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지 일 년 정도 되는 일본인 친구가 굉장히 맛있는 추어탕집이 있다고 소개해주었다.
과연 어떤 집이기에 일본 사람의 입맛까지 사로잡았을까? 바로 경남 김해시 생림면 나전리에 있는 '하송'으로 달려갔다. 하송이라는 간판 밑에 '한국서각협회 김해지회'라는 글씨가 써 있다. 좋은 집에 왔다는 느낌이 온다.
하송의 심재득(59) 대표는 서각협회 김해지회장을 맡고 있다. 새하얀 머리에 부리부리한 눈매의 심 대표가 대추차를 가져온다. 진한 대추차와 함께 나오는 다식 하나하나가 정성스럽다. 부인 강혜련씨는 도자기가 취미여서 실내를 장식한 좋은 도자기 구경도 기대하지 않았던 즐거움이다.
집이 좋다는 말에 무역업을 하다 노후를 생각해 산 땅에 정착한 지 4년째란다. 사진이 좀 이상하게 나온다. 원인은 채광에 있었다. 지붕 일부를 유리로 만들어 천장에서도 빛이 들어온다. 그렇게 밝아야 마음도 밝아진단다. 하송은 처음에 찻집으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음식점을 겸하고 있다.
먼저 전라도 팥칼국수를 먹어보았다. 팥죽에 국수가 들어간 게 이채롭다. 전라도 식으로 먹으려면 설탕을 두 숟가락 정도 넣으면 된다. 그렇게 먹으니 단팥죽이다. 겨울에 먹는 단팥죽 한 그릇은 별미이다.
심 대표는 "팥 한 되에 국산은 1만5천원, 중국산은 6천원한다. 그런데 중국 팥을 쓰면 맛이 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한다.
두 번째로 맛본 게 해초비빔밥이다. 해초비빔밥에는 갈래곤포를 비롯해 7가지 해초가 들어가 색깔이 무척이나 곱다. 향긋한 멍게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해초비빔밥 한 그릇을 뚝닥 해치웠다. 먹다 보니 이곳에서 쓰는 그릇은 모두 도자기이다. 어떤 그릇에 담기느냐에 따라 맛도 다르다. 반찬도 정갈하다.
세 번째로 돌솥밥과 함께 나오는 추어탕을 맛보았다. 산초가 적당히 들어간 이 추어탕에 일본인 친구가 반했다고 했다.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다. 집 앞의 뜰에 나가보았더니 분성산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맞은편에는 신어산이 보인다. 이런 곳에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심 대표는 "사람들은 원가 개념이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여기 나오는 음식은 어차피 내가 먹는 것이니 좋은 재료를 쓰고 있다. 음식 장사는 본전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한다.
홍삼 우롱차의 달착지근한 맛이 혀끝에 오래 남았다.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 영업. 가야CC를 지나 음식점 '가야금'에서 좌회전해서 50m가량 들어가면 나온다. 팥칼국수 6천원, 해초비빔밥 7천원, 돌솥밥과 추어탕 8천원. 055-323-1005. 박종호 기자