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집에 도착하자 화단에 작약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어제가 5월 8일 어버이날.
어제는 날씨가 흐려 오늘 누님과 함께 어머니 모시고 고양국제꽃박람회 가기로 한 날이다.
"어머니 갑시다!"하고 불렀더니 누님과 함께 93세 우리 어머니 "고맙다~~!!" 하시면서 나온다.
누님이 "준규 엄마가 사준 옷 입혀드렸더니 엄청 좋아하시네~"한다.
9시 40분 고양국제꽃박람회로 출발했다.
고속도로 양쪽에 아카시아꽃들이 한창이다.
어머니가 고맙다고 몇 번이고 하셔서 "변집사가 어머니 모시고 꽃구경 갔다오래!"했더니 항상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씀 "너 장가 참 잘 갔어야~"하신다.
누님이 "우리 어릴 때 엄니가 할머니한테 잘해서 며느리들이 다 잘하는거야!"한다.
그러자 어머니 "우리 집 며느리들 다 잘들어왔어야!"한다.
내가 "그건 맞기는 맞아, 아들들은 그릇이 종지기 그릇만하게 작은데 며느리들은 시어머니를 닮았는지 베포가 다 크잖아~!" 했더니 맞다는 뜻인지 어머니와 누님 함께 웃는다.
사당굴 논 물 이우러 가던일, 소가 산에서 혼자 집 찾아왔던 일, 고구마 감자가 더 맛있었다는 이야기, 동네 사람들 이야기 등등을 하다 보니 어느덧 주차장에 도착했다.
아침 일찍 도착해서 그런지 임시 제1주차장 주차공간이 넉넉하다.
꽃박람회 행사장 가는 길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가는 길 중간에 이국적인 건물도 보인다.
입장표를 사고 기념 사진도 한 장 찍었다.
고래 머리에 황새가 앉아있고 배 아래로 새들이 함께 날고 있는 것을 봐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고래임이 분명하다.
달콤한 찔레 향기가 바람을 타고 전해온다.
유치원 아이들이 소풍을 왔다.
"어머니처럼 나이가 들면 어린아이들이 되니까 어머니도 제들처럼 유치원생이야"하니 어머니 웃는다.
공작새도 있고 닭도 있고 미어켓도 다람쥐 여러 동물들이 있는 동물원이 있다.
이곳 일산호수공원에 살고 있는 생물들을 그림으로 색칠하는 부스다.
물방개를 선택해서 색칠을 하는데 못 미더운지 딸은 옆에서 자꾸 칠하는 것을 돕는다.
사실 올해 93세 우리 어머니가 87세부터 89세 때까지 태어나 처음 그린 그림들을 전문가들에게 보여드렸더니 엄청나 재능이 있다고들 했었다.
우리 어릴 때 시골 산속에서 많이 보았던 도라지들이 담쟁이 덩쿨 위에 피어 있다.
유치원 아이들 뿐만 아니라 중학교 나이의 아이들도 소풍을 많이 왔다.
호숫가에 노란 수선화도 피어있고 연보라색 연꽃들도 피어나고 있다.
늙은 호박, 옥수수 씨앗, 챙이, 장돛대 등 옛날 모습이 정겹다.
1976년 새마을 운동으로 우리 시골집 초가를 헐어내고 집을 짓고 마당에는 땅을 파서 자갈과 숯을 넣어 만들었던 작두 펌프가 여기에도 있다.
형형색색 수국들이 피어있다.
집에서 꽃을 가꾸면서 꽃과 대화를 하는 우리 어머니 꽃들에게 맞하듯 손을 흔든다.
누님은 어버이날 딸이 별수국을 사와서 화분에 심어두었는데 아주 예쁘게 핀다고 자랑이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의 마음은 똑 같은가 보다. 자식이 해주는 것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아하는 마음이.
꽃들을 보며 어머니 좋다! 좋다!를 연발하신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음에 천국에 가면 이곳 보다 백배도 더 예쁘고 향기가 진동해. 그리고 천국에는 늙은 것도 아픈 것도 없어!"
이렇게 항상 만날 때면 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린다.
어머니가 핸드폰을 꺼내면서 꽃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신다.
그리고 여기가 어딘지 물어보신다.
왜나고 물으니 노치원에 가서 할머니들에게 여기 갔다왔다고 말하려고 그러신단다.
호숫가 배 위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인기다.
하늘로 쭉쭉 뻗어 올라간 메타스콰이어에서 산소가 마구마구 뿜어져 나온다.
커다란 산소방울들이 이곳저곳에 커다랗게 맺혀 있다.
오늘이 5월 9일 목요일. 이번 주 일요일까지 꽃박람회 기간이라 그런지 장미들이 많이 시들었다.
누가 생각해서 설치했는지 빨간 음표에서 음악이 자꾸만 흘러나온다.
꽃만개정원 들어가는 입구 호접란들이 꺼구로 매달려서도 잘도 피어나고 있다.
사진을 찍을 때는 어머니의 표정을 볼 수 없었는데 사진으로 보니 나이가 드셨나 보다.
이전에는 활짝 웃으셨는데. 93년의 세월이....
호수위에 엄청나게 커다란 연꽃이 피어나고 있다.
우리 한민족과 정서가 같은 걸까. 흥겨우면서도 애잔한 남미의 음악이다.
연주자들과 함께 기념사진 찍고 어머니가 2천 원 기부함에 넣었다.
입장할 때부터 어머니 우리에게 커피 사줄테니 마시라고 했었다.
자식에게 뭘 해주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알기에 달달한 바닐라라떼를 골랐다.
어머니가 호주머니에서 만원짜리를 꺼내 종업원에게 건넨다.
젊은 종업원 아가씨에게 "우리 어머니가 사주시 거예요. 올해 93세예요!" 했더니 멋있다고 하면서 건강하시단다.
차를 주차해둔 임시1주차장 쪽으로 돌아와 8층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10시 40분에 시작해서 지금이 3시 30분. 무려 5시간을 걸었다.
93세 우리 어머니 걷겠다고 했었는데 휠체어를 빌리길 잘했다.
식당에서 내려다보니 호수 끝까지 행사장의 모든 곳이 한눈에 보인다.
집으로 오는 길에 어머니에게 내년 꽃 박람회에 또 오고 올 가을에는 알밤 주으러 가자고 했더니 좋아하신다.
사람은 희망으로 살기에 조그만 희망이라도 생각하시면서 건강하시길 바라본다.
집에 돌아와 화단에서 기념 사진을 남겼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이 사진들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첫댓글 Thank 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