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로나19 이전 경기불황
2. 코로나19 사태와 경제위기
3. 코로나19 이후 세계경제
4. 한국경제의 새로운 길
1. 코로나19 이전 경기불황
2008년 세계금융위기는 미국 주도 금융세계화의 파산을 선고하였다.
첫째,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생산적 부문의 장기투자를 축소하고, 유동화·증권화 등 투기적 금융으로 리스크를 키우고, 금융 투명성과 안정망을 제거하여 금융시스템 위기를 초래하였다.
결국 미국의 거대한 가계부채와 금융파생상품의 부실로 세계금융위기가 발생하였고, 구제금융과 양적완화로 위기를 겨우 수습하였다. 이 과정에서 은행과 기업들은 손실은 사회화하고 이익은 사유화하였다. 돈 풀기 정책으로 자산가격이 상승하고, 임금과 소득은 정체되어 양극화는 보다 심화되었다.
양적완화로 풀린 돈은 금융기관과 부실기업들에 집중되었고 실물경제로 투자되지 못했다. 은행들은 주체할 수 없는 돈을 다시 중앙은행에 초과지급준비금으로 쌓아 이자를 받거나 전 세계 주식, 부동산,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여 거품을 키웠다.
미국의 실업률 하락, 주가 상승 등 최근 경제회생 지표들은 모두 부채로 만들어진 허약한 것이었다. 미국은 세 차례 양적완화로 5조 5000억 달러(6,200조원)를 공급하였는데, 양적완화로 풀린 돈은 금융기관과 기업의 부채를 증가시켰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19년 1/4분기 기업 부채는 15조 6000억 달러로 GDP의 75%에 달해 금융위기 때보다 많다.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현금으로 채무의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들이 전체의 36%나 된다. 미국의 가계부채도 다시 2008년 수준을 넘어섰다. 경기침체와 감세정책으로 미국 정부는 2019년 1조 달러의 재정적자를 기록했고, 국가부채는 23조 달러(2경 7400조원)에 달하여 이자 비용만 하루 1조원에 가깝다.
둘째, 미국은 기축통화 달러를 통해 세계경제를 좌우하며 자국의 위기를 외국에 전가시켰다.
미국은 달러로 외국 상품을 사고 국채를 발행해 방출한 달러를 다시 회수할 수 있으므로, 외국 상품을 무이자로 무제한 구입할 수 있다(낮은 국채이자, 인플레이션 감안). 따라서 경제위기 시 양적완화는 미국의 위기를 인플레이션으로 다른 나라에 전가시킬 수 있다.
그러나 부채와 양적완화에 기반하여 글로벌 불균형을 유지해 온, 무역구조는 세계금융위기로 한계에 봉착하였다.
미국이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내면 달러가 해외로 유출되어 수출국 통화(위안화) 대비 달러 약세가 발생한다. 달러 약세가 되면 미국은 수입 가격이 상승하므로 물가가 올라간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 연준은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그런데 중국·한국 등에 유출된 달러가 미국 국채 매입으로 다시 유입되면 달러 가치가 하락하지 않는다. 이 달러로 미국에서 국채를 매입하면 채권 가격이 올라가지 않아 저금리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저렴한 노동력으로 엄청나게 싼 중국 상품들이 미국 내 물가상승을 일으키지 않아서 금리 인상 요인이 없었다. 저금리 상황에서 미국 소비자들은 계속 빚을 내어 과소비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불균형 속에서도 부동산, 주식으로 돈이 몰려 자산가격이 상승하고 거품이 계속 쌓이는 문제는 해소하지 못했고, 누적된 거품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붕괴하게 되었다.
결국 세계금융위기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글로벌 불균형에 의한 미중 무역구조는 중단되었다.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수입을 줄이고, 국내 생산과 고용을 늘려 구매력을 확보하는 방향을 찾았다. 이를 위해 보호무역으로 전환하여 관세를 높여 무역적자를 줄이고, 미국에 투자하고 미국의 고용을 창출하도록 압박하였다. “퍼스트 아메리카”가 강조되면서, 세계경제 리더 국가로서 미국의 지위는 추락하였다.
셋째, 일본과 유럽연합도 장기침체와 국가부채로 위기에 직면하였다.
일본은 국가부채가 GDP의 240%나 되는 가운데, 국채 발행과 돈풀기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지속하였으나, 그 성과가 저조하여 장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도 금융위기 이후 북유럽과 남유럽의 갈등, 영국의 탈퇴 등으로 위기에 직면하였다. 애초 ‘통화동맹’의 취약성, 그리고 재정과 은행시스템 등을 개별 국가의 영역에 남긴 불완전한 통합의 한계와 함께 회원국 간 산업구조 및 경쟁력의 차이는 ‘유로존 내 불균형’을 구조화시켰고, 이로 인해 경기침체 속에서 비용 처리에 대한 입장 차이로 극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넷째, 세계 각국은 경제 체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국제 협력보다 각자도생을 택하여, 중상주의 시대의 ‘근린궁핍화’ 정책이 부활되고 있다.
보호무역(무역-환율-기술 전쟁), 국제분업구조의 약화로 장기 저성장 국면에서 세계 경제는 파편화되고 있다.
미국이 만든 세계 질서를 미국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트럼프 리스크’는 미국 경제가 세계금융위기 이후 얼마나 깊은 충격을 받았는지를 보여준다. 리더 국가의 실종으로 대안 국제질서의 형성까지 ‘불확실성의 일상화’가 지속될 것이다.
실물경제 성장없이 부채 버블에 의해 지탱되는 명목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양적완화로 세계금융위기의 불은 일단 껐지만, 자산시장의 버블이 커지면서 붕괴 위험이 높아지고 있던 상황에서, 코로나 위기로 다시 무제한 양적완화가 추진되고 있다.
![▲ 국제통화기금(IMF)이 코로나19로 올해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이 예외 없이 모두 '역성장'할 것으로 IMF는 내다봤다. [그래픽 : 뉴시스]](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minplusnews.com%2Fnews%2Fphoto%2F202004%2F10359_20808_4824.jpg)
2. 코로나19 사태와 경제위기
1) 코로나19 확산과 경제위기의 원인
전염병 확산과 경제위기의 원인은 공공의료체계의 붕괴, 고용구조의 부실, 사회안전망의 후퇴 등에서 기인한다.
첫째, 기업들은 이윤을 높이기 위해 소, 돼지, 닭 등을 자연상태로 키우지 않고, 공장형 축산으로 몸통 성장에 주력하여 가축들의 활동량이 극도로 낮고 배설물에 쌓여 살아가는 취약한 환경을 양산하였다. 또한, 새로운 품종개량은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얻지 못했다. 공업화된 가축은 치명적인 병원체가 자라는데 이상적인 개체군이 될 수 있고, 최근 동물의 질병이 인간에게 전이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코로나19, 자본주의 모순이 낳은 재난, 2020).
둘째, 거대 제약회사들은 돈이 되는 심장약, 신경안정제, 발기부전 치료제 등에는 엄청난 투자를 하지만 아프리카 에이즈 감염, 메르스와 사스 치유를 위한 항생제나 항바이러스 연구 등은 방치하였다.
정부도 긴축재정으로 공공을 위한 질병 백신개발 예산을 지속적으로 삭감하면서 미국등은 탄저균, 콜레라 등 생물무기(세균전) 개발에 거대한 국방예산을 투입했다.
셋째,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공공병원과 의료 인력이 축소되고, 공공 의료보험은 사보험으로 대체되어 영리 목적의 민간병원이 확대되었다.
넷째, 신자유주의 고용유연화로 외주·하청, 파견, 용역, 특수고용, 일용직, 플랫폼노동 등 파편화된 노동이 확대되었다. 거리두기로 인해 이들이 실직되면, 하청 사용자들은 복잡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기보다는 계약을 해지하고,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고용보험이 없어 정부의 고용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사회복지제도의 약화로 유아,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책이 축소되었다.
주류경제학자들은 코로나 전염병은 지진, 해일과 같은 외생적 충격이므로 책임질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같은 지진도 내진 설계로 건물, 사회인프라를 보강한 도시는 피해를 입지 않는다. 전염병은 외부충격이지만 내부적인 요인도 크다. 신자유주의로 공공성과 사회안전망이 약화되지 않았다면 감염 확산 및 고용 충격을 보다 완화시킬 수 있었다.
실제 미국의 감염과 사망자 수에서 흑인과 하층민들의 비율이 훨씬 높았다.
시카고주의 흑인 인구는 30%이나, 코로나 사망자는 흑인이 70%였고, 미시간주도 흑인 인구는 14%이지만, 코로나 사망자는 흑인이 40%를 차지하였다. 흑인의 감염 비율이 높은 것은 식당과 호텔 등 저임금서비스 종사자가 많아 대면 접촉이 많기 때문이다. 사망률이 높은 것은 미국의 비싼 의료보험(사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초기에 치료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다.
뉴욕주는 불법 체류자가 56만 명인데, 대부분 음심배달 등 하루벌이로 생활하며 방 한 칸에 다수가 거주하여 거리두기가 불가능하다. 전염병 진단 검사비가 비싸 조기 검진도 어려웠다. 이민자가 많은 엠허스트, 퀸즈 지역에서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는데, 월가가 있는 맨하튼에 비하면 시립병원과 응급병원의 수가 적고, 접근하기도 어렵다.
2) 경제위기 현황
ILO에 따르면, 이동제한으로 1분기에 세계 일자리 33억 개 중 81%가 타격을 받았고, 예측모델을 돌리면 2분기에는 세계노동시간 6.7%가 감소하는데 이는 풀타임 근무자 2억 명의 실직 충격에 해당된다.
중국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6.8%로 4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미국은 대량실직이 발생하여, 신규실업급여 청구건수가 최근 4주간 동안 2,200만 명이나 된다.
IMF는 세계 경제성장률을 –3%로 수정하고, 미국 –5.9%, 유로존 –7.5%로 전망하였다. 프랑스 재무장관은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은 오직 1929년 대공황에만 비견될 수 있다”며 프랑스 산업활동이 정상 수준의 2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올림픽 연기로 7.3조 원 손실(중계료, 여행, 관람비)을 보았고, 4월 비상사태를 선언하여 2년간 708조 원 손실이 예상되며, 올 경제성장률은 –5%로 추정된다.
인도,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국은 방역능력, 의료체계, 사회기반시설이 취약하여 코로나 환자와 사망자의 폭증이 우려된다. UN은 관광과 상품 수출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이 높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특히 육체노동에 의존하는 저임금 노동자에 소득지원이 없을 경우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세계 투자 감소로 자본 의존도가 높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채무상환이 곤란해지고, 경제침체로 원자재 가격 하락, 달러 가치 상승으로 신흥국 주 수입 타격 등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3월 말 90개 국가들이 IMF(1조 달러 활동 기금)에 200억 달러(24조원) 이상의 긴급 구호 자금을 요청한 상태이다.
한국은 2~3월 항공, 호텔, 음식, 도소매 등 내수기업들이 타격을 입었고, 4월부터는 수출 부진과 해외공장 셧다운으로 인한 제조업의 충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글로벌 자본주의 차원에서는 연결된 금융시장과 생산 공급망이 중단되어 공황을 일으킬 수 있다.
외환, 주식, 채권, 금융파생상품 등이 세계 전산망으로 실시간 연결된 자본시장은 동조화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들의 각종 신용화폐는 실물시장을 압도하며, 한 나라 자산시장의 위험은 연기금, 투자회사, 펀드, 증권사 등을 통해 곧바로 세계적으로 전이될 수 있다.
글로벌 공급시스템은 미국이 설계와 기획을, 독일·일본이 공작기계와 소재 생산을, 한국·대만 등이 중간재 생산을 하고, 중국이 최종재를 조립하는 등 세계적 분업체계가 형성되어 있다. 여러 나라가 참가하는 무역은 부품·소재 등 중간재가 중심이 되고, 연결의 한 축이 붕괴되어도 상품생산 전체가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세계경제는, 금융위기의 후과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저성장 국면에서, 수요충격과 공급충격이 동시에 발생하여, 전대미문의 복합 불황이 진행되고 있다.
3) 경제위기 대응
미국은 금융위기 때보다 강력한 긴급처방으로 금융시장을 선제적으로 방어하였다.
먼저 기준금리를 1.5%나 급하게 인하하여 제로금리(0~0.25%)가 되었다. 이어서 1인당 124만원의 재난기본소득를 제공하기로 결정했고 2,700조원의 사상최대 경기부양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그래도 금융시장이 불안하자 연준은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하고 2,800조원의 유동성을 투입하여 국공채만이 아니라 회사채(정크본드), 상업용 주택저당증권(CMBS), 부채권담보부증권(CLO)까지 매입하겠다고 규모와 지원대상을 파격적으로 확대하였다.
세계적으로도 선진국들이 이와 비슷한 대응조치들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식 해법은 또다시 금융권과 기업에 무제한 돈 풀기이다. 부채는 원래 기업이 투자를 위해 빚을 내는 것으로 생산을 위한 자금조달이 목적이었다. 생산이 잉여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생산에 투자된 자금은 더욱 많은 자금으로 돌아와서 빚의 확장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부채화의 특징은 생산보다는 소비를 위한 부채가 만연하므로, 잉여가치가 생산되기 어렵다. 이러한 부채는 연기금, 투자은행, 펀드, 증권사 등 기관투자자들을 통해 자산시장의 거품만을 키우기 쉽다.
![▲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여파가 전 세계적으로 최대 6억 명의 빈곤층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국제 구호단체 옥스팜이 경고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9일(현지시간) 보도한 바 있다.](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minplusnews.com%2Fnews%2Fphoto%2F202004%2F10359_20807_4734.png)
3. 코로나19 이후 세계경제
코로나 경제위기는 자본주의 역사를 바꾸는 이정표가 될 수도 있다.
1) 산업 재편
향후 성장세가 정체 또는 후퇴할 산업은 ‘관광(항공, 여행, 호텔)’, ‘교육(유학생, 학원)’, ‘공연·영화’, ‘음식점’, ‘유통(백화점, 면세점, 대형마트의 오프라인 부분)’, ‘제조업’ 등이 될 것이다.
반면 성장세가 상승할 부문은 ‘재택근무용 클라우드 컴퓨팅 IT인프라’, ‘1인 제조와 자동화’, ‘온라인쇼핑’, ‘화상회의 플랫폼’, ‘케이블TV·넷플릭스·스트리밍 동영상’, ‘물류(택배, 배달)’, ‘원격 진료’ 등으로 디지털화의 급속한 확산과 결합하면서 발전할 것이다.
2) 필수적인 제품은 국내생산, 자립경제 강화
글로벌 공급시스템 붕괴에 대비하여, 향후 필수적인 부분은 자국에서 생산하는 추세가 강화될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식량 수급에 영향을 미칠 경우, 농업과 식품 산업이 보호대상 또는 국유화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와 지하자원 등도 국가가 전략적으로 통제하게 될 것이고, 제조업의 글로벌 공급망 중에서 주요 부문은 국내생산으로 전환하고 해외생산을 줄이며 리쇼오링(본국 복귀)이 추세가 될 것이다.
의료기기도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게 될 것이고, 의료공공성이 강화될 것이다. 스페인 정부는 3월 모든 민간병원과 의료 관련 기업을 한시적으로 국유화했다.
제조업 경쟁력의 핵심인 부품·소재도 국산화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편될 것이다.
3) 세계 경제 불황 지속
코로나 사태가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되면 세계금융위기 수준의 충격이 발생할 것이고, 연말까지 간다면 내년 중 세계대공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양적완화 등의 기제로 폭발적 공황을 미래로 연기시킨다 해도 수년간 극심한 경제 불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경제 불황 속에서 보호무역, 지적재산권 경쟁이 심화되고, 특정 국가들 간에 경제 블록화가 강화될 것이다.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무한 경쟁이 발생하고 식량과 에너지, 주요 자원 등을 둘러싸고 국가 간 충돌이 발생하기 쉽다.
4) 국제 리더십 실종, 반세계화 흐름 강화
미국은 WHO(세계보건기구) 지원금 납부를 거부하고 명확한 근거 없이 중국을 전염병 발원국으로 지목하여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코로나 최대 피해 국가가 되어 사상 최초로 러시아(60톤), 중국(80톤)의 의료장비 지원을 받을 만큼 다급한 상황에 처해 있고, 우방인 독일, 캐나다, 중남미로 가는 마스크 등 의료장비를 가로채어 도덕적 권위마저 흔들리고 있다.
그간 미국은 거버넌스 능력, 국제적 공공재 보급, 국제적 위기 대응능력 등으로 리더십을 인정받았지만 코로나 위기에서는 국제협력도 공조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세계적으로 피해 국가들의 지원에 나서는 나라는 중국(의료장비 지원), 러시아(의료장비 지원), 쿠바(의료인력 파견) 등이다.
영국 BBC방송은 “금융위기 당시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지도자들은 1조달러 출연을 합의했지만 지금은 그런 리더십이 보이지 않고 있으며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모습을 감췄다”고 지적하였다.
한편, 코로나 위기로 사회적 약자의 희생을 키운 미국주도 신자유주의 경제에 대한 비판이 강화될 것이다. ‘공공의료체계의 후퇴’, ‘사회양극화로 희생자 급증’, ‘고용대란과 사회안전망의 부재’ 등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후과이기 때문이다.
5) 기축통화 달러 위기 : 위안화 국제화
미국은 기축통화로 시뇨리지 효과를 누려 왔으며, 세계 210개국의 1만 1000개의 금융기관들이 가입된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금융통신망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국제 제재 시 SWIFT 시스템을 차단하면 제재 대상 국가들은 이 통신망에서 배제되어 금융정보 및 결제·송금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이러한 금융통신망 인프라를 통해 미국은 달러 패권을 강화하여 왔다.
그러나 작년부터 SWIFT를 대체하는 CIPS(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이 구축되어 중국, 러시아, 인도가 금융결제를 하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 인민은행이 법정 디지털 화폐를 세계 최초로 발행하였다. 개인이나 기업이 시중은행에 위안화를 지불하면 은행이 각 경제주체의 스마트폰 전자지갑 플랫폼에 디지털 현금을 충전해 준다. 디지털 화폐는 현금 통화를 의미하는 본원통화의 일부로 대체될 것이다. 중국 블록체인 전문 매체 선차오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4월 16일부터 선전, 슝안, 청두, 쑤저우 등 4곳에서 디지털 화폐를 시범 유통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코로나 시대 미국의 권위가 추락하는 조건에서 달러체제 변화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6) 국내 계급·계층 간 충돌
코로나 경제위기 상황에서 유럽의 극우세력들은 전염병을 인종문제라고 보고 이민자 추방, 국수주의를 주장하고 있으며, 한국의 경총은 벌써부터 기업 규제 완화, 세금면제 등과 함께 해고 자유, 탄력근로제 연장, 노동조합 무력화를 요구하고 있다.
국가별로 은행·기업·가계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는데 이탈리아, 프랑스 등은 정부의 기업 지원 조건으로 해고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경제위기 속에서 한정된 재원을 누구에게, 얼마만큼, 어떤 조건으로 배분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계급·계층 간 치열한 공방이 개시될 것이다.
4. 한국경제의 새로운 길
코로나 전염병 확산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므로 장기간 거리두기와 생활방역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다른 자산이 거의 없는 노동자와 서민들은 노동을 통해서 소득을 얻기 때문에
거리두기로 휴업, 실직이 발생하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재난위기에는 공공의 사회안전망 확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첫째, 은행과 기업을 위한 ‘무제한 양적완화’보다는 ‘무제한 민생지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 ‘노동자에게 해고금지 및 유급휴가·휴직 보장’, ‘국민에게 재난수당 지급’, ‘자영업자에게 임대료 납부 유예’, ‘중소기업에게 사업지원 저리 대출’ 등을 무제한으로 실시해야 한다.
필요한 재원은 재정정책으로 마련해야 한다. 예산 재편성으로 국방비(50조원) 등을 감축하여 민생으로 돌리고, 500조 원 정도의 국채를 발행하여 노동자·서민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 한국은 국가부채가 선진국만큼 높지 않아 충분한 여력이 있다.
둘째, 한국판 뉴딜정책을 실시하고, 핵심 산업의 국내생산을 확대해야 한다.
항공, 호텔, 제조업, 유통, 식당, 택시, 대면서비스업 등에서 노동자, 자영업자의 대량실직이 예고된다. 실직자들이 일할 수 있는 산업을 국가가 창출해야 한다.
코로나 시대에는 보호무역이 발생하기 쉬우므로, 주요 산업과 공급망의 핵심 부문은 자국에서 직접 담당해야 한다. 따라서 필수적인 수요가 있는 ‘농업’, ‘축산업’, ‘신재생에너지’, ‘공공인프라 건설’, ‘배달과 택배’ 등을 적극 육성하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현재 쌀을 제외하면 자급률이 곡물 23.4%, 쇠고기 37.7%에 불과하고,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은 제로이다.
제조업은 부품·소재·장비 산업의 국산화와 과도한 해외생산의 조절이 필요하다.
한국은 글로벌 분업구조에서 부품·소재를 수입하여 최종재를 조립생산하고 있는데, 10대 제조회사의 부품·소재(특허·라이선스 사용 계약 포함) 수입처를 보면, 미국·일본 ·중국 3국의 소재·부품 등에 대한 의존도가 60.2%에 달한다(한국경제연구원, 2019). 특정 국가로부터 들여오는 소재·부품 비중이 높을수록 일본의 경제보복(화이트리스트)처럼 정치적 리스크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
산업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반도체 분야 국산화율은 장비 20%, 소재 50%로 장비의 80%, 소재의 50%를 외국에 의존한다. 그 외 산업의 국산화율은 디스플레이(53%), 통신기기(42%), 철강(64%), 의류(55%), 의약(72%), 자동차(88%), 가전(76%), 기타 전자제품(69%) 등으로 범용 부품·소재는 자립하고 있으나 핵심 부품·소재는 여전히 외국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장기적으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수정’, ‘기간산업 국유화’, ‘조세개혁’ 등을 실시해야 한다.
먼저 무상의료, 무상교육, 무상주거, 무상돌봄(요양 사회서비스)을 제도화하여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이 분야의 상시고용 노동자를 완전한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
다음으로 투기 목적 부동산에 세금을 물려 주택은 거주 목적으로 존재하게 하며, 정부가 공공상가를 저렴하게 제공하거나 임대료 상한제를 실시하여 자영업자를 보호해야 한다.
또한 항공, 철도·지하철(민자선), 통신, 방송, 은행 등을 공기업화하여 모든 국민에게 질 좋고 저렴한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경제위기로 도산 위기에 처한 주요 기업들을 일시적으로 국유화하여 외국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고, 지역경제 발전과 고용안정을 보장해야 한다.
넷째, 한계에 봉착한 수출의존경제를 넘어 내수경제, 통일경제, 북방(대륙)경제를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국가 단위로 기본적인 의식주를 자립할 수 있다면, 굳이 수출에 목맬 필요가 없다. 수출이 줄어든 만큼의 수요를 내수와 통일경제, 북방경제에서 창출할 수 있다.
코로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대외의존 경제를 넘어서는 자립경제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