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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시골 학생의 대치동 학원 경험
필자의 친척 A양은 경기도 읍면 단위 고등학교에서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었다. 내신은 2등급 전후가 나왔는데, 입시 쪽으로도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고2 여름 방학 때 대치동으로 학원 유학을 하게 했다. 대치동 국영수 유명 학원 여름 방학 프로그램에 등록시켜 주고, 숙식은 잠실 친척 집에서 해결하게 했다.
첫 주 학원 수업을 듣고는 아이는 아주 만족했다.
“여기 강의가 너무 좋아요. 선생님들이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해주고, 같은 반 아이들도 열심히 하니, 저도 좀 더 긴장감을 느끼고 공부하게 돼요.”
A양은 이렇게 만족스러운 학원 경험을 갖고 다시 시골 학교로 내려가 2학년 2학기 수능 모의고사를 보았다. 확실히 수업을 들었던 주요 과목 성적이 다 올랐다. 그런데 그 점수 향상이 등급을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예를 들어 영어는 70점대 초반에서 77~78점대까지 올랐는데, 80점 벽을 넘지 못했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였다. 3학년이 되어서도 나름의 방법으로 열심히 공부했는데 역시 이런 현상이 계속되었다.
결국 고3 입시에서 A양은 목표한 '인서울'을 할 수 없었다. 수능 등급이 계속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다. 한 과목이 간신히 한 등급을 넘기면 다른 과목이 한 등급 떨어지고, 결국 평균 등급은 늘 비슷했다. 하는 수 없니 A양은 수시로 지방대에 취업 기회가 많은 학과에 진학했다. 입시가 끝나고 A양이나 부모님 모두 입시 결과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좀 더 일찍 학군지에 가고, 사교육을 받았더라면 입시 결과가 좀 더 좋지 않을까라는 미련이 남았다.
친척분은 “아, 이래서 학군, 학군 하나 보다! 공부 쪽으로 의지나 가능성이 있는 아이는 빚을 내서라도 일찍 학군지로 보내 공부시켰어야 했는데, 미리 알아보고, 아이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지 못한 것 같다.”고 자책했다.
하지만 필자는 아이가 공부쪽으로 가능성이 있으면, 재수나 편입, 대학원 진학 등 이후 수 많은 선택지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수학이 약한 문과 학생에게 재수보다 편입을 권함
우선 가정 형평상 기숙 학원에서 재수, 삼수하기는 힘들었다. 또 고3 입시에서도 수학에서 점수가 많이 안 나왔기 때문에 재수 성공 가능성이 낮아 보였다. 그래서 대신 편입을 권했다. 당시 필자가 편입 학원에서 강의와 입시지도를 하고 있었고 학원 수강도 교직원 할인을 받을 수 있었기에 여러면에서 유리했다. 우선 지방대에서 2학년까지 다녀 일반 편입 학점을 만든 다음 인서울 학교로 편입을 해 보기로 했다.
2년 후 A양은 서울에 다시 올라와 겨울방학부터 시작해서 1년 동안 편입 영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이번에는 필자가 직접 강의를 하고, 퀴즈나 시험 성적을 보니 아이 상태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아이는 생각한 대로 굉장히 성실했다. 수업 시간에도 눈을 맞추며(eye contact) 잘 듣고, 유머에 대한 반응도 있고 열린 마음으로 수업을 들었다. 그런데, 어려운 단어 암기에 한계가 있었고, 문법에서는 논리적인 사고에, 독해에서는 배경지식과 출제 의도를 파악하는 심화 사고력이 부족했다.
결국 아이는 성실했지만 언어 능력, 수리 논리 능력 등의 인지 능력 자체가 부족했던 것이다. 당시 적절한 다중 지능 검사 도구가 없어서 다중 지능 검사까지 해 보지는 않았지만, 지금 쓰는 검사 도구로 검사했더라면 아마 공간 지각 능력도 그리 높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수능 수학에서도 점수 향상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입시는 아쉬웠지만, 사회생활은 더 의미 있게
A양은 1년 편입 공부를 마치고, 편입 입시를 치렀는데 아쉽게도 원하는 인서울 대학 편입의 목표를 이룰 수 없었다. 역시 웬만한 대학의 합격선이라고 할 수 있는 85점대 이상의 벽을 넘지 못했다. 입시가 끝난 후 상담을 했다. 다시 1년 정도 더 편입 공부를 해볼지 물었다. 학점 은행제 등을 이용해 학사 편입으로 자격을 바꾸면 좀 더 경쟁률이 낮아지고 합격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도 알려 주었다. 그러자 아이는 그냥 전적대에 돌아가 대학원에 진학하는 길을 택하겠다고 했다.
1년동안 서울에 올라와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후회는 없냐고 물으니,
“그래도 서울에서 공부하며 좋은 친구들, 언니 오빠들을 만나서 좋은 자극을 받았어요. 그리고 영어 어휘도 많이 늘고 독해에도 좀 더 자신이 생겨서 이후에 학교에 돌아가 원서 공부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후 A양은 전적대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동탄과 서울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았고, 서울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지금도 서울에서 살며 아이를 키우고 일을 계속하고 있다. A양의 전공은 석사 학위가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학벌에 관계없이 서울 수도권에서 쉽게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필자는 좀 더 일찍 학군지에 들어오지 않아서, 좀 더 일찍 제대로 된 사교육을 시키지 않아서 입시 결과가 안 좋았던 것 같다고 자책하는 부모님들께 이런 말씀을 드린다.
“너무 솔직한 말이라 뼈 아프게 들릴 수 있지만, 문제지 푸는 인지 능력이 안 되는 아이들은 일찍 들어와도 안 되는 것이고, 인지 능력이 되는 아이들은 늦게 출발해도 충분히 만회할 기회가 있습니다. 문제지 푸는 공부량이 부족하고 공부 환경이 안 좋았다면 재수 기숙 학원에서 1-2 년 집중적으로 공부하거나 편입 학원에서 1-2 년 열심히 하면 충분히 자기 입시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인지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좋은 선생님을 모시고 공부해도 자신이 원하는 입시 결과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종종 "사교육을 통해 점수를 올릴 수는 있어도 입시 결과를 바꿀 수 있는 등급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부모가 무지해서 아이 인생을 망친 게 아니고, 아이 공부 그릇 자체가 작고 타고난 인지 능력 자체가 부족했기 때문에 원하는 입시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는게 더 맞지 않을까요?”
어려서는 자연 속에서 청년의 때는 도시에서
한편 A양 처럼 어려서는 시골에서 보내고, 본격적인 입시는 도시에서 해 보는 전략은 하나의 이상적인 교육 로드맵이기도 하다. 유초등(가능하면 중등까지)은 시골학교에서 보내며 최대한 자연속에서 지내 본다. 작은 학교에서 1등 경험도 하고, 친구나 선생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입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중고등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큰 도시에서 학군지에서 공부하게 하는 것이다.
요즘 학군지 분위기는 어려서부터 일찍 문제지 푸는 공부와 영수 선행을 미리 시켜야 한다는 조급함이 대세이지만, 우선은 이렇게 시골 작은 학교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공부 자존감을 지킨 다음 좀 더 경쟁이 쎈 곳에서 공부해보는 것도 괜찮다. 학군지에 너무 일찍 들어온 학생 가운데 시험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아이들은 공부 자신감 뿐 아니라, 자기 효능감이 낮은 아이들이 상당히 많다. 위에서 말한대로 인지 능력이 부족한 데 일찍 학군지에 와서 성과가 안나는 케이스다.
이에 비해 늦게 출발해도 아이가 근성이 있고 역량이 있다면 충분히 학군지나 경쟁이 센 학교에서 나름 버티며 입시 성과를 내기도 한다. 또 A양의 경험처럼 입시에서 성과가 안 나더라도 청년 때 큰 도시 생활을 하며 좋은 사람들은 만나 자극을 받고 좀 더 열정적으로 자기 삶을 살 수 있다. 그리고 어려서 자연속에서 충분한 오감의 자극을 받고 작은 학교에의 관심과 인정을 충분히 받은 아이들은 이후 좀 더 치열한 도시 생활도 훨씬 잘 견뎌내는 것 같다. 결국 어릴때는 자연으로부터 충분한 오감의 자극을 받고, 커서는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을 통한 자극을 받아야 균형 있는 자기 계발이 가능한 것 같다.
A양은 순간 순간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입시 결과에 관계 없이 이 모든 상황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감사해했다. 결국 입시나 진로 계획에 있어서도 완벽한 로드맵을 짜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이 있느냐이다. 이 성실함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로드맵을 짜도 결과가 안나아고, 이 성실함이 있으면 결과가 안 나와도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길을 찾으며 자기를 계발을 하고 성장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칼럼니스트 소개: 심정섭> 2009년 부터 텐인텐에서 "사교육비 경감", "올바른 자녀 교육"에 관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강남에서 대학생과 고등학생에게 20년 동안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입시지도를 했고, 이제는 20대 좋은 학부입학을 넘어 30,40대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사는 삶을 아이들에게 전하기 위해 글을 쓰고 새로운 교육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주로 고3과 대학생, 임용 고시 준비생을 지도했지만, 지금의 사교육과 가정의 해체로는 나라의 비전이 없다고 보고, 사교육비 경감과 가정의 회복, 자연출산 및 부모 교육, 유대인식 독서, 토론 교육의 확산을 위한 이론을 정비하고 실천에 이르게 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대한민국 학군지도: 전면개정판> (진서원, 2013), <언스쿨링 가족여행> (더디퍼런스, 2021), <학군 상담소 개정판> (진서원, 2021 전자책), <하루 15분 인문학 지혜독서법> (체인지업, 2020), <학력은 가정에서 자란다> (진서원, 2020), <공부보다 공부그릇> (더디퍼런스, 2020), <대한민국 입시지도>, (진서원, 2019), <역사 하브루타>(더디퍼런스, 2019), <질문이 있는 식탁,유대인 교육의 비밀> (예담 프렌드, 2016), <1% 유대인의 생각훈련> (매경, 2018) 자연교육법적인 원리에서 현재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 <강남에서 서울대 많이 보내는 진짜 이유>, (나무의 철학, 2014)와 유대인식 누적 암송을 통해 영어를 정복하는 방법을 제시한 <20살 넘어 다시 하는 영어>(명진출판, 2011)가 있습니다. 진정한 부모 교육은 태교와 출산교육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자연출산 운동에도 관심을 갖고 <평화로운 출산, 히프노버딩>(샨티, 2012)를 번역하였습니다. 현재 더나음연구소를 설립하여 뜻을 같이 하는 부모들과 더나은 육아와 교육적 실천을 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는 인문학 지혜교육과 입시교육과 대안교육의 한계를 넘어 가정 중심의 더나은 교육을 실천하는데 관심이 있고, 각 가정에 맞는 최적의 교육 로드맵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 책을 집필하고 있습니다. 저서 대한민국 학군지도, 전면 개정판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7356457 언스쿨링 가족여행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1440515 학군상담소 http://www.yes24.com/Product/Goods/98866112?OzSrank=1 하루 15분 인문학 지혜독서법 http://www.yes24.com/Product/Goods/92523942?OzSrank=1 학력은 가정에서 자란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89306965?Acode=101 공부보다 공부그릇 http://www.yes24.com/Product/Goods/88320151?scode=032&OzSrank=1 대한민국 입시지도 http://www.yes24.com/Product/Goods/66983573?scode=032&OzSrank=2 역사 하브루타 http://www.yes24.com/Product/Goods/69672303?scode=032&OzSrank=6 강남에서 서울대 많이 보내는 진짜 이유 http://www.yes24.com/24/goods/13606873?scode=032&OzSrank=1 질문이 있는 식탁, 유대인 교육의 비밀 http://www.yes24.com/24/goods/24333069?scode=032&OzSrank=1 1% 유대인의 생각훈련 http://www.yes24.com/24/goods/57840483?scode=032&OzSrank=3 심정섭의 학군과 교육 블로그 http://blog.naver.com/jonathanshim 유튜브 채널: 심정섭 TV https://www.youtube.com/channel/UC7cZrVYmD8L9vvOmBDZV1kA/video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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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정보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검사합니다
좋은글(조언)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좋은글이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행복한 날 되세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질문드립니다
공간지각 능력이 높으면 인지능력이 좋아서 공부를 더 잘할수 있는건가요? 큰아이가 중3이예요 학교에서 검사하면 공간지각능력이 항상 높게나와서 타지역으로 고등학교를 보낼까 고민중이라 질문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정보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결국은 메타인지라는것이 잘 작동을 해야 하는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ㅡ잘읽었습니다
지인에게 알려 줄게요
좋은 글 잘 읽었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
현실이 참.....
잘 읽고갑니다 안그래도 아이들 교육 걱정이라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