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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티탄들이 왕국 곳곳으로 흩어졌고 마리안은 성안으로 들어왔다. 성안에 있던 사람들이 마리안에게 다가왔다. 가족이 전장에 있는 티탄들이기에 마리안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내가 해줄 말은 너희가 기대한 게 아니야.”
마리안이 말을 들으며 누군가는 눈물을, 누군가는 절망을 내질렀다. 그러나 마리안은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지금은 울 시간이 없어. 다들 연회장으로 이동해. 그리고 몇 명은 남아서 뒤늦게 누군가 온다면 연회장으로 같이 와줘.”
티탄들이 여전히 움직이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마리안은 화를 냈다.
“다들 안 움직여? 지금 당신들 지켜주기 위해서 목숨 걸고 싸우는 사람들에게 개죽음시킬 거야?”
마리안이 화를 낸 뒤에야 사람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리안은 연회장의 한쪽 구석으로 갔다. 그곳에는 몇 가지 기계장치들이 있었고 마리안은 능숙하게 그 기계장치를 조작했다.
‘혹시라도 몰라서, 이 연회장을 비행장치로 만들어놨지. 이걸 이용하면 다같이 도망갈 수 있어.’
잠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 마리안은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곳에 사람들의 여러 감정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때 마리안은 자신을 잡아당기는 감촉을 느꼈다.
“마리안 이모.”
마리안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마티 주니어를 바라보았다.
“주니어.”
“아빠는 어딨어?”
‘담담해지기로 했잖아.’
이곳으로 날아오면 자신에게 수없이 다짐한 마리안이었지만 주니어의 눈을 바라볼 수 없었다.
“이모, 아빠 어딨냐니까?”
주니어가 마리안의 바짓단을 잡고 찡얼대고 있었지만, 마리안은 입을 열 수 없었다. ‘마티는 지금 모두를 위해서 대신 희생했어.’ 이 짧은 한마디만이 입에서 계속 맴돌았다.
“자, 마티 대장은 이제 오고 있어. 그러니 삼촌이랑 있자. 마리안 이모는 지금 할 일이 많아.”
마티의 부하가 주니어를 들어 올리며 마리안을 향해 눈짓했다. 마리안은 마저 작동 명령어를 입력했다. 마리안이 명령어를 입력하자 곧 연회장에 설치된 엔진들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진동에 사람들이 놀라고 있을 때 마리안은 크게 소리쳤다.
“다들 놀라지만, 지금 탈출 장치를 가동한 거야. 놀라지 말고 연회장 바깥으로 나갈 생각은 하지도 마. 그리고 혹시 아직 안 들어온 티탄들 있으면 얼른 불러.”
마리안이 말을 들은 티탄들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다수는 구석 자리나 사람들끼리 뭉쳤으며 몇몇은 가족이나 친구들을 찾으러 밖으로 바삐 움직였다. 그리고 마지막 사람이 들어온 것을 확인한 마리안은 레버를 당겼다.
쿠그궁!!
엔진들이 불을 뿜으며 연회장을 들어올리기 시작했고 곧이어 연회장은 하나의 비행선이 되어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걸로 한시름 놓은 거야.’
마리안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티탄들을 살펴보았다. 분명 살아났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을 내비치는 티탄들도 있었지만, 다른 티탄에게 기대어 우는 티탄들도 있었다.
‘모두를 구할 수는 없었어….’
마리안이 자책감을 떨쳐내려 할 때 갑자기 연회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왜 흔들리는 거야?”
“잠깐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데…. 뭐야 밖에 저 괴물들은?”
마리안은 놀라며 바로 밖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날개 달린 죽음들이 매달려 있었다. 일부는 연회장의 문과 외벽들을 향해 자기 육체와 뭐가 더 단단한지 시험하고 있었고 일부는 엔진들을 향해 돌진했다. 엔진의 열에 의해 죽음들이 녹아나겠지만 조금씩 엔진이 망가져 가고 있었다.
“안돼! 막아야 해. 지금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티탄들은 나와 함께 나가자.”
마리안이 소형 티탄에 타려 할 때 한 티탄이 마리안을 막아섰다.
“아니요, 지금, 이 연회장을 움직일 수 있는 건 당신밖에 없어요. 그러니 당신은 이곳에 남아서 사람들을 돌봐주세요.”
마리안은 당장에라도 터져 나올 울음을 겨우 참으며 말했다.
“또 너희들을 사지로 내보내고 나는 도망치고 있으라는 거야?”
“아니요. 뒤에 남는다는 가장 힘든 일을 부탁드린 겁니다. 당신에게 살아남는다는 죄책감을 감당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티탄은 그 말을 한 채 동료들과 함께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날아갔다. 티탄들이 날아가자마자 바깥에서는 폭발음과 죽음들의 괴성 그리고 티탄의 비명들이 하늘에 울려 퍼졌다. 안에 남은 티탄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살려달라.’고 기도하거나 말하기 시작했다.
‘젠장, 맘대로 죽어버리지 말란 말이야.’
마리안은 바깥을 살피며 가장 죽음들이 적은 방향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티탄들의 희생도 잠시였고 곧 죽음들이 연회장을 향해 다가왔다. 거기다가 마리안이 도망치고 있는 쪽에서도 다수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다 끝이야.”
“우리 죽었어.”
티탄들이 절망에 빠져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마리안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곳까지 오는데 얼마나 많은 목숨이 희생되었는데, 절대 포기하지 않아. 나라도 나가서 길을 열겠어….’
당장에라도 창문을 깨고 나가려던 마리안은 다가오는 그림자들을 자세히 바라보고 시작했다. 그림자들은 누가 가장 개성적으로 생겼냐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듯 각자의 개성을 뽐내던 죽음들의 모습과 달리 일정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리고 그 형태는 일반적으로 하늘에서 볼 수 있는 형태는 아니었다. 함선이었다.
“배? 어째서 하늘에 배가?”
마리안이 놀라고 있을 때 연회장으로 통신이 들어왔다.
“아아, 거기 그 뭐라 해야 하나? 비행선도 아니고? 큰 구조물? 암튼 그곳에 마리안 씨가 있나요?”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무전에다 자신을 찾는 것에 놀란 마리안이 되물었다.
“마리안? 난데, 당신들은 누구지?”
무전 너머에 있는 존재는 다행이라는 듯 밝은 목소리를 내었다.
“아, 마리안 씨군요. 이제 안심하세요. 저는 포트이고, 우리는 아델라 왕국, 마리나님이 이끄는 아르마다 함대입니다. 지금 당신들을 구출하러 왔습니다.”
통신 내용은 마리안을 지나쳐 연회장에 퍼지게 되었고 티탄들은 환호를 지르기 시작했다. 곧이어 연회장이 함대 중간으로 들어오자마자 함대는 연회장을 따라오던 죽음들을 향해 함포를 퍼붓기 시작했다.
쾅쾅쾅!
폭발이 일어나며 죽음들이 하나둘 떨어졌다. 애초에 의지라는 것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생물이기에 죽음들은 마지막 죽음이 떨어질 때까지 아르마다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단 한 척의 함선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쫓아오던 죽음들은 모두 사라진 것 같군요. 마리안씨 혹시 이쪽으로 넘어오실 수 있나요?”
아까의 통신이 다시 들려왔다.
“미안, 지금, 이 비행선을 움직일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어서 그건 힘들 것 같아.”
“아, 그거 진짜 비행선이군요. 그러면 제가 그쪽으로 넘어갈 테니, 문 좀 열어주시겠어요?”
“정문은 열면 위험하니까, 그냥 창문 하나 깨고 들어와.”
“그러죠. 뭐.”
통신이 끊기고 난 뒤 3분 정도가 지나자, 창문 하나를 깨고 한 남자 들어왔다. 남자는 아델라 왕국의 해군 정복을 입고 있었으나, 단정하지는 않고 약간 자기 편한 식으로 입고 있었다. 남자는 마리안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살짝 꿇은 채 악수를 청했다.
“마리안씨군요. 다시 한번 소개하겠습니다. 아르마다에서 부함장을 맡고 있는 포트입니다.”
“구해줘서 고마워. 티탄 왕국 소속 마리안이야.”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건물을 통째로 날릴 생각을 하셨는지, 정말 대단하군요. 이 정도면 거대 로봇도 만드실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거댈 로봇? 이미 만들었지 한 10m짜리로.”
“호, 벌써 만드셨어요? 그런데 제가 말한 건 그것보다 좀 더 큰 한 30에서 50m짜리인데요.”
포트가 양손을 펼치며 대략적인 크기를 보여줬고 마리안은 코웃음을 쳤다.
“까짓거 언젠가 한 번 만들어 보지.”
“기대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안 거야? 우리가 습격당하고 있다는 것을?”
“네네, 궁금하신 게 많겠죠. 그런데 일단은 정신없으실 테니 잠시 숨 좀 돌리신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좌표 입력해 주실 수 있죠?”
포트의 말을 들은 마리안은 한숨을 쉬며 조종간으로 다가갔다.
“그래, 솔직히 좀 지쳤어. 그런데 이제 어디로 가는 거지?”
“아델라 왕국이요. 그리고 다들 시장하실 텐데 곧 식량을 이쪽으로 집어넣어 드릴 테니 잠시 요기나 좀 하시고 쉬고 계세요. 왕국에 도착해서 나머지 이야기를 하시면 될 것 같아요.”
마리안은 포트가 이야기 해준 좌표를 입력했고 그 모습을 본 포트는 싱긋 미소 지으며 자신의 함선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꼬박 하루 정도 이동을 했고 연회장에 있던 대부분의 티탄들은 지쳐 잠에 들었으나 마리안은 그렇지 못했다.
‘마티….’
마리안은 마티를 그리고 전장에서 남은 티탄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마을에서도 이단아 취급을 받던 그녀를 받아들여 줬던 티탄을. 그녀의 발명품을 보고 신기해하면서 다가와 줬던 티탄을. 그리고 그녀의 둘도 없던 친구를.
“아아, 들리십니까? 티탄 분들은 이제 일어나시길 바랍니다. 곧 아델라 왕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무전기 넘어 들려오는 포트의 목소리를 들은 티탄들이 하나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티 주니어 역시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마리안에게 다가왔다.
“마리안 이모, 아빠는 저기 있어?”
‘울지 말자.’
마리안은 이번에는 눈물을 삼킨 채 주니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아니, 마티는 지금 다른 곳으로 갔어. 그러니까 마티가 올 때까지는 나랑 있자.”
“힝, 아빠 보고 싶은데.”
시무룩해진 주니어를 보며 마리안은 말없이 주니어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함선과 연회장이 아델라 왕국의 항구에 하나둘 착륙하기 시작했다.
“살았어.”
“다시 땅을 밟을 수 있다니 꿈만 같아.”
바깥으로 나가는 티탄들은 하나둘씩 살았다는 것을 기뻐하며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마리안은 주니어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갔다.
“어? 아빠!”
주니어의 말을 들은 마리안은 놀라 말했다.
“음 아빠라니….”
주니어는 놀라서 자기 손을 놓아버린 마리안을 뒤로한 채 마티에게 달려가기 시작했고 마티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주니어를 양팔로 힘껏 안아 들어 올렸다.
“아이구, 마리안 이모 말 잘 듣고 있었어?”
“응, 근데 이모가 아빠는 다른 데 가 있다고 했는데 언제 왔어?”
주니어의 말을 들은 마티는 당황했다는 듯 뺨을 긁적였다.
“그게 말이야….”
“이 멍청아!”
마리안이 힘껏 내지른 소리는 항구에 있던 대다수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평소라면 이런 시선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그녀였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마리안은 그대로 마티의 멱살을 잡으며 소리쳤다.
“어떻게 된 거야? 왜 여기 있는 거야? 어? 왜…. 살아있었으면 미리 말해야 했을 거 아냐….”
마리안은 마티의 멱살을 잡은 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마티는 주니어를 내려놓고 마리안을 끌어안았다.
“나도 기절해 있다가 방금에야 정신 차렸어.”
“얼마나, 걱정했는데, 그리고 몇 번을 다짐했는데, 네가 내 마음을 알아?”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모두를 지켜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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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는데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번주 한 주 걸러 다시 왔습니다. 다음주에는 2주 분량을 한번에 올리겠습니다.
7년 걸려 나왔다는 회잔이 스튜디오가 터지면서 게임이 공식적으로 죽어버렸네요. 우리 가테는 죽지 않고 오랬동안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ㅠ_ㅠ
첫댓글 없데이트 가운데도 꾸준히 업데이트 되는 가테소설 !
꾸준히 업데이트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