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숭인 지구는 3차 뉴타운(도시재정비촉진지구)지역 가운데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해 왔다. 하지만 최근 동대문 인근 공원화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이 지역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 외곽의 신도시가 예전과 달리 분양에 애를 먹고 있는 점도 이 지역을 비롯한 도심 내 재개발 사업으로 시각을 돌리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뉴타운지역은 도심 근접성이 뛰어나다는 강점을 갖고 있어 개발 전까지 주거환경만 갖춰진다면 투자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창신·숭인 지구는 동대문 공원화 사업과 광화문· 시청 등 업무밀집지역의 접근이 쉬워 뉴타운 가운데서도 특히 입지가 뛰어나다.
하지만 창신·숭인 지구는 도시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상태기 때문에 반드시 거주를 해야 향후 개발차익을 볼 수 있다. 아직까지 구획지정 등 세부 결정사항은 없는 상태로 개발까지 앞으로도 10여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철거 후 준공해 입주까지 '마라톤 레이스'를 준비할 수 있는 실 입주자가 아닌 이상 접근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7년 4월30일 서울시의 지정고시 이후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구 내에 위치한 창신 두산아파트 85㎡의 경우 지난해 초 2억7000만~2억8000만원에 거래되던 것이 지난 여름 이후 상승해 최근 시세는 3억~3억2000만원까지 시세가 형성됐다.
거래량은 지구지정 전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 지역 중개업소인 창신공인 관계자는 "물건마다 차이는 있지만 단독주택 33㎡ 기준 지분가는 3.3㎡당 1800만~2000만원, 66㎡는 3.3㎡당 15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며 "지구지정 이후 거래량은 1/10로 감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지역 내 일부 연립주택 지분은 35㎡ 정도까지 있는 경우도 있고 간혹가다 5년 이내에 지어진 신축건물이 나오기도 한다. 실면적은 70㎡ 수준이며 거래면적은 100㎡ 이상이기 때문에 장기레이스를 준비한다면 지분면적이 넓은 신축 연립주택을 노려볼만 하다. 매매가격은 2억5000만~3억원 선.
◆분양 목적이면 적은 지분 피해야
사업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아직 구획 설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향후 교통영향을 감안하면 단위지정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구획 설정이 현재 동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지구 형태상 동서로 가르는 도로의 신설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구획의 구분은 기존의 행정구역을 남북으로 나뉘는 형태로 될 공산이 크다”고 예상했다. 따라서 향후 개발을 통한 시세차익을 얻고자 한다면 지구 내에 조합설립이 보다 수월한 쪽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다.
창신2동의 동쪽 낙산공원 인접지역은 적은 지분에 많은 조합원이 생길 공산이 크다. 최근 여유자본을 갖고 있는 ‘강남 아줌마’들이 몰리는 곳이 바로 이 지역.
강남을 포함해 여유자본을 갖고 있는 부동산 투자자들은 거래신고가 없는 20㎡ 이하의 지분을 사들여 임대수익을 올리면서 향후 조합설립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분권을 얻는 '두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창신2동 서울성곽을 따라 형성돼 있는 적은 지분의 연립주택에 2주택자들이 몰리는 상태”라며 “개발 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자 하는 1주택자들은 이곳을 피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창신2동의 경우 '지분합치기'가 성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창신·숭인 지구에서 개발 시 넓은 면적의 아파트의 분양받을 확률이 높은 지분밀도가 낮은 지역은 숭인동과 창신3동이다. 이들 지역은 단위면적 당 어느 정도 면적의 아파트를 분양받을 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조합원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사업추진이 빠르고 넓은 면적의 아파트를 분양받을 공산이 크다.
지분밀집지역을 피한다 하더라도 전세라는 문제가 버티고 있다. 보통 현금과 대출에 한계가 있을 경우 전세금을 끼고 주택을 구입하지만 이 지역에서는 불가능하다. 실제 거주를 해야 조합원의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 지분을 매입해 안전하게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불편한 생활을 감수해야 하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또 지구 분위기상 철거까지 8~9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 지역 투자자는 자금유동성에 타격을 받는다. 따라서 '여윳돈이 있는 무주택자'(?)가 입주해야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괴리에 빠지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편법을 이용한 거래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이 지역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1년 미만의 전세계약이 체결된 물건을 편법적인 주소지 이전을 통해 구입하면 1년 동안 전세금 수준의 비용을 모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계약 만료 전까지 주택구입자금 가운데 전세금 부분은 1년까지 유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억5000만원에 거래되는 집을 전세를 끼고 구입하면 1억5000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1년 이내에 1억원의 전세보증금을 상환해야 하며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상 주택을 구입하려면 비용에 대한 근거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주택구매자들이 현재 세입자가 거주할 경우 계약만료 시점에서 이주를 약속하고 주소지를 변경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공원화사업, 인근 새 모습으로 바뀔 듯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문화 클러스터 연계방안이 표면화되면서 동대문 일대의 주거환경에도 일대 변화가 예고된다. 서울시는 5대 주요 프로젝트 사업 가운데 하나인 ‘도심재창조 종합계획’의 일환으로 남산에서 동대문을 거쳐 대학로로 이어지는 도심 복합문화축을 조성하겠다고 지난 1월29일 발표했다.
동대문지역을 디자인·패션의 중심지로 조성하고 서울성곽을 복원해 문화시설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흥인지문 인근에 오는 6월까지 녹지광장이 조성되고 종로5가에서 이화사거리 구간이 편도 4차로에서 왕복 6차로로 확대된다. 또 이대동대문병원은 공원화사업의 일환으로 현재 타당성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 이미 동대문종합시장 주차장 부지는 민간과 연계한 공원조성이 확정된 상태로 약 2만4000㎡의 공원이 조성된다.
이에 따라 동대문 일대의 대규모 주거환경 변화가 불가피하며 향후 인근의 부동산 가치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지영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동대문 일대가 획기적으로 변모함에 따라 창신동과 숭인동 일대를 비롯해 그간 저평가됐던 동대문 인근 지역이 주목을 받게 됐다"면서 "사업속도는 느리지만 개발이 확정된 이상 시세는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는 뉴타운이 몇 곳이 있을까. 서울시에서 조례를 통해 지정한 뉴타운은 3차까지 총 25개다. 그러다가 지난 2006년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본격 시행된 후 균형발전촉진지구(균촉지구)로 지정된 곳이 있다.
원래 3차 뉴타운 후보지였던 이곳은 균촉지구라는 이름 대신 뉴타운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지난 해 4월 30일 서울시에서 균촉지구로 지정고시한 창신·숭인뉴타운이다. 그래서 지금은 뉴타운이 총 26개다.
창신·숭인뉴타운은 다른 뉴타운보다 훨씬 늦게 지정되면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서울시 한 복판에 위치하고 있고 교통의 요지에 있으며 주변에도 대규모 환경개선계획이 수립돼 있어 안목있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2016년까지 개발사업 완료
창신ㆍ숭인뉴타운은 종로구 창신동 583-3 및 숭인동 55-2 일대(창신 제1, 2, 3동 및 숭인 제1동 일대) 84만6100㎡ 규모다. 흥인지문 동쪽에 맞붙은 넓은 지역이다. 남쪽으로는 청계천이 접하고 있고 북쪽으로는 한성대가 위치하고 있다.
서쪽으로는 이대동대문병원이 있고 서울성곽이 낙산공원까지 잇닿아 있다. 동쪽에는 숭인공원도 있어 의외로 녹지공간이 넓다.
이 때문에 창신ㆍ숭인뉴타운은 도심 한 복판임에도 상당한 녹지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서울성곽 복원사업도 진척을 이루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을 갖추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창신·숭인뉴타운의 재정비촉진사업의 완료는 2016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창신ㆍ숭인뉴타운은 올해 상반기까지 개발구상(안)을 수립하고 하반기까지는 재정비촉진계획수립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재는 계획수립을 위한 용역을 발주해 계획수립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계획이 수립되면 구역지정에서부터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오게 된다.
이 뉴타운 중간으로는 흥인지문에서부터 청량리로터리까지 이어지는 폭 35m의 왕산로가 지나고 있다.
◆왕산로 남측 먼저 개발된다
창신·숭인뉴타운을 남북으로 가르는 왕산로를 중심으로 왕산로 남측이 북측보다 먼저 개발될 전망이다. 서울시에서 지난해 이 곳을 재정비촉진지구의 지정하면서 '왕산로 남측지역은 재정비촉진계획수립에 지장이 없는 범위내에서 조기 추진하는 방안을 강구토록 할 것'이라는 조건을 붙였기 때문이다.
왕산로 남측은 왕산로에서부터 청계천까지 이르는 구역이다. 최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창신·숭인뉴타운의 총괄계획가(MP : 마스터 플래너) 회의에서도 왕산로 남측에 대한 재정비촉진계획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게다가 왕산로 남측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도심재창조 프로젝트에도 포함돼 있다. 도심재창조 프로젝트는 도심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검토해 체계적,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사업의 기본방향 및 추진전략을 수립해 놓은 것이다. 즉 서울 도심이 600년 역사의 전통을 살리면서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서울시의 지역균형발전을 선도하며 시민과 관광객이 즐겨찾는 매력과 활력이 넘치는 곳으로 발전하기 위한 전략을 의미한다.
이 프로젝트의 대상이 되는 곳은 기본적으로 사대문안 도심부다. 또 도심활성화 추진에서 도심과 연계해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는 남산과 그 주변지역 일대를 포함하고 있다.
왕산로 남측이 연관된 도심재창조 프로젝트는 도심4축인 복합문화축이다. 이 축은 대학로에서부터 흥인지문, 청계천, 흥인지문 주변의 패션타운, 동대문운동장을 거쳐 장충단공원 및 남산까지 이르는 범위를 대상으로 한다.
도심4축의 전체 조성방향은 지역별로 나타나는 다양한 문화공간을 정비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역사문화, 공연문화, 패션문화가 함께하는 복합문화축을 형성한다는 방침이다.
◆주변이 녹지로 둘러싸인다
창신·숭인뉴타운의 서쪽 어깨인 서울성곽 복원은 이 곳의 주거환경을 친자연적으로 바꾸게 될 전망이다. 복원사업 대상은 이대병원부지에서부터 동대문운동장, 광희문을 거쳐 남산 장충지구와 만나는 지점까지다.
이대병원 부지 내 성곽은 낙산공원과 연계해 훼손구간을 회복하고 공원화를 검토할 방침이다. 흥인지문 교차로 동북측에 위치한 이대 동대문병원 부지는 흥인지문 공원의 주요 접근동선에 입지하고 낙산, 서울성곽과도 인접해 녹지공간 확보시 역사유적과 자연을 보전하는 효과와 흥인지문 일대 공원화의 계획취지 및 사업효과를 상승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동대문운동장 내 성곽은 공원화 사업과 연계해 복원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광희문 주변 멸실지점부터 동호로까지는 시가화지역이므로 복원가능구간을 검토해 추가복원하고 잔여구간은 성곽흔적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동호로에서 남산까지는 남산공원과 연계해 산책로를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흥인지문 주변 녹지광장 조감도
흥인지문 주변 역시 보행광장 및 공원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흥인지문 주변은 역사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새로운 명소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왕산로 남측에는 대규모 이전예정지들이 있다. 미공병단 부지, 훈련원공원 부지, 국립의료원 부지, 경찰기동대 부지 등 대규모 부지들이 이전 및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이들 지역은 왕산로 남측의 창신ㆍ숭인뉴타운 주민들이 공원이나 편의시설로 이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공병단부지의 규모는 4만1905㎡이고 서울대학교가 소유하고 있다. 현재 미공병단이 주둔하고 있는데 2008년까지 반환하기로 협정이 체결돼 있다.
훈련원공원의 면적은 1만4545㎡로 서울시가 소유하고 있다. 미공병단 부지를 오픈스페이스로 조성하는 경우 훈련원공원과의 연계개발을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국립의료원 부지면적은 2만8205㎡로 보건복지부 소유이며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이전할 예정이다.
창신·숭인뉴타운과 청계천을 사이에 두고 있는 경찰기동대는 부지면적이 2만4794㎡로, 경찰청 경찰공제회가 소유하고 있다. 경찰청은 이전을 희망하고 있으며 이전 후 대규모 상업시설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문화광광부의 경우 이 부지를 ‘한류메카’ 건립의 1차 후보지로 선정한 바 있다.
동대문운동장은 도심 휴식녹지공간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부지의 일부를 활용, 세계적 디자인과 패션산업의 메카 조성으로 관련 문화산업의 창조적 도약을 주도할 디자인 플라자를 건립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이다. 즉 동대문지역 활성화를 통해 도심재창조의 거점공간을 마련하며 외국인 도심 관광 필수 코스로 개발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