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기둥 (양곤서신-240호, 240527)
미얀마에서는 지난 4월에서 5월에 걸쳐 날씨가 무척 더웠습니다. ‘역대급’ 더위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미얀마뿐만 아니라 동남아 여러 나라들과 인도 역시 무더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고, 사망하는 사례도 많았습니다. 저는 19년째 미얀마에서 지내면서 현지인들이 “더위에 못 살겠다”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는데, 올해 저희 현지사역자들로부터 이 말을 들었습니다. 무더위와 더불어 자주 정전이 되다보니 올해는 더욱 더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담당하고 있는 교회들에 긴급히 정전 시 선풍기라도 쓸 수 있도록 인버터 시설을 해주었습니다. 저와 아내도 더위를 이길 여러 가지 방법을 쓰면서 어서 우기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5월 20일이 지나면서 비가 오기 시작하면서 무더위는 사라졌습니다. 사실, 뜨거운 태양은 변함없이 하늘 저편에 떠 있습니다. 다만, 구름이 태양을 가리기에 시원할 뿐이죠.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을 하고 난 후 광야 길로 들어갔을 때, 하나님께서는 낮에는 구름기둥을 밤에는 불기둥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지형적으로 시나이반도 광야 길은 낮에 뜨거운 태양으로 사람이 걸을 수 없는 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낮에 구름기둥을 보내주셨습니다. 구름이 뜨거운 태양을 가려주니 시원한 것은 당연합니다. 지금 미얀마가 그렇습니다. 구름뿐만 아니라 시원한 비까지 오니 이제 좀 살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파송교회와 여러 협력교회들 및 개인 후원자들 그리고 양곤서신을 읽어주시는 여러분 모두에게 오늘도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리며, 지난 한 달 동안도 기도와 후원을 아끼지 않으신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저와 아내가 지난 3월에서 4월초에 귀국해 있을 때 여러 후원교회와 후원자들을 만났는데, 그 때 저희들을 환대해주시고 헌금해주시고 위로를 많이 해주셔서 이 지면에서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개인적으로도 적지 않게 헌금해주시분들도 계신데, 미얀마에 돌아와서 아주 유용하게 선교사역을 위해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선교에 적극 동참해 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자손대대에 걸쳐 주님께서 하늘의 신령한 은혜와 땅의 기름진 것으로 복주시기를 기도합니다.
1. 가족근황: 저와 아내 미얀마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비록 지난날들 무척 더웠지만, 적절하게 더위를 피하면서 신학교와 교회들을 돌아볼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신학교가 마침 방학이라 정기적인 사역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일 신학교에 출근하여 주로 시설관리를 하면서 남아 있는 학생들과 함께 CCTV도 달고, 강당에 대형 프로젝터도 설치하고, 정전에 대비하여 인버터 시설도 정비하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보통 “인버터”에 대해 생소합니다. 그래도 차박이나 캠핑 하는 사람들은 인버터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제가 언급하고 있는 인버터는 정전이 되었을 때 최소한으로나마 전등을 켜고 선풍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인버터는 12볼트(혹은 24볼트, 48볼트) 밧데리와 연결하여 전기가 있을 때 밧데리를 충전하고, 정전 시 밧데리에 저장된 전기를 변환시켜 220볼트를 얻어 여러 가전제품을 사용하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저는 미얀마 상황이 이렇다보니 집에서, 학교에서, 교회에서 인버터를 많이 다루게 되었습니다. 바울이와 동우는 경기도 화성에서, 하경이는 제주도에서 잘 지내고 있는데, 저마다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가 봅니다.
2. 사역현황: 이전 서신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지만, 제가 항상 신경을 쓰며 관리해오고 있는 교회들중에 에찬따야교회가 있습니다. ‘에찬따야’라는 마을에는 약 150가구가 있는데, 너무나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교회가 2개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에찬따야교회가 2017년에 먼저 생겼고, 2022년에 침례교회가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이전에 에찬따야교회에 나오던 카렌족 성도들이 침례교회로 옮겨 갔습니다. 이유는 침례교회 사역자가 카렌족 목회자이기 때문입니다. 에찬따야교회는 버마족 위주로 출석을 합니다. 저는 에찬따야교회 사역자에게 성도들이 옮겨갔다고 실망하지 말라고 위로하며, 버마족들이 복음을 듣고 주님께 돌아오도록 노력하자고 하였습니다. 사실 카렌족은 약 50%가 복음화 되었지만, 버마족은 1% 미만의 사람들이 크리스챤일뿐입니다. 저희 신학교나 교단은 버마족에게 초점을 두고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에찬따야 마을 자체에 아예 전기가 없습니다. 저는 이번에 큰 결심을 하고 거금(?)을 들여 에찬따야교회에 업자를 시켜 태양광전기시설을 설치했습니다. 지붕에 커다란 쏠라패널 6개를 올리고, 3.2kw 쏠라인버터에, 300A(7.5kw) 인산철밧데리를 설치하였는데, 너무나 만족스럽게도 잘 설치되어 1년 내내 매일 24시간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렇게 비싼 돈을 들여 설치할 수 있었던 것은 몇 몇 분들이 헌금을 해주셨기 때문입니다. 헌금해주신 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3소형 발전기와 소형 태양광 시설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 너무나 불편했는데, 이제 사역자 가정과 교회가 마음껏 전기를 쓸 수 있게 되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릅니다. 에찬따야교회 사역자는 2022년 9월에 저희 신학교 신학과를 졸업한 제자인데, 같은 해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자매와 결혼을 하여, 둘이 힘을 합쳐 교회를 잘 섬기고 있습니다. 동네에 가난한 사람들이 많다보니, 더불어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사역자 부부가 목회사역에 더해 방과 후 교실을 운영하여 학교를 제대로 못 다니는 아이들에게 무료로 과외 공부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저희 신학교는 이제 방학을 끝내고, 오는 5월 29일에서 31일까지 3일 동안 개강수련회를 시작으로 6월부터 제2학기 수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미얀마 정치적 상황이 좋지 않아 1학기에 비해 학생이 조금 줄었는데, 그래도 계속 학교 문을 열고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저의 간절한 소망은 우리 신학교가 코로나와 군사쿠데타 때조차도 문을 닫지 않고 수업을 했었는데, 앞으로도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중단 없이 수업을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특별히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서신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미얀마 경제가 어렵다보니 신학교에도 가끔씩 도둑이 들어 물건을 훔쳐갑니다. 그야말로 생계형 도둑입니다. 동네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가도 정부의 행정력이 닿지 않습니다. 쓰레기더미 속에서 돈 될 만한 것을 줍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 중에 아이들도 많습니다. 우상에 찌들린 사람들이 사는 곳의 모습입니다. 정말 미얀마에 복음이 필요합니다. 복음만이 저들에게 구원과 자유와 풍요한 삶을 줄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저희는 이곳에 있고 여러분들은 기도와 물질로 뒷받침 해주시고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와 복음을 위해 헌신하시는 여러분 모두의 가정과 생업위에 주님께서 주시는 복으로 넘쳐나기를 기도하며 이만 줄입니다. 미얀마 양곤에서 손한락 안미숙선교사 드림.
(기도제목)
1. 미얀마개혁장로회신학교가 종교개혁과 성경에 입각한 개혁주의 신학을 미얀마에 전파하는 차별화된 신학교가 되고, 미얀마를 복음화 시킬 마음으로 불타는 훌륭한 목회자들을 많이 배출하는 학교가 되도록 (연중 동일).
2. 미얀마개혁장로교단 산하 49개 교회들이 하나님의 말씀과 성도들의 헌신위에 든든히 서고 성장해 가도록 (연중 동일).
3. 미얀마개혁장로회신학교의 장기 비전인 신학교의 질적 향상을 위해. 교수들의 학문의 질 향상과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들도록. 아울러 개설된 M. Div. 과정이 잘 운영되도록 (연중 동일).
4. 수년 내로 남자기숙사 신축과 현지인 교수사택(빌라형 8세대) 건축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재정을 주님께서 허락해 주시도록, 여기에 더하여 강당증축을 위해서 (장기 기도제목).
5. 미얀마국민을 힘들게 하는 군부의 강제징집과 여러 명목의 납세강요가 즉시 멈추어지도록. (지난달에 이어)
6. 2학기가 곧 시작이 되는데, 9월 말까지 주님의 은혜가 넘쳐나서 교수들은 잘 가르치고, 학생들은 공부 잘 감당할 수 있도록.
7. 정치적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신학교를 둘러싼 어떠한 방해세력도 없이 수업이 지속되도록.
8. 쭌껄레교회 부지가 좋은 조건으로 잘 팔리고, 새로운 곳에 예배당을 건축할 수 있도록.
9. 온 가족의 건강과 바울이와 동우, 하경이가 하는 일에 주님께서 형통케 해주시기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