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간만에 글을 쓰네요. 그냥 심심해서요.. ;;;
이하 편의상 존칭은 생략합니다. 양해해주세요 ;;;;
요 몇일 예비군 훈련을 다녀왔다.
꺽어진 70되는 나이에 이제 겨우 예비군 2년차라니 미칠 노릇이다. ㅠㅠ
훈련중 간부와 농담따먹기 시간에 나이 이야기 나왔었다.
간부가 예비군들 나이가 어떻게 되냐고 묻자 예비군 중 누군가가
젤 많은 사람이 29-30정도 될꺼라고 이야기하길레 잠자코 있었다 ㅡㅡ;;;;
아..할려는 이야기는 이게 아니고 방독면 쓴 경험이 생각이 나서 글을 쓰게 되었다.
4주밖에 군사훈련을 안받았었고 그것도 엉터리로 화생방 훈련을 했었기에
사실 방독면을 제대로 써본 적도 없고 쓸줄도 모른다.
방독면이 예전에 본거랑 좀 달랐는데 예전에 보던것은 영화속에 흔히 나오는
눈,코,입 가리는 마스크같은거에 끈 달려서 머리에 고정만 하면 끝이었는데
요번건 헝겁(?)이 길게 달려있어 포대자루 마냥 덮어쓰면 목, 어깨까지 가려주는
방식이었다.
앞서 몇개 예비군들이 훈련하는걸 유심히 지켜보았는데 물론 혹시나 전쟁터지면
요건 생명과 직결될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
방독면을 다 쓰고 난후에 목을 덮고 있는 헝겁에 끈을 조여서 목의 틈새로 들어오는
공기를 완전히 차단해야 하는데 물론 예비군들이 제대로 할리가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차례가 돌아와서 아 요건 한번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훈련에 임했다.
일단 뒤집어 쓰긴했는데 목을 조이는 끈이 잘 안보여서 조교를 불렀다.
이거 목 조이는 끈 어딨어요? 아 조이시게요?
예. 그래야 공기 안들어오죠. 좀 조여주세요.
(웃으며 ㅡㅡ;) 그거 조이시면 좀 답답하실텐데요? 예.. 괜찮아요. 조여주세요. ^^;
조교가 목을 조여 주었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ㅠㅠ)
손으로 앞을 막고 어캐 테스트를 해보라는데..라고 생각을 하면서
숨을 한번 들이마시는 순간 헉! 숨이 안쉬어진다. 공기가 안들어온다. 켁!! ㅡㅡ;;;;
(커헉.. 조교 XXX 이게 좀 답답한거냐? ㅡㅡ++)
앞의 플라스틱은 내쉬는 숨으로 순식간에 뿌옇게 되어 앞은 안보인다.
갑자기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대로 조금만 더 있으면
죽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건 틀림없는 진실이었다 ㅡㅡ;
숨을 들이마시던 내뱉던 아무 반응이 없다 ㅡㅡ;;;;
유사체험을 해보고 싶으시면 코막고 입막고 숨을 쉬어보시면 된다.
그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저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
(권장사항이니 꼭 한번 해보시길 ;;;;)
여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엄청난 폐쇄공포증(?)까지 밀어닥쳤다.
안되겠다 벗어야겠다하고 허둥지둥 벗는데 안벗어진다. ㅡㅡ;;;;;
목을 조인거 부터 풀어야지 싶어 허둥지둥 끈을 찾는데 못찾겠다 ㅠㅠ
이때쯤 부터는 아마 제정신이 아니었던듯 싶다.
숨을 못쉬겠단 말.이.다!! ㅠㅠ
방독면이 아니고 월남에서 총알아깝다고 포로들 죽일때 씌웠다는
비닐을 쓴 기분이었다 ㅡㅡ
혼자 목숨을 걸고 낑낑대다가 안되겠다 싶어
허겁지겁 조교 불러서 끈좀 풀라는데 이 아저씨 잘!못!찾!는!다!
내가 나름대로 얌전히 있었건만 T.T (너 잘 못 찾은거 맞냐? ㅡㅡ;)
손으로 일단 억지로 벌려서 최대한 공기들어갈 틈을 0.2Cm(--;) 만드는데 성공했다.
단언컨데 이틈마저 못만들었으면 지금 아마 이 글 못쓰고 있었을 것이다. ㅡㅡ;
잠시 후 겨우 방독면을 벗었는데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떠올랐다.
주로 이런것들이었다.
나중에 전쟁나서 독가스 살포되고 방독면 주면 난 그냥 차라리 죽을란다 ;;;
독가스에 죽나 방독면에 죽나 마찬가지 일듯 싶다. ㅡㅡ;
이렇게 순식간에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하는 방법이 있었구나. ㅡㅡ;
누군가 나에게 고문을 한다면 다른건 다 참더라도
방독면 꺼내 보여주면 무조건 다 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ㅡ_ㅡ;
조금만 더 쓰고 있었으면 죽거나, 미치거나, 기절했을거란 생각이 마구든다.
만약에 의식을 잃었다면 방독면 쓴 상태로 쌔근쌔근 숨쉬면서 살아는 있을 수
있는건지 아니면 질식하는건지 정말 궁금하다 ㅡㅡa
나중에 화생방 훈련을 하면 가스와 방독면 어느걸 선택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화생방 가스는 괴로워도 죽지는 않는거 같은데;;;;;
평생모은 재산을 깨끗한 공기 한 모금과 바꿀 수도 있는거구나 싶었다.
예비군 훈련 아무생각없이 갔다가 방독면 한번 쓰고 뭔가 깨닫고 돌아온 추간판탈출.... ㅡㅡ;
모델은 틀리지만 대략 이런식~
정석대로 유독가스가 못들어오게 목끈을 꽉 조여줘보자~~ ㅡㅡ;
첫댓글 추간님 글 잼나게 잘 읽었습니다..
안자구뭐해여? ㅋㅋ
탈출님, 예비군 2년차셨어요? (나보다도 늦으시네-_-;) 아마 방독면 정화통을 막아 놓으셨던 거 같네요. ㅋ 군대 있을 때 저런거 조교를 했었는데, 가끔 그런 경우가 있었거든요. ㅋㅋ
;;;;;;
그런데 부라웅님 예비군 1년차는 다 정신교육만 4시간 받는거 맞아요? 이번에 갔다왔더니 예비군들이 다 그렇게 이야기하던데. 1년차때 군장매고 행군한 난 뭐지 ㅡㅡa
그게 아마도 올해부터 바뀌어서 그런걸거예요..그리고 올해부터는 7년차부터 훈련이 없다네요..작년에7년차였는데..억울해..;;
요즘 예비군은 초짜부터 쎄게 받는구나....
아직도 예비군 2년차 밖에 안되시다니!!! 앞으로 추간님 나이가지고 놀리지 맙시당~! 젊은 영계시네 ㅋㅋ
추간님 안계시니까 회원휴식터가 몇일간 좀 썰렁했어요. 그동안 밀린거 빨리 올려주세요.ㅎㅎ
엇, 예비군 1년차는 원래 정신교육 4시간 맞아요. 그건 군대에서 건빵이 나오는 것처럼 불변의 진리인데... 탈출님 어쩌다가 행군까지, 컥.
1년차에 행군을 하시다니...ㅡ.ㅡ;;.. 그런데 저도 올해 2년찬데... 저랑 같으시네여.. ㅡ.ㅡ;;;
민방위 3년차 안계세요?..ㅡㅡ;;
3일간 부대에 예비군들이 들어와서 난장판을 만들고 갔는데... 예비군 회원님들 동원 나가시면 부대에 협조 부탁드립니다. ㅋ
일부 예비군들 현역들이 안챙겨준다고 군장하고 총을 땅파서 묻고 그러던데.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