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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엽 감독에게 이승환은 그저 귀한 아들일 뿐이다ⓒ서혜민 |
피는 물보다 진하다. 숙명처럼 아버지의 뒤를 따르는 수 많은 축구선수 아들들. 그러나 스승과 제자를 거부한 두 부자의 애틋한 이야기 1편. <원삼중 이태엽 감독과 광주 U-18팀 이승환 부자> 금호고의 어제와 오늘, 걸어온 길을 또 다시 걷고… 약관의 나이에 태극마크를 달았던 이태엽씨는 스트라이커로 명성을 날린 선수였다. 이후 실업에서의 선수생활을 거쳐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되며 그 명성을 이어갔다. 현재 경기원삼중의 감독으로 있는 그에게는 슬하에 아들이 있다. 아들의 이름은 이승환. 광주금호고 1학년에 재학 중인 이승환은 아버지의 축구유전자를 물려받으며 올해로 6년째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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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공부를 하길 바랐죠 ⓒ서혜민 |
축구선수로 성장하겠다는 아들의 선전포고. 국가대표 출신의 아버지는 의외로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체구가 마른편이어서 운동보다는 학업의 길로 가주기를 원했죠. 그런데 의지가 확고해서 뜻을 존중해주기로 했죠.” 아버지가 걸어온 길에 발걸음을 내딛은 이승환. 그는 무엇보다 주변의 환경이 큰 몫을 했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트로피와 메달들을 보며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결국은 축구선수가 되었죠.” 이렇게 시작된 부자의 축구인생. 둘에게는 축구이외에 ‘금호고’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하고 있다. 특히 아버지에게 금호고는 남다른 의미다. “제가 1976년 금호고축구부의 창단멤버입니다. 이후에 제가 처음으로 국가대표로 발탁이 되기도 했죠.“ 이후 그는 아들의 진학과정에서 금호고 행을 권유했고 아들은 아버지의 뜻을 따랐다. ”아버지가 시작한 역사를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금호고 유니폼을 입고 자부심을 느끼면서 생활하고 있어요.“ 닮아 보이는 부자의 축구이야기지만 사실 다른 점이 많다. 우선 포지션에 차이가 있다. 폭풍 같은 돌파로 공격을 풀어나가던 아버지와 달리 아들은 골문의 앞 선에서 공격수를 방어한다. 그리고 외향적인 모습에서도 다른 점이 느껴진다. 과거부터 건장한 체구를 가졌던 아버지와 다르게 다소 마른 체구를 가지고 있는 아들. 그리고 축구 스타일에서도 차이점을 보인다. 아버지가 스피드와 체력을 바탕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면 아들은 뛰어난 축구지능을 통해 영리한 플레이를 추구한다. 이렇게 부자는 닮은 듯 다른 점을 갖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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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트로피를 보고 축구선수를 결심했죠 ⓒ서혜민 |
부자는 잠시 지난 2011년 8월을 회상한다. 회상의 목적지는 추계연맹전이 펼쳐진 경북 영덕. 그라운드에서 감독과 선수로 마주한 부자에게 아버지와 아들은 없었다. “아들과의 대결이요? 아들은 잠시 잊고 무조건 우리가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죠.” “저도 당연히 이기고 싶었죠. 그때는 아버지보다는 그냥 물리쳐야 할 적으로 보였어요.” 이렇게 팽팽했던 둘의 대결은 아버지의 승리로 끝이 났다. 경기 후 이승환은 만감이 교차했다고 한다. “상대감독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면서... 결론은 아버지가 엄청 부러웠어요.” 재미난 질문을 던져봤다. 지금 100억이 생긴다면 무엇을 선물해주고 싶은지를 물어봤다. 아들이 먼저 입을 연다. “강가 주변에 2층집을 선물해 드리고 싶어요. 아버지가 낚시를 좋아하시거든요.”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아버지의 생각은 달랐다. “돈으로 무언가를 선물하기 보다는 승환이에게 인성을 선물해 주고 싶어요. 인성을 가지면 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보거든요.” 마지막으로 서로의 꿈을 들어봤다. 아버지는 더 큰 무대로의 비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저에게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못 이뤄본 프로감독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꿈을 위해 끊임없이 준비할 생각입니다.” 아버지의 비상을 듣던 아들이 또 다른 비상을 말한다. “저도 아버지처럼 국가대표가 되고 싶고 이후에 해외리그에도 진출해 이름을 알리고 싶어요. 아버지처럼 저도 준비하고 또 준비하면서 꼭 꿈을 이룰거에요.” 서로의 꿈을 확인한 부자는 두 손을 잡아주며 다시 한 번 비상을 다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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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은 이태엽 감독의 금호고 후배이기도 하다 ⓒ서혜민 |
글=유성웅(KFA리그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