 나 클로네 처음 봐아!!"
"...그렇습니까."
"클로네, 니 이름은 뭐야?"
"...세이라키나 로비니아입니다. 편하게 세이라고 부르십시오."
"그래, 세이. 나는 엘이라고 불러줄래? 그리고 말 놔."
나는 다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이게 편합니다, 엘퀴네스님."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근데 나 앞으로 니 옆에서 있어도 돼? 정령계로 가면 이프리트가 자꾸 떽떽거린단 말이야."
...이 어벙하고 이프리트를 무서워하는 이 사람이, 정녕 공격력과 가드가 가장 강하다는 '그' 엘퀴네스가 맞습니까. 아무튼...
"앞으로 쉴 공간을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 * *
엘퀴네스님과 같이 지내온지 벌써 200년이 흘렀다. 그는 여전히 어벙하고 재밌고, 친절했으며...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았다. 200년 전에 비해 가끔씩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는 것만 빼면... 달라진 게 아무 것도 없었다.
똑똑-
누군가가 내 집무실 문을 두드린다.
"세이~ 안에 있어?"
"들어오십시오, 엘퀴네스님."
벌컥!!
나는 빙그레 웃으며 엘퀴네스님을 맞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항상 방긋방긋 웃으며 말하던 엘퀴네스님은, 오늘은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있지, 세이... 이야기가 좀 길어질 것 같은데... 좀 앉아도 되지?"
"물론입니다."
나는 따뜻한 물을 두잔 가지고 와 엘퀴네스님과 내 앞에 놓았다. 그는 물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말했다.
"세이... 나 너를 만나서 재밌었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탄생하자마자 비운의 황제라 불리는 이사나한테 소환되고... 어쩌다보니 악신도 상대하고... 4000년 과거로 가보기도 하고... 시간이 많이 지나 솔트레테 제국이 멸망하고 아스란 제국이 세워지고... 시벨이랑 아스와 놀기도 하고... 크로아첸과 즐거운 추억도 많이 쌓았고... 네 정령왕과 한 신을 가족으로 삼았고... 그리고 너도 만나고... 하하... 난 이제껏 내 친구들이 죽는 것을 보았어. 그런데 이번엔... 반대가 됐지 뭐야."
그가 하는 말의 요점을 파악하고, 나는 얼굴을 굳혔다.
"있지... 엘퀴네스는 대체로 오래 산다는데... 나는 왜 이렇게 빨리..."
그의 물빛 눈동자에서, 맑은 눈물이 주르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벌써 헤어질 시간이네... 난 죽는게 두려운게 아니야. 그저 너희를 까먹게 될까봐 두렵다고..."
그리고 그는 고개를 숙이고 흐느꼈다.
"세이, 환생이라는 걸... 믿어?"
"...별로... 믿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 따위."
"세이, 환생은... 진짜 있어. 내게도 전생이 있거든... 난 이미 환생한 내 친구들을 많이 봤어. 그때마다 친구가 되었고. 그렇기에 미련은 없어. 신들은 죽을때마다 만나면 되니까... 그런데 세이 너는... 넌... 다신 못 만날 것 같아... 어떡해... 나 여기에 미련 남으면 어쩌지... 다음생에도 아크아돈에서 태어나고 싶지만... 내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니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빛 머리카락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렸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세이. 언젠가는 꼭 다시 만나자. 나... 너 마음에 들었거든. 무뚝뚝하지만... 너랑 있으면 즐거워. 세이, 안녕..."
그는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며 웃었다. 슬프게도 웃었다. 나는 그를 잡으려 했지만 그는 이미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안녕히 가십시오, 엘퀴네스님. 다음에...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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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 세이...?"
누군가가 내 어깨를 부드럽게 흔들며 깨우기에, 나는 밀려오는 잠을 뿌리치고 눈을 떴다.
"...칼프님이시군요. 무슨 일로...?"
그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늘 엘프마을에서 개최하는 연회가 있잖아. 헤윈이 초대했는데... 기억나지?"
"아... 깜빡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럼 어서 가자."
나는 정장을 입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서령의 일족들을 데리고 엘프마을에 갔다. 그곳에서는 성대한 연회가 벌어지고 있었다.
"아, 오셨습니까, 나이트 칼프, 시란. 그리고 세이님."
"오랜만이지 헤윈?"
"헤윈~"
"...안녕하십니까."
헤윈은 나와 나이트들을 자리로 안내했다. 내가 앉은 곳은 헤윈의 옆자리였는데, 원래는 라휄의 자리였던 듯하다. 하지만 아직 라휄을 데리고 오진 못했으니까 나를 여기 앉혀두었겠지.
그때 내 팔을 붙들고 흔드는 손길이 있었다. 그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어린 엘프 소녀 하나가 있었다. 그 엘프는, 연두빛의 허리까지 오는 머리카락에, 맑은 물빛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얼굴은... 귀여웠다. 그리고... 그를 닮았다. 엘퀴네스를...
어린 엘프는 나에게 해맑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나 당신이 마음에 들었어요!! 무뚝뚝해 보이긴 하지만... 당신이랑 있으면 재밌을 것 같은데요? 나랑 놀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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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 마음에 들었거든. 무뚝뚝하지만... 너랑 있으면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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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어린 엘프를 지긋이 지켜보자, 헤윈이 호들갑을 떨며 내 팔에서 그 어린 엘프를 떼어냈다.
"엘!! 이게 무슨 짓이냐! 저분은 클로네의 후계자시란 말이다!!"
...엘... 이라고?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어 웃었다.
"하하하하하!!!"
내가 소리내어 웃는 모습을 처음 보는지, 연회를 하던 엘프와 클로네들의 시선들이 모두 내게 집중되었다. 나는 손을 까닥해 엘이라는 어린 엘프를 불렀다. 엘은 잠시 주춤거리더니 이내 쪼르르 달려왔다.
내가 클로네의 후계자라는 걸 알고 겁을 먹었는지, 어깨를 부들부들 떠는 엘을 나는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엘은 기분이 풀어졌는지 헤헤거렸다. 그리고 말했다.
"있죠 있죠, 이름이 '세이라키아 로비니아' 맞죠?? 되게 다정하시네요!! 나 커서 세이랑 결혼할래요!!"
나는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엘을 무릎에 앉히며 말했다.
"그럴까?"
...그말에 모든 엘프와 클로네들은 입을 쩍 벌렸다. ...뭐야, 내가 엘과 결혼한다는게 뭐가 잘못됐나??
* * *
그리고 그로부터 300년 뒤, 세이와 엘은 결혼식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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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옷... 엘세이, 쓰기 재밌네요... 하지만 내용은 재미없다는게 함정.
어... 음... 에르스티아님, 그 손에 들린 돌멩이는 곱게 내려주시길... 하하...
애초에 이 리퀘들은 슬럼프를 쫓기 위해 받아들인 것이었으니...
내용이 재미없을 수도, 좀 늦을수도... 있다고 제가 게시글에 썼을 텐데...<아닌가? 하하...
아무튼!! 에르스티아님, 전 열심히 썼습니다!! 흡... 이런 소설을 리퀘라고 주다니, 제가 너무 죄송스럽네요...
공백제외-3020자
첫댓글 아...세이와 엘이라니...!
뭔가 오묘하게 잘맞는 컾입니다! 씁..모솔인 저는 조용히 사라져야.....아하하 ..
전 모솔은 아니지만... 현재 솔로... 쓰면서 가슴이 찢...찢... 흡...
아일라님!키읔 자음과 히읗 자음쓰셨어요!수정해주세요!
수정했습니다..!
저도 모솔이라죠. 재미있게 읽었어요.감사합니다!
흡... 이런 소설을 재밌다고 읽어주시다니...!! 제가 더 감사하네요!!
왘!,!!!!! 아흡..ㅠㅠ!!! 너무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꺄악ㅠㅠㅠㅠ
와!! 아흡.. 너무 감사해요!!
이거 다른곳에서 미리 읽은건데..다시 봐도 재미있네요!! 엘세이~!!
감사해요!!
하하...늦게 본 내가 멍청이닷!! 완전 재밌어요!!
지, 진짜요? 멍청이는 아니에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엘..세이랑도 잘맞겠어요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청랑(靑浪) 전 글솜씨가 완전 꽝인데 다른분들이 너무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