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대중가요 돌아가는 삼각지
*1971년 11월 오동잎이 바람에 뒹구는 늦가을 저녁 때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가수 한사람이 낙엽과 함께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세상의 고독이란 고독은 모두 간직한 것처럼 쥐어짜는 애절한 그 목소리의 주인공, 바로 스물아홉 청년가수 <배호>였습니다.
"삼각지 로타리에 궂은비는 오는데/잃어버린 그 사랑을 아쉬워 하며/비에 젖어 한숨짖는 외로운 사나이가/서글피 찾아왔다 울고가는 삼각지.
삼각지 로타리를 헤매 도는 이발길/떠나버린 그 사랑을 그리워 하며/눈물 젖어 불러보는 외로운 사나이가/남몰래 찾아왔다 돌아가는 삼각지."
이 노래를 작사 한 사람은 경북
성주 출신의 배상태씨 입니다.
배상태씨는서라벌 예대를 졸업하고 KBS 대구 방송국 전속 가수로 있다가 김포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대에 입대하여 군악대에서 근무하였습니다.
1961년 늦가을 그는 마지막 휴가를 나와 삼각지 어느 술집에서 친구와 함께 막걸리잔을 기울이고 있는데,
주인 마담이 창 밖을 내다보며,
"요즘 세상에 저런 순정파 사내가 있다니, 한 여인을 못잊어서 허구헌 날 저렇게 헤매고 다니네!
나에게도 저런 사내가 하나 있었으면" 하고 중얼거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까지 구석진 자리에 앉아 막걸리 잔을 비우던 그 사내가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삼각지 로타리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배상태씨는 즉시 포켓에 넣고 다니는 오선지를 꺼내 한편의 시를 적어
내려 갔습니다.
여기서 탄생한 노래가 "돌아가는 삼각지"입니다.
배상태씨는 전역 후 직접 작곡을 하여 몇사람의 가수들에게 취입을 권유하였으나,
실패하고 충무로의 무학성이라는 캬바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먼 친척 조카벌인 배호에게 취입하자고 권유하였습니다.
이 때 그의 어머니는 아픈 애 한테 노래를 부르게 하느냐며 반대하였지만,
배호는 곡이 마음에 든다고 취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배호는 신장병을 앓고 있었음)
이 노래는 1967년 KBS 대구 방송국에서 발표를 했는데, 연 20주 동안 1위 자리를 고수하는 인기를 누렸습니다.
이후 배호는 안개 낀 장충단 공원, 누가 울어, 당신, 마지막 잎새,
영시의 이별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노래를 히트쳤지만,
그만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스물아홉에 요절 하였습니다.
배호는 1942년 중국 제남에서 독립군의 아들로 태어나 해방과 동시에 귀국하였으나,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모친과 어린 누이동생을 뒷바라지 해야 하는 소년가장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였는데, 다행히 외삼촌들이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라 대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외삼촌이 운영하는 캬바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여 생계를 유지하였으며,
거기서 노래를 배워 미 8군 무대에 출연하기도 하였습니다.
지인이 보내준 글
https://youtu.be/utDXGtUbZGM?si=LstOb_Qmmk8-Hdy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