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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카나이 항에 도착했다. 이 날은 노삿푸미사키, 일본최북단인 소야미사키, 그리고 왓카나이 공원 등 왓카나이 시내 일대를 돌아보는 일정이었는데 원래는 왓카나이에서는 소야미사키만을 보고 토요토미 쪽으로 내려와서 사로베츠 초원을 보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 곳의 대중교통이 워낙 미흡한데다 몇 안되는 버스 편수 때문에 둘 다 보려고 시간표를 가지고 무지 머리를 썼는데... 아무리 골머리를 앓아도 도저히 이 두 곳을 하루 안에 다 보기란 평소에 있는 노선버스 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왓카나이 역에서 토요토미 역로 내려가는 열차 편수, 왓카나이에서 소야미사키로 가는 버스, 토요토미 역에서 사로베츠 초원 전망대로 가는 버스 편수, 교묘하게도 모두 하루에 편도 5회밖에 없었는데 아무리 봐도 이들 교통수단을 조합하여 시간을 맞춰 돌아다니기란 불가능이었다. 호로노베로 내려가 보는 것도 생각했는데 워낙 기차운행 편수가 뜸한 소야혼센의 특성상 그때는 아사히카와나 왓카나이로 돌아가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하다못해 소야버스에서 운영하는 정기관광코스 C가 폐지되지만 않았더라도 전날 숙박을 왓카나이 시내에서 자고 이 날 하루를 관광버스 투어로 보낼 수도 있었는데... 아쉽지만 사로베츠 초원은 다음 여행으로 기약하게 되었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눈에 띄는 것은 북방 방파제 돔.. 그리스 신전을 연상케하는 기둥의 연속이 인상적이다.
북방 방파제 돔은 홋카이도 유산이다. 조용한 왓카나이 시내에 있는 것 중 그나마 눈에 띄는 조형물...
쇼와 시대때 철도 개통을 기념하며 당시 달렸던 기차의 바퀴...
항해 기념비.
돔 근처에서 본 왓카나이 시내.. 시가지라기 보다는 교외의 한적한 주거단지와 같은 모습이다.
이 곳을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리시리나 레분을 보러 오지 왓카나이 자체는 그다지 보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도시라기 보다는 바다에 접한 한적한 마을같은 느낌이었다.
북방영토 반환을 요구하는 우익단체의 차량.. 현 일본정부가 공식적으로 반환을 요구하는 북방영토 4개 섬은 이 곳보다는 도동지방의 네무로에 가깝다. 2차세계대전으로 소련에 점령될 때까지는 사할린 섬의 북위 50도 이남은 가라후토(樺太)라 불리우는 일본영토였다. 지금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는 북방영토 4개 섬에 비해 사할린에 대해서는 그저 아쉬움만 삼키고 있는 모습인데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때 남사할린에 대한 영유권을 완전히 포기했기 때문이다. 극우 쪽에서는 사할린 전체와 쿠릴열도도 전부 돌려받아야(?) 한다고 떠들고 있는 것 같지만.
버스 시각과 지도를 얻기 위해 왓카나이 역의 관광안내소에 들렀다. 썰렁한 지방소도시답게 관광안내소라 해봤자 책상 하나에 나이 40은 되보이는 여직원 분 혼자 달랑... 이날 들러보아야 할 노삿푸미사키, 소야미사키, 왓카나이 공원의 교통편을 확인했는데 소야미사키의 경우 예상대로 버스편을 이용해야 했지만 나머지 두 곳은 의외로 가는데 있어 수월한 방법이 따로 있었다. 노삿푸미사키는 왓카나이 역전에서 약 7km 떨어져 있어 버스편을 생각했었는데 직원 분이 버스보다는 자전거를 권한 것이다. 가는데 20여분 정도 걸리고 바다를 끼고 있는 길은 평탄하다고 했다. 거기다 자전거 대여료는 다른 지역이라면 상상도 못할(물론 아사히카와나 히메지 같이 공짜인 곳도 있긴 하다만..) 저렴하기 그지없는 200엔. '싸지요?' '정말 싸네요. 그렇게 하겠어요.' 버스를 타고 가자면 왕복운임으로만 440엔이 든다. 거기다 버스 기다리는 시간 등을 포함하면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이 시간상으로 보나 비용면으로 보나 훨씬 이익이었다. 그밖에 소야미사키행 버스 시간표와 왓카나이 공원으로 올라가는 약도 등을 얻었다. 왓카나이 공원의 경우 교통편이 필요없다. 그냥 도보만으로도 올라가서 보고 오는데 한시간이면 충분하단다. 아무리 출발하기전 가이드북을 이것저것 다 읽어보고 인터넷을 쥐잡듯 뒤져도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신뢰성에는 한계가 있다. 역시 현지의 정보만큼 믿을만 한게 없는데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이런 관광안내소는 참으로 유용하다. 미리 생각해둔 일정이 애매할 때 가면 꼭 알맞은 대안을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어느 곳이나 관광안내소에 가면 자세히 잘 알려주지만 대도시보다는 중소도시나 시골 쪽이 좀 더 친절하고 좋은 인상을 많이 받았다.
관광안내소에서 소개받은 자전거 대여소 TMO. 왓카나이 역을 나와 길을 건너 한블럭을 가면 작은 아케이드 가가 나타나는데 왼쪽으로 꺾으면 보인다. 도보 5분.
아마 여기가 왓카나이 유일의 아케이드 거리가 아닐까.. 돌아다니는 사람 한명 보기 힘들었다. 여기 먹고 살 수는 있는거냐...; 왓카나이는 사할린을 왕복하는 여객선이 운항중이어서 그런지 곳곳에 러시아어 표기가 많은 것이 다른 일본지방에 비해 눈에 띄는 점이다.
노삿푸미사키로 가는 길은 매우 쉽다. 왓카나이 역을 나와 바로 오른쪽으로 난 길을 쭉 따라서 가면 된다.
달리기 시작해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쪽으로는 바다를 끼고 마을을 지나게 된다.
한적한 어촌마을...
드디어 다 온 것 같다. 25분 정도 걸렸다. 노삿푸미사키다.
날씨가 좋아 리시리후지까지 희미하게 보인다.
노삿푸한류수족관. 여기 관람하는 사람 있는거야? -_-; 주변에는 '노삿푸'라는 이름을 가진 식당이나 가게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으나 황량한 환경에 파리 날리 듯이 보였다. 일본여행 다니다보면 이렇게 썰렁한 곳에서도-하루에 우동 한 그릇이나 팔릴까 생각될 정도로-멀쩡히 영업하는 가게들 많던데 유지가 어떻게 가능한지 아직도 아리송하다.
노삿푸미사키 공원 바로 앞에 있는 식료품점. 그나마 사람들 좀 모여있더라..
멀리 육상자위대의 레이더 기지가 보인다. 냉전시절 소련과의 관계 때문에 홋카이도에는 육상자위대의 주력부대가 대거 주둔하게 되었고 아직도 많은 부대가 그대로 남아있다. 2차세계대전때 소련이 만약 조금이라도 빨리 태평양전선에 참전했다면-오키나와 전투로 인해 치뤄야 했던 막대한 댓가에 놀란 미국은 일본 본토 점령을 좀 더 수월하게 수행하고자 여러가지 카드를 꺼내들었는데 그 중 실현된 것이 사할린과 쿠릴열도의 완전 양도를 미끼로 소련의 태평양전선 참여를 유도해낸 것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대한 원자탄 투하이다. 침공에서 완전 점령에 이르기까지 3개월 이상이 소요된 오키나와 전투를 근거치로 미국은 큐슈 점령이 45년 9월에, 토호쿠 지방 이남의 혼슈 본토의 점령은 아무리 빨라야 45년 말에야 가능하다는 계산에 이르렀기 때문-홋카이도는 점령당했을 가능성이 크며 그랬다면 일본도 분단국가의 운명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는 바로 그러한 가정 하에 분단된 일본을 배경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이 곳에서 바라보는 오호츠크해도 여지없이 푸르기만 한데... 리시리-레분과 다른 점은 너무도 쓸쓸했다는 점이다. 원래 석양이 유명한 장소인데.. 이날 삿포로로 내려가는 야간열차 하나타비리시리호만 운행했어도 이 곳을 가장 나중에 찾았을 것이다. 그러나 얄궂게도 이 날이 월요일인 이유로 운행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후 6시에 삿포로 방면으로 내려가는 마지막 특급열차를 타고 아사히카와로 내려가야 했다.
한시간 반동안 발이 되어주었던 자전거.
다시 왓카나이 역으로 돌아가는 동안 자위대 기지 정문을 지났다. 위병이 없네... -_-; 하긴 아주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은 아니니까..
너무나 파란 오호츠크해... 도대체 저런 물빛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까? 해조류? 수온?
역 앞에는 5일장이라도 되는지 장터가 열리고 있었다. 구수한 엔카 가락이 들려오는 것이 우리나라의 그것과 분위기가 다름없어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노부부 몇 쌍만이 간간히 보이는 정도였는데.. 말그대로 나른하고 한산한 평일 오후다.
아사히카와까지 250km! 의외로 멀구나. 도로 표지판에도 러시아어 표기가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역 안의 우동가게에서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이제 일본최북단, 소야미사키로 간다. |
첫댓글 사로베츠 원생화원은 정말 가기가 귀찮고 ,,어렵고,,,개인적으로는 아바시리에서 시레토코의 샤리역가는 중간의 원생화원이 열차역 바로 옆이라 편하고 경치도 좋았던 기억입니다.
아바시리 원생화원 말씀이시군요. 거기도 갔었는데 저 때는 날씨가 않좋고 주변이 온통 커플이라 속쓰렸었습니다. -,.-; 꽃들은 제철이라 정말 예뻤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야생화의 꽃만 밀집되서 있는 곳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야생화들의 꾸밈없는 꽃은 마음을 참 편안하게 하죠
저도 들은 적이 없는거 같네요... 사실 있다하더라도 일본과 같이 관리를 잘 안하겠죠... -_-; 저도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야생화 하나가 후라노나 비에이쪽의 꽃들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