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을 보며 가슴이 시원해지는 날이에요.
억새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여뀌와 천일홍은 말라도 분홍빛이 그대로 있어서
꺾어서 꽃다발 만들어 걸어두면 참 좋아요.
이제 밭에 올때마다 누렇게 익은 개골팥을 따줍니다.
칠성초도 따서 풋고추로도 먹고 소금물에 절여두기도 해요.
칠성초가 매운맛이 들면 엄청나게 매워서 학생들이 도전했다가 눈물 쏙 빼고 선생님들만 먹고 있어요. ^^
남사차수수 이삭만 잘라서 갈무리했는데
그 자리에 흑보리를 심기로 해서 뿌리까지 뽑고 밭을 다시 일구기로 했어요.
이제 많은 것들 거두고 밭이 조금씩 쓸쓸해져 가는데,
새롭게 씨앗을 넣으려니 마음이 설레요.
흑보리 씨앗 열다섯 알 정도씩 심고 풀덮개도 해주어요.
밀과 보리는 새들이 무척 좋아해서 심고나서 잘 숨겨주어야 해요.
제주검은찰옥수수 거두고 비어있는 밭에 진주찰밀 심었어요.
나뭇가지와 마른풀, 정리한 남사차수수대로 풀덮개를 정성껏 해줍니다.
새들아, 제발 밀 씨앗 다 먹지 말고 남겨두렴!
그늘진 울타리 옆에 심었던 인제할머니긴호박이 자람새가 더뎠는데
늦게까지 열매를 달아서, 애호박을 여러개 땄어요.
덕분에 애호박전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한 여름 밭에 갈 때는 오가는 길도, 밭일 하는 동안에도 무척 덥고 힘들었는데
요즘에는 날씨도 선선하고 햇살과 바람, 산과 들이 무척 예뻐서
밭에 갈 맛이 납니다.
오늘 씨앗 넣은 밀과 보리가 싹이 잘 나기를 바라며
쑥쑥 자라라 노래를 힘차게 불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