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주는 조광조의 개혁이 좌절되고 유배를 와 사약을 받은 곳입니다. 원래 능성현이었던 이곳은 조광조라는 뛰어난 인물의 목숨을 받아준 곳이라해서 그의 사후에 현에서 주로 승격되어 능주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해요. 이런 화순 능주 삼거리에는 맛있는 족발집이 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우리아빠가 제가 어릴적 두 번쯤 데려가셨던 곳이예요. 그쪽 지역에 그림하는 분들을 불러 모아 함께 막걸리잔을 기울이던 백반도 팔고 족발도 파는 소박한 밥집 겸 주점이었습니다. 여기 족발은 흔히 볼 수 있는 간장에 갈색으로 쫄여진 족발이 아니라 그냥 삶아놓기만 한 듯 허여멀건 모습에 실고추만 뿌려졌지만 뜯어먹으면 한없이 보돌거리며 입에 짝짝 달라붙는 맛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성장기였던 저는 공부를 하고 어른이 되어가는 중에 한번도 그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속에서 늘 아릿아릿하게 그리운 공간이었어요. 이 앞주 토요일 출장을 가던중 비가 조금씩 내리는데 문득 아빠랑 같이 갔던 그집이 갑자기 말할 수 없이 그리워 그곳으로 달려갔어요! 아빠랑 마지막으로 그집을 간 건 배꽃이 지고난 후 비가 뿌리던 날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내 기억속의 그집은 시멘트 벽에 흰빛에 가까운 페인팅이 되어있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낯선 단장을 한 모습에 주춤거리며 들어갑니다. (자료를 한참 찾아 제가 어릴때 들렀던 그시절 식당모습을 찾아냈어요. 그땐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식당에 들어와 메뉴판부터 살펴봅니다. 아..이런 지저분한 모습은 아무리해도 적응이 잘 안된다는! 하지만 모든 재료가 국내산이라 쓰인 메뉴판이 불안한 마음을 몰아내고 위안이 됩니다. 국내산 쌀의 위용! 밥에서 구수한 내음이 나서 한젓가락 먹어보니 밥만 먹어도 맛있을 정도로 쫀득한게 쌀의 품질이 아주 좋네요~ 국밥에서 젤 중요한 건 국물맛! 별 기대없이 내장국밥을 시켰는데 밥을 말기 전에 국물을 한숟갈 떠 먹어보니 구수하고 깊으면서도 시원한 맛입니다 주문하길 잘했구나 싶은 만족감이 솨아아 밀려옵니다~ 놀랍게도 그때의 맛 그대로인 반찬 저는 맛에 대한 기억이 예민한 편이라 오래전 먹은 음식도 그맛을 정확히 기억하는 편인데요 이집은 15년전과 똑같은 반찬들에 그때와 똑같은 맛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다 먹어버려 사진을 못찍은 콩나물무침. 그리고 이 오이장아찌무침이 고스란히 기억이 나는거예요! 오이장아찌는 두툼하게 썰어 무쳐놨는데 정말 시골스러운 맛 그대로입니다. 시골스러운 맛이란게 뭔지 잘 모르시죠? 아무런 가공이 깃들여지지 않고 재료가 가진 원형의 맛을 잘 간직한,그러면서도 겁나게 개미있고 맛난~ 이 반찬들이 십오년전과 똑같은 맛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게 너무도 고마웠습니다. 능주삼거리식당의 유명한 족발입니다. 여전히 별 장식없이 희끄무레한, 그러나 입안에 넣으면 부드럽고 쫄깃하고 구수한... 이 사진 속 거리가 능주에서 젤 번화한 길의 한자락입니다. 세월이 멈춰버린 듯한 이런 풍경속에서 15년전 어린 제가 먹었던 똑같은 반찬에 밥을 먹고 나오며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지켜지는 것들에 대한 감사로 찡했습니다. 그때 함께 하던 분은 안 계시지만 콩나물무침과 오이지를 먹으며 그때의 정겨운 시간들이 고스란히 살아나는듯한, 감사한 선물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2003년 제가 그곳에 들렀을 무렵의 기사를 찾았습니다. 쉬는날- 정월초하루부터 섣달그믐까지 영업중 지금두 그럴지 궁금하네요 ㅎ |
첫댓글 아빠와의 추억속에 젖어서 그래도 맛있게 먹었을거 같아서 좋네요
기억속의 맛있는 음식~ 찾아가는 재미도 깊은거 같아요 ^^*
올 여름에는 어릴때 살던 동명동집 근처
예술의거리랑 장동맛집들 두루두루 돌아보려구여~
잘 계시죠?♡
소중한 추억이네요. 저는 아버지랑 부산자갈치 시장에서 뽀빠이 사먹은 기억밖에 없어요. 그것도 엄마가 시골가고 안계시면 손잡고 가서 사주셨어요.
이런 과자 말하는거죠?
이선이님은 부산이 고향이셨구나~~^
@소소 ㅎㅎㅎ 맞아요~~~ 한가마니(그땐 꼬꼬마여서 한봉지가 한가마니 같았어요~~) 언니 동생몰래 장롱 서랍에 수며놓고 꺼내 먹었지요~~
소소님은 맛 칼럼니스트...
맛깔스럽게 글 쓰십니다.
좀 뭉클한 마음에 글이 잘 안 써졌어요.
여기저기서 모래무지님 자주 뵈니 좋네요~^
아..화순에 이런집도 있군요.
옛날 아버지와 추억에 더욱 간절한 마음었을 것 같아요.
이름마저 정겨운 삼거리식당..
오랫동안 그자리에서 자리하기를 바랍니다.
혹시 삼거리식당에 가면 소소님을 볼 수 있을지도..ㅋ
예전엔 삼거리가 많았나봐요.
이름이 참 정겹다는 말에 공감요.
저 담주에 한 번 더 가려는데
오고싶은 분 다 뮹쳐쥬세요~ㅎㅎ
@소소 점심 때 가면 되나요?아님 저녁 때??
에이 그냥 아침부터 족발에 막걸리 한잔하고 있을게요..
점심 때는 머릿고기 먹고 저녁은 순대국으로 먹으면서요
소소님 올 때 까지 쭉 달려 볼까요..ㅋ
부모님 능주 계셔서 자주 가는데 이런 곳을 몰랐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능주분을 다 뵙네요~
반갑습니다ㅡ
능주 지나다보니 보리 기정떡집도 있던데
맛이 어떤가요?
@소소 기정떡은 광주나 화순이면 어딜가나 맛은 비슷합니다
저렴하니 한번 사서 드셔보시길~
2003년에 그곳에 갔던 어린이라면 지금 30살도 안된 아가씨였군요
저는 소소님의 나이가 대단히 궁금했던 1인이었답니다, ㅋㅋ
능주 삼거리 식당까지걸리는 시간은 4시간 12분, 362킬로의 거리~~그래도 가보고 싶네요. ㅎㅎ 소소님 때문에 ~~~
그 어린 소녀가 초딩이 아니라
중딩일수도 있다능거!! =3=3=3
저는 청주에서 출발하면 2시간 40분정도 걸리네요~~^^
꼭 한번 가보고 싶어집니다~~~^^
와! 청주에서 능주가 그리 가깝군요~
참,
명수기님은 이번 비 피해 없으셨어요?
@소소 지웰홈즈는 지하주차장이 침수되서 전기끊기고 물도 끊기고 그랬고요, 지웰1차는 하천이 범람해서 하천쪽에 있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 됐고요,, 그옆 울 2차는 다행히도 피해가 없었어요... 얼마나 놀랬는지..청주에 살면서 비 그렇게 많이온거 처음봤어요. 청주가 눈, 비 잘 안오거든요..
@명수기 아 지하주차장 차 둥둥ㅠㅠ
그게 멀리가 아니라 명수기님 집옆였군요
청주 화이팅입니다~
추가요~~
닭도리탕님 입맛에 딱 맞는 맛집일 거 같아요
막걸리없이 맹숭하게 밥만 먹고와서
좀 억울했어요 ㅎ
@소소 내입맛이.어떤데요???
겁나 럭셜인데요^^
@닭도리탕
발끈함이 매우 수상해요!
럭셜 맞아요? ㅋㅋㅋㅋ
@소소 집에서 안키모 만들어 처묵하는 오라방~~~^^
@닭도리탕 헐...
누구는 국밥인데
누구는 안키모....ㅋㅋ
@소소 오늘은 부서회식으로 능이백슥 처묵중이요^^
@닭도리탕 능이백숙은 진심 부러운 메뉴입니다!
한숟갈이라도 부지런히 어여 드세요 ㅎㅎ~
수십년동안 변하지 않은 반찬 맛의 백반 한 상 받아보고 싶어요.
가격도 착하게시리 5천원.
14년동안에 겨우 2천원 오른거네요^^
저도 담에 가면 백반 먹으려구요
반찬 하나하나 집어먹고싶습니다~
흠 예전 삼거리 식당 간판이
잊었던 기억들을 불러오네요
한편의 수필을 읽은 느낌입니다.
문득 소소님께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 이라는 책을 권하고 싶네요
오랫만에 맘에드는 신간을 만났어요
우리 카페는
좋은책 권해주는 분들이 계셔서 참 좋아요
막 영혼을 나누는 느낌?^^
소소님 글을 읽다보면 같이 추억속으로 빠져들게 되요
그리고 아버지와의 추억이 많은 소소님이 부럽고요
그 추억을 이렇게 멋지게 풀어내는 소소님은 정말 멋져요
언제 소소의 추억 이라는 책을 엮어보심 좋겠다는 생각을 해봐요 ㅎㅎ
혹시 제 책이 나오게되면
숨은꽃님에게 증정하겠습니다
늘 고운댓글 깊은 마음 감사합니다^^
하얗고 찰진 족발.
매일 새벽에 삶아 재고없이 당일 판매하는 오로지 족발 인생 사장님.
제가 산에갈때 찾아가는 이집과 맛이 비슷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도...? ㅎㅎ
언제 그집 가실 때
족발 사진도 부탁드려요
휴가를 즐기는 일도 열정이 필요하네요~
예약 주문하신 민어만 보내드리느라 잠깐씩
가게 나갔다가 돌아오는데 후끈한 열기가 싫어서
집에만 있네요.
이러다 휴가가 끝나면 아까울것 같은데
소소 생각하믄서 능주나 갔다 올까... 싶네요.
휴가 잘 보내셨어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7.22 00:03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7.22 00:17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