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에 사라졌던 나무방망이가 등장했다. 대한야구협회는 동대문구장에서 열리고 있는 34회 봉황기 대회부터 알루미늄 방망이 대신 나무방망이를 사용토록 하고 있다. 지난 76년 고교무대에서 자취를 감춘 뒤 28년 만이다. 나무방망이 사용에 대해 고교야구 관계자들은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제부터는 진짜 실력이 드러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투수는 방긋,타자는 울상
나무 방망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투수는 웃고,타자는 울고 있다. 봉황기 대회 6일째인 8일 현재 24경기에서 완봉승 투수가 벌써 두 명이나 나왔다. 일산 주엽고 김상민이 지난 4일 제주관광고를 상대로 이번 대회 첫 완봉승을 기록했다. 3안타만 맞으며 4-0으로 승리. 7일에는 용마고 조정훈이 강릉고를 상대로 단 2안타 만을 내준채 4-0 완봉승을 거뒀다.
타자들은 울상이다. 홈런 가뭄이다. 24경기동안 겨우 4개 나왔다. 최근 14경기서는 단 한 개도 터지지 않았다. 지난해 이 대회 같은 경기 홈런수의 딱 20%다. 2003년 봉황대기서는 24경기에서 20개나 터져나왔다. 올해 다른 대회 경기를 비교해 봐도 홈런 가뭄 현상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알 수 있다(표 참조). 그동안 경기당 2개 가량 홈런이 나왔지만 이번 대회서는 6경기에 1개꼴로 확 줄었다. 남기남 대한야구협회 기록원은 “알루미늄은 빗맞았도 힘으로 홈런이 되곤 했지만 나무방망이는 정확히 맞지 않으면 홈런으로 연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 감독·스카우트는 “환영”,팬들은 “아쉬워”
대부분의 선수와 감독들은 나무방망이 도입을 적극 환영하고 있다. 최주현 휘문고 감독은 “고교야구 발전을 위해 아주 잘된 일이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협회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김상국 천안 북일고 감독도 “세계화 추세에 발맞춰 나가는 좋은 변화다”라고 평가했다. 구단 스카우트들도 이번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강태원 기아 스카우트는 “알루미늄 배트로 잘 친다고 프로에서 통하는 게 아니다. 선수들의 진짜 실력을 평가하기가 수월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뜨겁지 않다. “고교야구 특유의 ‘호쾌한 야구’가 없어져 아쉽다”는 분위기다.
▲ 비용증가? 문제없다!
나무로 바뀌면서 배트 소비가 늘어나 학부모들의 지갑이 얇아질 것이라는 걱정도 들려온다. 그러나 현장의 의견은 약간 달랐다. 최주현 감독은 “알루미늄 배트 한 자루에 50만원인데 지난해 30개를 구입해 총 1,500만원을 썼다. 나무배트는 5∼10만원이면 산다. 300자루를 구입해도 2,000만원이다. 프로나 대학에 진출한 선수들이 모교에 도와주기도 하고 연습 때는 합성방망이를 써서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진철 현대 스카우트 팀장도 “처음에는 (비용이)약간 부담이 되겠지만 적응되면 부러지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 투고타저 계속될까
아직 선수들이 나무 방망이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적응기가 지나면 투고타저 현상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학야구도 처음 나무배트를 사용했을 때 투고타저 현상이 심했지만 지금은 다른 모습이다. 활발한 공격력을 바탕으로 화끈한 경기를 펼치고 있다. 박병준 광주 진흥고 코치는 “적응기가 필요하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점수를 많이 낼 것이다”며 “이제부터는 정말 내실있는 팀이 이길 것이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