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흥동 성당 굴다리를 지나니 ‘시민의 솟음길’ 알림판이 눈에 들어온다. 솟음길은 호남의 거점이며 민주 인권 도시인 광주의 특징적인 지역문화(時)와 5·18 민주 정의의 역사중심지(義)를 이어주는 친환경 녹색길이다. 삼각산을 지나 5·18 묘지까지 총 8km, 3~4시간 정도 소요되는 이 트래킹 코스가 바로 오늘 취재하려는 문흥동 중흥 1차 아파트에서 시작된다. 가을의 기색이 완연해진 하늘을 바탕삼아 당당하게 서 있는 메타세콰이어가 마치 어서 오라 맞이하는 것 같다.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다보니 330세대가 거주하는 중흥 1차 아파트 입구가 보인다. 마침 101동 경비실 앞에서 좌판이 벌어졌는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15년 전부터 부녀회(회장, 심순남 65세)에서 매주 수요일 2시부터 계란을 팔고 있다고 한다. “우리들은 일주일 먹을 신선한 계란을 저렴한 비용으로 편하게 살 수 있어서 좋고, 수익금은 주민을 위해 창문 개·보수 비용으로 활용하니 좋지요. 덕분에 관리비 절감에 힘이 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좋습니까. 일석 삼조의 효과를 보고 있는 게지요.” 주현진(67) 자치회장은 계란을 받아들며 흐뭇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시인이자 수필가인 자치회장은 출입구에는 명시를, 엘리베이터 안에는 명언을 게재하여 주민들의 정서함양에 이바지하고 있다.
삭막한 아파트 단지에 부녀회가 온정 나누어
개인주의가 팽배한 도시에서 15명 남짓 부녀회가 주축이 되어 도움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지탱해 주는 사랑의 온정을 나누고 있다. 계절마다 웃자란 잡초를 뽑아 아파트 화단을 가꾸는 등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고 주민들도 즐겁게 동참하고 있다. 또한 매주 수요일 저녁~ 목요일 오전까지 분리수거 하는 시간을 정해 헌옷이나 폐지를 자원화하고, 명절에는 떡국을 판매한다. 수익금의 일부는 중복에는 삼계탕, 겨울에는 동짓죽으로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대접하는데 쓰고, 그 외에 불우이웃돕기, 주민들의 애경사비로도 활용한다. 1년에 한 번은 부녀회원과 일반 주민들이 모여 야유회를 가는 등 아파트 내의 친목도모에 힘쓰며 이웃 간의 유대감을 돈독히 한다. “중흥 1차 아파트는 시골 동네처럼 인정도 많어요. 경비원이나 소장님도 10년 이상 근무하셔서 그런지 주민들과 마찰도 없고요. 다른 아파트는 주차전쟁이라던데, 우린 그런 거 몰러요~” 부녀회 신소자(61)는 신나게 아파트 자랑을 한다.
지역 주민과 하나되는 중흥 아파트
“우리 아파트는 바위 위에 지어져서 지진이 일어나도 끄떡없어요. 물맛이 좋은 심층 암반수가 흐르는데, 다른 아파트 주민들도 산책로에 운동하러 왔다가 물통에 받아가기도 해요.” 콸콸 쏟아지는 물에 손을 담그며 정애순(60) 통장이 한 마디 한다. 다른 아파트 주민들이 왔다갔다하는 것이 불편하진 않을까 싶은데, “다 같이 살아가는 사회에 하나라도 나누는 게 좋지 않느냐” 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10월 18일에는 지역민이 하나되는 ‘문흥골 한마당 축제’가 열린다. 축제를 위해 중흥아파트 앞 모정에 모여 함께 먹을 음식을 만든다. 야채를 다듬어 씻고 전을 지지며 요리하다보면 자연스레 어색함도 사라지고 공동체적 삶의 모습으로 변화된다. 안으로는 아파트 주민들을 챙기며 밖으로는 지역민을 위해 활동하는 북구 문흥동 중흥1차 아파트 부녀회. 회색 도시에 따뜻한 불빛을 틔우는 그들의 온정이 계속 되길 기대해본다.
첫댓글 아피트 주민 및 부녀회 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활동하시는 주민들이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