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6월 18일 수요일. 그렇게 고대하던 2박 3일 제주도 여행을 떠나는 날이 다가왔다. 사실 이번 여행은 개인적으로 3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뭐 거창하게 써놓긴 했지만 바쁘게 돌아다니다 보면 14년만의 방문이든, 힐링이든 모두 까맣게 잊고 말 것이다. 원래 여행이란 게 그런 거 아니겠는가?
*여행계획 시작이 반이란 말이 있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여행에 있어 시작이란? 바로 계획을 짜는 일이다. 스케쥴과 동선만 잘 짜도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다. 앞서 얘기했듯 여행책과 댓글 조언들을 바탕으로 다수의 여행지를 선정했다.
첫째날 넥슨 컴퓨터박물관
둘째날 하귀-애월 해안도로 협제해수욕장 수월봉&화산쇄설층 송악산 용머리해안 산방산 산방산 탄산온천 중문 갯깍주상절리대 천지연폭포 새연교
셋째날 섭지코지 광치기해변 성산일출봉 우도 비자림 원래는 이것보다 훨씬 많았다. 하지만 동선을 고려해 줄이고 줄였다. 솔직히 이것도 무리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제주도에 오후 2시경 도착해 마지막날 밤 9시 반 비행기를 타고 올라오는 일정임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빡빡한 일정이었다. 제주도 현지에 있는 독자분께 조언을 구해본 결과 몇군데를 빼라는 말까지 들었으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일단 현지 도착 후 상황을 봐가며 후보지들을 조정하기로 결정했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위 일정을 100% 다 소화했다!) 그 다음 고려해야 할 건 동선이었다. 어차피 제주도에 가장 먼저 내리는 곳은 제주공항이었으므로 여기를 출발점 삼아 동선을 짜야 했다. 그런데 위에 나온 관광지들의 위치를 검색해보니 주로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었다.(비자림은 약간 내륙에 위치) 따라서 제주공항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돌지, 아니면 반시계방향으로 돌지를 결정해야 했다. 결국 고심 끝에 반시계방향으로 돌기로 결정, 동선과 숙소를 최종확정했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반시계방향으로 결정한 것은 '신의 한수'였다. 도착 당일부터 비구름대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만약 시계방향으로 돌았음 여행 내내 비와 사투를 벌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돌아보는 여정이란 말씀. (별표는 첫째날과 둘째날의 숙소 위치)
이제 남은 건 비행기를 타는 것과 현장에 도착해 나도 모르게 절로 발휘되는 임기응변일 뿐이다! *첫째날 제주도에 오후 2시 경 도착하는 관계로 첫째날은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짐찾고 차 빌린 다음 고등학교 동창 만나 술 한잔할 시간을 고려한다면 최대한 제주 시내권에 머물러야 했다. 숙소가 애월읍에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했다. 결국 이 날은 넥슨 컴퓨터박물관만 둘러보기로 했다.
*김포공항 정말 오랜만에 방문하는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아직 휴가철이 아니라 한산한 모습이다. 지난 일본 후쿠오카 여행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티웨이 항공을 이용했다. 나랑 궁합이 잘 맞는 듯. 국내선 비행기는 진짜 오랜만에 타본다. 맨날 국제선 비행기만 타다가... 50여분 정도 지나니 드디어 제주도가 보인다. 14년만에 보는 제주도의 모습! 감회가 새롭다. 문제는 날씨였다. 비가 오면 안되는데...... 출발 하루 전에 기상예보를 보니 제주도에 장마전선이 상륙해 계속 흐릴 거라고 했다. 하지만 막상 제주공항에 내리고 보니 날씨는 화창했다. 약간 구름이 끼긴 했지만 관광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날 오전까지는 비가 많이 왔다고 한다. 한마디로 운이 좋았던 셈. 공항에 내리자마자 바로 넥슨 컴퓨터박물관으로 향했다. 친구와의 술약속까지 시간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렌트카 대여시간을 저녁으로 해뒀기에 다시 공항으로 돌아와야 했다. *넥슨 컴퓨터박물관 -가는 방법: 제주공항에서 버스로 25분, 자가용으로는 15분 정도 걸린다. 버스는 한번에 가는 게 있고 도중에 한번 갈아타는 게 있다.(앱으로 검색해서 가시길) -입장요금: 성인 8천원, 학생은 7천원, 어린이는 6천원. -주차시설: 널널하다. -관람 소요시간: 대충 훑어본다면 1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레스토랑에서 와플을 먹고 자세히 둘러본다면 적어도 2시간 반은 잡아야 할 것이다. -관람 난이도: 쉽다. 하지만 앉아 쉴 곳이 부족해 다리는 조금 아플 수 있겠다.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 컴퓨터&게임 오타쿠, 오타쿠는 아니더라도 어릴 적 오락실을 자주 출입했던 사람, 게임과 컴퓨터를 좋아하는 사람, 넥슨의 역사를 알고 싶은 사람. -비추해주고 싶은 사람: 게임과 컴퓨터 자체를 질색하는 사람. 제주시 밖으로만 여행일정을 짠 사람, 여성가족부 '셧다운제' 정책 입안 담당자 -마술사의 평점: 5점 만점에 4점 -3줄 요약 개인적으로는 무척 재미있었다. 여기에 간다면 1층 레스토랑의 키보드 와플은 꼭 먹어봐라. 어린 자녀를 컴퓨터나 게임업계의 거장으로 키울 생각이 있다면 반드시 방문해볼 것. 제주도 첫번째 여행지로 이곳을 택한 이유는 나 자신이 컴퓨터와 게임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그렇다고 오타쿠 수준은 아님!) 특히 미래의 컴퓨터, 게임 트렌드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국내 유일은 물론 아시아 최초의 컴퓨터 박물관이라는 소문을 들은 바 있어 과연 어떤 곳일지 직접 가서 확인해보고 싶었다. 가는 길에 찍어본 제주시내 거리. 서울에 비하면 차가 10분의 1 수준이다. 나중에 이곳이 제주시 중심지인 노형오거리 부근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넥슨 박물관은 한라수목원 가는 길에 위치해 있다. 저 신비의 도로는 일명 '도깨비 도로'라고 불리우는 곳이다. 하지만 이번 일정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드디어 도착했다. 외관이 무척 깔끔하다. 제주도 출신 유명 건축가가 디자인했다고 한다. 주차장은 매우 넓으므로 걱정할 필요없다. 직진하면 나오는 NXC센터는 넥슨의 지주회사다. 즉 넥슨의 지주회사가 제주도에 자리잡고 있는 셈. 박물관의 개장시간은 이렇다. 1층 정문으로 들어가면 레스토랑 '인트'가 나온다. 마침 점심 때였는지라 뭐 하나를 먹고 관람하기로 했다. 참고로 레스토랑은 밤 10시까지 연다. 이게 다인줄 알았는데...옆으로 가니 햇빛이 들어오는 자리가 있었다. 레스토랑의 크기는 매우 넓고 깔끔했다. 이태원 가게들 같은 느낌이랄까. 필자는 오른쪽에 있는 소파자리에 앉았다. 참고로 저 창문 근처 자리가 명당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것. 자리 잡은지 얼마 안돼서 서울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예쁜 아가씨 4명이 착석해 사진찍기 시작했다. 창 밖에도 자리가 있어 주변 풍경을 즐기면서 식사할 수 있다. 메뉴판을 공개한다. 박물관 내부에 위치해서인지 뭔가 심상치 않은 포스를 풍긴다. 메뉴들 이름이 하나같이 다 재미있다. 게임, 컴퓨터 회사의 특징을 잘 살렸다. 도시락 뚜껑이 플로피 디스켓 모양이다. 파스타와 샐러드도 있었다. 버퍼링, 조이스틱라...그러나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건 오른쪽에 있는 키보드 와플이었다. 사실 넥슨 컴퓨터박물관에 오면 저 와플은 필수로 먹어봐야 한다. 왜냐? 이 메뉴야 말로 이 박물관의 상징과도 같은 음식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제일 잘 팔리는 메뉴이기도 하다. 좀처럼 보기 힘든 디저트 메뉴들도 팔고 있었다. 생강 아이스크림이라...하지만 키보드 와플에 망고 에이드를 곁들여 먹기로 했다. 에이드 색깔을 보라. 괜히 행복해진다. 주문한지 얼마 안되어 키보드 와플이 나왔다. 모양이 완전 키보드와 다름없다. 양도 많다. 실물 키보드보다 약간 작은 사이즈라고 생각하면 된다. 키보드 위에 살포시 올려진 마우스 빵은 앙증맞기까지 하다. 그릇에는 생크림, 산딸기, 천연 아이스크림이 수줍게 담겨져 있다. 여기에 망고 에이드마저 더하니...환상의 조합이 탄생된다. 맛은 어땠냐고? 여태껏 먹어본 와플 중에 최고 수준이었다. 딱딱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물컹거리지 않는 '중간 정도'의 쫄깃함이랄까? 달콤함마저 더해진 와플은 보는 재미, 씹는 재미를 모두 선사했다. 데코레이션으로 뿌려진 흰색 가루는 이 와플을 먹기 아까울 수준으로 만든다.(참고로 엔터부분이 제일 쫄깃했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바로 위에 있는 크림, 라즈베리, 아이스크림을 발라 먹으면 정말 무적의 맛이 된다. 오른쪽에 있는 망고에이드는 서울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평범한 수준의 음료가 아니었다. 망고가 그냥 뭉탱이로 들어가 있다. 그래서일까? 홍콩에서 먹은 허유산의 망고음료보다도 훨씬 내실있고 달콤했다. 물론 와플 가격은 15,000원으로 싼 편이 아니다. 하지만 둘이 먹어도 될 만큼 풍부한 양을 자랑하기에 결코 사치가 아니라 생각한다. 남자끼리 왔다면 모를까 여자끼리 왔거나 여자가 한명이라도 섞여 있다면 이 메뉴만큼은 반드시 먹어보길 권한다. 서울 이태원, 가로수길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니까. 인트(레스토랑 이름)에서의 맛있는 식사를 바치고 본격적인 관람에 나섰다. 관람티켓을 끊으면 클럽에서처럼 손목에 띠를 둘러준다. 이것만 차고 있으면 하루 종일 박물관 출입이 자유다. 시간 제한없이 실컷 구경할 수 있다는 뜻. 만약 자세한 설명을 원하면 박물관 입구에서 도슨트 서비스(박물관 해설)를 요청하자. 정말 친절한 도슨트가 1:1로 밀착 해설을 제공해준다. 도슨트 서비스는 무료이며 총 30분 정도 소요된다. 박물관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총 4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층마다 테마가 확연히 다르니 모든 층을 천천히 둘러볼 것. 엘리베이터가 완비돼 있으므로 이동은 매우 편리하다. 아래는 엘리베이터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자료들이다. 지금의 넥슨이란 회사가 있기까지 존재하는 모든 역사를 정성스레 기록해두었다. 머드게임에 대해 일면부지인 필자도 바람의 나라가 어떤 게임인지는 대충 안다. 만약 이 게임이 없었다면 넥슨과 이 박물관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글로벌 게임업체로 성장한 넥슨이지만 그 시작은 여느 벤처업체와 다르지 않았다. 창업주인 김정주 회장의 초창기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지금 알고 있는 모습과 많이 달라 약간 놀랐다. 예전에는 약간 귀여웠던(?) 외모다. 이쯤에서 한가지 알려드리고 싶은 사실이 있다. 이곳이 단지 자기들 회사(넥슨)의 홍보 및 이미지 구축으로 도배된 곳이 아닐까 의구심을 가진 분들이 계실 거 같다. 솔직히 필자도 이런 의구심이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직접 둘러본 결과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그런 곳이 절대 아니다'라는 것이다. 물론 넥슨이란 회사의 역사 및 성과를 전시해 놓은 공간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공간은 전체 중 5% 미만에 그친다. 나머지는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게임의 유구무구한 역사에 대해 정성스레 채워 넣었다. 설령 넥슨이란 회사를 좋아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둘러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을 정도다. 박물관 외부에는 저렇게 마음껏 뛰어 놓을 수 있는 야외 놀이터가 있다. 비가 온 관계로 덮개를 씌워 놓았지만 평상시에는 모래가 가득 차 있는 놀이터로 활용된다고 한다. 그 아래에는 수돗가와 옷에 붙은 모래를 떨어뜨리는 용도의 에어샤워기가 비치되어 있다. 이곳은 굳이 박물관에 입장하지 않아도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설명. 날씨 좋은 날에는 야유회나 유치원에서 단체 견학을 온다고. 여긴 2층이다. 컴퓨터와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좋아할 만한 곳이다. 보다시피 고전 아케이드 게임기들로 도배(?)되어 있다. 당연히 관람티켓만 있으면 무료로 원없이 할 수 있다. 초창기 갤러그부터 너구리, 방구차 등의 레전드 게임들이 향수를 자극한다.(주의: 게임만 하다가 자칫 1시간이 그냥 지나갈 수도 있다.) 친구와 술약속이 있어서 모든 오락을 해보진 못했다. 물론 여기 있는 게임 대부분은 MAME라는 게임 에뮬레이터로 집 PC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학창시절 부모님과 선생님 몰래 출입했던 오락실 분위기를 만끽하려면 모름지기 조이스틱과 버튼을 허벌나게 연타해줘야 한다. 조이스틱 손맛(?)도 의외로 좋았다. 도슨트가 말하길 매일매일 조이스틱과 버튼을 '닦고 조여주는' 엔지니어가 상주해 있다고 한다. 저기 보이는 건 누구나 어렸을 때 해봤음직한 가정용 게임기다. 물론 이것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최신 콘솔 게임인 닌텐도 위와 플스4도 구비해놨다.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도 진짜 비행기 조종석처럼 조종간과 디스플레이를 설치해놨으며... 가상현실 오락기인 오큘러스도 체험할 수 있게끔 해놨다. 단 여기 버전은 1.0이다. 초창기 RPG게임도 해볼 수 있었다. 처음엔 둠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울프겐슈타인이었다. 그래픽을 보라. 아련한 옛 추억이 떠오르지 않는가? 이건 삼성전자에서 나온 슈퍼 겜보이다. 당시 이 오락기는 갑부 집 아들만 가질 수 있었다. 전교 1등 해도 부모님은 이 게임기를 사주지 않으셨다. 이런 회사가 지금은 갤럭시S를 만들고 있으니...참 세상일은 모르는 거다. 이건 세가새턴. 아마 세가라는 회사를 젊은 친구들은 잘 모를 것이다. 한때 닌텐도와 맞짱떴던 회사라 생각하면 된다. 이 오락기 역시 부의 상징이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는 누구나 안다. 하지만 첫번째 버전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은 좀 드물 걸? 이게 바로 플스 1의 모습이다. 참고로 이땐 소니가 정말 잘 나가고 있을 때였다. 워크맨, 디스크맨으로 전세계 가전시장을 꽉 잡고 있을 때였다. 역시 세상 일은 모른다. 이곳도 2층의 한 코너다. 고전 게임잡지, 게임기, 게임팩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여기에 한번 들어가면 시간과 공간 개념을 잃게 되니 주의할 것. 무아지경에 빠져들게 된다. 설명을 들으니 1970년대 판매됐던 미니 게임기부터 시작해 최근 PSP 비타까지 거의 모든 기종이 구비되어 있다고 한다. 미니 게임기 뿐만이 아니다. 고전 콘솔 게임기도 저렇게 자리잡고 있다. 우츨 맨 위는 X박스 초창기 버전. 플스 1도 수줍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아니! 이건 마리오 카트 아니던가! 우측에 보이는 본체는 모든 중고생들의 로망이었던 닌텐도 슈퍼패미컴. 당연히 해볼 수 있다. 가운데 있는 빨간색 게임기는 80년대 중반 대우전자에서 내놨던 재믹스이다.(아마 기억하시는 분들 많을 듯) 그 우측은 닌텐도애서 나온 오락기이다. 국내에선 현대전자에서 발매된 것으로 기억한다. 필자도 초등학생 때 저 게임기(북미판)로 슈퍼 마리오를 즐겼었다. 게임기로 과거를 회상하는 말도 안되는 일이 여기에선 가능하다. 저 게임팩과 그 아래에 진열된 게임기들을 보라! 눈물나지 않는가? 닌텐도 패밀리 게임기와 해당 팩들, 슈퍼 패미컴이 보인다. 이게 바로 전국 초중고생들을 열광케 만들었던, 반대로 부모들은 치를 떨었던 닌텐도 패밀리 게임기다. 저 디자인과 색깔, 정말 오랫만이지 않은가? 돌아가고 있는 게임은 슈퍼마리오 3탄. 지금은 절판된 게임&PC잡지, 예컨대 하우PC,게이머즈같은 잡지도 수집되어 있다. 정말 대단한 장인정신이다! 그렇다고 과거만 추억하고 있는 건 아니다.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가미한 의자 및 디스플레이 장치도 선보이고 있다. 저기에 앉아서 게임해보니 거의 누운 상태에서도 게임이 가능해 무척 편했다. 진짜 파일럿이 된 기분이랄까. 시간만 충분했다면 2층에서만 2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관계상 그러지 못하고 1층으로 내려왔다. 여기서부턴 컴퓨터의 거의 모든 역사가 다뤄진다. 아래는 전시관으로 통하는 터널 모습. 컴퓨터 입력장치부터 전시가 시작된다. 이건 반드시 보고 지나가야 한다. 인류 최초의 마우스다. 단 저 제품은 원본을 구현한 모델이라고 한다. 오른쪽 스크린에 보이는 사람은 마우스를 최초로 고안한 사람이다.
키보드를 비롯한 각종 입력장치들이 전시돼 있다. 가장 눈에 띈건 좌측 맨 상단에 있는 스타워즈 키보드와 중간에 있는 장갑형 입력장치였다.
여기도 눈여겨 봐야 한다. 빨간색 타자기와 오른족에 있는 흰색 타자기는 우리나라 최초 타자기라고 한다. 현재도 고장없이 잘 작동한다고..
키보드의 변천사가 주르륵 전시되어 있고...
이건 많이 봤을 것이다. 어디서나 사용이 가능한 레이저 키보드이다. 평평한 바닥에 키보드 프레임을 투사해 타이핑하는 원리다.
이 키보드를 이용해 방명록을 써봤다. 맨 위를 볼 것.
키보드 다음엔 컴퓨터의 두뇌라 할 수 있는 CPU 변천사 코너가 등장했다. 아래에 도열한 CPU 케이스를 스크린 위에 올려 놓으면 그에 대한 설명이 자동으로 뜬다. 박물관 이름답게 정말 첨단식 장치다.
다음은 사운드 코너. 옛날 허접했던 폴리 사운드에서 지금의 총천연 스테리오 사운드에 이르기까지 사운드 발달사가 쭉 펼쳐진다. 저기 내려져 있는 플라스틱관들을 귀에다 대면 문명이나 스타크래프트, WOW의 게임음악을 들을 수 있다.
제일 신기했던 코너. 왼쪽 스크린을 보면 필자 얼굴이 보일 것이다. 얼굴 근육과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이면 오른쪽에 있는 도롱뇽(?)의 표정과 눈알도 그대로 따라 움직인다. 혀를 내밀면 저 동물도 그대로 혀를 움직인다. 눈을 깜빡하면 그대로 깜빡한다. 모션 센서가 작동하는 듯. 아마 어린이들이 무척 좋아할 것이다.
자! 드디어 올 게 왔다. 왼쪽에 보이는 게 뭔지 아나? 바로 스티브잡스가 개발한 애플의 초창기 컴퓨터 '리사'다. 참고로 이 박물관에 있는 모든 물품들은 전세계 중고 매매상이나 이베이 같은데서 진품만을 구입한다고 한다. 저 리사 같은 경우도 현재 중고시세가 엄청나게 높게 형성되어 있다고. 재미있는 점은 박물관의 모든 물품은 1개가 아닌 2개를 구매한다는 점이다. 하나는 전시실에 비치해놓고 나머지 한개는 지하에 있는 수장고에 조심히 모셔져(?) 있다고 한다. 넥슨 특유의 꼼꼼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오른쪽은 IBM의 초기 컴퓨터 모델이다. 물론 여기 있는 모든 컴퓨터들은 지금도 작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즉 아무 물건이나 매입하는 게 아니라 겉모습은 물론 속까지 멀쩡한 물품들을 철저히 검사해 매입한다는 뜻. 정말 정성어린 일이 아닐 수 없다. 1994년판 애플 노트북을 지금 구하려면 얼마나 들까? 지금 우리가 쓰는 맥북의 시조라 생각하면 되겠다. 3층에도 올라가봤다. 마우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한마디로 여긴 미래의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가 될 아이들의 필수 방문코스라 할 수 있다! 마우스의 작동원리를 쉽게 깨우칠 수 있는 코너. 가로, 세로 휠의 움직임을 통해 화면의 점을 옮기는 게임이다. 아이들이 체험해보면 정말 좋아할 듯. 예전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들도 좌르륵 전시돼 있고... 현재 30대 이상이라면 이 프로그램을 알고 있지 않을까? 누가 더 정확히, 더 빠르게 타자를 치나 경쟁했던 '한메타자교사'다.
금속전도의 원리를 이용해 화면 속 게임 케릭터를 움직일 수 있다.
한켠에는 구형 컴퓨터 모델들이 전시되어 있다. 설명은 바로 아래에 비치된 아이패드에 자세히 나온다.
이건 레고 마인드 스톰이다. 필자도 레고의 광팬이긴 하지만 마인트 스톰은 거의 접해보지 못했다. 한마디로 거의 로봇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양한 원리의 센서가 부착되어 있어 스스로 장애물을 피해가며 이리저리 움직인다. 물론 직접 조종해볼 수도 있다. 한개의 가격은 최소 50만원이 넘는다. 가끔 로봇 강의도 열린다고 한다.
가운데 뻥 뚫려있는 하프이지만 손을 넣어 움직이면 센서가 감지돼 다양한 음계가 연주된다.
이건 3D프린터다. 가운데 있는 주황색 모형을 제작한 것이다. 당연히 제작 과정도 지켜볼 수 있다.
한쪽 구석에는 다양한 실습을 할 수 있는 책걸상이 비치되어 있었다. 학생들이 단체 견학을 오면 여기에서 간단한 체험, 교육이 이뤄진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지하 1층에도 가봤다. 입구에서부터 사악한 기운이 풍겨 나온다. 으흐흐...
완전 오락실이 따로 없다. 대형 스크린에선 킹오파 97이 나오고 있고...
1990년대를 휩쓸었던 오락실 게임들이 좌르륵 설치되어 있다. 얘기를 들어보니 여기에 있는 게임들 모두는 일본 제작사로부터 라이센스 허가를 얻어 설치한 것들이라고 한다. 일본 게임회사들이 원래는 허가를 잘 안내준다고.
스트리트 파이터는 물론, 사무라이 쇼다운 등의 1990년대 히트게임들이 방문객의 눈과 손(?), 귀를 사로잡는다. 여기에 오면 게임을 멀리하라 외쳤던 부모들도 아이들과 자연스레 동화되는 마술을 경험하게 된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엄마로 보이는 여성, 나머지는 아이들이다. 사실 애나 어른이나 똑같다. 설령 자녀와 함께 오더라도 여기서만큼은 마음껏 오락을 즐기게 놔두자. 혹시 또 아는가? 제 2, 제 3의 넥슨이 그 아이 손에 의해 만들어질지 말이다.
기계마다 저렇게 친절한 설명을 붙여놓았다. 이것으로 모든 관람을 마쳤다. 시간만 있었다면 하나하나 다 플레이해봤을텐데...쩝.
카트라이더 인형 등을 파는 아이템 샵이 입구 근처에 있었다.
박물관 곳곳에 특유의 센스가 차고 넘친다. 벽에 있는 검은색 조각들은 모두 키보드 자판이다.
약 2시간의 관람을 마친 후(와플 먹는 시간 포함) 친구와의 약속을 위해 제주시내로 향했다. 다음에 왔을 땐 기필코 모든 게임을 해보리라!
*첫째날 숙소: 베네치아 펜션 -가는 방법: 제주공항, 제주시에서 자가용으로 30분 정도 걸린다.(애월읍 해안가에 있으므로 차가 거의 막히지 않는다.) -숙박요금: 인원에 따라 12만원~20만원 -주차시설: 펜션 바로 앞에 있다. 충분하다. -주의사항: 같은 이름의 펜션이 제주시 용두암 근처에도 있다. 명심해라. 필자가 묵었던 펜션은 애월읍에 있다. *이곳의 장점 -위치가 너무 좋다. 제주공항에서 시작해 서쪽 방향으로 도는 여행일정을 잡았다면 '전진 베이스캠프' 역할을 수행하기 더할 나위없이 좋은 위치다. -필자처럼 첫째날 약간 늦게 제주공항에 내리거나, 제주시 근처에서 관광한 다음 다음날 서쪽으로 이동할 경우 숙박을 추천한다. -내부, 부대시설이 준수하다.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 혹은 애인과 묵어도 충분할 듯! -해안가에 위치한 만큼 거실에서 바다가 보이는 건 기본. 사장님도 매우 친절했다. -물론 비용을 더 들인다면 주변의 비싼 숙박시설에도 머물 수 있다. 하지만 비용대비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이다. 펜션 입구. 사실 친구와 술먹고 밤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그 다음날 아침에 찍은 사진이다. 정면에 보이는 건 본관. 오른쪽 입구만 보이는 게 별관이다. 이게 바로 별관이다. 필자가 묵었던 곳은 이 건물 3층이었다. 부대시설은 이렇다. 필자는 혼자 간데다 다음날 아침 일찍 출발해야 했으므로 이용해보지 못했다. ㅜㅜ 이게 바로 뒤뜰에 있는 바베큐장. 오른쪽에 바로 바다가 보인다. 거실 테라스에서 바라본 고즈넉한 풍경. 물론 방 위치에 따라 해안뷰는 조금씩 달라진다. 해안도로 바로 앞에 있기에 산책하기도 좋다.
여기서부턴 친구랑 술먹고 도착하자마자 찍은 사진들이다. 거실 모습. 둘이서 자도 충분한 침대가 떡하니 놓여 있었고...저 창문 밖으론 바다가 보였다.
사진상으로는 좁게 나왔는데 실제로는 무척 크다! 침대에서 현관쪽을 바라본 사진. 현관으로 들어서자마자 바로 왼쪽에 방 하나가 있다.
TV와 에어컨은 기본으로 구비!
방 내부 풍경. 깔끔하다. 오른쪽엔 TV도 있고...침대 상태도 좋았다. 혼자 갔기 때문에 그냥 여기서 자기로 결정! 커텐을 열어보니 밤바다가 보인다.
테라스로 나가보니 바로 아래 바베큐장이 있었다. 의자 아래에 고양이 한마리가 앉아 있었다.
정수기, 전자레인지, 밥솥, 냉장고도 잘 비치되어 있었고...단 음식은 밖에서 먹고 왔기에 사용하지는 않았다.
각종 주방용품도 깨끗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번엔 욕실을 둘러보자. 수건과 드라이어기, 비누는 기본으로 구비! 단 치약과 면도기 등은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500원 정도였던 거 같다.
샤워실 풍경. 샴푸 린스와 바디클렌저가 있었다. 물도 매우 잘 나왔다. 친구와 먹은 생선회 덕분에(with 한라산 소주) 몸만 뉘어도 스르륵 잠이 올 정도였다. 그래도 찍을 건 찍어야 했기에 심혈을 기울여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따스한 물로 샤워를 한 다음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이로써 제주도 여행의 첫째날을 마무리지었다. 본격적인 여정이 펼쳐지는 둘째날을 기대하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