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도의 흔적, 그리고 보길도 보길도는 조선조의 탁월한 가객 윤선도의 유배지로서 그의 체취가 물씬 풍긴다. 그러나 윤선도는 어디까지나 윤선도일 뿐, 보길도는 스스로도 그 자 태를 뽐낸다.
널리 알려진 보길도의 멋은 부용동과 예송리 해수욕장이다. 해송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이 곳은 한겨울에도 온화한 바닷바람을 일으켜 나그네의 여정을 깊게 해준다.
보길도에서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멋은 격자봉 산행이다. 멀리 바다를 바라 보며 걷는 산행은 그 자체만으로 고즈넉하고 신비롭다.
격자봉에 오르는 코스는 두 가지로, 예송리에서 출발하거나 부용동에서 오르는 방법이 있다. 예송리 코스는 마을 뒤편 골짜기에 길이 나 있다. 살갑게 하늘을 가리고 뻗은 동백나무숲을 지나 올라가면 고목이 줄을 지어 늘어선 동근나무 터널이 나온다. 1km를 더 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 길로 1시간을 가면 정상이다.
정상에 서면 다도해의 꼬마섬들이 산행객을 손짓한다. 요즘은 연무 현상이 일상적이지만, 맑은 날에는 운이 좋으면 한라산도 보인다고 한다. 북바위능선을 따라 걸어 내려가면 반대편 부용동이 나온다.
▲ 독특한 조경양식을 보여주는 보길도 세연정
♣ 보길도 격자봉. 동백나무 터널 속에 가득한 봄기운
다도해해상 국립공원의 섬 가운데 하나인 보길도는 봄의 화신이 육지보다 빨리 찾아드는 곳이다. 특히 이 섬의 최고봉인 격자봉(格子峰·430m)은 이른 봄부터 동백꽃으로 붉은 몸살을 앓는다. 보길도는 완도 남서쪽 32km 해상에 위치한 동서 12km, 남북 8km의 아담한 섬으로, 온대상록수림이 섬 전체를 융단처럼 감싸 이색적인 분위기가 짙은 곳이다.
보길도는 섬 중앙에 대형 운동장을 연상케 하는 분지가 형성돼 있고, 분지 한가운데에 부용리 주민들의 식수원인 수원지가 자리하고 있다. 격자봉은 이 분지 남쪽에 솟아 있다. 이 산은 멀리서 바라보면 산세가 부드럽고 완만해 특징이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주능선에 들어서면 뿔처럼 돋은 기암들이 나타나며 탐방객을 놀라게 한다.
주능선과 정상에 올라 보는 조망은 섬산 특유의 시원스러움과 함께 아기자기함도 갖췄다. 정상에서 북으로는 분지를 이룬 부용리와 동천석실, 승룡대, 석전대 등 윤선도의 유적들이 샅샅이 내려다보이고, 바다 건너 멀리로는 해남 땅끝과 달마산이 가물거린다.
고산 윤선도(1587-1671)는 보길도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할 인물이다. 고산은 서울에서 태어났으나 8세 때 큰집에 양자로 가게 되어 해남윤씨 집안 대종을 잇는다. 그는 30세 되던 해 이이첨 일파에 대한 탄핵으로 함경도 경원으로 유배를 가게 되었고, 이 때부터 유배와 은둔으로 이어지는 일생을 보낸다.
그는 1637년 인조가 청나라에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통분하여 세상을 등지기로 결심하고 제주도로 향했다. 하지만 그는 중간에 머문 보길도의 수려한 풍광에 매료되어 이곳에 정착하기로 하고 부용동 정원을 꾸미기 시작했다. 고산은 자연을 노래한 많은 작품을 창작했고, 풍수지리, 천문, 음악 등에도 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85세에 이곳 보길도에서 생을 마감했다.
보길도 청별나루에서 도보로 15분쯤 가면 고산의 기예가 흠씬 배어있는 세연정(洗然亭·사적 제368호)이 모습을 드러낸다. 세연정 일대는 우리나라 조경 유적 가운데 몇 손가락 안에 꼽는 독특함을 자랑하는 곳이다. 개울에 보(일명 굴뚝다리)를 막아 논에 물을 대는 원리로 조성된 세연지에서 고산의 대표작 어부사시사가 창작되었다.
세연정에서 보길초등학교 앞을 지나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1km 거리에 부용리사무소가 있다. 이 사무소 앞의 낙서재와 동천석실 방향 이정표를 보고 남쪽 길을 따라 간다. 5∼6분 거리에 이르면 왼쪽에 곡수당(曲水堂)터가 나타난다. 곡수당은 고산의 아들 학관이 기거했던 곳이나 지금은 그 터만 남아 있다.
곡수당터를 뒤로하고 약 100m 더 올라가면 낙서재(樂書齋)터에 닿는다. 낙서재는 윤선도가 살던 집이 있던 곳. 이곳에서 서쪽으로 200m쯤 더 가면 나오는 산신당골을 통해 격자봉으로 오른다. 낙서재를 보지 않고 산신당골에 이르려면 부용리사무소 앞에서 곡수당으로 가다가 오른쪽 마을을 경유해 산신당골 입구에 이르면 된다.
산신당골 입구에서 남쪽 사면으로 올라가는 산길은 뚜렷하다. 초입부터 동백나무 상록수림 터널이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숲길을 따라 1시간 오르면 격자봉 정상의 누룩바위가 나타난다. 격자봉은 어느 방향에서나 주능선까지 오르는 데 1시간 안팎이면 족하다.
하산은 동쪽 주능선을 따라 20분 거리인 안부에서 북쪽 낙서재로 내려서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이 코스가 가장 짧다. 아니면 계속해 동쪽으로 능선을 타고 가다 큰길재에서 부용리나 예송리로 내려설 수도 있다. 정상에서 서쪽 주능선을 타고 뽀래기재까지 가서 북동쪽 모중골을 경유해 보길수원지로 내려서는 코스도 있다.
첫댓글 좋은산 선택하셨네요. 고생 하셨습니다.
그러셨네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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