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사회에 다녀오신 경로당 회장할머니가 회의장에 장식돼 있던 꽃다발을 챙겨와 나를 주고 가셨다. 꽃이든 꽃다발이든 금새 시들어버릴 것을 두고 욕심을 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마음이 기뻤다. 날마다 시들고 가벼워지는 꽃대를 정리하면서도 아직 살아 있는 꽃대에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다. 그런데 아침에 출근을 하니 혼자 유난히 시들어버린 꽃대가 있어 어찌된 일일까 서운했었다. 그 중 싱싱했던 꽃대여서 한동안 더 견뎌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오후에 살펴본즉 누군가 꽃대를 두번 꺽어 버린 것이었다. 음~ 창가에 올려두고 정성을 들이고 있는 화분을 바라다보며 소금을 뿌리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고 약을 올렸던 레드맨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다. 퇴근 무렵 사무실에 방문한 부녀회장님께 꺽어진 꽃대를 설명하며 투덜거렸다. "누가 그랬는지 심증이 가는 곳이 있기는 하다"는 내 말에 직원들의 눈길이 일제히 레드맨을 향했다. 사무실 직원들의 의심의 눈길이 쏠려있는 것도 알아채지 못하고 두손가락 기안을 하고 있던 레드맨 진우 : 임주임님이 꺾어놓은 거 아녜요? 레드맨 : (어리버리 눈을 껌뻑이며 바보같은 표정으로 바라본다.) 진우 : 임주임님이 이거 꺾어놓은 거 아니냐구요? 레드맨 : 어? 나 아냐. 내가 꺾으면 싹다 없애지 그것만 꺾겠어? 나 진짜 안그랬어. 직원들 : (피식피식 웃는다.) 그리고 나서 부녀회장님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서무가 성냥개비와 스카치테이프로 부목을 대 줬다. 진우 : 내가 위생병이었기 때문에 이런 걸 보면 고쳐줘야 돼 겉으로는 그저 싱거운 웃음을 웃고 말았지만 위.로.가 되었다. 꺽어지면 부목을 대고 상처는 치료하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