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베품
며칠 전 어느 신문에서 '창조적 기부는 기업ㆍ빈곤층 살리는 윈윈(Win-Win) 나눔'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많은 부분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해 있는 현대 사회에서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며 함께 살아간다는 것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유명 언론 기관에서 이러한 사례를 소개하고 이슈화 하여 뜻은 있으나 방법을 몰라 실천하지 못 하는 사람들에게 길을 알려 주고, 또 하고는 싶으나 다른 사람이 자기의 善意的 행동에 색안경 끼고 보지 않을까 두려워 망설이던 사람들에게 결심을 하게끔 유도하는 것 또한 언론의 중요한 사명이라 할 수 있다.
나눈다는 것 참 좋은 일이다. 옛말에 콩 한 알도 나누어 먹는다는 말이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조그만 것이라도 나눌 수 있는 마음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현대 사회에 있어 꼭 필요한 것이리라.
그런데 신문 기사에서는 ‘기부’와 ‘나눔’을 거의 同格으로 여기고 있었는데 나는 둘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부'와 '나눔'이라는 말은 비슷한 의미이기는 하지만 정확히 같은 뜻은 아니다. 국어사전에 기부란 말은 '자선 사업이나 공공사업을 돕기 위하여 자기 소유의 돈이나 물건 따위를 대가 없이 내놓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나눔이란 것은 ‘공동의 재산을 골고루 분배한다’는 뜻이다.
자기의 재물을 내놓는 것과 공동의 재산을 나눈다는 것 결과적으로는 동일한 듯하지만 각각의 마음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기부에는 自己犧牲이라는 마음이 필요한 것이고, 나눔에는 正義로운 마음이 필요하다. 자기희생과 정의 모두 좋은 마음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많이 다르다. 내 생각에 기부라는 말에는 ‘나눔’이라는 말보다 ‘베품’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베품은 국어사전에 ‘남에게 돈을 주거나 일을 도와주어서 혜택을 받게 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가난한 자에게 동정을 베풀다, 임금이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풀었다, 사장은 사원들에게 특전을 베풀었다 등이 그 사용 예이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라는 글에서 ‘베품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함께 살고 있는 이웃에게 보시와 자비와 지혜를 베푸는 일이어야 한다’고 하셨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느 개인이 땀 흘려 일해 모은 재물을 남에게 나누어 주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있다 해도 그 사람이 스스로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았거나 나태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콩 한 알이라도 나누어 주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러나 베푼다고 하는 것은 함께 살고 있는 이웃에게 아무 조건 없이 주는 것이다. 상대방이 病者이든, 弱者이든, 흉폭한 犯罪者이든, 사형 집행일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死刑囚이든 아무 대가없이 나의 것, 나의 마음을 주는 것이 바로 베품이다.
옛 어른들은 살아 있을 때 덕을 많이 쌓으라는 말을 하셨다. 이는 ‘평소 많이 베풀고 살아라’ 하는 뜻과 다름없다.
따라서 나는 우리 사회가 각 개인들에게 ‘나눕시다’ 라고 공격적으로 요구하는 것보다는 ‘베풀고 삽시다’ 라고 공손하게 권유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일반적인 凡人에게 ‘너의 재물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라.’ 라고 한다면 그 사람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재물을 왜, 아무 이유없이 남에게, 특히 게을러빠진 사람에게 나누어 줘!’ 이런 반발심을 가질 수 있다. 또 이미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 나누어 주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우리 베풀고 삽시다.’ 라고 한다면 ‘나도 착한 일을 한번 해 보는구나!’ 라는 자부심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나누며 산다는 것, 좋은 말이기는 하지만 이거 너무 강조하다가 이미 몰락해 버린 공산주의 사상이 은연중에 퍼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이것 나만의 杞憂일까? 없는 사람, 못 가진 사람이 있는 사람에게 달려가 너의 재산을 나누어 달라고 생떼를 부린다면 어떻게 막을 것인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고, 그중 재능이 뛰어나거나 또는 운이 좋아 재물을 많이 모은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착한 마음을 베풀고 살자는 것 이것이 진정 우리 사회의 건강한 道德律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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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무지로소이다. 이거 무지 감사하다는 뜻^^ 오해 없으시겠지요?
그 정도를 이해못할 속좁은 사람 아니니까 마음 편안하게 글을 써 주세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
가입하시지 마자 좋은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넉넉한 마음을 나누다 보면 ..저절로 베풀게 되지 않을까요?
아름다우신 lynn 선배님. 저도 인생 쪼금 살았는데 진정 베푼다는 게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간 제가 얼마 전에 쓴 글 올리려고 하는데 (여기 올리는 글 대부분 이미 써 놓은 쓴들입니다. 죽기 전에 제가 살아온 흔적이나 남겨 놓을까 하는 생각에 쓰기 시작했죠.)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 베푼다는 것 참 어렵습니다. 또 재물이 많다고 넉넉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저절로 베풀게 된다는 것도 아주 드문 경우이지요.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남에게 베푼다는 것이 재물이 많이 있어야만 베풀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제 저의 가족 장모님 모시고 충주쪽 어느 계곡에(장모님 고향이 그쪽 동네) 나들이 갔다 왔는데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 이리저리 헤맸답니다. 평소에도 저는 길이 이상하다 싶으면 창문을 열고 최대한 빨리 주위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본답니다. 대부분 잘 가르쳐 주지요. 저는 그것도 큰 베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사람에 따라 그 차이가 아주 크답니다. 어떤 분은 참 고맙게도 아주 자세히 가르쳐 주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아주 무성의하게 '저쪽으로 가라.' 합니다. 길을 잘못 들어 아주 당혹해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해가 되더라구요. (이거 실전 해설입니다)
환영합니다. 좋은글 올려 주셔서 감사하구요**줄땐 내게 아까운 것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고 나선 잊어버려야 되겠구요.
조금 전에 답글 올렸던 것 같은데 .... 어디로 사라졌군요. 제가 쓴 글 버릇 없었다면 용서 바랍니다. 제가 철이 너무 없어서요. 어떤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제가 너무 낭만적으로 산다나요? 좋은 말인가요? 나쁜 말인가요? 저는 너무 궁금해요. 그 친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환영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선배님께서 아까운 것 베풀고, 또 베풀고 나선 잊어야 한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그게 마음이 편하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그렇지만 말입니다. 불행히도 우리 사회에 그런 마음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답니다. 참 나쁜 사람들이지요. 저의 짧은 생각으로는 저의 아까운 것 퍼주고 나선 눈을 번쩍 뜨고 주시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번쩍번쩍 빛이 나는 표창패 하나 바라고 베푼 것 아니라면 내가 피땀흘려 얻은 재물이 제대로 쓰이는지 끝까지 챙겨 봐야 하지 않을까요? 저의 좀 더 자세한 생각은 저 아래 시카고님 답글에 대한 저의 의견에 올려놓았습니다.
기부와 나눔 베품이란 말뜻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좋은 글에 감사드림니다~~ 기부와 베품은 아무나 가진것 있는사람이면 할수 있는 일이지만 나누는것은 어렵다고 동의합니다. 나눔은 수학적 정확성에 더 의미가 크다고 생각되여 집니다 작은것이나 많은 것이나 개인이 임의로 자신의 소유일지라도 잘못나누면 원성과 앙금이 남는거 아닐까 생각해봅니다.공정 정확 정의롭게 나누어 져야 불안 요소가 없고 개인이 자주할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좋은 글에 머물러 가면서 잡생각을 해봅니다.
푸른 마음님께서 좋은글을 올려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저처럼 미국에서 오랫동안 열심히 일을 하면서 어느 정도 안정된 생활을 하다보면,..... 새차를 산후에 내가 쓰던 잘![달](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11.gif)
리는 쓸만한 헌자동차를 자선사업단체에 공짜로 기부를 하게 된답니다. 물론 자동차 뿐만 아니라 ![선물](https://t1.daumcdn.net/daumtop_deco/icon/deco.hanmail.net/contents/emoticon/things_29.gif)
을 받았으나 쓰지 않았던 새물건들, 양복들 청바지들 등등 남들이 쓸수있는 물건들을 싸 놓고 전화를 하면 그 단체에서 가지고 가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지요.
제가 이 글을 완성하고 난 후 '앗, 이거를 빼먹었구나!' 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글에 군더더기가 될까 봐 덧칠하지 않았는데 말씀드려도 될까요? 허락하셨다 치고... 여기서 기부 또는 베품을 받는 사람의 마음자세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당연히 받을 것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기부 또는 베품의 효과는 반감되리라 봅니다. 이와 반면에 지금은 내가 불운해서 남으로부터 베품을 당하지만 내가 성공했을 경우 내가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 나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베풀어 줄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베품의 효과는 배가될 것입니다. 자, 어떤 사람에게 기부를 해야 내가 기부한 목적이 달성될까요? ...
상화 상황에 따라 심경의 변화도 생길 듯..무우 자르듯이..수학공식처럼 풀어나갈 수 없는 게 우리의 삶 아닐까요?
제 개인생각으로는 "지금은 내가 불운해서 남으로부터 베품을 당하지만 내가 성공했을 경우 내가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 나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베풀어 줄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베품의 효과는 배가될 것입니다" 라고 생각하는사람이 나의 베품을 받았으면 하는 심정이지만 사실 이 문제는 자선단체에서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지요. 저는 그저 누군가가 쓸수있는 좋은 물건들을 기부만 하고 베품의 기쁨만으로 만족한답니다..![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저의 생각은 기부만 많이 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는 것이죠. 얼마 전에 XX대학교에 수백억을 기부한 사람이 기부 철회 요청을 했답니다. 기부금을 자기 요청대로 사용하지 않았대요. 민사소송한 것까지는 확인하지 못했고.... 아직까지 기부문화가 성숙하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소액기부라면 몰라도 거액기부라면 적어도 사용처를 명시한 계약서 한 장 요구하는 것 무리일까요? 자선단체 대부분 진정 희생정신으로 똘똘 뭉쳐진 곳이지만 일부 악용하는 자선단체도 있는 것 같아요. 기부금 대부분을 상근직원 인건비로 쓰는 곳이 과연 자선단체일까요? 안타까워 쓸 데 없는 소리 지껄이고 갑니다. 지송
와 ~ 답글이 길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