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태평소의 명칭과 기원
태평소는 대평소, 호적, 새납, 소눌, 날나리 등등 많은 이름으로 불리어져 왔으나 1993년 국립국악원에서 공식적으로 '새납'으로 통일해 쓰기로 하며 태평소라는 이름도 함께 쓰기로 해 지금에 이른다.
원래 우리나라 악기가 아닌 까닭에 그 기원에 대한 설도 다양한데, 중국 기록에 보이는 '소이나'(蘇爾奈) 또는 '쇄나'(鎖奈)의 역음을 '쇄납'으로 이해하나 이 쇄납은 본래 회족(回族)이 쓰던 악기로서 인도 등 동양각국에 퍼져서 그 나라에 맞게 개량된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에는 대체적으로 원나라를 통해 고려 때 들어온 걸로 추측되며 조선 태조 때 명나라에서 들어왔다는 설도 있다.
지금의 악기 이전에는 '초저'(草笛), '초금'(草琴)등으로 불리어지다 고려시대에 '호가'(胡茄)라는 뼈로 만든 원나라 피리가 전해지고 조선시대에 여진이 불던 태평소를 노획하여 그것을 본떠 만들면서 지금과 같은 형태로 자리잡은 걸로 추측된다.
(2) 태평소의 구조
악기의 생김새나 구조는 크게 서, 동구, 관대, 동팔랑 네 부분으로 나누어지며 윗부분이 좁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넓어지는 나무관 끝부분에 나팔꽃 모양의 동팔랑을 달아 소리를 내게 하는 '서'를 입에 물고 부는 구조다.
관대는 대추나무, 뽕나무, 장미나무 등으로 만들어지며 단단할수록 좋기 때문에 흑단과 같은 재료를 수입해서 쓰기도 한다. 관대를 포함하여 전체 길이는 약 30cm이며 소리가 잘 퍼져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입에 가까울수록 직경이 좁고 밖으로 나갈수록 넓어지는 원추형 구조로 만든다. 관대에 뚫린 구멍은 '지공'이라 하는데 위쪽에 일곱, 아래쪽에 하나가 뚫려 있다.
관대의 양쪽에는 구리합금으로 된 동구와 동팔랑을 끼우도록 되어 있는데 동구는 윗부분에 끼워 취구를 통해 나는 소리를 증폭시켜주고, 동팔랑은 악기 끝쪽에 끼워 관대를 통해 울려나는 소리를 더 넓게 퍼지도록 해준다.
일차적으로 악기가 좋고 나쁘고는 바로 소리를 증폭시켜주는 동구가 잘 만들어졌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려 있기 때문에 동구는 가능한한 좋은 것으로 정확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악기 자체로는 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서(혀, 舌, Reed)라는 것을 동구에 꽂아야 한다. 사람의 목청에 해당하는 서는 예전에는 갈대로 만들었는데, 만들기도 힘들뿐더러 잘 부서지는 단점으로 요즘엔 음료수 마실 때 쓰는 빨대(straw)를 비슷한 크기로 자른 다음 사포로 갈아서 쓴다.
(3) 태평소의 가락
태평소의 음빛깔은 크고 시원하다. 어찌나 큰지 자동차 경적소리만큼이나 요란하다. 그 때문에 다른 선율악기와는 합주를 하기가 어렵고 주로 규모가 큰 야외음악에 사용되어 왔다. 옛날에는 군중(軍中)에서 군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사기를 높이거나 승리를 알리는 악기로 쓰였는데, 태평소라는 말 자체도 '평화로운 시대를 구가하는 악기'란 의미로 전쟁이 나면 더욱 위력을 발휘하곤 했던 악기가 바로 이 태평소이다. 이 악기의 기원을 따지고 보면 과거 북방 외적의 침입을 받으면서 전쟁을 계기로 전파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다. 호적(胡笛)이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연유하는 바, 한국전쟁 때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사용되었던 악기가 바로 태평소였음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종묘악인 정대업 중에서 소무, 분웅, 영관에 쓰이고 행진곡인 대취타에 주 선율악기로 편성되어 '무령지곡'이란 곡으로 쓰였으며 절에서 범패를 하며 스님들이 나비춤, 바라춤 등을 출 때 이 태평소 가락이 쓰였다.
조선후기로 올수록 이 태평소는 민중들이 연행했던 풍물굿판, 무굿판 등에서 진가를 발휘하며 더욱 사랑을 받게 되는데 그 특성은 앞서 태평소반을 소개하며 얘기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지역별, 특성별로 불려진 가락의 대체적인 분류를 세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자 한다.
① 능계 또는 능케가락
서울·경기·충청지방 등 주로 웃다리지역에서 부는 가락으로 능계의 정확한 뜻은 알려져 있지 않다. 순우리말 가운데 가는 빗줄기를 이르는 '는개'란 말이 있는데 그 가락이 마치 가는 빗줄기처럼 똑똑 떨어져내리는 것 같다 하여 이르는 말인지도….
능계굿거리의 경우 경기민요인 태평가, 창부타령 비슷하게 시작하는데 처음부터 아주 신나게 시작한다. 이 지역의 가락들이 갖는 특징들은 서양음계의 솔-라-도-레-미에 해당하는 イ林 -イ南 -黃-太-仲의 음계를 이용하여 풍물가락들과 어울리게 똑똑 끊어지는 것으로 특히 林음을 목청으로 강하게 떨어주는 맛이 일품이다.
② 시나위
남도쪽으로 내려오면 주로 육자배기조의 시나위가락을 부는데, 능계가락이 똑똑 끊어지는데 비해 시나위는 관악기가 그러하듯 쭉 이어서 불어준다. 특히 춤을 출 때 반주로 넣어주는 소리는 열이면 열 이 시나위 가락으로 끊어질 듯 이어지다 치솟는가 하면 한편으로 기울어졌다 평정을 되찾고, 자근자근 대화를 나누다가도 청천벽력으로 호통을 내치며 다시 쭉 밀어제끼며 다정히 감싸안는 등 그 맛이 일품이다. 서양음계의 라-도-레-미-솔에 해당하는 イ林 -イ無 -黃-太-仲의 음계를 이용하여 남도창이 그러하듯 음을 길게 뺏다(본청), 늘리고, 꺾고(꺾는목), 내려붙이고, 떨어주는(떠는목) 기교를 잘 부려야 본래의 맛이 살아난다.
③ 기타무속이나 불교의식음악
굿판에 불리우는 무가의 특색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태평소에 사용되는 선율은 주로 서남부지역의 가락인 시나위(육자배기조)로 동해안 지역의 메나리조와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고 아주 슬픈 느낌을 준다. 불교의식음악에 사용되는 것은 의식에 걸맞게끔 매우 장중하며 춤반주에 사용되는 태평소 소리는 넋을 놓을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