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네이버 메일메일 읽기 수정전달읽음삭제이동 뒤로 가기 메일 제목운길산 역 2023년 1월 11일 (수) 오후 3:54 글자 크기 조정중요 메일 운길산 역
황 금 자
산 너머로 저녁노을이 붉은 피를 토하며 넘어간다. 어슴프레한 어둠이 깔리면 우리집 창에서 보이는 북한강 건너 운길산역의 불빛이 피어난다. 천연 염색옷 으로 가을을 알리던 생태공원 숲도 짙은 어둠이 뒤덮고 생태 보존을 위해 가로등 조차 없앤 두물머리 마을 언저리는 저녁을 빨리 맞는다.
오늘도 도시에서 바쁜 일과를 끝내고 중앙선 전철의자에 피곤한 몸을 앉혀 역에서 내려 각자의 집을 향해 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운길산역 불빛은 온 마을 멀리까지 밝혀주고 있다. 도시에서 듣던 사람소리, 자동차소음이 멀어진 조용한 마을에 어둠속을 달리는 기차소리가 간간히 들려온다.
늦은 밤 이 되면 잠자리에 들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탑의 시계추가 되어 꺼지는 불빛은 자정을 알린다.
이른 새벽 잠에서 깨면 나는 맨 먼저 창가로 가 운길산역 불빛을 맞이한다. 밤사이 깜깜했던 어둠은 하얀 안개로 환생한 듯 운무 속 운길산역 불빛은 마을의 등대가 되어 비추고 있다.
한결같이 만인의 발걸음을 밝혀주고 실어 나르기 위해 어김없이 이른시각 역사(驛舍)에 불빛을 지피는 고마운 역무원을 떠올리며 감사한 마음도 전한다.
나에게도 새날은 시작되지만 매일 되풀이되는 일상에서 작은 불빛이 된적 이라도 있었나 스스로 되돌아본다.
나는 감히 빛의 역할이라면 가족을 위해 의무를 다했노라고 변명이라도 해야겠지만 그동안 스쳐간 많은 사람들은 오늘의 나를 있게 빛이 되어 주었다. 젊은날 건강을 잃고 죽을 수 도 있겠다고 불안에 떨고 있을때 용기를 주고 억지로 국선도 도장에 끌다시피 안내해준 지인 덕택에 우여곡절을 겪고 용기를 가졌고 그때마다 여러분이 전하는 마음의 빛을 받아 살아 있음에 감사 한다. 두물머리 그 짙은 안개도 동쪽창가에 태양빛이 스며들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나의 건강을 위협해온 짙은 그림자도 겉히고 아름다운 운길산역의 불빛처럼 나의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작은 빛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