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의 단단한 SUV, FX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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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닛산이 2007년형 인피니티 FX를 새로 내놨다. 마이너체인지 모델이다.
인피니티는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다. 토요타의 렉서스에 대응하는 게 닛산의 인피니티다. 필연적으로 미국시장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 브랜드다. 세계적으로 인피니티 브랜드를 살 수 있는 지역은 몇 곳 안된다. 미국과 한국 정도다. 오는 9월 러시아, 내년 중국에서 시판계획이 잡혀 있다. 우리가 선망하는 시장 중 하나인 유럽에서도 인피니티는 아직 팔지 않는다. 2008년이 돼서야 유럽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인피니티를 탈 수 있다는 건 아무나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니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
한국 진출 1년만에 마이너체인지를 단행한 인피니티 FX를 시승했다. 시승차는 FX35.
▲디자인
FX는 매우 인상적인 모습이다. 단단하고 견고한 인상을 주는 건 차창을 좁게 배치하고 철판 면적을 넓게 만들어서다. 마치 튼튼한 요새 한가운데 자리잡은 벙커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운전석을 열기 위해 마주한 도어는 벽처럼 다가왔다. 단단하고 무너지지 않을 벽같았다. 운전석에 앉아 있어도 요새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외부와 잘 차단된, 혹은 격리된 생각이 든다. 잘 보호받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크다. 차창은 넓지 않지만 시야에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닛산이 꽤나 공들인 디자인은 여러 면에서 인상적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맛을 낸다. 공상과학영화에 어울릴 것 같은 모습이 있는가하면 세련된 현대적 감각도 넘친다. SUV의 단단한 모습도 나타난다. 거칠기보다 세련되면서 SUV의 강인함을 간직한 모양이다. 루프에서 D필러로 꺾이는 각도도 예사롭지 않다. 헤드 램프와 리어 램프는 칼로 베어 놓은 듯 얇게 만들었다. 265/60R 18 사이즈의 타이어는 보기만 해도 듬직하다.
실내에 있어야할 모든 건 제자리에 잘 정돈돼 있다. 인간을 중심으로 한 설계 HMI(Human Machine Interface)의 결과다. 센터페시아에 있는 버튼과 컨트롤러 등은 조작하기 편하다. 시승차에는 내비게이션이 없었다. 흠이라면 흠이다.
▲성능
FX는 조용하지 않았다. 같은 일본차지만 렉서스와는 완전히 다르다. 엔진은 우렁차게 움직였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자신의 힘을 보여주듯 으르렁거린다. 빨려들어가는 공기에 타고난 배기가스 뿜어지는 소리 등이 바쁘게 들려온다. 힘이 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공회전 상태가 되면 엔진은 언제 그랬냐는 듯 소곤거리며 조용히 잦아든다.
인피니티는 남성다운 차다. 더구나 SUV인 FX라면 조금 거칠고 힘있게 움직여야 제맛이다. 킥다운을 걸고 고속주행을 시도했다. 반응은 빨랐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체가 즉시 움직인다. 계기판에 표시되는 변속기 표기는 1단을 넘기지 않았는데 속도계는 시속 80km를 넘보고 있다. 2단에서 120km/h를 넘기고 3단에서 160km/h를 통과한다. 변속영역이 넓어 4, 5단에서 훨씬 여유있다
FX를 타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을 꼽으라면 서스펜션이다. 강한 엔진 파워가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있게 차체를 움직이지만 단단한 하체가 없다면 무척 불안한 움직임이었을 것이다. FX35는 하체가 단단했다. 어지간해서는 차가 흔들린다는 느낌이 안든다. 코너에서도 안정적이어서 평소 실력보다 조금 더 오버해도 차체가 큰 부담없이 받아준다. 서스펜션과 타이어가 잘 어울려 단단하게 노면을 물고 늘어지는 덕분이다. 직선로와 와인딩 로드가 이어지는 국도에서 시승차는 왈츠를 추듯 우아한 움직임으로 달려갔다.
차의 안정감을 더해주는 또 하나의 요소가 있다. 바로 시트다. 시트는 운전자의 몸을 잘 지탱해줬다. 코너에서 기우는 몸을 시트가 받쳐주면 운전자가 느끼는 안정감은 매우 커진다. 그 안정감은 곧바로 차의 안정감으로 이어진다. 노면이 불규칙한 오프로드에서 차체가 전후좌우로 요동칠 때 시트의 장점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노면의 충격과 흔들림이 타이어와 서스펜션 그리고 시트를 통해 운전자에게 전해지면서 많이 완화되고 있다.
FX는 구조적으로도 안정감있게 만들어졌다. 풀타임 4륜구동이면서 평소에는 후륜구동으로 움직인다. FX는 프론트 미드십 구조다. 엔진이 앞에 있으나 무게중심은 앞바퀴 뒤쪽으로 배치해 안정감을 높인다. 이 같은 구조적 특성에 힘입어 뛰어난 안정감을 자랑했다.
3차선 도로를 한 번에 유턴하기 힘든 점은 아쉽다.
▲경제성
FX35의 판매가격은 6,690만원이다. FX45는 8,350만원. 새 모델이 나오면서 조금 더 비싸졌다. 중저가 차종을 중심으로 가격 내리기 바람이 부는 가운데 프리미엄급 차종으로 ‘격’을 잃지 않겠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가격이다.
연비는 FX35가 7.9km/ℓ, FX45가 7.1km/ℓ 수준이다. 무난한 수준의 연비다. 메이커는 ℓ당 1,700원이 훨씬 넘는 고급 휘발유 사용을 권하고 있다. 물론 권장사항일 뿐 따르지 않아도 그만이지만 운전자 입장에서는 주유소에 갈 때마다 고민이다.
오토타임즈 시승 / 오종훈 기자,
사진 / 권윤경 기자
[20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