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보여줄 수 없기에 아름답습니다
눈을 뜨면 볼 수 있는 것들은
눈을 감으면 볼 수 없게 됩니다
사랑이란,
눈을 뜨면 보이지 않다가도
눈을 감으면 더욱 선연하게 떠오르는 것
자연을 신비로 물들게 하는 쪽빛 하늘도
대지에 풋풋함을 새겨주는 나무들도
볼 수 있을때 가슴 벅찬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사랑이란
보여주려 애쓰면 애쓸수록
단청같은 은은한 향은 어느새 독해지고
순백했던 모습은 짙푸른 이끼로 탈색 되지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자연은 폐허로 남겠지만
사랑이란 숨어 있을수록 더욱 간절하게 합니다
자연이란 성질은 볼 수 있을 때 눈부시다면
사랑이란 성질은 느끼고 있을 때 빛이 나듯
사랑을 느끼게 만든다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혁명같은 것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보여줄 수 없는 사랑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영원하고 아름다운 사랑이란
마음과 마음이 녹아 흐를 때 비로소
하나란 이름이 되는 눈물같은 결실입니다
김민소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임홍빈 옮김
문학사상 발행
만약 내가 소설가가 되었을 때 작정하고 장거리를 달리기 시작하지 않았다면
내가 쓰고 있는 작품은 전에 내가 쓴 작품과는 적지않게 다른 작품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거기까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무엇인가가 크게 달라졌을 거라는 생각은 확실히 든다"
의사에게는 진료가, 변호사에게는 변론이 그러하듯 소설가에게 글쓰기란 본질적으로 고통스런 노동이다
이런 반복적인 노동이 주는 육체적 정신적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작가들은 숨 쉴 구석을 만들어두곤 하는데
소설가 김훈에게 자전거 성석제에게 바둑이 그런 구석이라면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그것은 달리기
하루키가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대학을 졸업한 뒤 운영하던 재즈카페의 문을 닫고 전업작가로 나선 1982년께
처음에는 건강을 위해서 시작했지만 그는 지금 스물대여섯 차례나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고
종종 트라이애슬론 대회까지 참가하는 어엿한 베테랑 러너가 됐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달리기라는 행위를 매개로 하루키가 소설가로서 보내온 30년의
세월을 정리한 회고적 에세이
그는 소설을 착실하게 쓰기 위해 신체능력을 가다듬어 향상시키기 위해서라고 자신이 달리는 목적을 소개했으나
그에게는 글쓰기 달리기라고 本末을 구별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두 행위는 포개져 있다.
그 상사(相似)적 관계를 스스로 포착하느 하루키의 시선은 집요하다.
가령 그는 글로써 얻는 명성이나 수입은 소설가의 본령과 상관없는 것이라며
자신이 쓴 작품이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 도달했는가 못했는가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며 그런 의미에서 소설을
쓰는 것은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것과 비슷하다고 비유한다
소설가로서 어떻게 스스로를 연단해 왔는가에 대한 비결을 설명할 때도 그는 달리기에 빗댄다
소설가로서의 중요한 자질인 집중력과 지속력을 몸에 배게 하는 과정에 대해 그는 매일 조깅을 계속함으로써
근육을 강화하고 러너로서의 체형을 만들어가는 것과 같은 종류의 작업이라고 표현한다.
굳이 어떤 面刀의 방법에도 철학이 있다"라는 서머셋 몸의 말을 들춰내지 않더라도
마치 매일 면도를 하듯 따분하고 사소해 보이지만 30년 가까이 매일 지속한 달리기라는 행위를 통해 그는 음미
해볼 만한 인생에 대한 통찰에 도달한다
뜨거운 여름날 마라톤 코스를 뛰며 머릿속에 아른거리던 차가운 맥주 한 잔을 결승선을 통과한 뒤 마시고는 생각만큼
맛있지 않음을 깨닫는 순간 섬광처럼 머리를 스친 생각에 대해 그는 이렇게 쓴다
제 정신을 잃은 인간이 품는 환상만큼 아름다운 것은 현실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90여편이 넘는 소설
에세이를 발표했지만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하루키가 스스로의 일상과 소설가로서의 자의식을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놓은 점도 이 책을 읽히게 만드는 요소
그가 남다른 감각의 촉수를 뻗어 만들어낸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면 때때로 나 자신이 해변에 밀려온 한낱
나무토막에 지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등대 쪽에서 불어오는 무역풍이 유칼리나무를 머리 위에서 산들산들 부드럽게 흔들어댄다같은
하루키 표 문장은 그를 사랑하는 독자들의 신뢰를 배반하지 않는다
펌글
첫댓글 사랑은 보여줄수 없기에 아름답고.. 글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록 빠져드는것 같습니다..^^* 감사히 읽고..좋은시간 되세요^^*()
편한한 저녁되시옵소서 _()_
사랑.........인류에게 끝없는 과제와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
등나무님 김여의주님 연화심님 감사드리고... () 행복하십시요 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