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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섭의 작품세계...'출토'와 '발굴' 행위를 현대 조각과 결합하는 행위 무작위와 우연이 빚어 자연이 만들어내는 이영섭의 조각 |
[미술여행=윤경옥 기자] 갤러리 마리(서울시 종로구 경희궁1길 35)가 '발굴 조각'이라는 독자적인 조각 기법을 다져온 이영섭 작가를 초대해 이영섭의 개인전: '영원한 모더니티 Ⅱ' 전시를 6월과 7월에 선보인다.
땅의 내음과 흔적을 품고 대지에서 태어난 이영섭의 조각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는 자연미와 영원한 시간성을 머금고 있다. 자연의 거푸집이 만든 시간은 이영섭 작가의 '영원한 모더니티'라고 부르는 것에 전혀 망설임이 없다.
자연의 거푸집이 만든 시간의 조각, 이영섭 개인전: '영원한 모더니티 Ⅱ'. 전시알림 포스터
2024년 6월 7일(금)부터 7월 20일(토)까지 선보이는 이영섭의 '영원한 모더니티 Ⅱ' 展은 갤러리마리에서의 다섯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지난 2021년 개인전(아틀란티스에서 온 어린왕자)을 가진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전시다.
● 이영섭의 작품세계...'출토'와 '발굴' 행위를 현대 조각과 결합하는 행위
사진: 이영섭 조각가(갤러리 마리 제공)
이영섭은 자신의 조각을 '발굴 조각'이라 말하고, 평론가들 그의 조각을 '출토 조각'이라 부른다. 이영섭은 주로 고고학이나 역사학에서 다뤄지는 '출토'와 '발굴'이라는 행위를 현대 조각과 결합하는 일을 한다. 그것은 작가에게는 숙명과도 같다.
이영섭은 30여 년 전, 실제 옛 유물이 출토되는 현장을 지켜보면서, 조각의 일반적인 제작 방식인 깎고, 다듬고, 쪼아내고, 붙이는 등 교과서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어디서도 본 적 없고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기법을 조각에 도입했다.
작가는 먼저 밑그림을 그린 후 구상한 작품의 크기와 형태에 맞춰 마사토질의 땅을 파낸다. 여기에 다양한 오브제와 정확한 비율로 배합한 재료를 붓고 덩어리가 굳어지기를 기다린다. 길게는 한 달 이상, 수개월을 묻어두기도 한다. 그런 다음 땅속에서 굳어진 조각을 꺼낸다. 그렇게 발굴한 조각은 흙이 묻어있고 땅의 내음이 배어있으며 오랜 풍화를 겪은 듯한 흔적을 품기도 한다.
이렇게 인내의 시간을 마친 조각들은 마지막 과정을 밟는다. 그것은 작가가 조각의 흙을 털고 물로 씻어내는 최소한의 손길로 세상에 나온다.
사진1: 구름이(배꽃) 2024, 혼합재료, 61×22×19cm
사진2: 어린왕자(여행24002) 2024, 혼합재료, 55×33×27cm
사진3: 천사(기도24004) 2024, 혼합재료, 67×31×21cm
이영섭의 조각은 유물을 출토하는 것과 유사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형상들이다. 하지만 작가가 작가만의 비법으로 탄생한 조각들은 비록 현재진행형의 조각이라 할 지라도 현재진행형이 아닌, 먼 과거로부터 온 존재(유물)처럼 믿기지 않는 질감을 지니고 있다. 그만큼 사람의 손이 덜 닿았고 인공적이고 인위적인 요소는 최대한 배제하였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완성해서 땅에 묻는 것이 아니라, 재료를 묻어두고 어쩌면 그것들이 땅속에서 스스로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이러한 작업은 보편적인 상식과 과정을 역행하는 낯선 방식이다. 어찌보면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품일 수도 있다.
사진4: 천사(기도24003) 2024, 혼합재료, 76×35×24cm
사진5: 초록이(24003) 2024, 혼합재료, 90×26×22cm
사진6: 봄(소녀24005) 2024, 혼합재료, 60×30×24cm
완성된 조각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투박하고 단순하며 절제되어 있다. 대략의 얼개만 있을 뿐, 원래 의도한 것인지 우연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이영섭의 조각에서 느껴지는 순수와 선함의 감정, 묵직한 깊이감 등은 이렇듯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미완의 형상으로 획득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시간성과 자연성을 배가시키는 발굴기법은 기교가 없는 질박한 아름다움, 여백과 비움의 한국적인 미와 잘 맞아떨어지면서 지금의 조형성을 가져올 수 있었다.
의자, 노트북, 어린왕자 등 친숙하고 현대적인 소재를 선보이면서도 작가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한국의 미다. 작가에게 있어 그간의 지난한 과정들은 한국 구상 조각의 계보를 이어가고자 하는 신념이었으며,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사진7: 봄(소녀24004) 2024, 혼합재료, 61×26×7cm
사진8: 봄(소녀24003) 2024, 혼합재료, 55×22×18cm
사진9: 책(소) 202301 2023, 혼합재료, 43×31×20cm
이영섭 작가에게 잘 만드는 것보다 중요하고 절대적인 것은 작품에 불어넣은 '시간성'이다. 작가의 의도와 의지를 반영할 수 있는 것은 비어있는 공간에 형상을 만들어줄 재료를 붓고 흘려보내는 것까지이며, 그 이후 땅속 공간에서 형상이 만들어지는 것은 오로지 자연과 시간의 몫이다.
기능이나 기술이 아닌 대상과 진정으로 교감하고자 하는 작가의 철학과 사유 방식이 작업의 모든 과정에 덧입혀짐으로써 이영섭의 조각들은 긴 생명력을 가진다. 무작위와 우연이 빚은 조각, 그 이면에는 시행과 착오를 거듭하면서도 기존의 통념에 얽매이거나 머무르지 않고 삼십여 년의 세월을 매진해 온 작가의 올곧은 '시간'이 새겨져 있다.
사진10: 투명꽃(천사) 2023, 혼합재료, 90×25×31cm
사진11: 꽃 든 왕자 E23001 2023, 혼합재료, 75×25×25cm
사진12: 소녀(제주소녀01) 2023, 혼합재료, 110×33×26c
<작가노트>
이영섭 조각가
내게 있어서 거꾸로 땅을 파들어 간다는 것, 즉 '발굴 기법'이란 정확하게 대상을 바라보고 만들려는 보편적 인식을 배재한 오히려 조각 지식에 대한 이탈적 행위로부터 시작한 또 다른 조각 방법을 창출해 내는 것이다......
나는 '시간의 전달자'가 되고 싶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구분되지 않고 한통속으로 총체화 되는 고리, 순환, 생명, 문명, 승화, 그리고 이곳의 삶이 한 깨달음(一覺)으로 왔다.
시간은 어디로도 흘렀고, 조각은 스스로 흙에서 솟구쳤다. -이영섭 작가노트 중에서
● 이영섭(Lee Yeoung-Sup)주요 개인전
▶2024 <영원한 모더니티Ⅱ>, 갤러리마리, 서울/ 2024 <봄-바람이 불다>, 갤러리숨, 대전
▶2023 <바다로 간 어린 왕자>, 2448아트스페이스, 서울/ 2023 울산국제아트페어 특별전, 울산/ 2023 인천아시아아트쇼, 송도컨벤시아, 인천
▶2022 <어린왕자의 꿈>, 갤러리작, 서울/ 2022 <어린왕자와 함께하는 전등사의 가을>, 전등사, 인천/ 2022 갤러리르블리스, 대구
▶2021 갤러리블루스톤, 서울/ 2021 1883 모던인천 특별전, 인천/ 2021 <아틀란티스에서 온 어린 왕자>, 갤러리마리, 서울/ 2021 국제호텔아트페어 특별전, 인터불고호텔, 대구
▶2020 신전뮤지엄 오픈기념 초대전, 대구
▶2019 <영원한 모더니티>, 갤러리마리, 서울/ 2019 <희망의 빛으로>, 갤러리희, 양산/ 2019 갤러리예동, 부산
▶2018 <부처님과 어린 왕자>, 통도사, 양산
▶2017 <흙에서 나온 세월, 亞>, 갤러리마리, 서울/ 2017 갤러리전, 대구/ 2017 갤러리위, 서울
▶2016 <시간을 머금은 순수>, 갤러리마리, 서울/ 2016 <봄 기다림>, 스페이스나무 양재, 서울
▶2015 스페이스나무, 양산/ 2015 갤러리예동, 부산
▶2013 갤러리예동 개관기념 초대전, 부산/ 2013 백혈병 소아암 어린이돕기 자선전,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 갤러리예동, 부산
▶2012 갤러리전, 대구
▶2011 정소영갤러리, 서울
▶2007 박수근미술관, 양구/ 2007 대안공간 눈, 수원
▶2005 박여숙화랑, 서울
▶2002 박여숙화랑, 서울
▶2000 박여숙화랑, 서울
▶1998 토아트스페이스, 서울
▶1997 토아트스페이스, 서울
▶1996 경인미술관, 서울, 그외 다수
● 조형물
낙산공공미술 프로젝트(서울), 명성황후 추모비(여주 명성황후 생가), 연등국제선원 원명스님 부도탑 ‧ 비, 해인사 일타스님 부도탑 ‧ 비
●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박물관, 모란미술관, 아주미술관, 신전박물관, 코렌스, 센텀병원, 전등사, 산이정원 외 개인소장 다수
●갤러리 마리 이영섭 개인전: '영원한 모더니티 Ⅱ' 전시안내
전시명 : 이영섭 개인전 《영원한 모더니티 Ⅱ》
참여작가: 이영섭 조각가
전시일정 : 2024년 6월 7일(금) - 7월 20일(토)
전시장소 : 갤러리마리 (서울시 종로구 경희궁1길 35)
관람정보 : 화수목금토 11시~19시 (매주 일~월요일 휴관)
관람문의 : (02) 737-7600, 이메일 infogallerymarie@gmail.com
웹사이트 : gallerymari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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