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9월 셋째주 삶나눔

[김성민]

광호목사님 첫 강의 듣고 배운 것 정리해보았습니다.

들으며 들었던 생각들, 최근에 가지고 있는 생각들도 함께 정리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가르침

- 창세기는 출애굽 사건을 겪은 이스라엘 백성이 후대를 위해 구전되어 오던 이야기를 취합한 책이다. 출애굽 사건은 당시 백성들이 공유하는 공통의 사건이었다. 창세기는 관념이 아닌 출애굽이라는 실존적인 경험 위에 모인 글이다. 그렇기 때문에, 창세기는 어떻게 세상이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책이라기 보다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한 책이다. 실존적 경험을 나누는 공동체가 함께 읽으며 자신들이 받은 '명'을 기억하기 위해 적절하다.

- 하나님의 창조는 억눌린 것을 해방하는 것이었다. 창세기 1장에서 창조주는 바다에 쌓여 있던 땅을 드러내신다. 그리고 바다에 억눌린 뭍에게 새로운 명을 주신다. 땅은 하나님의 창조 행위를 통해 새로운 부르심을 받았다. 땅은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뭍에서 나는 채소와 나무를 낸다. 이러한 창조행위는 애굽에서의 해방을 떠올린다. 부활 이후 베드로를 다시 부르셔서, 새로운 명을 주신 예수님도 한 켠에 생각난다.

- 21세기 교회는 출애굽, 십자가 사건을 경험했던 당시 공동체처럼 '공통의 사건'을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땅의 바로(억압하는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거기로부터 저항하고 나오는 경험이 필요하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우리가 저항해야 할 대상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나'를 '소비자'로 인식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다. 이로 인해 많은 기독교인이 소박, 단순, 검소와 거리있는 삶을 살면서 공동체의 일치와 평균됨을 잊고 산다. 

- 세상이 교회를 주목하지 않는 이유는 교회를 다니는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목표, 욕망이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여성이 재산으로 취급받는 시대에 '하나님께서 남자와 여자를 동등하게 만드셨다'고 기록했다. 우리 땅에서 동학은 노비와 여성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서로 존대를 하는 혁명적 변화를 이끌어냈다. 세상의 인식과 가치관에서 벗어나는 신앙 공동체의 일치된 경험이 필요하다.

-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진 인간, 인간에게 명을 주신 하나님, 돕는 베필로 아내를 만났던 아담

느낀 점 & 생각 끄적임..

1 - 과거에 기청아 강의를 들을 때는 쫓기거나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세상의 가치관과 구별된 삶을 살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공부하고 있는데(교회나 선교단체의 교육도 매우 성실히 수강하며)... 강의하시는 선생님이 채찍을 들고 더 제대로 하지 않겠느냐고 혼내는 느낌이랄까. 실제로 한 선생님께서 내게 게으르다고 지적하실 때는 한 동안 그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기억도 있다. 다행히 오늘 강의에서는 그러한 쫓김은 없었다.

2 - 나는 토요일 오전에 대학시절 선교단체에서 만난 형제자매들과 만남(그느름 모임)을 가지고, 주일에는 아내가 몸 담았던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다.

2-1  그느름 모임은 나에게 여전한 기쁨이지만 최근에는 혼란스러운 마음도 만든다. 모임의 목적에 대해서 구성원마다 생각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수위의 만남(만나서 말씀읽고 삶을 나누는 교제의 수준)이 적당하다고 여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공존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예배의 일치, 생활의 일치까지도 상상하는 것 같지만, 현재까지는 상상에 그치고 있고.. 누군가가 모임 단위에서 구체적으로 제안하지는 않고 있다(마음에 품고 있는 생각을 알아차리고 파편적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모임 중 일부가 모여살기를 우선 하고 있으나, 모여살기의 유익을 풍성히 누리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정도는 못된다. 그래도 근거리에 있는 것이 떨어지는 것 보다 낫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간 그느름에서 나의 역할은 모임의 방향을 모색하고, 제안하는 것이었다. 이 역할을 현재는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돌아보면 나는 다양한 구성원이 모두 만족할만한 무엇인가를 찾고 적정한 수준에서 제안하는 전략을 취한 것 같다. 그리고 그 제안에 1차 동의자는 '나'였다. 나를 둘러싼 소수에게 필요한 배움과 운동을 찾고 구상하여 그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구성원이 늘어나고 생각도 다양하다. 그것이 나에게 혼란을 주고, 기도의 제목이 된다.

그느름 모임이 공유하는 사건은 한몸살이의 경험이다(물론 현재는 일부). 길게는 7~8년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함께 살며 삶의 주제를 나누고 구별된 삶을 위해 노력했다. 당시의 삶이 일반적인 대학생들과 다른 삶을 살도록 우리를 지탱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삶을 제안하고 지지해준 많은 이들에게 여전히 감사하다. 우리에게 선물과 같은 시간을 과거의 추억으로 내버려두고 싶지 않다. (참고-모임의 방향성, 관계 맺음, 교회 고민 등 모임에 대한 고민이 앞으로 나눔 글에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2 주일에 예배드리는 교회에는 연약한 자들이 많아 섬기고 돌보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20대 10년간 함께 하던 서울중앙교회를 떠나 의정부의 샘물교회에서 예배드리고 있다. 샘물교회는 아내가 신앙생활 하던 공동체이다. 나는 샘물교회의 청년들을 돌보고 싶은 아내의 마음을 따라, 그 곳에서 예배드리기로 약속했었다. 우리는 결혼하고 2~3년 동안은 아이 없이 지내기로 했는데, 이후 임신을 하고 육아할 때가 되면 샘물교회를 자연스럽게 떠나는 것으로 계획하였다(물론 지금은 아직 아이가 없고, 교회 상황이 갑작스레 변하여 계획대로 거취를 옮기지 못하고 있다.) 샘물교회는 서울중앙교회와는 차이가 많았다. 우선 부자가 없고, 경제적으로 힘든 가정이 대부분이었다. 청년들은 성숙하게 관계 맺거나 함께 공부하는 부분에 있어 서툴렀다. 은밀한 죄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죄책감 속에 사는 청년도 더러 있다. 습관적으로 교회에 오기 때문에 반복되는 섬김과 예배에서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는 지체도 있다. 아내는 이러한 모습을 안타까워했고, 그들과 함께 말씀을 공부하고 성숙해가고 싶어했다. 우리가 경험한 예수님의 생명을 그들에게 더 나누고 싶다고 했다.

이러한 교회 공동체에서 광호목사님의 강의 내용은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인가? 질문이 생긴다.

3- 그리드위즈라는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그 곳에서 할 수 있어서 좋게 여기고 있다. 여러 측면에서 노동이 나를 성장케하고, 창조적으로 노동하도록 지지하는 상사를 만나서 좋다. 물론 모든 노동은 힘들고 적당한 보상을 받지 못해 억울할 때도 있다. 앞으로의 강의를 들으며 나의 사회적 역할과 노동, 임금 등에 대해서도 고민을 이어가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