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글에 조회수가 없는데 그럼 이건 어떨까요 ?
경허스님 일화
1898년 몹시도 추운 겨울저녁 어느날!
어둠은 내려앉고 찬바람은 매섭게 몰아치며 눈발은 휘날리는데, 서산의 천장암에 '경허'라는 한 선승이
머무는 방의 문고리를 다급히 흔드는 사람이 있었다.
"이 추운 겨울날 누구더냐?“
하면서 문을 열고 보니, 보자기로 얼굴을 가리고 눈만 살짝 내놓은 젊은 여인 하나가,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방문 앞에 서 있었다.
"너무 추워서 얼어 죽을 것만 같사옵니다. 그러니 잠시만 방에 들어가게 해주십시오"
라며 간곡히 사정하고 또 사정한다.
경허는 놀란 나머지 선뜻 그 여인을 방에 들인다.
참고로, 이때 경허의 나이는 50살이었다.
ㅡ경허스님ㅡ
그런데 때마침 그 광경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천장암의 가장 나이 어린 동자승이었다.
놀란 동자승은 어린마음에, 스승인 만공에게 쪼르르 달려가 호들갑을 떨며, 방금 전 눈으로 본 모든것을
사실대로 말해준다.
"그게 사실이더냐? 설마하니 조실스님(그 절의 가장 높은 스님)이 여색을 탐하시겠느냐?"
그러자 동자승은,
"에이, 못 믿겠으면 직접 가서 확인해 보시면 될꺼 아닙니까?“
라고 말을 한다.
제자 만공은 서둘러 스승 경허의 방문 앞에 가서 보니, 방금 동자가 전한 모든 말들이 사실이었다.
기가 막히고 하늘이 무너질 일이었다.
"여자를 가까이 하지 말아라. 수행자는 색을 멀리해야 한다. 계율을 잘 지켜야 하느니라"
이렇듯 고구정녕 말씀하셨던 그 스승님이 지금, 젊디 젊은 여자와 한방에서 잠을 자고,
같이 밥을 먹고, 그 누구도 방안을 기웃거리거나 아무도 이 방에 들어오지 말라하니 기가막힐 노릇이었다.
게다가 밥은 방문앞에 놓고 돌아가라 하니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가 지나고 10일이 지나자 천장암은 온통 난리가 났다.
더이상 이대로 놔둘 수 없다면서,
결국, 사부대중(비구.비구니.남,녀 신도)들은 경허와 여인을 천장암에서
쫒아내기로 결정한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경허의 방문앞에 모여들어,
"당장에 그 여인을 방에서 나오게 하고, 경허스님은 천장암에서 나가십시오“
라며 큰소리로 말을 하니, 드디어 방문이 열리고 보자기로 얼굴을 감싼 여인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보인다.
ㅡ충남 서산 천장사 전경. 오른쪽이 천장암, 왼쪽은 염궁선원.ㅡ
ㅡ경허스님 방ㅡ
잠시후, 여인은 자신의 얼굴을 감싼 보자기를 서서히 벗긴다.
보자기를 완전히 다 벗은, 그 여인의 모습을 보고 수많은 사람들은 너무도 놀란 나머지 아연실색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많은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여인의 모습은, 온몸과 얼굴이 군데군데 썩어 짓무러져 있었고, 입은 옷에는
썩은 고름이 흘러 덕지덕지 묻어 있었고, 손에는 손가락이 떨어져 나가고 없었다.
여인은 사람들이 꺼려하는 심한 문둥병 환자였던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무시하고 천대한 그 여인을, 경허는 얼어 죽을까봐 방에 들이고 짓무른 몸을 닦아주며 밥을 먹여주고 한 것이다.
여인은 조용히 뒤돌아서서 방안에 있는 경허에게 큰절을 하고는,
"죽어서도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라고 말한 뒤 눈물을 흘리면서 천장암을 떠났다.
이 광경을 지켜본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각이 잘못됐음을 뉘우치며,
제발 이곳 천장암에서 많은 가르침을 주십시오 라고 경허에게 간청을 드렸다.
이윽고 방문이 열리고,
"인연 없는 중생은 백년을 함께 살아도 아무 소용이 없느니라......"
경허는 이렇게 단 한마디 하고 나서,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천장암을 떠났다.
제자들이 십여년간을 찾아다녔지만, 그는 세속에서 아이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로 가르침주다가
세수 63의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