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1990년부터 성 베드로 성당에서 일하는데, 아시아에서는 첫 손님입니다. 독일이나 미국 쪽에서 오는 경우가 좀 있는데 동양권은 처음이죠."
부산시립합창단이 바티칸 무대에 설 수 있었던 데는 로마인칸토(로마음악협회) 회원이면서 성 베드로 성당의 오르가니스트이자 지휘자인 파비오 아보리오(37)씨 도움이 컸다. 그는 성 베드로 성당에 있는 네 명의 오르가니스트 중 한 명이며, 남성합창단의 지휘도 맡고 있다.
가톨릭의 총본산인 성 베드로 성당은 세계 11억 가톨릭 신자들의 중심. 그만큼 아무나 설 수 있는 무대가 아닐 터. 그는 "바티칸 무대에 서고 싶어 하는 단체들이 공연CD를 많이 보낸다. 하지만 실제 무대에 서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일부는 녹음은 괜찮은데 실제 공연은 제대로 못한 경우도 많았다. 부산시립합창단은 아주 훌륭했다"고 했다.
부산시립합창단과 파비오씨의 인연은, 같은 로마인칸토 회원인 부산 출신 소프라노 김민지씨가 이었다. 김씨를 통해 부산시립합창단의 CD가 파비오씨에게 전달됐고, 최종적으로 성 베드로 성당의 주교가 승낙했다.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 합창단에 대한 인식이 더 좋아졌다"는 말도 들려줬다. 그는 "감정표현에 다소의 아쉬움이 없지 않았지만 최고 수준이었다. 부산시립합창단 수준 정도 된다면 한국의 합창단은 언제라도 환영한다"고 했다.
로마인칸토는 이번 공연을 위해 성 베드로 성당에 낼 헌금과 합창단의 숙식비를 일부 지원했다. 10년 전에 설립된 로마인칸토는 합창과 앙상블, 교회음악을 하는 음악인들의 동호회 모임으로, 현재 회원이 60명 정도 된다. 앞으로 부산시립합창단과 로마인칸토는 교류를 이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