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분의 병원 이용, 수술 등과 관련하여 겪었던 일을 정리했던 글이 있어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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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어느날,
어느날 기초수급권 어르신 가정의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동행정복지센터를 방문했다.
어르신의 병원치료에 대한 걱정 때문에 상의하러 오셨다고 한다.
어르신은 80대 이시고 약 3년 전에 폐암 수술을 하셨다. 폐암수술로 인해 폐도 많이 잘라내신 상태이다. 그런데 최근 숨이 너무 많이 차서 몇 미터도 걷기 힘들어 병원에 가니 심장판막수술을 해야 한다는 진단이 있었다. 폐암수술까지 한 노인에게 많은 무리가 가는 수술이라 위험할 수 있는데 어르신은 도저히 이렇게는 못 살겠다며 의사에게 꼭 수술해 달라고 이야기하고 의사도 어르신의 의견이 정 그러시다면 수술해보자고 했다고 한다.
그렇게 예약한 수술 날짜가 약 한달 가량 남았다고 한다. 그래서 수술비 마련 및 수술 후 요양, 수술과 관련한 병원 입ㆍ퇴원 동행지원 등에 대해 상의하고 싶어 오셨다고 하셨다. 요양보호사 선생님, 그리고 요양보호사가 속한 재가복지센터의 노력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저소득층 고령 독거노인이 심장수술이라는 큰 수술을 하려니 수술비, 수술 후 간병 및 요양, 수술과 요양을 위한 병원 이송 등 어느 것 하나 신경 쓰지 않을 일이 없었다.
먼저 수술예정 병원의 사회사업실을 통해 보건복지부 의료비 긴급지원사업으로 수술비가 충당 될 수 있음을 확인 하였다. 수술 후 바로 가정으로 돌아가 독거 생활을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 판단되어 인근의 요양병원에 연락했다. 심장 수술한 대형병원에서 퇴원 후 가정에서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되는 기간 동안 요양병원에서 지내시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알아보고 경기도형 긴급지원을 통한 간병비 지원이 가능함을 확인하였다. 요양병원에서 퇴원하신 후에는 지금과 같이 장기요양보험 재가서비스를 이용하시게 될 것이다. 병원 이송은 동행정복지센터에서 도와드리고, 병원에서는 가족의 동행 및 수술동의를 요청하나 자녀들과의 관계가 단절되어서 연락을 못하셔서 본인의 의사로 수술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었다.
어르신에게 최종적으로 수술에 대해 설명하여 수술동의서를 받고, 어르신이 수술 할 수 있는 건강상태인지 확인하는 날에 요양보호사선생님과 함께 병원동행을 하게 되었다. 수술을 담당하신 의사선생님은 심장 모형을 보여주면서 어떤 절차로 수술을 하게 될 지 한참을 목소리 높여 설명하셨다. 어르신은 본인의 의사는 명확히 표현할 수 있었으나 청력이 좋지 못했고 의사선생님은 자녀들도 없는 상황이니 당사자가 수술과정 및 수술 후 발생 할 수 있는 후유증 등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이해해야 한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혹 향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여 의사선생님께 설명과정 녹취가능 여부를 여쭤보았고 의사선생님도 동의하여 녹취를 하였다.
설명의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당사자가 호흡으로 인해 너무 괴로워하여 심장수술을 하기는 하나, 워낙에 노령이시고 수술 자체도 심장을 건드리는 큰 수술이다. 수술이 잘 되어도 회복에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어르신이 만족할 정도의 예전과 같은 호흡은 아닐 것이라고 하다.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정도 일 수도 있다. 나쁜 경우는 폐암수술 한지도 몇 년 안 된 노인이 심장수술이라는 큰 수술까지 하는 것이어 어르신의 몸이 버티지 못하는 것까지 생각해야 한다.
어르신은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계속 들으셨다. 설명이 30분 이상 되며 의사 선생님도 많이 지치셨고 어르신께서는 어떻게 해야 좋겠냐며 내 의견을 물으셨다.
고령의 어르신이 심장수술을 하신다는 것이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어르신이 수술을 원하시더라도 내가 관련 서비스들을 알아보거나 연계해 드리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수술을 안 하시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여러 번 스쳤다. 그러나 방안을 이동하면서도 숨차하시고, 얼마 전까지 동네 산책정도는 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못하게 되었다며 답답해하시며 수술 날만 기다리는 어르신을 보면 그럴 수도 없었다. 어르신은 내 아버지 연배이셨다. 어르신의 수술을 돕기 위해 여러 서비스를 알아보고 어르신과 상담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꼭 이 수술을 하셔야 할까? 우리 아버지라면 내가 수술에 동의 했을까? 라는 질문이 있었다. 얼마 전 오늘 어르신과 방문한 이 병원에서 보행이 어려워 척추협착증 수술을 원하셨으나 수술 후에도 본인이 기대하는 정도의 호전은 어려우며, 더 나쁜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설명 듣고 가족들의 반대로 고민하신 후 수술을 포기하신 아버지가 생각났다.
서비스를 제공하고 연계하는 사회복지사와 서비스대상자의 관계에서 부적절한 표현 일 수 있지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어르신, 저희 아버지가 어르신과 비슷한 연배이신데요, 어르신 같은 상황에서 이렇게 큰 수술하시겠다고 하면 저는 못하시게 말릴 것이에요.”어르신은 잠시 고민했고 결국 의사선생님에게 이 수술 안하겠다고, 수술 말고 다른 방법으로 치료받고 싶다고 말씀 하셨다. 의사선생님은 어르신께서 잘 선택하신 것이라고 이야기 하셨다.
어르신을 집에 모시고 오는 차안에서 허탈해 하는 어르신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차에서 내려 몇 미터 앞 빌라에 들어가는 것이 숨에 부쳐 어르신은 잠시 쉬셨다. 요양보호사 선생님과 함께 어르신을 집으로 모셔드리고 먼저 사무실로 왔다.
며칠 후 요양보호사님 선생님이 방문하셔서 어르신이 수술 안하길 잘 하신 것 같다고, 병원에서 아들처럼 말해줘서 고마워 하셨다고 이야기를 전해 주셨다. 무거웠던 마음이 약간 가벼워 졌다. 그날 이후 내 기준에서 어르신의 선택을 되돌릴 수 있는 의견을 말해서 어르신이 수술 후 지금보다 호흡이 많이 좋아지고 많이 걷고 삶의 질이 많이 향상될 수 있었는데, 소중한 기회를 날려버리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가끔 마음이 편하지 않다. 하지만, 어르신께서 직접적으로 의견을 구하셨을 때 듣기 좋은 표현의 중립적인 답변을 했다면, 그 역시 마음 편하지 않았으리라 생각 한다. 정답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그래도 마음 가는 대로 해야 할 때가 있는 것 같다.
첫댓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절박한 욕구와 안타까운 문제를 가지고 찾아오시는 분이 끝이 없습니다.
날마다 어려운 분들의 사정을 보고 들으면서
집에 돌아가 마음 편히 먹고 마시고 쉬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참 어려운 자리입니다.
마음과 정성 다하여 응대하시는 최재권 선생님,
감사합니다.
오늘 일요일 평안히 쉬셨기를 바라요.
종종 맘편하지 못하게 퇴근할 때가 있긴 하네요. 평안히 지내는것이 큰 축복인데 모를때가 많네요^^
고마워요. 그 마음...
'정답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그래더 마음 가는 대로 해야 할 때가 있는 것 같다'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참 어려운 일입니다
수술을 진행한다면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아지겠지만
수술을 할 때 감수해야 되는 부분들이 참 많습니다
마음 다해 도우려고 한다면 그 고민이 더 큽니다
저 또한 일 하다보면 비슷한 고민들로
집에 와서까지도 생각이 꼬리를 물 때가 있습니다
어느 누가 이 고민의 답이나 선택의 우선순위를 정해주지 않으니 생각에 끝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저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경우가 여럿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공감이 많이 되어 댓글 남깁니다
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김도희 선생님 고맙습니다.
생각 나눌 수 있는 공간, 공감할 수 있는 동료분들이 계신다는것이 감사합니다^^ 좋은 한 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