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중증장애인 요양시설 다소미집의 인권유린을 규탄하며 피해장애인 부모 등이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
포항의 중증장애인 요양시설 다소미집에서 일어난 인권유린과 파행적 운영 문제가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갈등을 빚고 있다.
포항 다소미집 피해 장애인부모회(회장 윤응수)는 3일 늦은 1시 포항시청 앞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고, 사태해결을 위한 포항시의 즉각적인 조치와 지역적 관심을 호소했다.
이날 일손을 놓은 데다 개학까지 맞물려 경황 없이 참석한 부모들은 3시간이 넘도록 포항시청 앞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설날에 아이를 데리러 갔다. 그런데 발이 어찌나 퉁퉁 부었든지 양말도 신발도 신길 수가 없었다. 병원에 가니 동상이라고 하더라. 아직도 이런 시설이 있느냐고. 시설에 가니 모른다고 하다가 ‘벌레 물려서 그렇다'고 하더라.”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시설에 말도 못한다. 행여 미움이라도 살까, 우리 애 밥이라도 적게 줄까, 참고 또 참다가 이렇게 나섰다.”
다소미집의 모법인인 예티쉼터는 경주, 포항 지역의 장애인 부모 약 40명이 소도시에 아이를 맡겨 둘 곳이 없어 갹출하여 만든 곳이다. 포항에 소재한 다소미집 역시 법인 후원금과 부모들의 십시일반으로 부지를 매입하고 2010년 7월 어렵게 문을 열었다. 부모들은 개소할 당시만 하더라도 이렇게 될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법인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부모들조차도 마찬가지였다.
부모들의 증언에 의하면 입소 장애인들의 인권은 처참했다. 장애인 뱃속에서 건전지 6개가 발견되는가 하면, 장애상태가 심한 사람들에게는 정신병원으로의 입원 권유(병원 퇴원 후엔 발목에 족쇄 자국 같은 멍이 선명했다고 한다)가 잦았고, 일부는 실내 생활에서 동상과 동창에 걸리기도 했으며, 생니 6개가 빠지고, 이곳 저곳 찢기고 꿰맨 상처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나마 이들은 ‘확인할 수 있는’ 부모가 생존해 있거나, 부근에 살고 있는 입소자들이었다. 현재 다소미집에는 23명의 입소자가 ‘살고 있다.’
① 전** 씨 : 뱃속에 건전지 6개 발견, 잦은 정신병원 입원권유, 퇴원 후 발목에 족쇄 같은 자국이 선명, 걷다가 꼬꾸라져도 시설에선 우리 시설과 안 맞는다고 나가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② 임** 씨 : 여러 차례 찢어지고 꿰매고 다치고, 피부병 걸리고, 이유를 물어보니 사무국장은 “우리가 그걸 어떻게 아냐?”고 해서 퇴소 후 다른 시설로 가서 안 다치고 지낸다 들었습니다.
③ 김** 씨 : 실내 생활에 동상, 동창, 양쪽 눈에 시퍼런 멍 자국, 빨간 눈, 아물지 않은 상처 위에 상처, 부모에겐 축소해 말하거나 방문 전까지 알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④ 김** 씨 : 손등의 상처를 치유하는 전제하에 정신병원 입원치료를 수차례 반복 권유, 결박 없는 조건으로 입원을 고민 중, 시설에서 장애인을 독단적으로 입원시킨 후 부모에게 이야기했고, 김** 씨는 결박당 한 채 병원에서 생니 6개가 빠졌으나 병원과 시설은 서로 책임을 회피합니다.
⑤ 정** 씨 : 수시로 넘어지고 이곳저곳 다쳤는데, 부모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습니다.
⑥ 최** 씨 : 눈병이 나 병원에 데려가 달라는 어머니의 요청에 김장을 해 일손이 부족하다며 데려가지 않아, 눈물을 흘리고 눈을 못 뜨게 되어 어머니가 퇴소시켰다고 합니다.
⑦ 윤** 씨 : 포항성모병원 응급진료, 벌레에 물렸다는 시설 측과 단정할 수 없다는 병원 측, 집에서 며칠 지켜보니 멍이 들었고, 시설에서는 책임을 회피했다 합니다.
⑧ 사무국장 개인 소유의 사냥개 5마리와 애완견 1마리의 밥과 대소변 시중을 장애인에게 시켰다고 합니다.
⑨ 성폭력상담소에서 의뢰해 입소한 장애여성, 여자숙소 입구에 기거한 남자 사무국장, 방관한 전 원장
(3월 3일 기자회견문 중)
▲집회 참가자가 장애인들의 피해를 증언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그러나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변한 것은 없다. 2013년 7월 5일 부모들은 포항시와 의회에 찾아가 김아무개 원장과 최아무개 사무국장의 인권유린과 이사회를 무시한 부당운영 등을 제기했다.
감사에 착수한 포항시는 △후원금 관리 △다목적 재활관 건립 △물품구매 △인권보장 업무 등이 부적절하게 이뤄졌다고 지적했으며, 법인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원장을 해임 결정했다. 올해 1월에는 원장 김 씨가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것’이라며 법원에 청구한 ‘이사회 의결 무효청구소송’,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이 모두 기각되어 해임 결정의 적법성이 드러났다.
현재 김 전 원장과 사무국장은 항소를 신청하였으며, 여전히 시설에 기거하고 있다. 부모회는 이사회에서 결정한 새 원장이 출근일 직원들로부터 휴대폰을 빼앗기고 감금되어 있었다며, 포항시청을 비롯한 공권력의 책임 있는 조치를 거듭 요청했다.
부모들이 직접 나서 항의하고자 시설에 찾아가도 보았지만, 문을 폐쇄하거나, 직원들이 막기 일쑤이고, 출동한 경찰들조차 중립을 이유로 외면했다.
변한 것이라곤 전 원장과 사무국장의 신변뿐이다. 김 전 원장은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회장 김성조) 이사로 재직하면서 최근까지도 성인발달장애인 복지서비스 관련 정책토론자로 나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사무국장 최 씨는 경북지적장애인복지협회 8대 회장 선거에 출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눈물로 견뎌온 240일. ‘시설로 보내고 싶은 부모가 누가 있겠느냐’고 그들은 말한다. 도저히 갈 곳이 없어 스스로 재산을 털어 만든 사회복지법인이 한국식 복지환경에 놓여 복지권력의 손에서 꿈쩍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힘들면 정신병원, 집에는 내용증명. 장애인 잡고 부모 잡네" |
전근배 대구주재기자 출처 비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