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음악 11월 17일(금)*
▲만추(晩秋), 집시음악 ①
◾쓸쓸함과 흥겨움의 조화
◀Moldova(몰도바)
◼세르게이 트로파노프
(Sergei Trofanov)
◀검은 눈동자
(Dark Eyes)
◼세르게이 트로파노프
◀검은 눈동자 ‘
(Очи чёрные:
오치 쵸르느이에)
◼비까 쯔이가노바
(Вика Цыганова)
◀머나먼 길
(Дорогой длинною:
다라고이 들리노유)
◼Нани Брегвадзе
(나니 브레그바드제)
▶Those were Days
(그런 날이 있었지:지나간 세월)
◼메리 홉킨(Mary Hopkin)
◀Chardas(차르다시)
◼한수진(바이올린)✕
김정원(피아노)
◀Lulle Lulle (꽃들, 꽃들)
◼바로셀로나 집시 오케스트라
(Barcelona Gipsy Klezmer)
◉이른 새벽까지
늦은 가을비가 내리더니
영하로 떨어진 이른 아침엔
비가 멎었습니다.
그래서 눈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새벽하늘에 별들이
총총 떴습니다.
그래도 계절이 겨울로
들어서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늦가을입니다.
◉떠돌이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겨울은
불편한 계절입니다.
가축이 먹을 풀을 찾아
떠돌아다니던 유목민들은
11월에 들어서면
겨울을 나기 위해
서둘러 동영지(冬營地)로
옮겨갑니다.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양지바른 곳에서 겨울을
지내기 위해 일찍부터
살 곳을 마련해 뒀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유목민도
정착민과 별로
다를 게 없습니다.
◉비슷한 떠돌이 삶을 사는
집시들도 겨울이 오면
마찬가지로 서글퍼집니다.
그들 역시 겨울에는
자주 옮겨 다지지 못하고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혹독한 겨울을
나야 합니다.
그래서 살 곳을 정하고
집시촌을 이루어
정착민처럼 살아가는
집시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집시는 왜 끊임없이
떠돌아다닐까?
그들의 원래 고향과
나라는 어디인가?
여러 가지 설과
주장이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들이
천대받고 박해받으며
떠돌이 신세로 산지가
천년이 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오랜 세월 세상을
옮겨 다니면서 그들에게는
삶의 애환이 스며든
음악이 생겨났습니다.
그것을 흔히 집시음악이라
이야기합니다.
◉그렇다고 집시음악이라는
장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의 삶이 묻어 있는
집시풍의 음악이 있을 뿐입니다.
잠시 정착하는 곳이 어디든
집시들은 그 지역의 음악을
받아들여 자신들의 음악에
버무려 넣습니다.
그래서 집시음악은 어찌 보면
크로스오버 음악의
선두 주자인지도 모릅니다.
정열적이고 자유롭지만
슬프고 애절하기도 한 것이
집시음악의 색깔입니다.
그래서 특히
겨울의 문턱에 다가서는
늦은 가을 晩秋가 되면
그들의 애환이 스며있는
집시풍의 멜로디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들의 음악이
살아온 그들의 삶과
닮아 있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세계적인 집시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세르게이 트로파노프
(Sergei Trofanov)의
집시음악 ‘몰도바’(Moldova)의
연주부터 들어보고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몰도바는 발칸 집시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러시아와 루마니아
사이에 있는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한 곳입니다.
1991년 소련에서 독립했습니다.
서구 여러 곳이 집시를
천대하고 박해하지만
몰도바는 가난한 나라지만
떠돌이 집시를
인간적으로 대하는
나라 가운데 한 곳입니다.
◉몰도바에서 태어난 트로파노프는
어릴 때부터 이 지역
집시들의 음악에 빠져
바이올린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집시 마에스트로가
스승 역할을 하며 집시음악의
혼을 불어넣어 줬습니다.
‘집시 열정’ (Gypsy Passion)이란
앨범을 2001년에 내면서
대표곡으로 ‘몰도바’를 올렸습니다.
1991년부터 캐나다로
이주해 살아오면서
몰도바의 집시음악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음악과
바이올린 연주에는
집시의 정서가 가장 잘
담겨 있는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https://youtu.be/DSwSELKRyC4
◉집시음악 가운데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대중음악도 꽤 있습니다.
러시아 민요로 알려진
‘검은 눈동자’(Dark Eyes)도
바로 그 가운데 한 곡입니다.
가사의 일부분은
19세기 우크라이나 시인
에브겐 그레빈카
(Євген Гребінка)의
시를 바탕으로 합니다.
그래도 가사 속에
집시 이야기도 들어있고
무엇보다 러시아에는
흑안흑발(黑眼黑髮), 즉
검은 눈, 검은 머리 여인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집시음악으로 분류합니다.
역시 세르게이 트로파노프의
집시 바이올린 연주로 만나보는
‘검은 눈동자’입니다.
https://youtu.be/cQ4AfCZzQFI?si=eCuRCv6WCzL2JMPJ
◉러시아 가수의 노래로
들어보는 ‘검은 눈동자’
(Очи чёрные:
오치 쵸르느이에)입니다.
비까 쯔이가노바
(Вика Цыганова)라는
러시아 여가수가 부릅니다.
영상에는 실제 러시아
집시여인들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https://youtu.be/uy095F5mwTU?si=bBu-eoBA5HVCuYjV
◉영국 가수 메리 홉킨
(Mary Hopkin)의 노래로
알려진 ‘Those Were the Days’
(지나간 세월)도
번안 팝으로 널리 알려진
러시아의 집시음악입니다.
‘머나먼 길’
(Дорогой длинною:
다라고이 들리노유)라는
노래입니다.
다른 집시음악과 다른 점은
작곡가가 있었던 노래로
소련 치하에서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1924년 작곡가 보리스 포민
(Борис Фомин)이 작곡했습니다.
집시들의 삶과도 잘 부합되는
제목을 가진 노래는
특히 집시들에 의해 널리
전파됐습니다.
◉하지만 포민이 소련당국에 의해
반혁명적인 인물로 지목되면서
이 노래도 옛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반동 음악으로 낙인찍혀
1927년부터 금지곡이 됐습니다.
한동안 묵혀 있던 이 노래는
1967년 나니 브레그바제
(Нани Брегвадзе)가
부르면서 집시음악으로
다시 살아나게 됩니다.
https://youtu.be/VJhPtOfHsmQ?si=Hzr85NnWPxK2bhpU
◉소련에서 금지됐던
이 노래는 미국에서도
다시 살아납니다.
러시아 이민자를 부모로 둔
유진 라스킨(Eugene Raskin)이란
음악가가 부모가 즐겨 부르는
이 노래에 가사를 붙이고
‘Those were the Days’란
제목을 달아 1962년에 내놓습니다.
이 노래를 우연히 들은
비틀즈의 폴 메카트니는
이 노래를 새롭게 편곡해
웨일즈 출신의 촌뜨기
메리 홉킨 (Mary Hopkin)에게
부르게 합니다.
영국 상글 1위,
빌보드 hot 100 2위 등의
대박을 터뜨리면서 메리 홉킨은
일약 세계적 스타가 됐습니다.
소련에서 옛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며
금지곡이 됐던 집시의 노래는
지난날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서구의 팝으로,
특히 술집에서 사랑받는 노래로
재탄생했습니다.
https://youtu.be/VgH98q9ao2Q?si=3VDGiVbfmOiG6-2i
◉집시음악이 가장 활발하게
만들어진 곳은 역시 동유럽입니다.
집시들에게 배타적인 서구와 달리
동유럽은 집시들에게
상대적으로 관대합니다.
그래서 헝가리 등 동유럽과
발칸반도 쪽에는 집시들이 많이
모여 삽니다.
자연히 다양한 집시음악이
등장하게 됩니다.
집시음악 하면 빠뜨릴 수 없는
곡이 바로 ‘차르다시’(Czardas)입니다.
헝가리 전통 춤곡을
그렇게 부릅니다.
헝가리를 여행하던 이탈리아 음악가
비토리오 몬티(Monti)가
현지 춤곡을 듣고 영감을 얻어
작곡한 ‘차르다시’에는
집시음악의 여러 요소가
잘 들어 있습니다.
◉차르디시의 도입부는
애수에 찬 서정적인 선율로
시작됩니다.
쓸쓸하게 시작된 악장은
점차 슬픔으로 빠져가며
감정을 끌어올립니다.
슬픔의 감정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 빠르고 격렬한
주제가 등장합니다.
그러면서 광기와 같은
종결부로 치닫습니다.
한 곡에 슬픔과 분노와
즐거움과 환희가 공존하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집시음악입니다.
쓸쓸함과 흥겨움이 기묘한
조화를 이루는 차르디시를
우리 연주가들의 연주로
들어봅니다.
한수진의 바이올린 연주와
김정원의 피아노 연주가 엮어내는
집시음악 ‘차르디시’입니다.
https://youtu.be/vflWkL8ygsQ?si=h4M9B-9wRILMJOK2
◉발칸반도로 내려가
집시음악을 만나봅니다.
발칸 남서부에 위치란
알바니아에도 집시들이
많이 모여 삽니다.
이곳의 집시음악 ‘Lulle Lulle’
(꽃들아!, 꽃들아!)에도
역시 슬픔과 흥겨움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이 음악에서 독특하게
보컬까지 만날 수 있습니다.
보컬이 담긴 집시음악은
스페인이 있는 이베리아반도와
마그레브라 부르는
북부 아프리카의 나라들
모로코와 알제리 튀니지 등의
집시음악과도 맥이 닿습니다.
이 음악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집시 오케스트라의
(Barcelona Gypsy Orchestra)의
연주와 노래로 만나봅니다.
‘당신이 나의 마음속에
품었던 사랑은 어디인가요?
날 못 봤다면
그리움으로 죽었겠지.
꽃들아 꽃들아!
너를 위해 나는 미쳐가고 있어’
https://youtu.be/8TFvlvbl-30?si=E0J7zdo3QRr6IldN
◉영국인들이 처음 집시를
만났을 때 그들이 이집트에서
온 것으로 알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영어의 집시는
Egyptian에서 두음이 상실되면서
만들어진 말입니다.
원래 출발지는 인도였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어쨌든 나라마다 집시를 부르는
말이 모두 조금씩 다릅니다.
독일은 치고이네르(Zigeuner),
프랑스는 치간느(Tzigane)
스페인은 기타나(Gitana) 등입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르듯이
집시음악도 그들이 떠도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도 바탕에 흐르는 정서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누가 그들을
왜 떠돌게 했는지 모르지만
다가오는 겨울에는
그들도 따뜻한 동영지에
자리 잡고 편안한 겨울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배석규)
옮겨온 글
첫댓글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