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6.20]
34일 동안 800km를 걸어 산티아고에 도착한 다음 날이었다. 우체국 앞에서 직접 그린 엽서를 파는 한국인 화가 언니(30대 후반으로 보이더라)를 찾아갔다. 전날 이 언니에게서 엽서를 사며 안면을 익혔다. 타투 잘하는 가게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언니가 적어준 메모지를 들고 힘들게 찾아갔더니만 씨에스타로 잠시 문을 닫았다. 근처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문 여는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다시 타투 가게를 찾았다. 주인남자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물었다. 준비해 간 문구를 보여주었다. 밑그림 레터링을 컴퓨터로 하는 줄 알았는데, 여기서는 손으로 직접 그린단다. 내가 내민 문구를 직접 그려서 보여주는데 그다지 멋있지 않았다. 내가 망설이는 것을 알고 주인남자가 덧붙였다. "이건 대충 그린 거고, 제대로 하면 이것보다 훨씬 멋있다. 네가 지금 망설여지나본데 좀 더 생각해보고 30분 후에 와라. 그 사이에 내가 제대로 그려놓을게. 만약 네 마음에 안 들면 안 해도 괜찮아." 가격을 물었다. 80유로. 주인 남자가 미덥지 않은 것은 둘째 치고, 문제는 내가 가진 돈이 넉넉치 않았다. '그래, 나는 돈이 없어서 못하는 거야.'라고 속으로 외치며 그냥 가게를 나왔다. 타투한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어 나를 아는 이들을 쇼킹하게 해주고 싶었는데...아깝다.ㅠㅠ
[2017.6.8] Day 23: Luarca
24km를 걸어 Luarca에 도착했다. 항구를 산책하고 어느 Bar에 들렀다. 여러날 함께 길을 걷어온 Pedro 아저씨와 Pepe 아저씨에게 타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아저씨들은 타투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딴 것을 왜 하느냐는 반응이었다. 나는 타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타투로 뭘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아저씨들은 이것은 어떠냐, 저것은 어떠냐고 물었다. 그런데 그다지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문득 이날 타일 그림에서 보았던 고래가 떠올랐다. 영어를 못하는 아저씨들에게 고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영어를 못하는 아저씨들과 나는 어떻게 대화를 나누었던가.ㅋㅋ 잘 기억이 안 난다.) 문득 Pedro 아저씨가 타일 그림을 사진으로 찍었던 게 기억이 났다. 아저씨에게 사진을 보여달라고 했다. 사진에서 고래 그림이 찍힌 것을 찾아냈다.(고래를 그려서 아저씨들에게 보여드렸다면 간단했을 텐데...나는 그림에 젬병이다.) 고래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것은 어때요?" 그러다가 퍼뜩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나, 이렇게 타투를 할까해요. con Pedro, con Pepe!!!!" 아저씨들은 내 말에 엄청 웃으셨다.
[2017.5.30] Day 14
스페인의 Bar에서 흔히 주문하는 커피가 Cafe con Leche이다. 한 번은 어느 바에서 주문한 커피가 우유 맛이 너무 많이 나서 내가 투덜거렸다. "이건 Cafe con Leche가 아니야. Leche con Cafe이지." 스페인어라고는 한 마디도 모르는 내가 이런 말을 했더니(con의 의미를 알아차린 거다) 아저씨들이 한참을 웃으셨다.
첫댓글 영어가 안 통했는데 정말 어떻게 대화를 한걸까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