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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외우기 5 : 김소월의 <산유화>
- 남산 소월길 입구에 있는 김소월 시비 -
산유화 / 김소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꽃이 피고 지는 자연현상을 노래하였다. 그것이 평범하므로 시인은 어려운 말을 섞지 않았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시어들을 반복할 뿐이다. 저 평범한 언어를 두고 모국어라 부르는 것이 오히려 외람되다. 그러나 범부(凡夫)의 언어와도 같은 저 언어가 혹독한 시대의 산물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언어의 말살을 통해 민족의 정신과 인간의 영혼을 가두어버리려 들던 야만과 광포의 시대의 것이므로 시인 소월을 범부로 부를 수는 없는 것이다.
찬찬히 다시 살피면 ‘산유화’는 꽃이 피고 지는 현상을 노래하고 있다. 첫 연에서 봄부터 가을에 이르기까지 산에 꽃이 핀다고 하고, 끝 연에서는 그 꽃이 진다고 하였다. 피고 지는 것이 시의 절반이다. 그 남은 절반이 꽃의 일생인 셈이다. 그 일생은 보잘 것 없는 것이다. 아니 외로우며 고독하다. 저만치에서 혼자서 피어 있다. 작은 새 한 마리가 와서 울고 갈 뿐이다. 꽃은 외롭게 봄에도 피고 졌고, 여름에도 피고 졌고, 가을에도 피고 진 것이다. 저 단순한 자연현상은 멈추지 않아서 우주가 열려 있는 동안 내내 지속될 것이다. 희망 없던 때의 절망과 탄식을 고독의 견고함에 기대어 선명하게 포착한 것이고 노래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표면의 접근만으로 시인의 시적 상상을 읽고 말 수는 없다. 시 안의 외로운 꽃과 외로운 새를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시인이다. 그 깊은 곳으로 시인은 그윽한 눈길을 던지고 있다. 그러므로 꽃의 피고 짐은 한 세계의 탄생과 소멸이라 해야 옳다. 우리는 평범한 자연 현상을 통해 숙명과도 같은 "생명"의 고독을 밀고 가는 한 인간을 대할 수 있다.
‘산유화’를 읽은 이들은 시에 부려져 있는 두 시어, “저만치”와 “혼자서”에 주목한다. “저만치”는 화자와 꽃(자연) 사이의 거리이기도 하며, 저만치는 “혼자서” 있다고 부연되므로 꽃들 사이에서도 이격되어 피어있으므로 스스로의 외로움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몇 줄의 시 속에 등장하는, 목숨 가진 새와 꽃과 화자는 모두 외롭다. 고독 그 자체인 것이다. 특별히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므로 그 외로움과 고독의 시원(始原)을 묻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생명 가진 것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시인 문덕수 씨는 “저만치”를 “추상적 거리”라고 말하면서 “소월이 끝내 구원을 받지 못한 비극적 거리요, 조국을 상실한 현실 상황을 끝내 초탈하지 못했음을 암시하는 것”이라 하여 오히려 알 수 없는 여운을 남겨 두었었다. ‘산유화’에는 이 세상에 가득한 근원적 고독이 스며있다. 그 속에서 사물과 인간들이 나고 죽으며 순환한다. 인간의 언어는 소월과 같은 비극적 세계관을 지닌 시인을 통해 그것을 잠시 발견할 뿐이다. 김흥규 교수는 이 작품을 두고 “한 방울의 눈물도 신음 소리도 없다”고 하였었다. 궁핍과 절망의 시대가 발견한 성찰이며 우수(憂愁)가 낳은 비극적 세계관에 대한 경건한 헌사이다.
김소월(1902~1934)의 절창은 허다하다. ‘진달래꽃’, ‘금잔디’, ‘초혼’, ‘삭주 구성’, ‘가는 길’등 한국인의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흔히 그를 전통적 민중 정감과 한(恨)의 가락을 서정시로 형상화하는 데 탁월한 솜씨를 보여 주었다고 하며, 1920년대 시단의 가장 뛰어난 서정 시인으로 평가한다. 그의 가락은 고려의 노래 ‘청산별곡’, ‘가시리’의 그것에 닿아 있으며, 근대 ‘아리랑’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평론가 유종호 씨는 그가 “구비 전통에 대한 청각적 충실성을 통해서 리듬을 살리고 시의 음률성을 존중한 시인”으로 “불역(不易)의 매혹”을 가졌으며 “관념이 아니라 이미지에서 출발”한 천성의 시인이라 평한 바 있다.
- <한겨레 풍경를 꿈꾸며> -
우리는 어쩌다 하늘의 별만큼이나 시인이 많다는 시대에 살고 있다. 생명 가진 것의 외로움과 고독은 여전하기 때문일까? 그리고 우리 시대에도 소월이 노래한 “임 없음(‘초혼’)과 집 없음(‘바라건대는 우리에게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과 길 없음(‘삭주 구성’)”은 거듭 반복되고 있다. 그 막막함들이 여전히 현실에서 변주되고 있기 때문일까? 소월의 시대가 일제의 강점기였다면, 우리 시대는 무엇이 강점하는 시대이기에 이토록 견고한 외로움과 고독이 반복되고 있는지, 생각하면 혼몽으로 빠져든다. 혼몽 속에 아이러니가 틈입한다. 아이러니의 진원지는 우리의 주위에 허다하다. 안타까운 풍경들이다.
단양쑥부쟁이, 꾸구리, 비내늪의 너구리 발자국과 흰물떼새, 낙동강 오리섬의 나무, 들풀과 강 속의 수많은 생명들, 여주 남한강에서 강물에 뛰어들었다는 환경활동가, 신부님들과 스님들, 팔달의 유기농민들 … 어쩌면 모두 피었다 지는 한 잎의 산유화인지도 모른다. 아니, 스스로 피고 지는 외로움과 고독의 자유로부터도 소외되고 희생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무서운 죽음의 그림자 앞에서.
야만과 광포의 시대는 반복되는가? 꽃과 풀과 짐승과 물고기와 사람들은 소외 속에서 죽어가는가? 다만 우주는 여전히 열려 있고 꽃이 피고 지듯이 세상은 순환하고 있다.
▲ 준설한 모래가 둘레를 꽉 채우고 있는 상주보 구간의 낙동강 오리섬에 있던 나무 모습
(출처 : 오마이뉴스)
- 왕십리 광장에 세운 소월 시비(왕십리)와 흉상 -
본관은 공주. 본명은 정식(廷湜). 전통적인 한(恨)의 정서를 여성 화자를 통해 보여주었고,
향토적 소재와 설화적 내용을 민요적 기법으로 노래하였다.
아버지 성도(性燾)와 어머니 장경숙(張景淑)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외가에서 태어나 백일이 지난 뒤, 평안북도 정주군 곽산면 남서동 본댁으로 돌아왔다.
2세 때 아버지가 철도를 설치하던 일본인에게 폭행당해 정신이상이 되자 할아버지가 그를 돌보았다.
할아버지에게 한문을 배우고, 숙모 계희영에게〈심청전〉·〈장화홍련전〉등의 옛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다.
1915년 오산학교 중학부에 입학, 1916년에는 홍단실(洪丹實)과 결혼했다.
3·1운동 직후 오산학교가 잠시 문을 닫게 되자 배재고등보통학교에 편입해 졸업했다.
그가 오산학교에 다닐 때에는 조만식이 교장, 서춘·이돈화·김억이 교사로 있었는데,
김억에게 시적 재능을 인정받아 시를 쓰기 시작했다.
1923년 도쿄상과대학[東京商科大學]에 입학했으나,
9월 관동대지진이 일어나 학교를 그만두고 귀국했다.
고향으로 돌아가 할아버지가 경영하는 광산일을 돕다가
1924년〈진달래 꽃〉의 무대인 영변을 잠깐 다녀왔다.
김동인·김찬영·임장화 등과 〈영대 靈臺〉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나도향과 친하게 지냈다.
광산일이 실패하자 처가가 있는 구성군으로 이사했다.
땅을 팔아 동아일보사 지국을 경영했으나 실패했다.
그뒤 생활이 어려워져 삶에 대한 의욕을 잃고 술만 마시다가,
1934년 32세 때 곽산에서 음독자살했다.
1968년 3월 한국일보사에서 남산에 그의 시비를 세웠다.
*김소월 시인이 흙돌의 배재학당 선배인 연유로
남산 시비 제막식에 고등학생 신분으로 참가하였음.
* 시는 우주의 생명적 본질이 인간의 감성적 작용을 통하여
표현되는 언어의 통일적 구상이다. / 조지훈
*자작시 방에 노래로 불렸으면 하는 졸시 올립니다 : 꽃길 / 목련 꼬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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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옛날 옆에 낀 책은 소월시 밤세워 읽곤 했지요 세삼 한국이 낳은 서정시인
최고 아니 세계속에도 이 분 시는 으뜸일것 같네요 세계에 알려지지 않았는지 아쉽네요
이분에 상세 내역 잘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
서정시인 김 소월의 모든 것을
다시 한번 만나게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학창시절, 가장 가까이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소월의 시
너무 젊은 나이에 세상을 하직하게 되어 맘이 짠하네요.
종달새님, 열정이 부럽습니다.
잘 보고 가요^^ 읽어 내려가면서....아...하..
그렇구나..고개를 끄떡...끄떡...^^
만나뵈서![방가](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gif)
웠고요 아직도 서정에 대한 대단한 열정이 부러버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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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유명하지요![꽃](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7.gif)
소월 '김정식'하면 우리 민족의 한이 서린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