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께서도 눈으로 인해 두북에서 울산까지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셨다는 말씀을 하신 다음 밝게 정초 법문을 시작해 주셨습니다. <!--[endif]-->
“똑같은 상황에서 기도를 했을 때, 기도한 사람은 능히 감당해 낼 힘이 있습니다. 즉, 우산을 준비해 간 사람은 비가 온다 해서 당황하지 않고 비가 오면 우산을 펼쳐들고, 비가 오지 않으면 접어서 가방 안에 넣고, 그러니 비야 올려면 와라. 이게 기도하는 사람, 준비된 사람의 삶의 자세입니다. 그런데 기도 하지 않는 사람, 수행하지 않는 사람, 준비 되지 않는 사람은 늘 요행을 바랍니다. ‘오늘 비가 안와야 된다. 우산 준비도 안했는데..’ 그러다 비가 오면 두려워하고, 당황하고 요행을 바라면 날씨에 구애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도 하는 사람은 날씨에 구애를 받지 않습니다. 그런 것처럼 수행하고 정진하는 사람은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거기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라며 준비된 사람, 수행하는 사람의 삶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스님의 쉬운 법문은 불자들의 가슴에 오롯이 담기는 듯했습니다. <!--[endif]-->
이후 스님은 한명한명 울산 활동가들의 소개를 듣고 수고가 많다는 격려도 해주시고 힘든 것들 다 내어 놓고 얘기해보시라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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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모두 6분이 질문을 하며 스님께 조언을 구했습니다.
손자를 보게 되면서 힘들다는 50대 여자분, 아버지가 힘들어 하실 때 도와드릴 방법을 알고 싶다는 20대 남자분과 직장생활 중 급성백혈병으로 딸을 잃고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힘들어하는 임신부 등 조언을 구하는 질문자에게 스님께서는 계속 질문을 던지면서 스스로의 답을 이끌어내었습니다. 많은 대중들이 함께 공감하면서 이곳저곳에서 눈물을 훔쳤던 질문, 급성백혈병으로 딸을 잃고 괴롭다고 하는 여자분에게 스님께서 하신 말씀을 옮겨봅니다. <!--[endif]-->
“지난해 2월 육아와 일의 병행으로 힘들었습니다. 직장으로 복귀하고 얼마후에 둘째 딸이 급성백혈병으로 죽었는데, 자만심으로 잘못 살아온 내 탓인 듯싶어 자책하게 됩니다. 불대 입학해서 달라져야겠다고 각오하고 왔지만 딸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힘듭니다. 고통을 겪고도 예전 버릇을 바꿀 수 없고, 큰 아이와 곧 태어날 아이를 망칠까 두렵습니다.” <!--[endif]-->
스님께서는 먼저 위로의 말을 해주시면서 “엄마 마음, 힘들었겠어요. 그런데 뱃속 아이 입장에서, 엄마가 매일 울고 우울해하고 슬퍼하면 좋을까요? 죽은 아이 생각하며 내가 어리석었다 하면서 지금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더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어떤 잘못을 했다면 깨우쳐서 반복 안 하는 게 수행입니다. 그 아이를 잘 돌봤다 해도 급성백혈병 환자의 생존율은 높지 않습니다. 또, 설령 그 아이가 생존한다고 해도 생존하는 것이 어쩌면 아이나 엄마에게 더 힘들어 질 수도 있습니다. <!--[endif]-->
아이는 자기 생명만큼 산 것이지, 엄마 잘못은 없습니다. 태중에서 갈 수도, 태어난 직후에 갈 수도, 유아 때 갈 수도 있습니다. 죄책감을 갖는 건 이해되지만, 올바른 마음가짐은 아닙니다. 넘어지면 일어서야지, 왜 넘어졌느냐며 탓하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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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같이 살고 좋은 기쁨을 주고 가서 고맙다. 다음 생에는 건강한 몸받아서 잘 살아라’ 하고 자기가 밝아져야 뱃속 아이에게 좋습니다. <!--[endif]-->
(엄마로서 역할을 잘 할수 있을까 두려움이 들어요)
강아지는 엄마 훈련 받고 새끼를 낳나요?(아니요.) 엄마는 특별한 훈련이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돈에, 명예에 미치거나 이렇게 정신적으로 미치면 자식도 눈에 안 보이는 것입니다. 편안한 맘으로 아이를 낳고 맑은 정신으로 정진하면서, 자연스럽게 키우면 됩니다. <!--[endif]-->
장애가 있다면 장애에 맞게 키워야 아이에게 열등의식이 생기지 않습니다. 아이를 잘 크도록 도와주는 게 엄마의 역할입니다. 엄마의 욕망에 맞추어 키우면 안됩니다. 자꾸 죽은 아이 생각하며 위축 되면 새로 태어나는 아이에게 안 좋습니다. 엄마가 행복하게 살면 아이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애는 엄마를 그대로 본받습니다. 정말 아이를 사랑한다면 자기가 행복하게 사는 게 좋습니다. 힘든 가운데 아이를 사랑하면 사랑을 더 느끼게 됩니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탁 놓아버리세요. 사람이 나고 죽는 것은 가을이 되어 낙엽이 떨어져야 봄에 새순이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endif]-->
질문이 끝나고 스님께서 인사를 하려할 즈음 갑자기 한 남자분이 일어나더니 제게 시간을 좀 달라하셔서 마이크를 드렸더니 시를 읊고 관세음보살 노래를 부르셨습니다. 능숙하게 한 것은 아니지만 스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담은 내용이어서 숙연해졌습니다. 진심은 어떻게든 전해진다는 걸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endif]-->
울산법회를 마치고 공양을 하시고 지난해 10월에 개원한 부산 남구법당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가을 불대생을 45명이나 모집하고, 수요법회 참석자의 수도 매주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청년법회도 진행 중이며, 활동가들의 단합이 잘 되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하신 총무님의 말씀처럼 남구 법당은 환하고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였습니다. 남구법당 역시 약 140여명의 많은 대중이 참석하여 자리가 부족하여 스님의 책상 앞까지 앉았습니다. <!--[endif]-->
“소문내지 말고 조용히 봉사자들 하고만 법회하자고 했는데, 누가 소문 내어서 이렇게 많이 왔어요?”라고 농담을 하셔서 폭소로 법문을 시작하셨습니다. <!--[endif]-->
개원한지 얼마 안지나서인지 불대 생들의 질문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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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같이 장사를 하는데 모든 것이 마음에 안 든다는 분, 해운대법당에서는 맡은 소임만 하고 갔는데, 남구법당은 한분이 4~5명 역할을 하니 힘이 든다고 하소연 하는 분, 화장품 가게를 하는데 적자라서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인 분, 불대 수업을 하며 앙굴리말라에 대한 생각이 복잡하다. 피해자의 가족 입장에서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는 분, 사촌오빠의 정도를 넘어서는 잔소리가 정말 미워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고민하는 분 사업을 하다보면 매출에 신경을 쓰게 되고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데, 돈에 대한 집착이 심해 잘 안될 땐 부부지간에 싸움도 일어나기도 하고 이렇게 안 살고 싶은데 잘 안된다고 하시는 분 등 모두 6분이 질문을 하였습니다. <!--[endif]-->
여섯 가지의 질문 중 남편과 같이 일을 하신다는 두 질문에 대해서는 “사장을 누구로 할 것인지 확실히 정하고 무조건 사업장에서는 사장 말에 ‘예’하고 따라야 합니다.”라며 내용과 형식이 맞지 않으면 문제가 생김과 인연 따라 나의 역할이 주어지고 그 역할과 상황에 충실해야 한다는 ‘불수자성 수연성’의 법구경과 연결하여 설명해 주셨습니다. <!--[endif]-->
정해진 시간을 넘겨서까지 질문 못한 사람이 없도록 하시다보니 서면법당으로 가는 길은 정말 급했습니다. 서면은 항상 복잡한 곳이다 보니 법회 시작 5분전에 도착하였습니다. 서면법당은 동래법당의 수용부족으로 작년 12월초부터 공사를 시작하여 1월부터 수요법회를 진행하고 있고, 오는 2월 18일 개원법회를 연답니다. 이런 번화한 시내에 법당을 마련하기엔 장소나 경제적인면으로도 많이 힘들었을텐데도, 힘이 넘쳐 보이는 활동가들의 법력 덕분인지 법당 안는 약 250명이 꽉 매우고 있었습니다. 대중이 너무 많아서 밖은 추워도 법문 내내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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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당 불사로 많이 힘이 드셨던 총무님이 질문하라는 스님의 말씀에 벌떡 일어나서 하소연에 가까운 질문을 시작으로 내적 심리가 많이 불편했는데 불대 다니면서 나는 많이 좋아졌지만, 360일 술 마시는 남편이 아직도 불편하다는 분, 주장이 강한 친정아버지의 의견에 따라 내가 하고 싶은 것 포기하고 살아온 과거가 후회가 되고 지금은 임신한 상태인데 아버지만 보면 불편한 마음이 올라와서 불편하다고 하시는 분, 책을 많이 읽고, 스님 법문도 많이 들어서 많이 편안해졌지만, 내 눈에 부족한 사람들만 보면 가르치려고 하는 내 모습에 마음이 불편하다고 하는 분, 오랜 병으로 몸이 불편하니 마음도 지쳤는데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지 길을 묻는 분들이 스님께 고민을 내어놓고 나아갈 길을 물었습니다.
<!--[if !supportEmptyParas]--><!--[endif]-->서면 법당의 총무님의 “동래소속법당에서 서면정토회로 바뀌면서 동래 정토회에서 도움을 못 받고, 지부에 얘기를 해도 아직 8차년 시작이 안 되어 지원이 소극적이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가족들과도 힘들어지고 낙동강 오리알 같다는 생각이 들며 의지처가 없습니다. 힘들 때 의지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해야할까요?” 라는 질문을 통해 스님께서는 수행자의 자세를 부처님의 ‘자등명 법등명, 불방일’ 하라는 말씀으로 설명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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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supportEmptyParas]--><!--[endif]-->“부처님께서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유훈에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자기 자신에게 의지하라. 법 아닌 것에 의지하지 말고 법에 의지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자기 자신에게 의지하고 법에 의지해야 합니다.”라고 하니 질문자가 “제 수준에는 아직 어렵습니다.” (대중 웃음)
그러자 스님께서 “그런데 왜 법당을 열었어요? (웃음) 대중의 편의를 위해 열었는데, 힘든다고 하니 여러분이 응원 좀 해 주세요.(박수) 아이들이 태어나면 언제 크나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다 걷고, 학교 다니고 합니다. 그러다 독립하라하면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시집가면 잘 삽니다. 동래법당도 처음엔 이보다 더 어렵게 시작했어요. 그런데 처음부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왔는데 뭘 걱정합니까? 다 잘 될 거에요. 걱정 안해도 잘 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제1의 공양은 삼보에 귀의하고 계정혜 삼학을 닦고 정진하는 것 이었으니 걱정 말고 마음 놓고 일하면 부처님 법으로 다 살아가게 됩니다.”고 답해 주셨습니다. <!--[endif]-->
역시나 정해진 시간을 넘기며 또 비빔밥으로 저녁 공양을 드시고는 오늘 마지막 법회가 열리는 사하법당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사하법당은 개원한지 2년 남짓 되었고, 한 공간 안에서 법회와 사무, 회의까지 열리는 20평 정도의 소박한 원룸 식 법당이지만 봄. 가을 불대, 봄. 가을 경전반, 수요법회 주.야간이 다 운영되고 있습니다. 가정 법회를 거쳐 무료로 빌린 조그만 학원에서 불대 하나만 달랑 운영 되었던 것이 올해는 사하법당에서 사하정토회로 승격되어 하단로타리로 장소를 옮기기 위한 불사를 준비 중입니다. 불사를 원만히 이루기 위해 활동가들의 계속된 300배 정진 릴레이 기도가 진행 중입니다. 이렇게 좁은 법당에 80명에 가까운 대중이 꽉 들어차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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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supportEmptyParas]--> <!--[endif]--> 사하정토회는 지금 불사가 진행 중이다보니 총무님과 담당 활동가들이 장소를 구하기 위한 고군분투가 질문속에 고스란히 녹아나서 사하정토회의 어려움이 피부로 와 닿았습니다. 그리고 스님께 사하정토회의 상황을 하소연하듯 하니 듣는 대중들도 모두 공감하며 스님께 응원의 손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얘기를 들은 스님께서는 특별히 다시 요청해 보라면서 필요하면 스님께서 나서서 조언해 주시겠다며 활동가들을 격려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사하법당을 끝으로 오늘 4곳의 정초순회법회를 마쳤습니다. 네 곳 모두 활동가들과의 시간이다 보니 가족 같은 분위기에 행복했습니다.
부산이 대도시라 이동하는 시간이 빠듯하여 정신이 없었고, 하루 동안 스님과 같은 일정을 경험해 보니, 스님의 수고로움에 지심귀명례의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듯합니다. 모든 인연들에 감사드립니다. <!--[end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