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品】 벗♡ 쉼터 幸福 사랑
어느 한 단계라도 어긋나면 슬픔의 공식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어느 시인은 말했다. 그대는 지금 그 시인의 시 한 구절을 생각한다.
슬픔!
슬픔의 공식은 확실히 어긋나지 않고 그대에게 성립되었다.
완벽하다. 모든 조건은 완벽하게 갖추었다.
고독. 적막. 권태. 단조로움. 막막한 절박감에서 오는 처참함.
슬픔을 생성시키는 조건들이다. 슬프다.
오늘은 생일이라서 슬프다. 생일이라고 알아주는 이가 없어서 슬픈 것인가? 그렇다고 그대 나이에, 내 생일입니다. 축하해주세요.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시골 노인들에게 떠벌리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대는 오늘 미역국은 먹었다. 새벽에 미역국을 끓이는데 서글픔이 밀려들었다. 순전히 자신의 생일날 【名品】 벗♡ 쉼터 幸福 사랑http://cafe.daum.net/gf52esr♡
◎ 따뜻한 댓글은 【名品】 벗♡ 쉼터 幸福 사랑 울님께 힘이 되는 소중한 글입니다 ◎ 쑤셔 넣기 위해서 미역국을 끓인다는 사실이 그대는 서글펐다. 그 슬픔을 삼키고 마치 숙제처럼 꾸역꾸역 먹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같이 마주 앉아 먹을 사람이 없었다. 하도 울적해서 미역국을 안주로 소주를 한 병 마시고 설거지도 하지 않고 바로 잤다.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부항면에 봄이 오고 있다.
아직은 두꺼운 겨울, 우수도 경칩도 먼 날씨인데 봄은 산골 얼음장 밑으로 흐르고 있다. 곧 산천의 초목들은 푸르름을 머금을 날이 오겠지.
부항댐 산기슭에서 불어오는 골바람이 아직은 차갑다.
봄!
남들은 희망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그대의 마음은 마냥 겨울이다. 메마른 가슴에는 북풍한설이 내리고 있다. 희망이 없다. 이 마주친 절벽. 이 전원주택을 팔아서 서울에 가면 옛날에 살던 아파트를 사지 못한다. 그동안 가격이 폭등했다. 물론 전원주택이 쉽사리 팔리지도 않겠지만.
인간이 희망없이 살 수 있을까?
왜 이 짓을 했을까?
그대는 입맛을 다시며, 잔디밭에 의자라고 만들어 놓은 통나무에 엉거주춤 엉덩이를 붙이고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남향집의 양지바른 곳이라 따사로움이 어깨에 파고든다. 점심은 일찌감치 찬물에 밥 한 덩이를 말아서 고추장과 때웠다. 밥을 먹는 시간은 항상 고독하다. 혼자 먹는 밥상은 정말이지 불편하다. 아니 곤혹스러울 정도로 고독하다. 아침에 먹다 남은 미역국에 밥을 말아서 먹으려다가 그것도 귀찮아서 그냥 찬물에 말아서 후루룩 때웠다. 아침에 미뤄둔 설거지를 점심을 먹기 전에 했다.
생일날을 기억해서 새벽에 미역국을 끓여주던 아내가 없다. 죽은 게 아니라 서울 딸의 집에서 살고 있다. 생각하면 등이 시린 일이다. 이 전원주택을 지을 적에 그렇게 좋아하던 아내가 시골살이에 염증을 느낀 것이다. 시골에 살아보지 않은 아내에게 시골살이, 잡초와의 전쟁은 더 이상 낭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봄이 오면 해야 할 일을 생각하니 그대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소득이 나오는 일이 아닌데, 시골살이가 만만한 게 아니다. 살아보니 그렇다. 돌아서면 일이다. 이곳에 전원주택을 지어 내려온 지 사 년이 지났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십 년 가까이 교직 생활을 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그걸 평생 꿈이라고 믿고 살았다. 전원주택을 짓는 것으로서 꿈은 이루었다.
꿈과 현실은 항상 괴리가 있는 법.
그 사실을 이곳에 전원주택을 짓고 새삼 느꼈다. 복잡한 도회를 벗어나서 한적한 시골에 전원주택을 그림 같이 짓고 편안한 노후를 보낸다고 마음먹었는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전원주택이 족쇄가 되어 그대의 발목을 잡았다. 가능하면, 전원주택 생활이 서글프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도사리고 있지만, 생일이라 그대의 마음이 풀렸는지 모르겠다.
뭘 하고자 하는 의욕이 사라졌다. 젊은 날 탱탱했던 의욕의 주머니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탄력을 잃었다. 나이 탓인가? 아니면 잘 맞지 않는 환경의 영향인가? 아무튼 의욕이 없다. 의욕과 더불어 재미도 없다. 인간은 분명히 환경의 영향을 받는 모양이다. 이번 겨울이 들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오로지 이 골짜기를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왜 이곳에 전원주택을 지었던가? 후회가 밀려들지만 가능하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어제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가 오지 전까지 그대는 오늘이 자신의 생일인 줄 몰랐다. 전화를 받을 적에 그대는 김천 장에 있었다. 오일장이 서는 날이다. 그대는 장날마다 장에 간다. 닷새 동안 먹을 양식을 구하기 위해서다. 양식? 사실은 닷새 동안 먹을 소주를 구하기 위해서라는 말이 더 솔직할 수도 있다.
그대의 집이 있는 마을은 마트는 고사하고 구멍가게마저도 없다. 소주 한 병을 사려면 차를 타고 십 분은 넘게 걸리는 면 소재지까지 가야 하는 실정이다. 김천은 도회를 형성하고 있지만, 아직 오일장이 열린다. 소주나 안줏거리도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장에서 큰 병으로 사는 것이 저렴하다. 어제 장 구경을 하고 있는데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참 오랜만에 걸려 온 전화였다.
“내일 당신 생일인데 미역 사두었어요?”
미역? 아내의 질문에 전율이 일었다. 바로 오늘이 자신의 생일이라는 걸 그대는 모르고 있었기에 기습적인 질문처럼 여겨졌다.
“미역을 사러 장에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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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청스레 얼버무렸다. 아내는 오늘이 김천 장날이냐고 묻고는 싱싱한 물미역으로 사라고 했다. 말린 미역은 물에 부풀려야 한다. 그건 그대도 알고 있다. 장 구경을 하다가 거리에서 전화를 받았고 무얼 살까 궁리하던 중이었는데 그대는 지체하지 않고 싱싱한 물미역 한 다발을 샀다. 어제저녁에 미역을 손질해서 싱싱한 줄기는 소주 안주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고 연한 잎으로는 아침에 미역국을 끓였다. 그대는 교직에 오랫동안 몸담고 있었지만, 교장은 되지 못했다. 일찍 명예퇴직을 자처한 이유는 아이들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꼰대! 소리를 들으니 선생 노릇을 더 할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하는 신조어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타인은 지옥이다. 가르치는 학생들도 타인이었다. 명예퇴직을 자처했다. 선생은 있어도 스승이 없는 학교에 염증을 느꼈고 후배 교사가 교감이 되자 그대는 퇴직을 선택했다.
지금 생각해도 명예퇴직은 잘한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생일을 축하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아내가 없이 혼자 사는 까닭이다. 이웃 사람도 없다. 같은 마을이라고는 하지만 이웃은 한참이나 떨어진 골짜기의 외딴 전원주택이다. 확실히 도회 사람들보다 배타적이다. 도회에서는 이사하면 바로 이웃이 되는데 시골은 그렇지 않다. 마음을 열지 않는 것이다. 마을에서 그대는 환갑이 넘었지만 젊은 축에 들어간다. 마을 사람들은 전부가 노인이다. 젊다는 사람이 이장을 맡고 있는데 그대 또래다. 그 양반이 전원주택을 지을 때, 지나가다가 이리저리 둘러보고 영양가 없는 간섭을 하고는 이사를 온 뒤로는 도통 들르지 않는다. 특히나 황 씨 집성촌이라 그 정도가 심한 듯하다. 그대가 인간관계에서 이웃으로 파고들 여지를 주지 않는다. 그대는 이 시골로 내려와 외톨이가 되었다. 이래서 시골살이가 힘들다고 했던가?
짚어보니, 오늘이 예순두 번째 생일이다. 오십 후반에 명예퇴직하고 서울의 아파트를 팔아서 이 골짜기에 땅을 사고 집을 지었다. 지을 적에 가지고 있던 여윳돈을 보태서 지었다.
집을 지은 지 사 년이 되었다.
평생 살겠다는 생각으로 전 재산을 들이부어 거창하게 지었다. 이 년을 아내와 같이 살다가 전원주택 생활에 염증을 느낀 아내는 출산 휴직을 마친 딸이 복직하자 그것을 기화로 아이를 봐주러 서울로 올라갔다.
아내가 옷가지를 챙길 적에만 해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아내는 서울 딸의 집, 작은 방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곤 도통 내려오지 않는다. 기약 없는 이별이다. 아내가 올라가자 온전히 홀아비가 되었다. 처음엔 【名品】 벗♡ 쉼터 幸福 사랑http://cafe.daum.net/gf52esr♡
◎ 따뜻한 댓글은 【名品】 벗♡ 쉼터 幸福 사랑 울님께 힘이 되는 소중한 글입니다 ◎ 내려오더니 이젠 석 달이 지나도 내려오지 않는다. 그리고 매일 하던 전화도 이젠 일주일에 한 번 할까 말까 하다. 아내의 관심과 걱정에서 자꾸 멀어지고 있는 기분이다. 아내를 생각하자 그대는 갑자기 외롭다는 생각이 들어 자괴감으로 이어진다.
이거 독거노인이 아닌가?
따지면 그렇게 불러도 무리가 없다. 자신을 노인이라 부르기엔 좀 억울한 감이 들지만, 정확히 따지면 그렇다. 아무래도 아내는 이곳에 이 년을 살면서 잡초에 지친 것 같다. 자고 나면 풀 뽑는 게 일이었다. 천이백 평이나 되는 부지에 전원주택을 근사하게 짓고 마당에 잔디를 심었다. 정원수도 전문가를 모셔다 심고 작은 연못도 만들어 연을 심었다. 그것을 만들 적에는 낭만만 생각했지, 뒤처리를 감당하지 못할 줄 몰랐었다. 남들은 철없는 게 학교 선생이라고 했다.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게 선생이라는 생각에 그대도 공감이다. 남의 말이 틀린 게 아니다. 아파트에 살면서 남의 집 정원을 보기만 했지, 그렇게 손이 많이 가는 줄을 미처 몰랐다. 봄부터 삼백 평 가까이 되는 잔디밭에 약을 치고 잡초를 뽑기 시작하면 가을까지 종일 마당에서 살아야 한다. 그리고 밭을 한다고 남겨둔 구백 평이 넘는 땅에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농기계가 없는 까닭으로 종일 밭에서 살아야 했다. 도회에서 자란 아내는 그 일에 저녁이면 파김치가 되곤 했다. 이태는 콩을 심고 자투리땅에 땅콩과 고구마도 심었다. 고구마? 골병만 들고 약값이 더 들어갔다. 결과는 시장에서 사다 먹는 게 싸게 먹히는 것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잡초와 씨름을 해야 했다. 한번 뽑고 나서 돌아서는 먼저 뽑은 데는 잡초가 자라고 있었다. 마당은 잔디밭도 손이 안 가는 게 아니었다. 완전히 풀과의 전쟁이었다. 이장의 말대로 제초제를 뿌렸지만, 감당이 되지 않았다. 이러려고 전원주택을 지었던가? 회의가 일었다. 아내는 전원주택의 낭만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고 불평을 토로했다.
손쉬운 작물이 뭔가?
인터넷을 찾아보고 또 마을 이장의 조언을 구해서 구백 평이나 되는 땅에 작년에 감나무를 반 심고 대추나무를 반 심었다. 묘목을 심었으니 잡초에 치이면 다 죽는다. 작년에도 혼자서 잡초와 씨름을 했다.
잡초와의 전쟁.
올해도 풀과 씨름을 할 생각을 하니 한숨부터 나온다.
그대가 마당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데 아랫마을 입구에서 차가 한 대 올라온다. 그대의 전원주택은 언덕 위에 있어서 마당에 있어도 마을에서 올라오는 차가 보인다. 하얀 차로 미루어 아마도 용화사의 주지 스님이신 모양이다. 그대의 집 위로는 마을은 없고 용화사라는 작은 암자가 있다. 그대의 전원주택 앞으로 지나다니는 차는 모두가 용화사에 올라가는 차다. 골짜기의 개울 따라 걸어서 십 분가량 올라가면 길 끝에 용화사가 매달려 있다. 용화가 위로는 길이 없고 바로 산자락이다.
그대는 매일 운동 삼아 걸어서 용화사에 올라간다. 특별한 일이 없는 날이면 용화사에 올라가서 주지 스님과 녹차를 마신다. 용화사는 작은 암자이기에 주지 스님 혼자서 지키는 절이다. 외롭기는 피차 마찬가지다. 아니다 어쩌면 주지 스님은 부처님과 놀기에 외롭지 않을지도 모른다.
“김 선생! 거기서 뭐하시우?”
어느 틈에 주지 스님의 차가 올라와서 차창을 내리고 물었다.
“어디 다녀오시는 길입니까? 해바라기를 하고 있어요.”
메마른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대는 비로소 오늘 다른 사람과 처음으로 하는 대화라는 걸 알았다. 울컥했다. 사람이 이렇게 그리워서야.
“선배 거사님! 바람이 차지 않아요?”
“견딜 만합니다. 어딜 다녀오셔요?”
“김천역에 다녀오는 길이구먼요. 멀리서 보살님들이 온다고 해서 마중 나갔다가 오는 길입니다.”
그러고 보니 스님의 차에 젊은 보살들이 서넛 타고 있는 게 보였다.
스님은 심심하면 녹차를 한 잔 마시러 올라오라는 말을 남기고 차를 출발시켰다. 그렇지 않아도 운동 삼아서 절에 올라가 보려고 마음먹고 있던 참이었다. 일단 세탁기를 돌려놓고 다녀오면 되겠다. 빨래가 밀려 있다. 혼자 살면 갖은 일을 다 해야만 한다. 남자 일, 여자 일을 따질 게 아니다. 그대는 교편을 잡고 있을 적에는 세탁기는커녕, 전자 밥솥조차 돌릴 줄 몰랐다. 오로지 하는 것이라곤 해 놓은 빨래를 골라서 입고, 해주는 밥을 먹는 일이었다. 평생 일이라고는 손에 잡아본 적이 없다. 하지만 여기 들어와서는 아니다. 아내가 있을 적에는 그런 일들은 아내의 몫이었지만 지금은 아기를 낳는 일을 빼고는 다 해야 한다. 혼자서 밥을 끓여 먹고, 며칠씩 미뤄두기는 하지만 종내에는 빨래를 혼자서 해서 입어야 한다. 집안의 모든 일이 다 그대의 몫이다.
혼자서 적적해서 개라도 한 마리 키우고 싶지만, 그 뒤치다꺼리가 겁이 나서 망설이고 있다. 때를 맞추어 사료를 주어야 하고 아무 데나 싸지르는 똥도 따라다니며 치워야 한다. 그것도 일이다. 그리고 또 비린내가 나지 않게 목욕도 시켜야 한다. 그대는 비가 오는 날 개에게서 풍기는 비린내는 딱 질색이다. 김천 장에 가면 가끔 강아지가 나온다. 누군가 팔려고 가지고 나오는 것인데 쳐다만 보았지, 뒤치다꺼리를 생각하니 선뜻 살 수가 없었다. 개의 노예를 자처하고 나설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선생치고는 철이 든 생각이었다.
개를 키운다는 생각은 보류 중이다.
일단 세탁기부터 돌려야지.
빨래를 더 미뤄두어서는 될 일이 아니다. 며칠을 미루었더니 당장 쓸 수건이 없다. 그대는 앉은 자리에서 일어선다. 일어서는데 무릎에서 두둑, 소리가 난다. 늙고 있는 모양이다. 세월은 몸에 소리를 잉태한다고 했다. 확실히 늙어가고 있다고 생각하자 입안이 씁쓰레하다.
현관을 통해 욕실로 들어가서 세탁기 안의 내용물을 꺼내 확인한다. 색깔이 있는 옷과 마구 빨아도 되는 옷을 구분하는 법은 아내에게 배웠다. 바지가 몇 개나 들어 있다. 바지가 다 헐렁하게 크다. 허리가 줄었다는 얘기다. 허리를 줄이려고, 뱃살을 빼려고 별다른 운동한 게 없는데 허리가 줄었다. 혼자서 먹으니 입 맛이 떨어져 먹는 양이 줄었고 몸으로 하는 일을 많이 하니 그렇게 신체 구조가 바뀐 모양이다. 입맛이 없으면 밥맛으로라도 먹어야 하는데 그게 잘되지 않는다. 세탁기의 내용물을 점검하니 한꺼번에 빨아도 될 옷뿐이다. 다시 집어넣고 스위치를 누른다. 세탁기에 물이 나온다. 절에 갔다 오면 빨래가 다 되어 있겠지.
이거 간단한데 실행하기가 이처럼 어렵나?
뭐든지 일을 미루지 말아야지.
그대는 입맛을 다신다. 혼자 있으니 괜스레 입맛을 다시는 행위가 버릇처럼 되었다. 혼자 생활하면서 또 한 가지 늘어난 게 있다면 한숨이다. 앞날을 생각하면 시도 때도 없이 【名品】 벗♡ 쉼터 幸福 사랑http://cafe.daum.net/gf52esr♡
◎ 따뜻한 댓글은 【名品】 벗♡ 쉼터 幸福 사랑 울님께 힘이 되는 소중한 글입니다 ◎ 나온다.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 아서라 또 한숨이 나올라.
올라가야지.
그대는 문단속도 하지 않고 집을 나선다. 여기 살면서 좋은 점은 문단속을 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개울의 얼음장 밑으로 봄이 흐른다.
봄은 항상 땅속 깊은 곳으로부터 오는데 봄이 멀지 않은 모양이다.
개울을 따라 천천히 걸어서 절에 도착하니 젊은 보살들이 공양간을 차지하고 뭔가를 만들고 부산하다. 절이고 집이고 여자가 있어야 생기가 도는 법인 모양이다. 공양주도 없이 주지 스님 혼자서 생활하는 용화사에 오랜만에 생기가 돈다.
주지 스님은 거실에서 다기를 꺼내놓고 차를 준비하고 계셨다.
“잘 오셔요.”
주지 스님의 말이었다. 어서 오세요. 가 아니라 항상 잘 오세요, 라고 인사를 한다. 그게 주지 스님은 인사 버릇이다.
“어머! 선생님 아니세요? 오랜만입니다.”
스님의 앞에 앉자 공양간에서 들려오는 말이었다. 퍼뜩 고개를 돌려보니 공양간의 창을 통해 얇은 비닐장갑을 끼고 밀가루가 잔뜩 묻은 손을 흔드는 젊은 보살이 있었다. 밀가루를 반죽하다가 급한 김에 아는 척했는데 저녁을 먹을 시간은 아니고 아마도 간식으로 전을 굽는 모양이다.
“누구신가?”
주지 스님은 덤덤하게 그대의 제자분이라고 말했다.
제자?
누구지?
“저 성희여고 출신 배민정이예요. 선생님께 국어를 배웠지요.”
성희여고? 배민정?
이름을 들어서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성희여고는 사십 대 후반부터 오십 대 초반에 근무했던 학교였다. 그렇다면 가르친 지 십 년이 넘는 제자다.
배민정이가 비닐장갑을 벗고 공양간을 나와 거실로 들어섰다. 제자라서 그런지 전혀 낯선 얼굴은 아니었다.
“아! 너였구나.”
그대는 교사 출신이다. 얼굴을 모르는 제자를 만나더라도 모른 척하면 안 된다. 배민정에 대한 특별한 기억은 없지만 아는 척했다.
“선생님 절 기억하시겠어요?”
“당연히 기억하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기억에서 사라진 제자다. 특별하게 공부를 잘하거나 특별하게 말썽을 부려서 기억의 수면에 송곳날처럼 나와야지 시간이 지나도 기억을 할 수가 있다. 낯은 설지 않은데 기억에 없는 걸 보니 학교에 다닐 적에는 평범한 학생이었던 같다.
“결혼은 했고?”
그대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아직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하나도 안 늙으셨어요.”
“넌 빈말도 참 예쁘게 하는 버릇은 여전하구나.”
기억에도 없는 제자인데 정작 빈말은 그대가 했다.
“선생님! 집을 너무 멋지게 지으셨던데요. 위치도 좋고. 완전히 그림이에요.”
완전히 그림? 말이 좋지. 집으로 인하여 삶의 질은 바닥을 치는지 모르고. 올라오면서 그대의 집을 유심히 보았던 모양이다. 아니면 스님께 설명을 들었든가. 처음 보면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지. 그 말에는 그대는 대답하지 않고 전혀 다른 질문을 했다.
“지금은 어디 사는고?”
오산에 산다는 배민정의 대답이 다소 건조하게 들렸다. 직장을 따라서 오산에서 생활하는 모양이다. 오산에서 이 골짜기의 작은 암자까지 어떻게 알고 왔느냐고 물으니 주지 스님께서 사이버 법당을 개설했는데 거기에 가입해서 카페를 운영을 돕고 있다고 했다.
사이버 법당?
시대는 변했다.
암자는 이 골짜기에 있어도 불법은 온라인 사이버를 통해 전파하고 기도를 하는 모양이다. 그대는 격세지감을 느꼈다. 주지 스님도 컴퓨터를 잘한다. 늘 혼자 있으면 컴퓨터 앞에 붙어 있는 걸 보았는데 그게 설법을 전하는 모양이었다.
“사이버 법당에도 불전함이 있나?”
가장 궁금한 게 그거였다. 불전함이 있어야 절이 먹고 산다. 인터넷 법당에 불전함은 어떻게 생겼을까?
“불전함? 선생님! 회원으로 해서 회비를 폰뱅킹으로 쏘아요. 불전함 역시 온라인이죠.”
아하! 그런 방법이 있구나. 늘 절에 오면 신도들이 없어 【名品】 벗♡ 쉼터 幸福 사랑http://cafe.daum.net/gf52esr♡
◎ 따뜻한 댓글은 【名品】 벗♡ 쉼터 幸福 사랑 울님께 힘이 되는 소중한 글입니다 ◎말은 안 했지만, 절이 뭘 먹고 사나 궁금했는데 그 궁금증이 일시에 해소되었다.
“용화사 사이버 법당에 회원이 얼마나 되냐?”
삼백 명을 상회한다고 했다.
삼백 명이라는 숫자에 놀라웠다. 그러면 절은 먹고 산다.
그 궁금증은 풀렸고 배민정과 학창 시절 얘기를 하고 있을 때, 그대의 핸드폰이 울렸다. 주머니에서 꺼내 보니 아내였다.
아내는 대뜸 물었다.
“오늘 미역국은 끓여 자셨어요?”
“미역국 먹었지. 오늘 내 생일이라고 반가운 하객들이 잔뜩 왔는데?”
“하객이 누구예요?”
“누구긴 누구야, 제자들이지.”
“제자들이 어떻게 알고 거기에 와요?”
“생일날 제자들이 오기 예사지. 그런 일이 있어. 끊어!”
아내의 구질구질한 잔소리가 날아오기 전에 전화를 그대가 먼저 끊었다.
“선생님! 오늘 생신이셔요?”
통화 내용을 들은 배민정이 먼저 물었고 주지 스님이 대답을 기다린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응! 오늘 내 생일이야. 그래서 네가 온 거 아니냐?”
“선생님! 저녁 자시고 가셔요. 제가 맛있게 해 드릴게요. 사모님은 여기에 안 계시는 모양이죠?”
“서울 집에서 생활해. 어쩌다 한번 내려오지.”
그대는 딸의 집이라고 말하지 않고 서울 집이라고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집이 둘인 줄 알 수도 있겠지만 그대는 서울에 집이 없다.
“딸네 집에 아기 봐주러 갔다고 솔직히 얘기하세요. 선배 거사님.”
주지 스님의 귀에는 서울 집이라고 한 게 거슬렸던 모양이다. 배민정은 거기에는 관심이 없고 선배 거사란 말에 낯설고 이상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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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댓글은 【名品】 벗♡ 쉼터 幸福 사랑 울님께 힘이 되는 소중한 글입니다 ◎
“선생님! 선배가 선생님의 법명이에요?”
웃음이 쿡 터져 나왔다. 선배라는 법명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그대는 불자가 아니기에 법명이 없다.
“그게 아니라 내가 주지 스님 선배야.”
배민정은 어디 선배냐고 재미있다는 듯이 물었다. 고등학교? 대학교? 아니다. 군의 선배다. 군번이 없는 것들은 알아들을 수 있을지 몰라도 그대가 해병대 두 기수 위다. 그 정도 차이가 가장 무서운 하늘 같은 선임이다.【名品】 벗♡ 쉼터 幸福 사랑http://cafe.daum.net/gf52esr♡
◎ 따뜻한 댓글은 【名品】 벗♡ 쉼터 幸福 사랑 울님께 힘이 되는 소중한 글입니다 ◎ 그대가 해병대 선배이기에 주지 스님은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않는 게 아니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이곳에 와서 이웃이 되어 이야기하다가 따져보니 그런 관계였다.
그걸 군번이 없는 제자에게 설명했다.
“지금도 주지 스님에게 얼차려로 ‘대가리박아’를 시킬 수도 있어.”
그 말에 주지 스님은 달다 쓰다 말이 없이 다기를 닦고 있었다.
“정말요?”
배민정이 재미있다는 듯이 되물었다.
“하하 우스갯소리야.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고 하지 않냐? 네가 오니 별소리를 다 한다.”
그대는 기분이 좀 유쾌해졌다. 제자를 만나서 그런 모양이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지나가는 모양이라고 그대는 생각한다. 환갑이 지나니 하루하루는 지겨워도 일 년은 잠깐이다. 나이를 어떻게 이렇게 잘 먹을 수가 있을까?
“선생님 연세가 올해 어떻게.....”
이심전심, 배민정은 나이를 물고 늘어졌다.
“주지 스님과 동갑이야. 많이 먹었지.”
“그런데 남자들은 환갑이 넘어서도 군의 서열을 따지나요?”
“우리는 군대 생활을 너무나 지독하게 했어. 뼛속까지 군기가 들었지. 그렇지 않은가? 이 병장!”
“네! 맞습니다.”
장난기가 묻은 스님의 목소리가 우렁찼다.
“군번이 없는 사람들은 군에 다녀온 남자들의 세계를 모르는 거야.”
“선생님 저 군번 있는데요?”
이게 무슨 소리야? 군번이 있다니? 농담을 하는 게 아닌가? 농담이라면 너무 암팡지게 하는 게 아닌가?
“하하! 선배 거사님 모르셨어요? 여군입니다.”
주지 스님이 한마디를 거들었다.
“그래요? 어디서 근무하냐?”
놀라는 투로 스님께 되묻고 제자인 배민정에게 어디서 근무하는지 물었다. 오산 미군기지에서 근무한다고 배민정이 말했다.
“계급은 어떻게 되냐?”
공군 대위라고 했다.
“공군? 공군에도 여군이 있냐? 주특기가 어떻게 되는데?”
“호호 전투기 조종입니다.”
전투기 조종사라니 놀라웠다. 더욱 놀란 것은 주방에 있는 두 젊은 여자는 소령인데 전투기 조종이 주특기라는 사실이었다. 깨갱, 병장 출신인 그대는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훌륭하구나. 너 사관학교 나왔냐?”
그렇다고 하면서 배민정은 집에 관해서 얘기를 꺼냈다.
“선생님 집을 직접 설계하신 거예요?”
“아닙니다. 비싸게 주고 서울의 유명 설계가가 설계한 겁니다.”
그 대답은 스님이 했다.
“선생님 좀 있다가 집 구경 좀 시켜주세요.”
“그래 그렇게 하자.”
집 청소가 덜 된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혼자 사는 집이니 이해하리라 생각하고 수락했다.
스님이 준비하는 차가 완성될 즈음, 공양간에 있던 두 젊은 소령이 감자전을 쟁반에 담아서 나왔다. 그대의 짐작이 맞았다. 감자전이었다. 감자를 잘게 썰어 반죽해서 전을 구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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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조종사에 관해서 그대는 궁금한 게 많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여유롭게 차를 마셨다. 감자전을 먹으며 차를 마시고 산책 삼아 그대의 집을 구경하자고 짧은 커트 머리의 소령이 제의했다. 그러고 보니 셋 다 짧게 친 커트 머리였다. 아마도 조종사 헬멧을 쓰는데 긴 머리가 거추장스러운 모양이라 짐작했다.
스님을 제외하고 넷이 나섰다. 개울의 따라 내려오면서 그대는 사는 집이 아니라 그대를 옭아매고 삶의 질을 바닥에 내팽개친 매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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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아! 집은 내가 이겨야 집이지. 너무 커서 질질 끌려다니면 그건 집이 아니야. 나는 저 집의 정원사요. 일꾼에 불과해. 집이 애물단지야. 돌아서면 일이야. 일을 많이 하다 보니 허리가 확 줄었어.”
그 말을 하는데 언덕 위에 자리한 그대의 전원주택 지붕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 저 애물단지.
그대는 속으로 그렇게 웅얼거리며 갑자기 집에 들어가기 싫어졌다. 집의 노예로 전락한 그대의 이 기분을 누가 알까?
첫댓글 러브하는 님과 살고 살고 파랴
조은지식 ㄳ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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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 환절기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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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름님 환절기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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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을 지식정보 늘을 감사를 드림니다.
다 같이님 항상 건강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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