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의 국부유출과 재벌 경제의 대외의존성 (3)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사진 : 뉴시스]
기업사냥꾼 사모펀드들은 국내외 투자자를 모아, 수익성은 좋으나 일시적으로 자금난에 처한 기업을 사고 파는 방식으로 차익을 챙긴다.
이중 MBK파트너스는 운용자금이 37조 원에 이르는 아시아 지역 최대의 사모펀드운영사이다. 김병주 MBK 회장은 10살에 미국에 건너가 하버드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세계최대 사모펀드 칼라일에서 근무하였다. 그는 IMF 때 한미은행을 바이아웃하여 7천억 원의 차익을 내면서 기업사냥꾼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박태준 포스코 전 회장의 사위이며 외환위기 때 정부 외국환평형기금 채권 발행 작업에 참여하는 등의 경력으로 특혜와 유착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의 은행법에 의하면 사모펀드가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될 수 없다. 김병주는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을 끌어들여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칼라일 위장계열사들을 내세워 금융감독위를 속이고 불법 매각을 성사시켰다.
이후 2005년 칼라일에서 독립해 영문명 ‘마이클 병주 킴’의 약자로 ‘MBK’파트너스를 설립했다.
김병주는 대부분을 미국이나 해외에서 거주하며 필요할 때만 한국을 오가며 사업하는데, MBK파트너스를 유한회사로 등록하여 실적과 기업구조 공개를 꺼려왔고 모회사는 조세피난처에 두고 있다.
한국에서 엄청난 소득이 발생했으나 미국 시민권자라는 이유로 정작 한국에는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으며, 법인세 탈루 의혹도 받고 있다. 9월 현재 국세청이 급여와 투자소득에 대해 탈세 혐의로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김회장은 그동안 한국 시민권자이고 거주지도 서울로 기재하였으나, 세금 문제 때문인지 올해 4월 국적은 미국으로, 거주지는 뉴욕 맨해튼으로 수정하였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거주지인 미국에 세금을 냈으므로 한미조세협정의 이중과세 방지 규정으로 한국에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금융감시센터는 MBK 운용에서 외국계 자금이 더 많다고 해도, 국내 사업에서 거둔 수익에 대해서는 한국에 세금을 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비슷하게 쿠팡도 검은머리 미국인 김범석 대표가 미국 델라웨어에 본사를 두면서 한국의 규제를 피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그동안 한미캐피탈, 딜라이브(케이블TV), 코웨이, 두산공작기계, 대성산업가스, 오렌지라이프(ING생명), 롯데카드 등을 바이아웃하였다.
MBK의 투자전략은 전망이 좋은 내수기업을 인수하여, 구조조정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실적보다 높은 고배당으로 이윤을 빼내며, 4~5년 내에 재매각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렌지라이프(구ING생명)에서는 임직원 21%를 감원하고 2조원의 매각차익을 올렸고, 딜라이브 등에서 구조조정과 노동탄압으로 비판을 받았다.
숱하게 사회적 물의를 빚어온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에서 코로나 시기 보호받아야 할 노동자와 입점업체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국내 유통업체 2위인 홈플러스를 차입매수(Leveraged Buy-Out) 방식으로 인수하였다. 인수자금 7.2조 원 중 2.2조 원만을 자체적으로 조달하고 5조원은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빚으로 조달한 것이다. 빚에 대한 연이자만 2,000억 원에 이른다. 홈플러스 인수에 참가한 주주들은 국민연금, 미국과 캐나다의 연기금, 공동투자펀드 등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포함된 사모펀드들이다.
홈플러스는 매각 이후 2016, 2017년은 흑자를 냈지만, 온라인쇼핑 확대와 투자 부진, 이자 지불 등으로 2018년부터는 적자로 돌아섰다.
MBK파트너스는 단기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2016년 순이익의 세 배인 6,035억 원을 배당하고, 2017년은 순이익의 두 배인 4,882억 원을 배당하였다. 2018년은 적자임에도 1,214억 원을 배당했다. 2019년은 큰 폭의 적자로 배당은 하지 못했으나, 상환전환우선주로 1,715억 원을 상환하였다. 2020년은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40%나 줄었으나 유형자산을 처분하여 겨우 흑자를 내고 18억 원을 배당하였다.
나아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자산을 닥치는 대로 팔아치우고 있는데, 인수 다음해부터 매장을 팔고 임대해서 쓰는 세일앤리스백을 확대하다가, 2020년부터는 부동산가격이 급등한 지역을 위주로 폐점매각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만 흑자매장인 대전둔산점(3,802억), 경기안산점(4,300억), 대구점(1,279억), 대전탄방점(908억) 등 전국 매장 4곳을 매각하여 1조 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하였다.
MBK파트너스는 알짜매장이나 흑자매장은 땅값이 비싸다고 폐점하고, 실적 부진 매장은 손해난다고 폐점하고 있다. 투기자본의 막무가내 폐점, 도미노 폐점, 쪼개 팔기 방식으로 2만 직원과 8만 협력업체들의 고용안정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국내 2위의 유통 대기업이 산산 조각나고, MBK는 6년간 무려 3조 5,000억 원이 넘는 부동산 매각대금을 챙겼다.
홈플러스 자산매각 현황을 보면 아래 표와 같다.
또한 홈플러스는 매장 매각과 구조조정으로, 6년 만에 1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회사를 떠나게 하였다. 고용공시를 보면 직영 5,290명, 간접고용 4,767명, 총 10,057명이 실직하였다.
한국 정부는 2015년 자본시장법을 개정하여 사모펀드 설립과 운영에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였으며, 기업구조조정의 주요 방식으로 사모펀드의 참여를 지원하고 있다.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투자은행, 조세피난처 등은 약탈금융의 세계화를 만든 첨병들이다. 단기차익과 주주이익만 극대화하는 투기자본과 역외금융에 대해, 노동자와 국민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신규투자 없이 자산매각과 구조조정으로 이익만 뽑아가는 사모펀드의 빨대경영은 배임행위로 규제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