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 여전하다
정선희
18번이 뭐예요? 노래 스타일 보면 그 사람 성격이 나오지, 요즘은 트로트를 불러야 인싸가 된다 하는데, 나는 노래방에서 박수나 치는 사람, 북한강에서 이름 모를 소녀를 부르다가 장송곡 부른다고 퉁이나 맞는 사람, 친구들도 나이 드니까, 트로트가 좋다면서, 간드러지게 꺾기와 바이브레이션으로 봄밤을 걸어가는데, 꺾이지 않은 사람은 모르지, 흔들려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것, 트로트는 붉어진 눈빛으로 흐느적거리며 불러야 제 맛, 네가 구름맛을 알아? 나는 어린애 취급을 당하고, 여전히 착 달라붙지 않는 트로트, 불빛 아래에서 빛나는 반짝이 옷 같은 트로트, 한 곡 정도는, 한 번 정도는 꺾일 줄도 알아야지, 밤이 되면 다짐을 하고 낮이 되면 잊게 되는, 아직도 밤을 몰라 인싸가 되지 못하는,
《열린시학》 2019.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