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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사라질 뻔했던 신라인의 미소, 얼굴무늬 수막새"
지름이 겨우 11.5센티미터이고 그나마 일부분은 떨어져 나간 기와 조각이 하나 있다. 하지만 이 볼품없는 기와 파편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경주의 흥륜사라는 절터에서 출토되었다는 '얼굴무늬 수막새'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신라인의 미소'라 부른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익숙한 얼굴무늬 수막새의 형상이 오늘날처럼 세상에 널리 통용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알고 봤더니 얼굴무늬 수막새는 오래 전 일제강점기의 막바지에 일본으로 흘러갔다가 30년의 세월이 흐른 끝에야 어렵사리 국립경주박물관으로 되돌아온 내력을 지녔다. 그때가 1972년이었다.
그러니까 그렇게나마 되돌아왔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얼굴무늬 수막새는 이국 땅에서 영영 그 존재가 잊혀질 뻔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이 이뤄지기까지 한 사람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경주박물관 경주분관의 박일훈 관장이 그 주인공이었다.
원래 얼굴무늬 수막새의 존재가 세상에 처음 드러난 것은 1934년의 일이었다. 조선총독부의 기관지인 <조선> 1934년 6월호에 한 장의 사진과 더불어 '신라의 가면와'라는 제목의 짤막한 글이 수록되었다. 필자는 경주고적보존회에서 활동하던 오사카 긴타로였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그는 경주박물관장쯤 되는 인물이었다.
이 글에는 그 당시 경주의 야마구치병원에 근무했던 다나카 다카노부라는 젊은 의사가 경주읍내의 어느 고물점에서 구입했다는 자그만 기와 조각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 보기에 따라 대수로울 것 없는 기와 조각 하나를 그가 구태여 소개하려 했던 것은 사람의 얼굴모양으로 기와문양이 표현된 자체가 그 당시로서는 워낙 특이하고 희귀했던 탓이었다.
얼굴무늬 수막새는 그렇게 세상에 '잠깐' 알려졌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그 직후 <신라고와의 연구>라는 책자에 한번 더 소개되는 기회가 있긴 했지만, 더 이상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없었다.
그 물건은 일본인 의사 다나카에게 팔려 이미 개인의 소장품이 된 상태인데다 크기마저 워낙 소품인지라 단순히 흥미로운 구경거리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는 못했던 것이다. 더구나 다나카는 일제의 패망 직전인 1940년에 일본으로 돌아가 버리고 만다. 물론 얼굴무늬 수막새도 함께였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고, 일제의 패망과 더불어 얼굴무늬 수막새의 존재는 세상 사람들에게 완전히 잊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해방 이전에 잠깐 소개된 '하찮은' 기와 조각 하나의 존재를 애써 기억하던 이가 있었다. 경주박물관의 박일훈 관장이었다.
그는 기회가 될 때마다 얼굴무늬 수막새의 행로를 수소문했고, 때마침 1972년에 일본으로 출장을 가던 길에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유지하던 오사카 긴타로를 통해 다나카 의사의 소재지를 파악하는 동시에 여전히 그가 그 물건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이토록 귀중한 자료를 개인이 갖고 있다는 것은 바로 사장되는 것이며, 그러니 경주박물관에 기증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얼굴무늬 수막새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일 뿐만 아니라 신라문화연구에도 훨씬 뜻 깊은 일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그 후로 두어 번의 의견조정이 오갔고, 마침내 다나카 의사는 박일훈 관장의 간곡한 부탁을 받아들여 직접 경주박물관에 자신의 오랜 애장품을 기증하기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까딱했더라면 사라질 뻔한 '신라인의 미소'는 그렇게 제 고향으로 되돌아왔다. 거기에는 한 사람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그 누가 알아주건 아니건 간에 그러한 일을 기꺼이 해낸 사람이 말이다. 그러한 그에게 최소한의 경의나마 표현하는 것은 이제 이 땅에 남아 있는 이들의 몫이 아닐까? [계명대신문 제930호, 2004년 8월 30일자]
(정리: 2004.8.19, 이순우, http://cafe.daum.net/distorted)
첫댓글 네. 그 분께 경의를 표합니다.
좋은글 잘 읽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주인이 힘도 없고 돈도 없으니 온재산을 도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