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살의 정신병리적 요인
김윤희 교수 (경희대학교 간호과학대학)
Ⅰ 우리나라의 자살현황
우리나라 자살사망률이 1990년대 중반이후 증가하기 시작하여 1998년 경제위기시 급격히 증가하다가 다시 감소하였으나 2001년이후 다시 증가하여 2003년도에는 IMF 당시의 사망률을 상회하고 있다.
연간 11만명정도가 자살로 사망하고 35만명이 자살을 시도하고 있다. 결국 매일 30명이 자살로 사망하고 48분마다 1명꼴로 사망하며 1분 30초마다 1명이 자살을 시도하고 있는 추세이다. 현재 2002년 기준 OECD국가중 자살사망률 4위 자살증가율 1위이다. 특히 20대 및 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사실은 우리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전체 사망자수 중 20대가 사망률이 4명중 1명꼴로 가장 높고 30대는 사망자 5명중 1명, 다음이 40대순으로 높아 생산성이 가장 높은 연령층에서 자살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기분이 울적하거나 불행하다고 느끼는 감정은 10세정도 아동기에도 경험하고 있으나 사춘기를 전후해서 급격히 증가한다. 즉 10세 아동의 경우 10~12%정도가 잘 울고 기분이 울적하다고 한 것에 비해 14~15세에서는 40%정도가 그런 증상을 보였다고 보고 있다.
자살이라는 것은 어느 연령층에서나 일어나고 비극적이지만 특히 어린 청소년에게 일어날 때 더욱 더 이해하고 용납하기가 어렵다. 또한 자살이 14세 이하에서는 극히 드물게 나타나는 반면 15~24세의 청소년층에서는 급격히 증가하여 총 자살건수의 약 30%가 이 연령층에 집중하고 있다.
Ⅱ 청소년자살의 정신 병리학적 요인
청소년들의 문제는 청소년의 발달과제 수행에 따르는 부작용이거나 발달과제를 이루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이해할 때 문제 행동의 원인을 밝힐 수 있고 그에 따른 처방이 내려질 수 있다. 따라서 청소년 자살의 정신 병리적 요인도 기본적으로 발달적 맥락에서 문제를 개념화하고 이해할 때 적절한 개입방법의 방향이 제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1. 생물학적 원인
우리 뇌에는 신경세포끼리 정보를 전달해 주는 여러 가지 신경전달 물질이 있다. 그 중 우울증과 관계가 있는 신경전달 물질의 결핍이 우울증을 초래한다고 알려져 있다. 약물치료는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이 조절함으로써 우울증을 치료한다.
2. 신체적 성숙
이 시기는 성장 촉진 호르몬의 왕성한 분비로 신장과 체중이 급성장하여 콩나물 자라듯(1년에 10cm 이상 성장)하며 특히 사지와 코가 커지면서 얼굴은 말(馬)상으로 그리고 팔과 다리는 신장보다 길어 마치 거미발 같다. 또한 성선자극 호르몬의 왕성한 분비로 여자는 초경과 함께 골반이 커지고 근육과 피하 지방조직이 발달하여 살결이 부드럽고 통통하여 여성다운 체형을 갖추게 되고 남자는 정충의 생성과 함께 각선이 직선적이고 허리와 어깨의 폭이 넓어지면서 남성다운 체형을 갖추게 된다. 따라서 이제는 소년 소녀의 귀여운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체형이 바뀐다. 그러나 지나치게 빠른 신체적 성장은 균형감이 없고 개인마다 차이가 심해 모양이 없어 보이며 이때가 가장 미워 보일 때이다.
특히 이 시기에는 자신의 가슴, 팔, 손가락의 길이, 발의 치수와 다리길이, 얼굴모양, 신체치수, 체중 등 신체적 용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며 자신의 신체적 결점을 과도하게 강조하고 자신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외모는 사회적으로 이성에게 받아들여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시기 청소년들에게는 외모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
따라서 신체적 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이상이 있을 때 청소년은 여러 가지 심리적 부담과 갈등을 느끼고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 또한 유행과 어떤 새로운 양식을 배우는데 민감함으로 최신유행의 옷과 장신구 및 메이커 상품을 찾고 새로운 경험을 체험하고 싶어 한다. 더욱이 동료나 배우, 탈렌트, 가수, 광고, TV, 잡지 등을 통해 유행과 새로운 양식을 배우므로 이러한 유행과 양식의 변화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많은 갈등을 겪게 한다.
그리고 정서적으로도 이 시기에는 감수성이 예민해져 감정에 일관성이 없고 변화가 심하여 불안정하며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도 매우 민감해져 강한 반응 즉 거절증과 이유 없는 짜증, 신경질을 잘 낸다.
이와 같은 빠른 신체적 성장과 정서적 변화로 인한 여러 가지 갈등 현상은 청소년기가 끝날 때까지 지속되며 자기 자신에 대한 신념과 주체성이 확립이 될 때 해결이 된다. 그러나 만일 이 때 자신의 신체상이 왜곡될 경우 자신의 신체와 자기 자신에 대한 결점 투성이로 보고 무능력하며 존재가치가 없는 사람으로 받아들여 심하면 자살 시도까지 할 정도로 평가절하 시킨다.
3. 인지적 성숙
청소년기에는 지적인 면에서 성인의 수준에 도달하게 되어 지각과 상상력이 발달하고 사고기능이 강화되며 자기표현능력과 관심거리가 증대된다. 따라서 아동기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시기의 개념적 발달은 청소년으로 하여금 세상에 대하여 보다 융통성 있고 비판적이며 추상적인 견해를 가질 수 있게 한다. 또한 비판적인 사고, 미래지향적인 사고, 이상의 추구가 가능해져서 인생관, 세계관, 가치관 등을 정립할 수 있으며 이러한 인지적 사고의 정립은 강력하게 샘솟는 성적 본능과 공격적 충동의 제어 및 새로운 지적인 세계와 창조적 활동의 기초가 된다. 인지능력의 미숙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충동조절과 성적, 공격적 에너지의 승화에 지장을 초래하고 문제행동의 발생에 간접적 원인요소로 작용한다.
4. 심리적 성숙(자아 정체성 형성)
청소년들은 아동기적인 대상관계를 청산하고 부모와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심각한 반항이나 퇴행 등이 나타나며 때에 따라서는 현실로부터 도피하여 자신의 세계에 몰두하는 병적인 상태에 빠질 수 있고 부모대체물을 찾아 헤매고 이에 집착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 등이 청소년시기에 다양한 문제를 창출하게 된다. 이렇게 부모로부터 분리되어 개별화되는 청소년기를 제 2의 이유(젖떼기) 또는 개별화 시기라고 한다.
청소년은 신체적 성숙을 계기로 부모로부터 심리적으로 분리 및 개별화하며 궁극적으로 자아정체성을 이룩한다. 이제 자신과 부모사이의 매임에서 벗어나 동료, 사회 그리고 미래를 향한 시야가 전개되며 사회에서의 내 역할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설계와 비젼을 갖고 인생관 가치관, 세계관, 이성관, 결혼관 등이 형성될 기초가 마련된다. 청소년기에 자아정체감 정립을 위해 펼쳐지는 자기탐색과 자기규정작업에서 유발되는 고민과 갈등은 생의 어느 시기보다도 심각한 것이 된다. 따라서 많은 학자들은 자아정체성 확립을 청소년기에 성취해야할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본다.
5. 가정적인 요소
가정의 역동, 부모의 행동과 심리는 청소년의 문제를 이해하는데 뺄 수 없는 부분이다. 즉 부모의 심리적, 행동적 반응이 청소년의 발달과정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방해가 될 수 있으며 청소년과 부모들 사이에 갈등이 심화되기도 하고 별 탈 없이 지나가기도 한다. 청소년을 신체적, 인지적, 심리적 존재로서 청소년의 발달과 그 문제성을 이해하고 도와줄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