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을 2년 넘게 매매해 온 A 씨. 이제 국경과 시차를 뛰어넘어야 하는 해외 주식투자에 어느 정도 물이 올랐다.
그가 미국 증시와 인연을 맺게 된 데는 다니는 직장이 기여한 바가 컸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한국 법인에서 일하는 그가 우리사주를 받았을 때만 해도 미국 주식을 가졌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주식투자 경험이 전혀 없는 그가 해외 주식을 갖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사주를 받은 후 주가가 내림세를 지속했고, 주식에 대해 잘 모르긴 하지만 기업 가치에 비해 형편없이 값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그는 저가에 주식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초저가 수준까지 밀렸던 주가는 상승세로 반전했고, 1년여 만에 저점 대비 20배 이상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식시장에서 장기간 거래한 투자자들은 대부분 A 씨와 같은 경우라고 전했다.
우리사주를 받으면서 뜻하지 않게 해외 증시에 발을 들여놓은 외국계 기업의 직원들, 그리고 그들의 권유를 받은 친인척과 친구들이 해외 증시에 입성했다는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먼저 재미를 본 후 해외증시로 눈을 돌린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해외 증시에 상장된 외국계 기업의 우리사주를 받을 기회가 없는 투자자들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 해외투자 창구 날로 넓어져 =안방에 앉아서 손을 뻗칠 수 있는 해외 증시는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열려 있다. 현재 국내에서 투자할 수 있는 해외 증시는 40~50개 국가이며, 중개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에 따라 투자할 수 있는 지역이 제한된다.
중국과 일본 미국 등 거래가 상대적으로 활발한 지역 이외에 한국증권은 핀란드와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를 포함해 총 20여개 국가의 주식중개 서비스를 제공한다. 베트남 증시 중개서비스도 곧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리딩투자증권을 이용하면 인도네시아 증시에도 투자할 수 있다. 현대증권은 미국, 일본, 홍콩 이외에 캐나다와 프랑스, 영국 증시의 중개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밖에 굿모닝신한증권과 이트레이드증권, 키움증권, 우리투자증권 등이 해외 주식 중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최근 한화증권도 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해외 주식 중개에 뛰어드는 증권사가 늘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투자자가 영업점이나 연계된 은행에서 해외 주식계좌를 개설한 후 중개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에 위탁계좌를 가지고 있는 투자자도 해외 주식 매매를 위해서는 별도의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 주문 형태·수수료보다 브로커의 내공 = 증권사에 따라 중개 수수료와 최저수수료에 다소 차이가 있고, 중개 형태도 상이하다.
우리투자증권과 한국증권, 현대증권 등은 HTS(홈트레이딩시스템)을 이용한 주식거래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직원에게 전화로 매수나 매도 주문을 내는 형태로 거래가 이뤄진다. 반면 리딩투자증권은 미국과 중국에 대해 온라인 거래서비스를 제공하며, 일본과 인도네시아 주식은 전화 주문만 가능하다.
중개 수수료는 국가별, 증권사별로 다르다. 우리투자증권이 미국과 중국, 일본, 홍콩, 호주에 거래대금의 0.3%를 일괄 적용하고 해외 거래소에서 요구하는 거래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반면 리딩투자증권과 한국증권은 중국 1.0%, 홍콩 0.8%, 일본 0.5~0.7%의 수수료에 모든 비용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리딩투자증권이 거래 건별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반면 한국증권은 거래대금의 0.7%를 적용한다.
하지만 거래의 편의성이나 수수료보다 내공을 갖춘 브로커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업계 전문가는 말한다.
'돈 되는 주식은 중국에 있다'의 저자인 강창균 미래에셋생명 PB팀장은 "증권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안정성과 트레이더의 자질"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 시장의 주요 종목과 시장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안목을 갖춘 브로커를 통해 거래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매매 방식의 경우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단타매매를 하려는 투자자가 아니라면 온라인 중개서비스 제공 여부가 매매의 편의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전화로 주문을 내더라도 시세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증권사 선택에 중요한 변수가 아니라는 의견이다.
◇ 증거금 100%, 단타는 지양해야 = 해외 주식거래는 신용거래가 성립되지 않는다. 거래 금액의 일부만 증거금으로 입금한 후 주식 매입 3일 후에 잔금을 치르는 국내 주식거래와는 달리 해외 주식 매매는 증거금 100%를 계좌에 넣어야 매수 주문을 낼 수 있다.
투자 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것도 국내 투자와 다른 점이다. 차익에 대한 세금은 현지 시장이 아닌 국내에서 부과된다. 한국증권의 김기홍 국제투자부장은 "해외 주식투자로 차익을 올릴 경우 총 22%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며, 원천징수가 아니기 때문에 세무소에 신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증시는 주식을 한 번 매수하면 당일 매도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익일 매도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데이트레이딩이 원천 봉쇄된 셈이다. 미국이나 일본은 당일 매매가 가능하지만 양도소득세와 거래수수료 등 비용이 국내 투자에 비해 높기 때문에 단타는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권고다.
환전은 매수 주문이 체결된 후에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문 체결을 확인하기 전에 미리 환전을 했다가 비용을 낭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홍콩 증시에 상장된 종목을 매수하려고 지정가에 주문을 내고 미리 홍콩달러로 환전을 했으나 원하는 가격에 매수할 수가 없어 상하이 B시장으로 방향을 돌릴 경우 다시 미국 달러화로 환전해야 하며, 수수료 비용을 두 번 부담하는 셈이 된다.
거래시간도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미국 시장은 한국시간 기준으로 오후 11시30분에 개장해 오전 6시에 폐장한다. 서머타임이 적용될 때는 1시간씩 앞당겨진다.
중국은 전장이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12시30분까지이며, 후장이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열린다. 홍콩은 오전 11시~오후 1시30분, 오후 3시30분~5시에 거래가 이뤄진다. 일본 증시는 오전 9~11시에 전장이 열리고, 오후 12시30분~3시에 후장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